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 간절히 살리고 싶었던 어느 의사의 고백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10416
가격
₩ 16,000
ISBN
9791130637075
페이지
359 p.
판형
140 X 200 mm
커버
Book
책 소개
★★★ 이국종 교수 강력 추천 ★★★
“잘 살리고 잘 죽이는 것,
내가 바라는 것은 고작 그뿐이다.”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의사가 말하는 병원 너머 숨겨진 이야기
“나는 이 책을 몇 명이 탐독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저자의 노력은 반드시 활자화되어야 했다.
뼈를 깎아내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힘든 내과 의사 생활 동안,
그리고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는 동안
이런 백서를 남겨준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정말 보기 어려운 귀한 활자들이 세상에 남았다.”
- 아주대학교병원 이국종 교수
이 책은 개별 의사들의 사색을 그린 예쁜 수필이 아니다. 오히려 안타깝고 처절한 환자들의 사연과 저자의 분투를 통해 우리 모두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의 민낯을 보여주는 ‘현장 보고서’에 가깝다. 교통사고를 당한 두 살배기 아기는 수술해줄 병원이 없어 길거리를 헤매다 세상을 떠났다. 힘겹게 살려놓았던 자살 시도 환자는 얄궂게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이미 죽은 몸으로 병원에 실려 왔다. 이 책의 저자 김현지는 가장 가까이에서 환자들을 살리고자, 그들의 목숨을 붙들어놓고자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그러나 어떤 환자는 손쓸 틈도 없이 목숨을 내려놓았고, 어떤 환자는 살 수 있음에도 치료를 완강히 거부했다.
그렇게 10여 년간 수많은 목숨을 하릴없이 떠나보내며, “대신 살아줄 것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환자의 매몰찬 말을 들으며 그녀는 깨달았다. 의학이라는 영역 너머의 것이 있다는 것을. 현대 의학의 발전만으로는 도저히 살릴 수 없는 생명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병원 밖으로 나서 직접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이 책은 저자가 의사로 일하며 만난 환자들의 사연에,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로서의 시선을 함께 엮어냈다. 각각의 사연은 하나같이 안타깝고 애달파서 읽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고, 눈물 흘리게 만들며, 때로는 분노하게 만든다. 어떤 사연은 나에게도 반드시 일어날 일이기에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책을 읽고 난 후에 따뜻함과 희망의 기운이 감도는 것은, “더 많은 환자를 살리고 싶다”는 저자의 의지와, 그런 의지를 가진 이들 덕에 조금씩 변해가는 세상의 모습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남자이든 여자이든, 사회적 지위가 무엇이든, 가난하든 부자이든 그저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해지도록 돕고 싶다는 저자의 순수한 의지는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안겨줄 것이다.
“잘 살리고 잘 죽이는 것,
내가 바라는 것은 고작 그뿐이다.”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의사가 말하는 병원 너머 숨겨진 이야기
“나는 이 책을 몇 명이 탐독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저자의 노력은 반드시 활자화되어야 했다.
뼈를 깎아내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힘든 내과 의사 생활 동안,
그리고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는 동안
이런 백서를 남겨준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정말 보기 어려운 귀한 활자들이 세상에 남았다.”
- 아주대학교병원 이국종 교수
이 책은 개별 의사들의 사색을 그린 예쁜 수필이 아니다. 오히려 안타깝고 처절한 환자들의 사연과 저자의 분투를 통해 우리 모두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의 민낯을 보여주는 ‘현장 보고서’에 가깝다. 교통사고를 당한 두 살배기 아기는 수술해줄 병원이 없어 길거리를 헤매다 세상을 떠났다. 힘겹게 살려놓았던 자살 시도 환자는 얄궂게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이미 죽은 몸으로 병원에 실려 왔다. 이 책의 저자 김현지는 가장 가까이에서 환자들을 살리고자, 그들의 목숨을 붙들어놓고자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그러나 어떤 환자는 손쓸 틈도 없이 목숨을 내려놓았고, 어떤 환자는 살 수 있음에도 치료를 완강히 거부했다.
