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 가정 폭력과 여성 인권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010831
가격
₩ 9,000
ISBN
9788985635479
페이지
287 p.
판형
153 X 224 mm
커버
Book
책 소개
여성의 삶과 인권을 삶의 화두로 삼고 있는 저자가 가정내 아내 폭력에 대해 포괄적이고도 실증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는 여성들이 얼마나 심하게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지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폭력이 남편과 아내의 성 역할 규범으로부터 발생하는 일상적인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을 통해 가정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여성의 정체성을 왜곡하고 아내 폭력을 정당화시키고 있는지를 드러내 준다.
폭력에 시달리는 아내들,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들과 진행되는 심층 인터뷰를 지켜보면서 안타까워지는 것은 그들 중 누구도 여성의 '인권'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성이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어머니로서 행해야 하는 성역할들이 한 사람으로서의 여성을 무참히 짓밟고 있는데 짓밟힌 여성 자신조차 잘 모르고 있더라는 것. 이제 "아내 폭력은 가족 유지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개인의 인권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좀더 실천적인 논의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폭력에 시달리는 아내들,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들과 진행되는 심층 인터뷰를 지켜보면서 안타까워지는 것은 그들 중 누구도 여성의 '인권'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성이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어머니로서 행해야 하는 성역할들이 한 사람으로서의 여성을 무참히 짓밟고 있는데 짓밟힌 여성 자신조차 잘 모르고 있더라는 것. 이제 "아내 폭력은 가족 유지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개인의 인권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좀더 실천적인 논의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목차
책을 펴내며 ...5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15
1.머릿말 ...17
."아내 폭력": 가정 안의 폭력인가, 가정에 대한 폭력인가? ...17
."아내 폭력"의 역사와 실태 ...30
.여성의 경험과 명명의 문제: " 아내 폭력"용어 ...36
2.연구자, 피해자, 운동가로서의 나 ...43
.증언, 말하기의 고통과 의심받는 고통 ...48
.연구 과정에서의 윤리 ...57
.무엇이 "객관적"인가 ...64
.폭력당하는 아내들을 만나면서 다시 읽는 기존 연구들 ...72
3."아내 폭력",여성의 눈으로 볼 때 잘 보인다. ...78
.가정, 치외 법권지대 ...86
.결혼은 폭력 허가증 ...90
4.남편 역할 수행 수단으로서의 폭력 ...95
.아내육훈의 "권리와 의무" ...97
.아내와의 관계 유지 방법 ...131
5.아내의 "도리"로서 폭력의 수용 ...175
.아내에게는 불가항력인 남편의 착취 ...175
.상대화를 통한 폭력의 사소화 ...151
.가족유지를 위한 폭력의 치환 ...157
6.아내 정체성과 가족 정치학 ...175
.폭력 구조의 재생산 ...175
.아내 여할 강화와 폭력의 재생산 ...176
.폭력 대응 과정의 아내 정체성 갈등과 희귀 ...190
.저항을 둘러싼 가족 정치학과 폭력의 저생산 ...208
7.가족 해체의 문제에서 여성 인권의 문제로 ...231
.부록 ...239
.주 ...249
.참고문헌 ...253
.찾아보기 ...274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15
1.머릿말 ...17
."아내 폭력": 가정 안의 폭력인가, 가정에 대한 폭력인가? ...17
."아내 폭력"의 역사와 실태 ...30
.여성의 경험과 명명의 문제: " 아내 폭력"용어 ...36
2.연구자, 피해자, 운동가로서의 나 ...43
.증언, 말하기의 고통과 의심받는 고통 ...48
.연구 과정에서의 윤리 ...57
.무엇이 "객관적"인가 ...64
.폭력당하는 아내들을 만나면서 다시 읽는 기존 연구들 ...72
3."아내 폭력",여성의 눈으로 볼 때 잘 보인다. ...78
