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1차원이 되고 싶어 : 박상영 장편소설
총서명
문학동네 장편소설{}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11008
가격
₩ 14,800
ISBN
9788954682749
페이지
409 p.
판형
145 X 210 mm
커버
Book
책 소개
2019년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으로 젊은작가상 대상을, 2021년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박상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가 출간되었다. 2020년 상반기에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서 전반부를 연재하며 큰 관심과 인기를 모은 [1차원이 되고 싶어]는 이후 작가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1,300매가 넘는 묵직한 분량으로 완성되었다. 여러 방송 매체에 출연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낼 뿐 아니라 최근 미국의 출판 전문 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2021년 가을 주목할 작가’에 선정되며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높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1차원이 되고 싶어]는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한국의 지방 도시 D시를 배경으로, 남들과 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한 십대 퀴어 ‘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또래 친구 ‘윤도’와의 가슴 저릿한 사랑, 자유분방한 ‘무늬’와 나누는 동경 어린 우정이 ‘나’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목차
과거로부터 온 편지 1
1장_ 밸런타인데이 | 캔모아 | 우리의 최선
과거로부터 온 편지 2
2장_
머큐리랜드 | 오늘의 방문자 | 스포일드 차일드
화이트데이 | 베스트 프렌드 | 하복의 계절
과거로부터 온 편지 3
3장_
해피 투게더 | 다시, 캔모아 | 열여덟의 우울
축제의 날 | 개교기념일
과거로부터 온 편지 4
4장_
천사가 아니야
과거로부터 온 편지 5
5장_
대학가요제
두고 온 것들
작가의 말 • 407
1장_ 밸런타인데이 | 캔모아 | 우리의 최선
과거로부터 온 편지 2
2장_
머큐리랜드 | 오늘의 방문자 | 스포일드 차일드
화이트데이 | 베스트 프렌드 | 하복의 계절
과거로부터 온 편지 3
3장_
해피 투게더 | 다시, 캔모아 | 열여덟의 우울
축제의 날 | 개교기념일
과거로부터 온 편지 4
4장_
천사가 아니야
과거로부터 온 편지 5
5장_
대학가요제
두고 온 것들
작가의 말 • 407
본문발췌
P.11
호수에서 시신이 발견됐어.
아주 빠른 속도로 신원이 밝혀졌지.
참 이상하지? 그때로부터 셀 수 없이 많은 날이 지났는데, 진실이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다는 사실 말이야.
P.45
“너 이름이 뭔데?”
“도윤도. 해리, 니 이름은 뭔데.”
나는 그에게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내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는 내게 본명보다 해리가 더 어울린다며, 앞으로 해리라고 부르겠다고 말했다. 나는 다시 교과서로 시선을 돌렸지만, 속으로는 계속 그의 이름을 곱씹었다.
도윤도. 윤도.
왠지 모르게 세련된, 지극히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의 향취를 두 스푼 정도 뿌려놓은 듯한 이름이었다.
P.70
“캔모아야.”
나는 과일이 그려진 연두색 간판을 보았다. 우리는 나란히 계단을 올라갔다. 가게문을 여는 순간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벽이 핑크색으로 칠해진 것도 모자라 커다란 라탄 의자에 현란한 꽃무늬 쿠션이 놓여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의자는 천장에 그네처럼 매달려 있어 몹시도 불안정해 보였다. 가게 중앙에는 너무나도 작위적인 빛깔의 인조 나무가 풍성한 이파리를 자랑하며 서 있었다. 눈이 부시다못해 시릴 정도로 밝고 화려한 내부에 나는 현기증까지 느꼈다.
P.217~218
나는 윤도에게 바짝 다가갔다. 윤도의 얼굴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의 부드러운 입술이 내 입술에 포개졌다. 내 입속에 들어온 윤도의 혀에서 소주의 들큼한 맛이 났다. 내 입에서도 같은 맛이 날 것 같았지만 상관없었다. 다만 우리의 체온이 섞이고 있다는 것, 마치 한몸인 것처럼 서로 엉켜 있다는 것, 말 그대로 온 힘을 다해 서로를 안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중요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가장 절박한 방식으로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 순간 세상이, 우리가 속한 차원의 세상이 멈춰버렸다.
그 순간 우리는 하나였고, 우리였으며, 우리인 채로 고유했다.
P.355
“우리 멀리 가자.”
“어디로?”
“갈 수 있는 한 가장 먼 곳으로. 아무도 우리를 모르는 곳으로. 아
무도 우리를 찾을 수 없는 곳으로.”