그렇게 10여 년간 수많은 목숨을 하릴없이 떠나보내며, “대신 살아줄 것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환자의 매몰찬 말을 들으며 그녀는 깨달았다. 의학이라는 영역 너머의 것이 있다는 것을. 현대 의학의 발전만으로는 도저히 살릴 수 없는 생명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병원 밖으로 나서 직접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이 책은 저자가 의사로 일하며 만난 환자들의 사연에,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로서의 시선을 함께 엮어냈다. 각각의 사연은 하나같이 안타깝고 애달파서 읽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고, 눈물 흘리게 만들며, 때로는 분노하게 만든다. 어떤 사연은 나에게도 반드시 일어날 일이기에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책을 읽고 난 후에 따뜻함과 희망의 기운이 감도는 것은, “더 많은 환자를 살리고 싶다”는 저자의 의지와, 그런 의지를 가진 이들 덕에 조금씩 변해가는 세상의 모습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남자이든 여자이든, 사회적 지위가 무엇이든, 가난하든 부자이든 그저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해지도록 돕고 싶다는 저자의 순수한 의지는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안겨줄 것이다.
목차
추천의 글
프롤로그 |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
1장. 죽음
나는 환자를 잘 죽이고 싶다
소년의 DNR
가난한 자의 죽음
현대 의학의 한계
병원에 사는 사람들
이상적인 나라
의사가 바라는 단 한 가지
I’m sorry
2장. 삶
성인 중환자실의 아가야
돌아온 탕아
당뇨병을 앓고 있던 김영호 씨와 김영호 씨
방콕에서 온 그대
보이지 않는 자들
우리가 살리지 못한 생명들
술에 대한 단상
결핵을 아시나요
3장. 경계
의과대학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
나의 특이한 직업병
소개팅과 돼지껍데기
아말피에서
바람이 불지 않는 곳
주 80시간만 일하기 위한 투쟁
4장. 그 너머
나의 신병
이게 다 농협 때문이다
중환자실의 캘빈
홈즈는 과연 올 것인가
하루에 몇 번이나 프로포폴을 맞는 사람
재래시장과 마트, 그리고 병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에필로그 | 나의 캐치프레이즈
프롤로그 |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
1장. 죽음
나는 환자를 잘 죽이고 싶다
소년의 DNR
가난한 자의 죽음
현대 의학의 한계
병원에 사는 사람들
이상적인 나라
의사가 바라는 단 한 가지
I’m sorry
2장. 삶
성인 중환자실의 아가야
돌아온 탕아
당뇨병을 앓고 있던 김영호 씨와 김영호 씨
방콕에서 온 그대
보이지 않는 자들
우리가 살리지 못한 생명들
술에 대한 단상
결핵을 아시나요
3장. 경계
의과대학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
나의 특이한 직업병
소개팅과 돼지껍데기
아말피에서
바람이 불지 않는 곳
주 80시간만 일하기 위한 투쟁
4장. 그 너머
나의 신병
이게 다 농협 때문이다
중환자실의 캘빈
홈즈는 과연 올 것인가
하루에 몇 번이나 프로포폴을 맞는 사람
재래시장과 마트, 그리고 병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에필로그 | 나의 캐치프레이즈
본문발췌
“선생님,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김민철 씨가 입원해 있는 동안 나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였다. 그의 콩팥 기능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 왜냐고 물었다면 나는 아마 대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초짜 의사에게 환자는 그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의사는 알고 있는 의학 지식을 최대한 동원해 환자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다.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이래로 그것은 나에게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이치였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의심해본 적조차 없었다.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어차피 내 병은 안 낫잖아요. 선생님, 이제 병원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바깥 공기도 쐬고, 가족들이랑 외식도 하고 싶어요.” 그가 처연히 말하며 엷게 미소 지었다.
- 나는 환자를 잘 죽이고 싶다 中
나는 김복례 할머니에게 조용한 임종을 선사하고 싶었다. 비록 기계호흡기를 떼지도 못하고, 보호자에 둘러싸여 사랑과 감사의 인사를 나누는 영화 같은 임종을 맞을 순 없더라도 의료진의 간섭을 최소화한 채 평안한 죽음을 맞이하시게 돕고 싶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떠나기 하루 전 그동안의 경험에 미루어 더 이상의 치료는 무의미하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그때부터 모든 처치를 과감히 줄였다. 중환자실에서 관례적으로 한 시간마다 체크하는 생체 징후나 소변 양도 여덟 시간에 한 번만 확인하도록 했고, 욕창을 예방하기 위해 두 시간마다 해야 하는 체위 변경도 그만두었다. 할머니의 침상을 가장 구석진 자리로 옮겼다. 모니터의 알람도 껐다. 모니터 화면의 심전도가 조금씩 늘어졌지만 그 어떤 이상 징후에도 일부러 반응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할머니가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길 바랐다.