.가정, 치외 법권지대 ...86
.결혼은 폭력 허가증 ...90
4.남편 역할 수행 수단으로서의 폭력 ...95
.아내육훈의 "권리와 의무" ...97
.아내와의 관계 유지 방법 ...131
5.아내의 "도리"로서 폭력의 수용 ...175
.아내에게는 불가항력인 남편의 착취 ...175
.상대화를 통한 폭력의 사소화 ...151
.가족유지를 위한 폭력의 치환 ...157
6.아내 정체성과 가족 정치학 ...175
.폭력 구조의 재생산 ...175
.아내 여할 강화와 폭력의 재생산 ...176
.폭력 대응 과정의 아내 정체성 갈등과 희귀 ...190
.저항을 둘러싼 가족 정치학과 폭력의 저생산 ...208
7.가족 해체의 문제에서 여성 인권의 문제로 ...231
.부록 ...239
.주 ...249
.참고문헌 ...253
.찾아보기 ...274
본문발췌
▣ 책을 펴내며
얼마 전 본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새로 사랑하게 된 연인에게 자신이 "매맞는 아내"였음을 고백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혼자 있는 것도 겁나고, 혼자 있지 않은 것도 겁나요. 나 자신을 종잡을 수 없고 앞으로 어찌 될지 몰라 겁이 나요. 지금 현실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떠나기도 겁나요. 그래서 피곤해요. 이젠 겁내는 것도 지쳤다구요…." 살다보면 서로에게 파괴적인 관계임이 분명하지만 단지 헤어지기가 귀찮고 겁나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하는 인간 관계들이 있다. 그런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의 심정이 혹시 이 영화의 주인공 같지는 않을까?
억압적이지만 익숙한 관계를 끝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그러한 관계가 구체적인 폭력으로 매개되어 있다면, 이때는 관계의 청산이라는 말로는 부족하고 "탈출"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그러나 "탈출"이 쉽지 않기에, 카프카의 말대로 새로운 인식이 시작된다는 첫번째 징표는 죽고 싶은 심정이다. 자기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이제까지의 삶은 견딜 수 없어 보이고 다른 삶은 도달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여성 폭력 문제를 상담하고 공부하면서 나는 남성 가해자와 여성 생존자 피해자 사이의 관계가 모든 억압적인 인간 관계 혹은 지배 / 피지배 관계의 기본적 모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아내 폭력"은 극소수 일탈적인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다. 사태가 워낙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그 원인이 가부장제라는 우리의 일상적 삶의 구조에 있기도 하지만, 가정에서 폭력당하는 아내의 심리는 모든 피억압자가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폭력은 아주 쉽게 인간을 노예 상태로 몰고 가지만, 특히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는 피해자의 수치심과 두려움이라는 강력한 억압 장치가 덧붙여져 있다.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수치심과 두려움이 강력하고 효과적인 이유는 그것이 "자발적"이라는 데 있다. 이 세상에 완전 범죄가 있다면, 그것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더구나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는 행위는 문화와 미풍 양속으로, 전통으로, 가족주의나 민족주의의 이름으로 미화되기까지 한다. 때문에 가해자는 피해 의식을, 피해자는 죄의식을 갖게 된다. 세상에 이같은 부정의가 또 있을까?
이 책은 나의 석사 논문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동시에 이 글은 대학 졸업 후 여성 운동 단체와 여성학과에서 많은 여성들과 부대껴 온 내 20-30대의 인생 보고서이기도 하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일단 놀랄 것 같다. 그러나 그 충격이 폭력당하는 여성들을 타자화한 결과가 아니길 바란다. 우리의 삶을 성찰해 보면 특히 여성들의 경우 "아내 폭력"은 바로 내가 당하고 있는 문제인 경우가 많다. 여성의 경험을 여성의 시각에서 해석하지 못할 때, 우리가 자주 겪은 일이면서도 그것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그로 인해 고통을 당하면서도 그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困而不學 억압 상태를 지속시킨다.