P.357
우리는 주황빛 물속에 함께 있다. 붉은 물. 수면에 부서지는 햇빛. 사람의 마음. 사랑. 미움. 애상. 괴로움. 우울. 나의 죄들이 모두 한꺼번에 섞여 휘몰아친다. 눈을 감으면 이 모든 것들이 비로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P.130
나는 매일 밤 침대에 누울 때마다 천장의 네 귀퉁이에 서린 그림자가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고통에 사로잡히곤 한다고, 얼마나 많은 밤 동안 이 천장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야 할지 생각하면 모든 것들이 견딜 수 없이 막막해진다고 말했다.
“그럼, 우리 1차원의 세계에 머무르자.”
네 말을 이해할 수 없어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너와 나라는 점, 그 두 개의 점을 견고하게 잇는 선분만이 존재하는, 1차원의 세계 말이야.”
지금도 방안에 누워 천장을 바라볼 때면 너를 생각해. 숨막히게 나를 짓누르던 너의 질량과 그 무게가 주던 위안을 기억해.
호수에서 시신이 발견됐어.
아주 빠른 속도로 신원이 밝혀졌지.
참 이상하지? 그때로부터 셀 수 없이 많은 날이 지났는데, 진실이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다는 사실 말이야.
P.45
“너 이름이 뭔데?”
“도윤도. 해리, 니 이름은 뭔데.”
나는 그에게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내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는 내게 본명보다 해리가 더 어울린다며, 앞으로 해리라고 부르겠다고 말했다. 나는 다시 교과서로 시선을 돌렸지만, 속으로는 계속 그의 이름을 곱씹었다.
도윤도. 윤도.
왠지 모르게 세련된, 지극히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의 향취를 두 스푼 정도 뿌려놓은 듯한 이름이었다.
P.70
“캔모아야.”
나는 과일이 그려진 연두색 간판을 보았다. 우리는 나란히 계단을 올라갔다. 가게문을 여는 순간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벽이 핑크색으로 칠해진 것도 모자라 커다란 라탄 의자에 현란한 꽃무늬 쿠션이 놓여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의자는 천장에 그네처럼 매달려 있어 몹시도 불안정해 보였다. 가게 중앙에는 너무나도 작위적인 빛깔의 인조 나무가 풍성한 이파리를 자랑하며 서 있었다. 눈이 부시다못해 시릴 정도로 밝고 화려한 내부에 나는 현기증까지 느꼈다.
P.217~218
나는 윤도에게 바짝 다가갔다. 윤도의 얼굴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의 부드러운 입술이 내 입술에 포개졌다. 내 입속에 들어온 윤도의 혀에서 소주의 들큼한 맛이 났다. 내 입에서도 같은 맛이 날 것 같았지만 상관없었다. 다만 우리의 체온이 섞이고 있다는 것, 마치 한몸인 것처럼 서로 엉켜 있다는 것, 말 그대로 온 힘을 다해 서로를 안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중요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가장 절박한 방식으로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 순간 세상이, 우리가 속한 차원의 세상이 멈춰버렸다.
그 순간 우리는 하나였고, 우리였으며, 우리인 채로 고유했다.
P.355
“우리 멀리 가자.”
“어디로?”
“갈 수 있는 한 가장 먼 곳으로. 아무도 우리를 모르는 곳으로. 아
무도 우리를 찾을 수 없는 곳으로.”
P.357
우리는 주황빛 물속에 함께 있다. 붉은 물. 수면에 부서지는 햇빛. 사람의 마음. 사랑. 미움. 애상. 괴로움. 우울. 나의 죄들이 모두 한꺼번에 섞여 휘몰아친다. 눈을 감으면 이 모든 것들이 비로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P.130
나는 매일 밤 침대에 누울 때마다 천장의 네 귀퉁이에 서린 그림자가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고통에 사로잡히곤 한다고, 얼마나 많은 밤 동안 이 천장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야 할지 생각하면 모든 것들이 견딜 수 없이 막막해진다고 말했다.
“그럼, 우리 1차원의 세계에 머무르자.”
네 말을 이해할 수 없어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너와 나라는 점, 그 두 개의 점을 견고하게 잇는 선분만이 존재하는, 1차원의 세계 말이야.”
지금도 방안에 누워 천장을 바라볼 때면 너를 생각해. 숨막히게 나를 짓누르던 너의 질량과 그 무게가 주던 위안을 기억해.