- 가난한 자의 죽음 中
불행히도 나는 환자를 편안하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환자를 죽일 수단에도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환자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능력이 충분한데도 그걸 해줄 수 없다는 것은 의사에게 또 다른 절망감을 안긴다. 환자는 자기 건강 상태의 모든 것을 주치의와 상의하면서도 죽음만큼은 상의할 수 없다. 통증이 오면 잠시 진통제로 마비시키지만 답답함, 무력감, 자괴감 같은 감정은 막을 도리가 없다. 그렇게 홀로 아픔과 싸우며 언제일지 모를 삶의 마지막 날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게 얼마나 외로운 일일지 내 입장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 현대 의학의 한계 中
성인 중환자실은 항생제 내성균 등 슈퍼박테리아가 창궐하는 곳이 허다하다. 소아는 성인보다 면역력이 낮아 각종 감염에 걸릴 확률이 높고, 감염에 취약한 소아 환자들이 성인 환자들 틈에 섞여 있다 보면 자연히 균에 감염될 위험도 높아진다. 또한 성인 중환자실은 모든 기준이 성인에게 맞춰져 있어 소아 환자를 진료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성인 중환자실에서 아이들과 마주칠 때마다 외줄을 타는 듯한 아슬아슬함을 느꼈다. 이 조그마한 아이가 이곳에서 버틸 수 있을까. 이곳까지 온 원인을 어찌저찌 잘 고쳐서 낫는다 해도, 슈퍼박테리아 같은 지뢰를 밟아 간신히 지킨 그 목숨을 속절없이 잃게 되는 건 아닐까.
- 성인 중환자실의 아가야 中
김영호1 씨가 어렸을 때 고등교육이 의무화되어서 그가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더라면? 그래서 졸업 후 좀 더 안정적인 직업을 구해서 일정한 소득을 벌 수 있었더라면? 그에게 김영호2 씨처럼 살뜰하게 챙겨주는 아내가, 가족이 옆에 있었다면? 그랬다면 그도 좀 더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챙겼을까. 김영호1 씨가 더 건강하게 살았을 방법을 머릿속으로 수십 번 찾아봤지만 그 무엇도 의료의 영역에 있진 않았고 고로 내가 더 해줄 수 있는 것을 도저히 떠올릴 수가 없었다. 나는 그게 답답했다. 번듯한 병실에 앉아 있는 김영호 씨를 보며 또 다른 김영호 씨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은 무거워졌고 해결되지 않는 무력감이 덮쳐왔다.
- 당뇨병을 앓고 있는 김영호 씨와 김영호 씨 中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고도 살리지 못하는 것이, 그래서 늘 애달픈 것이 인간의 목숨이다. 그날 사회가 하나의 인격체라면 나는 그 사회라는 것의 멱살을 부여잡고 따지고 싶었다. 병원에서는 사람 한 명을 살리자고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 애를 쓰는데. 그러고도 살리기가 그토록 어려운데. 어쩌면 사회는 이렇게 쉽게, 허망하게 사람을 죽이는가. 그럴 거면 나와 내 동료들이 병원에서 하고 있는 생고생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 우리가 살리지 못한 생명들 中
- 나는 환자를 잘 죽이고 싶다 中
나는 김복례 할머니에게 조용한 임종을 선사하고 싶었다. 비록 기계호흡기를 떼지도 못하고, 보호자에 둘러싸여 사랑과 감사의 인사를 나누는 영화 같은 임종을 맞을 순 없더라도 의료진의 간섭을 최소화한 채 평안한 죽음을 맞이하시게 돕고 싶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떠나기 하루 전 그동안의 경험에 미루어 더 이상의 치료는 무의미하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그때부터 모든 처치를 과감히 줄였다. 중환자실에서 관례적으로 한 시간마다 체크하는 생체 징후나 소변 양도 여덟 시간에 한 번만 확인하도록 했고, 욕창을 예방하기 위해 두 시간마다 해야 하는 체위 변경도 그만두었다. 할머니의 침상을 가장 구석진 자리로 옮겼다. 모니터의 알람도 껐다. 모니터 화면의 심전도가 조금씩 늘어졌지만 그 어떤 이상 징후에도 일부러 반응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할머니가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길 바랐다.