이 글의 초고를 읽고 비평해 준 많은 이들의 독후감은 이 책의 한계와 의미,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의 "괴로움"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여성 폭력 문제를 상담하고 현장에서 수년 간 일해 온 친구의 평은 나를 맥빠지게 했다. 그녀는 이 책에서 묘사된 여성의 현실이 실제 사례보다 비교적 "경미"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데도 읽기가 너무 힘들어 한 쪽을 넘길 때마다 심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물론 나도 그녀와 같은 심정이었다. 논문을 쓸 때도 도서관에 엎드려 운 적이 많았고, 나도 내가 쓴 글을 다시 읽기 힘들었다.
어쨌든 나는 그녀 같은 전문가도 이러한데, 과연 일반 독자들에게 이 글이 얼마만큼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보통 어떤 문제를 자주 듣고 고민하다 보면 둔감해지기 마련인데, 이 문제는 도저히 그렇게 되질 않는다. 왜 내게 이 문제는 익숙해질수록 예민해지고 생생해지는, 아물지 않고 여전히 벌어져 있는 베인 상처 같은 것일까?
한 친구는 독후감 대신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남성들이 겪는 가족 경험은 별로 차이가 없는데 왜 여성들이 경험하는 가족은 그렇게 극단적인 차이가 나지? 안 맞고 남편 덕에 잘사는 여자들도 많은데… 여성들이 가족을 통해 얻는 '기득권'이 왜 그렇게 쉽게 폭력과 연결되지? 가족이 여성들에게 억압적이라며? 근데 왜 많은 여성들이 그토록 가족을 원하지? 사회적으로 가장 차별 받는 남성도 아내보다는 낫잖아?" 나는 그녀의 지적이 곧 나의 가족 생활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본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새로 사랑하게 된 연인에게 자신이 "매맞는 아내"였음을 고백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혼자 있는 것도 겁나고, 혼자 있지 않은 것도 겁나요. 나 자신을 종잡을 수 없고 앞으로 어찌 될지 몰라 겁이 나요. 지금 현실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떠나기도 겁나요. 그래서 피곤해요. 이젠 겁내는 것도 지쳤다구요…." 살다보면 서로에게 파괴적인 관계임이 분명하지만 단지 헤어지기가 귀찮고 겁나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하는 인간 관계들이 있다. 그런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의 심정이 혹시 이 영화의 주인공 같지는 않을까?
억압적이지만 익숙한 관계를 끝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그러한 관계가 구체적인 폭력으로 매개되어 있다면, 이때는 관계의 청산이라는 말로는 부족하고 "탈출"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그러나 "탈출"이 쉽지 않기에, 카프카의 말대로 새로운 인식이 시작된다는 첫번째 징표는 죽고 싶은 심정이다. 자기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이제까지의 삶은 견딜 수 없어 보이고 다른 삶은 도달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여성 폭력 문제를 상담하고 공부하면서 나는 남성 가해자와 여성 생존자 피해자 사이의 관계가 모든 억압적인 인간 관계 혹은 지배 / 피지배 관계의 기본적 모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아내 폭력"은 극소수 일탈적인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다. 사태가 워낙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그 원인이 가부장제라는 우리의 일상적 삶의 구조에 있기도 하지만, 가정에서 폭력당하는 아내의 심리는 모든 피억압자가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폭력은 아주 쉽게 인간을 노예 상태로 몰고 가지만, 특히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는 피해자의 수치심과 두려움이라는 강력한 억압 장치가 덧붙여져 있다.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수치심과 두려움이 강력하고 효과적인 이유는 그것이 "자발적"이라는 데 있다. 이 세상에 완전 범죄가 있다면, 그것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더구나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는 행위는 문화와 미풍 양속으로, 전통으로, 가족주의나 민족주의의 이름으로 미화되기까지 한다. 때문에 가해자는 피해 의식을, 피해자는 죄의식을 갖게 된다. 세상에 이같은 부정의가 또 있을까?