저자소개
스물여섯 살 때 첫 직장에 들어간 이후 잡지사, 광고 대행사, 컨설팅 펌 등 다양한 업계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넘나들며 7년 동안 일했으나, 단 한 순간도 이곳이 내가 있을 곳이라는 확신을 가진 적은 없다. 노동은 숭고하며 직업은 생계유지 수단이자 자아실현의 장이라고 학습받고 자랐지만, 자아실현은커녕 회사살이가 개집살이라는 깨달음만을 얻은 후 퇴사를 꿈꿨다. 2016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가로 데뷔했을 때 더 이상의 출퇴근은 없을 줄 알았으나 생활고는 개선되지 않았고, 계속해서 회사를 다니며 글을 썼다. 현재는 그토록 염원하던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이 있으며 젊은작가상 대상, 허균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서평
“이 소설은 박상영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을 바꿀 것이다.”
_정세랑(소설가)
젊은작가상 대상, 신동엽문학상 수상 작가 박상영 첫 장편소설
2019년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으로 젊은작가상 대상을, 2021년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박상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가 출간되었다. 2020년 상반기에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서 전반부를 연재하며 큰 관심과 인기를 모은 [1차원이 되고 싶어]는 이후 작가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1,300매가 넘는 묵직한 분량으로 완성되었다. 여러 방송 매체에 출연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낼 뿐 아니라 최근 미국의 출판 전문 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2021년 가을 주목할 작가’에 선정되며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높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1차원이 되고 싶어]는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한국의 지방 도시 D시를 배경으로, 남들과 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한 십대 퀴어 ‘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또래 친구 ‘윤도’와의 가슴 저릿한 사랑, 자유분방한 ‘무늬’와 나누는 동경 어린 우정이 ‘나’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과 학군으로 구획된 당대 아파트 단지의 생활상, 숨막히는 대입 경쟁과 비뚤어진 폭력으로 가득한 학교생활, 그 시대를 함께한 주위 사람들의 다채로운 면면이 살아 숨쉰다. 그간 청춘 세대의 사랑과 이별을 활기 있게 그려온 작가는 첫 장편을 통해 ‘십대 시절’이라는 생애의 한 시작점으로 시선을 돌려 지금 여기에 우리를 있게 한 근원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깊은 내면에 묻혀 있던 그 시절의 어두운 기억까지 남김없이 길어올려 환희와 고통의 순간을 동시에 체험하게 하는 이 색다른 성장소설은 그야말로 박상영 작가의 새로운 ‘첫’이자 오래도록 읽히며 회자될 이야기가 될 것이다.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읽다 문득 어디선가 라일락꽃 향이 느껴졌다. 2002년 수성못의 물비린내가 아니라 4월의 라일락 향을 맡은 건 아마도 1983년 봄, 첫사랑과 아작이 난 후 멀쩡한 척 언덕배기 집으로 걸어가던 그날 밤의 내가 소환됐기 때문이리라. 이 소설은 그런 작품이다. 사랑으로 인해 알게 된 나약하고 음험하며 비겁했던 나를, 그 순간의 절망적인 행복감을 기억하게 하는. 그래서 매료당하고 그래서 심장이 뛴다. 그날 무덤덤하기로 각오했던 나는 언니가 피아노로 치던 〈사랑의 찬가〉를 대문 앞에서 듣다 무너져버렸다. 한참을 울었고, 영문을 모르는 언니는 그 곡을 열 번은 넘게 연주했다.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 내가 그때의 기억을 이리도 잘 기억하고 있는지 몰랐다. 감정을 직시함으로써 세상을 읽어내는 박상영의 절절한 문장 덕분일 것이다. 우리 모두 1차원의 세계에 머물던 감정이 있었다. _변영주(영화감독)
[1차원이 되고 싶어]는 박상영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을 바꿀 것이다. 천삼백 매가 넘는 첫 장편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포박에 가까운 몰입을 이끌어내는 작가를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 미드 템포의 여름 노래 같은 도입부, 매력적인 인물들과 그들이 나누는 경쾌한 대화에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통증을 수반하기에, 성장소설인 척 시작하는 이 소설은 점점 폐허의 표정을 드러내고, 방점은 성장이 아닌 생존에 찍히기 때문이다. 박상영이 웃지 않는 얼굴로 만드는 뚜렷한 파문, 검은 물 아래 은폐된 것들을 기어이 모두의 눈앞에 드러내려는 몸부림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체온과 체취를 가진 몸들이 부딪치고 다치고 해치고 망치는 세계에서 과거와 현재는 위태롭게 진동한다. 차원을 슬쩍 비켜난 D시에 열여섯, 열일곱, 열여덟의 마음으로 갇혀 우리를 할퀴었던 감정들을 고스란히 재경험한 후 찾아오는 탈력에는 기이한 해방감이 있다. 이 모든 자상과 열상을 안은 채,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질문의 답은 그의 다음 작품에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_정세랑(소설가)