- 가난한 자의 죽음 中
불행히도 나는 환자를 편안하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환자를 죽일 수단에도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환자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능력이 충분한데도 그걸 해줄 수 없다는 것은 의사에게 또 다른 절망감을 안긴다. 환자는 자기 건강 상태의 모든 것을 주치의와 상의하면서도 죽음만큼은 상의할 수 없다. 통증이 오면 잠시 진통제로 마비시키지만 답답함, 무력감, 자괴감 같은 감정은 막을 도리가 없다. 그렇게 홀로 아픔과 싸우며 언제일지 모를 삶의 마지막 날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게 얼마나 외로운 일일지 내 입장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 현대 의학의 한계 中
성인 중환자실은 항생제 내성균 등 슈퍼박테리아가 창궐하는 곳이 허다하다. 소아는 성인보다 면역력이 낮아 각종 감염에 걸릴 확률이 높고, 감염에 취약한 소아 환자들이 성인 환자들 틈에 섞여 있다 보면 자연히 균에 감염될 위험도 높아진다. 또한 성인 중환자실은 모든 기준이 성인에게 맞춰져 있어 소아 환자를 진료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성인 중환자실에서 아이들과 마주칠 때마다 외줄을 타는 듯한 아슬아슬함을 느꼈다. 이 조그마한 아이가 이곳에서 버틸 수 있을까. 이곳까지 온 원인을 어찌저찌 잘 고쳐서 낫는다 해도, 슈퍼박테리아 같은 지뢰를 밟아 간신히 지킨 그 목숨을 속절없이 잃게 되는 건 아닐까.
- 성인 중환자실의 아가야 中
김영호1 씨가 어렸을 때 고등교육이 의무화되어서 그가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더라면? 그래서 졸업 후 좀 더 안정적인 직업을 구해서 일정한 소득을 벌 수 있었더라면? 그에게 김영호2 씨처럼 살뜰하게 챙겨주는 아내가, 가족이 옆에 있었다면? 그랬다면 그도 좀 더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챙겼을까. 김영호1 씨가 더 건강하게 살았을 방법을 머릿속으로 수십 번 찾아봤지만 그 무엇도 의료의 영역에 있진 않았고 고로 내가 더 해줄 수 있는 것을 도저히 떠올릴 수가 없었다. 나는 그게 답답했다. 번듯한 병실에 앉아 있는 김영호 씨를 보며 또 다른 김영호 씨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은 무거워졌고 해결되지 않는 무력감이 덮쳐왔다.
- 당뇨병을 앓고 있는 김영호 씨와 김영호 씨 中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고도 살리지 못하는 것이, 그래서 늘 애달픈 것이 인간의 목숨이다. 그날 사회가 하나의 인격체라면 나는 그 사회라는 것의 멱살을 부여잡고 따지고 싶었다. 병원에서는 사람 한 명을 살리자고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 애를 쓰는데. 그러고도 살리기가 그토록 어려운데. 어쩌면 사회는 이렇게 쉽게, 허망하게 사람을 죽이는가. 그럴 거면 나와 내 동료들이 병원에서 하고 있는 생고생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 우리가 살리지 못한 생명들 中
저자소개
서울대학교병원 권역응급센터 진료교수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내과 전문의이자 우리 모두의 존엄한 삶과 죽음을 위해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인턴 때부터 전문의가 된 지금까지 요양병원, 중환자실, 응급실, 암 병동 등 다양한 병원을 두루 거치며 수없이 많은 죽음과 마주했고, 다양한 환자들과 만났다.
어떤 이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절했고, 또 어떤 이는 그리 힘들게 살려놓았는데도 자살 시도 끝에 차디찬 몸으로 되돌아왔다. 누군가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으니 죽여 달라고 애원했다. 가난한 탓에, 정책과 제도가 미비한 탓에 인간답게 살지 못하고 인간답게 죽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면서 사그라드는 생명 뒤에는 정책의 부조리, 제도의 부재,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점차 깨달았다. 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의사가 병원 안에서 사람을 살리려 애쓴들 사람들은 병원 밖에서 죽어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다.