이 책은 나의 석사 논문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동시에 이 글은 대학 졸업 후 여성 운동 단체와 여성학과에서 많은 여성들과 부대껴 온 내 20-30대의 인생 보고서이기도 하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일단 놀랄 것 같다. 그러나 그 충격이 폭력당하는 여성들을 타자화한 결과가 아니길 바란다. 우리의 삶을 성찰해 보면 특히 여성들의 경우 "아내 폭력"은 바로 내가 당하고 있는 문제인 경우가 많다. 여성의 경험을 여성의 시각에서 해석하지 못할 때, 우리가 자주 겪은 일이면서도 그것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그로 인해 고통을 당하면서도 그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困而不學 억압 상태를 지속시킨다.
이 글의 초고를 읽고 비평해 준 많은 이들의 독후감은 이 책의 한계와 의미,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의 "괴로움"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여성 폭력 문제를 상담하고 현장에서 수년 간 일해 온 친구의 평은 나를 맥빠지게 했다. 그녀는 이 책에서 묘사된 여성의 현실이 실제 사례보다 비교적 "경미"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데도 읽기가 너무 힘들어 한 쪽을 넘길 때마다 심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물론 나도 그녀와 같은 심정이었다. 논문을 쓸 때도 도서관에 엎드려 운 적이 많았고, 나도 내가 쓴 글을 다시 읽기 힘들었다.
어쨌든 나는 그녀 같은 전문가도 이러한데, 과연 일반 독자들에게 이 글이 얼마만큼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보통 어떤 문제를 자주 듣고 고민하다 보면 둔감해지기 마련인데, 이 문제는 도저히 그렇게 되질 않는다. 왜 내게 이 문제는 익숙해질수록 예민해지고 생생해지는, 아물지 않고 여전히 벌어져 있는 베인 상처 같은 것일까?
한 친구는 독후감 대신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남성들이 겪는 가족 경험은 별로 차이가 없는데 왜 여성들이 경험하는 가족은 그렇게 극단적인 차이가 나지? 안 맞고 남편 덕에 잘사는 여자들도 많은데… 여성들이 가족을 통해 얻는 '기득권'이 왜 그렇게 쉽게 폭력과 연결되지? 가족이 여성들에게 억압적이라며? 근데 왜 많은 여성들이 그토록 가족을 원하지? 사회적으로 가장 차별 받는 남성도 아내보다는 낫잖아?" 나는 그녀의 지적이 곧 나의 가족 생활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저자소개
정희진
정희진
학부에서 종교학을,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사) 한국 여성의 전화 연합과 또 하나의 문화 여성과 인권 연구회에서 일하고 있고, 기지촌 여성 공동체 새움터의 운영위원이다.『한국 여성 인권 운동사』(한국여성의전화연합 편, 1999)에 「한국 기지촌 여성 운동사」를 쓴 적이 있고, 그 책을 기획/편집하였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국가 폭력, 집단 학살, 여성주의 심리 상담, 인간의 고통을 글로 표현하는 것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요즘에는 사랑이 없는 믿음의 폭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책을 쓸 때 주변 사람들의 "가정 폭력은 뻔한 이야기 아냐? 때리는 사람은 나쁜 사람, 맞는 사람은 불쌍한 사람... 그거 말고 더 할 얘기가 있나?"라는 말이 내내 화두였다.
정희진
학부에서 종교학을,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사) 한국 여성의 전화 연합과 또 하나의 문화 여성과 인권 연구회에서 일하고 있고, 기지촌 여성 공동체 새움터의 운영위원이다.『한국 여성 인권 운동사』(한국여성의전화연합 편, 1999)에 「한국 기지촌 여성 운동사」를 쓴 적이 있고, 그 책을 기획/편집하였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국가 폭력, 집단 학살, 여성주의 심리 상담, 인간의 고통을 글로 표현하는 것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요즘에는 사랑이 없는 믿음의 폭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책을 쓸 때 주변 사람들의 "가정 폭력은 뻔한 이야기 아냐? 때리는 사람은 나쁜 사람, 맞는 사람은 불쌍한 사람... 그거 말고 더 할 얘기가 있나?"라는 말이 내내 화두였다.