_정세랑(소설가)
젊은작가상 대상, 신동엽문학상 수상 작가 박상영 첫 장편소설
2019년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으로 젊은작가상 대상을, 2021년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박상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가 출간되었다. 2020년 상반기에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서 전반부를 연재하며 큰 관심과 인기를 모은 [1차원이 되고 싶어]는 이후 작가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1,300매가 넘는 묵직한 분량으로 완성되었다. 여러 방송 매체에 출연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낼 뿐 아니라 최근 미국의 출판 전문 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2021년 가을 주목할 작가’에 선정되며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높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1차원이 되고 싶어]는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한국의 지방 도시 D시를 배경으로, 남들과 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한 십대 퀴어 ‘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또래 친구 ‘윤도’와의 가슴 저릿한 사랑, 자유분방한 ‘무늬’와 나누는 동경 어린 우정이 ‘나’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과 학군으로 구획된 당대 아파트 단지의 생활상, 숨막히는 대입 경쟁과 비뚤어진 폭력으로 가득한 학교생활, 그 시대를 함께한 주위 사람들의 다채로운 면면이 살아 숨쉰다. 그간 청춘 세대의 사랑과 이별을 활기 있게 그려온 작가는 첫 장편을 통해 ‘십대 시절’이라는 생애의 한 시작점으로 시선을 돌려 지금 여기에 우리를 있게 한 근원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깊은 내면에 묻혀 있던 그 시절의 어두운 기억까지 남김없이 길어올려 환희와 고통의 순간을 동시에 체험하게 하는 이 색다른 성장소설은 그야말로 박상영 작가의 새로운 ‘첫’이자 오래도록 읽히며 회자될 이야기가 될 것이다.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읽다 문득 어디선가 라일락꽃 향이 느껴졌다. 2002년 수성못의 물비린내가 아니라 4월의 라일락 향을 맡은 건 아마도 1983년 봄, 첫사랑과 아작이 난 후 멀쩡한 척 언덕배기 집으로 걸어가던 그날 밤의 내가 소환됐기 때문이리라. 이 소설은 그런 작품이다. 사랑으로 인해 알게 된 나약하고 음험하며 비겁했던 나를, 그 순간의 절망적인 행복감을 기억하게 하는. 그래서 매료당하고 그래서 심장이 뛴다. 그날 무덤덤하기로 각오했던 나는 언니가 피아노로 치던 〈사랑의 찬가〉를 대문 앞에서 듣다 무너져버렸다. 한참을 울었고, 영문을 모르는 언니는 그 곡을 열 번은 넘게 연주했다.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 내가 그때의 기억을 이리도 잘 기억하고 있는지 몰랐다. 감정을 직시함으로써 세상을 읽어내는 박상영의 절절한 문장 덕분일 것이다. 우리 모두 1차원의 세계에 머물던 감정이 있었다. _변영주(영화감독)
[1차원이 되고 싶어]는 박상영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을 바꿀 것이다. 천삼백 매가 넘는 첫 장편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포박에 가까운 몰입을 이끌어내는 작가를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 미드 템포의 여름 노래 같은 도입부, 매력적인 인물들과 그들이 나누는 경쾌한 대화에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통증을 수반하기에, 성장소설인 척 시작하는 이 소설은 점점 폐허의 표정을 드러내고, 방점은 성장이 아닌 생존에 찍히기 때문이다. 박상영이 웃지 않는 얼굴로 만드는 뚜렷한 파문, 검은 물 아래 은폐된 것들을 기어이 모두의 눈앞에 드러내려는 몸부림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체온과 체취를 가진 몸들이 부딪치고 다치고 해치고 망치는 세계에서 과거와 현재는 위태롭게 진동한다. 차원을 슬쩍 비켜난 D시에 열여섯, 열일곱, 열여덟의 마음으로 갇혀 우리를 할퀴었던 감정들을 고스란히 재경험한 후 찾아오는 탈력에는 기이한 해방감이 있다. 이 모든 자상과 열상을 안은 채,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질문의 답은 그의 다음 작품에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_정세랑(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