더 많은 사람을, 사회를 살리기 위해 병원 밖으로 나서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의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함으로써 보다 많은 이들을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도록 보건의료 정책을 보완하고, 또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금은 잠시 임상 현장으로 돌아와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지만 그녀의 이상과 목표는 언제나 변하지 않는다, ‘만인에게 성취 가능한 최선의 건강을 위하여.’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내과 전문의이자 우리 모두의 존엄한 삶과 죽음을 위해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인턴 때부터 전문의가 된 지금까지 요양병원, 중환자실, 응급실, 암 병동 등 다양한 병원을 두루 거치며 수없이 많은 죽음과 마주했고, 다양한 환자들과 만났다.
어떤 이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절했고, 또 어떤 이는 그리 힘들게 살려놓았는데도 자살 시도 끝에 차디찬 몸으로 되돌아왔다. 누군가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으니 죽여 달라고 애원했다. 가난한 탓에, 정책과 제도가 미비한 탓에 인간답게 살지 못하고 인간답게 죽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면서 사그라드는 생명 뒤에는 정책의 부조리, 제도의 부재,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점차 깨달았다. 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의사가 병원 안에서 사람을 살리려 애쓴들 사람들은 병원 밖에서 죽어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다.
더 많은 사람을, 사회를 살리기 위해 병원 밖으로 나서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의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함으로써 보다 많은 이들을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도록 보건의료 정책을 보완하고, 또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금은 잠시 임상 현장으로 돌아와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지만 그녀의 이상과 목표는 언제나 변하지 않는다, ‘만인에게 성취 가능한 최선의 건강을 위하여.’
서평
이국종 교수 강력 추천
“잘 살리고 잘 죽이는 것,
내가 바라는 것은 고작 그뿐이다.”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의사가 말하는 병원 너머 숨겨진 이야기
“나는 이 책을 몇 명이 탐독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저자의 노력은 반드시 활자화되어야 했다.
뼈를 깎아내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힘든 내과 의사 생활 동안,
그리고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는 동안
이런 백서를 남겨준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정말 보기 어려운 귀한 활자들이 세상에 남았다.”
- 아주대학교병원 이국종 교수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고 완치할 수 있는 병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의사로서 가장 격렬한 분노를 느낀다.”
#1.
전주의 한 고속도로에서 두 살배기 아기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곧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모든 응급실이 사용 중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즉시 전원을 요청했지만 주변 열세 곳의 병원 그 어디에서도 아기를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아기는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치료받기로 하고 헬기에 올랐지만
사고가 발생한 지 12시간 만에 숨을 거두었다.
아주대학교병원은 전주와는 무려 2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었다.
#2.
눈 내리던 크리스마스이브, 모처럼 고요한 응급실이었다.
갑자기 병원이 시끄러워지더니 응급대원이 새하얀 천으로 덮인 침대를 밀고 들어왔다.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손쓸 틈도 없이 떠나버린 환자라고 했다.
‘이 좋은 날 자살이라니….’
씁쓸한 마음으로 천을 거둔 나는 그 자리에서 몸이 얼어붙었다.
한 달 전쯤, 내가 입원시켜 겨우 살려놓았던 환자였다.
30대, 아까울 만큼 젊었던 그는 끝내 자살 시도에 성공해 주검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3.
요양병원에 누워만 있는 김 할아버지는 병세가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그저 자주 넘어지고, 음식을 삼키는 일이 전처럼 쉽지 않았을 뿐이었다.
요양병원은 그런 할아버지에게 음식을 공급하는 ‘콧줄’을 끼웠고,
자꾸만 그걸 빼려는 할아버지의 손을 묶어놓았다.
안 그래도 노쇠한 할아버지의 손은 점차 굳어갔다.
침대에만 누워 있느라 욕창이 생겼고, 근 손실이 왔다.
할아버지를 묶어둔 억제대를 잠시나마 풀어주려는 나를 보며
간병인은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할아버지에게 남은 일상이라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일뿐이었다.
이 안타까우면서도 저릿한, 누구라도 “대체, 왜?”를 부르짖게 만드는 이 이야기들은 모두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서울대학교 병원 내과 의사가 기록한
병원 너머 죽어간 목숨들에 대한 이야기!
이 책에는 저자가 대학병원 중환자실, 암 병동, 응급실,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며 목격한 수많은 환자의 사연이 담겨 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자가 맞닥뜨려야 했던 수많은 죽음들은 우리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고, 눈물 흘리게 하며, 때로는 분노하게 만든다. 꼬박꼬박 약을 챙겨 먹고 병원에 들러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어느 환자는 손사래 치며 그녀를 무력하게 만든다.
“이봐, 의사 양반. 대신 살아줄 거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렇게 그녀는 숱한 환자를 만나며 현대 의학만으로는 결코 환자를 살릴 수 없음을 가슴 깊이 깨달았다.
“병원에서 일하며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의학이라는 영역 너머의 것이 있다는 것을.
치료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적절한 제도와 법이 없어서 죽는 사람도 있다.
10년간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가는 환자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임상의사로서의 한계와 무능력을 재확인해야 했다.” _본문 중에서
그녀는 환자가 누구든 간에 힘껏 살리고 싶었고, 최소한 떠나보내더라도 편안히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방법은 현대 의학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병원을 나서기로 결심했다.
“간절히 살리기 위해, 또 잘 죽이기 위해
나는 병원 밖으로 나와야 했다!”
그녀는 이후 줄곧 목소리를 냈다. 물론 들이는 노력에 비해 변화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더뎠다. 가끔은 그 더딘 변화에 지쳐 무기력과 회의감이 파도처럼 밀려들었고, 모든 걸 내려놓고 싶기도 했다. 외로웠다. 병원 밖 세상에는 함께 눈을 맞추고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는 든든한 동료들이 없었다.
“김 선생, 우리가 이렇게 노력한다고 세상이 정말 바뀔까요?”
“……바뀌어야죠, 바뀔 겁니다.”
힘주어 대답했지만 나 역시 애써 불안감을 눌러야 했다.
사실 그 대답은 나에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도 지칠 때마다, 뼛속까지 늘 흔들렸으니까. _본문 중에서
그럼에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100개를 바꾸려고 노력하면 적어도 하나는 바뀌니까. 그렇게 믿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세상이 바뀌니까. 그녀는 여전히 아픔에 신음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날 때마다 끊임없이 어떤 정책과 제도가 미비한지 살피고, 통계를 뒤지며 환자들을 대변하려 애쓴다. 그렇게 환자 너머 ‘세상’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분투한다. 이 책에는 저자를 의사로서 자라나게 만든 애달픈 환자의 사연들과, 그 틈에서 어느 환자도 포기하려 하지 않았던 치열한 분투의 흔적들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렇게 보람과 회의, 기쁨과 우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며 살아간다.
모든 의사가 그러하듯이.”
먼저 이 책에는 누구나 맞닥뜨리는 사람의 ‘끝’이 담겨 있다. 외과 의사가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죽음과 마주한다면, 내과 의사인 그녀는 처절하고 지난한 죽음과 마주해야 했다. 10년 넘게 죽음을 지키는 의사로 살면서 점차 죽음에 익숙해졌고, 환자를 ‘잘 떠나보내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 좀 죽여줘, 선생님.”
어안이 벙벙했다. 몇 초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적잖이 당황해 돌처럼 굳어 있는 내게 그녀는 더없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차피 곧 죽을 거잖아. 뭘 먹지도 못하는데 배는 잔뜩 불러서 갑갑하기만 하고.
선생님, 나 이제 그만 살아도 될 것 같아.
가족들이랑 인사도 다 했으니까 조용히 보내줘.” _본문 중에서
내 몸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자괴감과 무력감 앞에 현대 의학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의사는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수많은 환자의 임종을 지키며 그 답을 찾아온 그녀는 조심스레 고백한다. 환자를 살릴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하다면, 나는 기꺼이 ‘잘 죽이는 의사’가 되어 평안한 죽음을 돕고 싶다고.
또한 이 책에는 그녀가 의사로서 만났던 외로이 아픈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어떤 사람은 그렇게까지 아프지 않아도 되는데도 유난히 더 아프다. 그녀는 현대 의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아픔과 사회적 차별 앞에 으스러진 건강과 생명에 대해 털어놓는다. 이는 비단 그들이 ‘가난해서’, ‘소수여서’ 일어나는 일만은 아니다. 너무 낯설고 어려워 보이는 탓에 전문가가 아니면 들춰보지 않으려 했던 보건의료정책은 덕분에 여기저기 허점이 있고, 그 허점은 어쩌면 우리를 더 아프게 만들 수도 있다. 세상 곳곳의 면면을 담은 환자들의 이야기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 책은 ‘김현지’라는 한 의사의 노동기이자 분투기이며, 생과 사로써 그녀에게 귀중한 가르침을 남겨준 모든 환자와 보호자들에 대한 헌사이다. 동시에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만인에게 성취 가능한 최선의 건강을 위하여.’ 수십, 수백 번을 반복한 그녀의 캐치프레이즈는 굳세면서도 따뜻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그녀의 낙관적인 생각을 한 번쯤은 믿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잘 살리고 잘 죽이는 것,
내가 바라는 것은 고작 그뿐이다.”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의사가 말하는 병원 너머 숨겨진 이야기
“나는 이 책을 몇 명이 탐독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저자의 노력은 반드시 활자화되어야 했다.
뼈를 깎아내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힘든 내과 의사 생활 동안,
그리고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는 동안
이런 백서를 남겨준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정말 보기 어려운 귀한 활자들이 세상에 남았다.”
- 아주대학교병원 이국종 교수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고 완치할 수 있는 병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의사로서 가장 격렬한 분노를 느낀다.”
#1.
전주의 한 고속도로에서 두 살배기 아기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곧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모든 응급실이 사용 중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즉시 전원을 요청했지만 주변 열세 곳의 병원 그 어디에서도 아기를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아기는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치료받기로 하고 헬기에 올랐지만
사고가 발생한 지 12시간 만에 숨을 거두었다.
아주대학교병원은 전주와는 무려 2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었다.
#2.
눈 내리던 크리스마스이브, 모처럼 고요한 응급실이었다.
갑자기 병원이 시끄러워지더니 응급대원이 새하얀 천으로 덮인 침대를 밀고 들어왔다.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손쓸 틈도 없이 떠나버린 환자라고 했다.
‘이 좋은 날 자살이라니….’
씁쓸한 마음으로 천을 거둔 나는 그 자리에서 몸이 얼어붙었다.
한 달 전쯤, 내가 입원시켜 겨우 살려놓았던 환자였다.
30대, 아까울 만큼 젊었던 그는 끝내 자살 시도에 성공해 주검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3.
요양병원에 누워만 있는 김 할아버지는 병세가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그저 자주 넘어지고, 음식을 삼키는 일이 전처럼 쉽지 않았을 뿐이었다.
요양병원은 그런 할아버지에게 음식을 공급하는 ‘콧줄’을 끼웠고,
자꾸만 그걸 빼려는 할아버지의 손을 묶어놓았다.
안 그래도 노쇠한 할아버지의 손은 점차 굳어갔다.
침대에만 누워 있느라 욕창이 생겼고, 근 손실이 왔다.
할아버지를 묶어둔 억제대를 잠시나마 풀어주려는 나를 보며
간병인은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할아버지에게 남은 일상이라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일뿐이었다.
이 안타까우면서도 저릿한, 누구라도 “대체, 왜?”를 부르짖게 만드는 이 이야기들은 모두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서울대학교 병원 내과 의사가 기록한
병원 너머 죽어간 목숨들에 대한 이야기!
이 책에는 저자가 대학병원 중환자실, 암 병동, 응급실,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며 목격한 수많은 환자의 사연이 담겨 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자가 맞닥뜨려야 했던 수많은 죽음들은 우리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고, 눈물 흘리게 하며, 때로는 분노하게 만든다. 꼬박꼬박 약을 챙겨 먹고 병원에 들러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어느 환자는 손사래 치며 그녀를 무력하게 만든다.
“이봐, 의사 양반. 대신 살아줄 거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렇게 그녀는 숱한 환자를 만나며 현대 의학만으로는 결코 환자를 살릴 수 없음을 가슴 깊이 깨달았다.
“병원에서 일하며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의학이라는 영역 너머의 것이 있다는 것을.
치료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적절한 제도와 법이 없어서 죽는 사람도 있다.
10년간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가는 환자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임상의사로서의 한계와 무능력을 재확인해야 했다.” _본문 중에서
그녀는 환자가 누구든 간에 힘껏 살리고 싶었고, 최소한 떠나보내더라도 편안히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방법은 현대 의학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병원을 나서기로 결심했다.
“간절히 살리기 위해, 또 잘 죽이기 위해
나는 병원 밖으로 나와야 했다!”
그녀는 이후 줄곧 목소리를 냈다. 물론 들이는 노력에 비해 변화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더뎠다. 가끔은 그 더딘 변화에 지쳐 무기력과 회의감이 파도처럼 밀려들었고, 모든 걸 내려놓고 싶기도 했다. 외로웠다. 병원 밖 세상에는 함께 눈을 맞추고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는 든든한 동료들이 없었다.
“김 선생, 우리가 이렇게 노력한다고 세상이 정말 바뀔까요?”
“……바뀌어야죠, 바뀔 겁니다.”
힘주어 대답했지만 나 역시 애써 불안감을 눌러야 했다.
사실 그 대답은 나에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도 지칠 때마다, 뼛속까지 늘 흔들렸으니까. _본문 중에서
그럼에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100개를 바꾸려고 노력하면 적어도 하나는 바뀌니까. 그렇게 믿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세상이 바뀌니까. 그녀는 여전히 아픔에 신음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날 때마다 끊임없이 어떤 정책과 제도가 미비한지 살피고, 통계를 뒤지며 환자들을 대변하려 애쓴다. 그렇게 환자 너머 ‘세상’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분투한다. 이 책에는 저자를 의사로서 자라나게 만든 애달픈 환자의 사연들과, 그 틈에서 어느 환자도 포기하려 하지 않았던 치열한 분투의 흔적들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렇게 보람과 회의, 기쁨과 우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며 살아간다.
모든 의사가 그러하듯이.”
먼저 이 책에는 누구나 맞닥뜨리는 사람의 ‘끝’이 담겨 있다. 외과 의사가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죽음과 마주한다면, 내과 의사인 그녀는 처절하고 지난한 죽음과 마주해야 했다. 10년 넘게 죽음을 지키는 의사로 살면서 점차 죽음에 익숙해졌고, 환자를 ‘잘 떠나보내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 좀 죽여줘, 선생님.”
어안이 벙벙했다. 몇 초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적잖이 당황해 돌처럼 굳어 있는 내게 그녀는 더없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차피 곧 죽을 거잖아. 뭘 먹지도 못하는데 배는 잔뜩 불러서 갑갑하기만 하고.
선생님, 나 이제 그만 살아도 될 것 같아.
가족들이랑 인사도 다 했으니까 조용히 보내줘.” _본문 중에서
내 몸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자괴감과 무력감 앞에 현대 의학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의사는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수많은 환자의 임종을 지키며 그 답을 찾아온 그녀는 조심스레 고백한다. 환자를 살릴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하다면, 나는 기꺼이 ‘잘 죽이는 의사’가 되어 평안한 죽음을 돕고 싶다고.
또한 이 책에는 그녀가 의사로서 만났던 외로이 아픈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어떤 사람은 그렇게까지 아프지 않아도 되는데도 유난히 더 아프다. 그녀는 현대 의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아픔과 사회적 차별 앞에 으스러진 건강과 생명에 대해 털어놓는다. 이는 비단 그들이 ‘가난해서’, ‘소수여서’ 일어나는 일만은 아니다. 너무 낯설고 어려워 보이는 탓에 전문가가 아니면 들춰보지 않으려 했던 보건의료정책은 덕분에 여기저기 허점이 있고, 그 허점은 어쩌면 우리를 더 아프게 만들 수도 있다. 세상 곳곳의 면면을 담은 환자들의 이야기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 책은 ‘김현지’라는 한 의사의 노동기이자 분투기이며, 생과 사로써 그녀에게 귀중한 가르침을 남겨준 모든 환자와 보호자들에 대한 헌사이다. 동시에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만인에게 성취 가능한 최선의 건강을 위하여.’ 수십, 수백 번을 반복한 그녀의 캐치프레이즈는 굳세면서도 따뜻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그녀의 낙관적인 생각을 한 번쯤은 믿어보고 싶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