역자소개
1967년 서울 출생. 서강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현재 국가 안보와 젠더를 주제로 여성학 박사논문을 쓰고 있다. 대학을 6년 만에 겨우 졸업한 후 여성운동단체인 ‘여성의 전화’에서 5년간 상근자로 일했다. 대학과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에서 여성학을 강의하며, 다양한 여성조직에서 자문위원,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 여성의 전화 연합'외에도 '여성과 인권 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기지촌 여성 공동체 <새움터>의 운영위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그녀는 사회운동, 평화, 인권, 탈식민주의, ‘아시아’, 인간 관계의 심리학과 정치학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작가는 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과 집단 학살, 여성주의 심리 상담, 인간의 고통을 글로 표현하는 것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랑이 없는 믿음의 폭력성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쓴 책으로는『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 가정폭력과 여성인권』, 편저자로 일한『한국여성인권운동사』와『성폭력을 다시 쓴다 ― 객관성, 여성운동, 인권』이 있다. 이외 다수의 공동 저서가 있다. 『페미니즘의 도전』은 그녀가 2005년 발간한 책으로 페미니스트에 대한 세상의 고정관념을 깨주는 책이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위안부 누드 사건, 스와핑, 성매매 여성들의 시위 등 여러 가지 사회의 이슈에 대해 여성의 시각에서 재해석하여 글을 구성하고 있다. 작가가 진정으로 꿈꾸고 있는 세상은 여성과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에서 소외받고 차별받는 우리 사회의 모두가 함께 경쟁하고 소통하고 공존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런 그녀의 사상이 작가의 책들에 잘 표현되어 있다.
서평
지난 십 수년 간 폭력당한 여성들의 용기 있는 폭로와 여성주의 진영의 노력, 여성 운동의 국제 연대의 성과로 한국 사회에도 가정 폭력 방지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 "북어와 마누라는 사흘에 한 번은 패야 한다"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지" 식의 말을 주위에서 흔히 들으며, "비바람은 집안에 들어가도 법은 집안에 들어갈 수 없다"(26쪽)는 식의 통념에 힘입어 맞아 죽을 정도가 되어야만, 또는 맞아 죽어야만 비로소 사회 문제로, 형사 사건으로 인정받는, "아내 폭력"의 현실에 놓여 있다("정 그러면 한 번 더 맞고 오세요. 병원 실려갈 정도로 눈에서 피가 철철 나면 오세요"― 223쪽).
법 제정은 이제 새로운 운동의 시작과 담론을 필요로 한다. 한국 사회의 "아내 폭력" 문제를 여성 인권의 시각에서 조망한 정희진의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는 바로 새로운 운동과 담론의 물꼬를 트는 작업이다.정희진은 10여 년 간의 여성 폭력 문제에 대한 상담과 공부를 바탕으로, 여성주의 시각에서 피해 여성들과 가해 남성들에 대한 심층 면접 결과를 분석해 냈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기혼 여성인 "아줌마"로서 주변적 존재를 갖고 있는 지은이가 자신의 주변성, 타자성을 분명히 알아가는 "일종의 굿"과도 같은 연구 과정에 대한 성찰 기록은 여성주의 지식이 어떻게 생산되는가를 살필 수 있는 모델로도 충분하다.
먼저 정희진은 "아내 폭력"을 여성 개인의 권리 침해가 아니라 가족 해체의 문제로 환원하는 기존의 가족 중심적인 시각에 문제를 제기한다. 성별에 의한 가족 내 남녀의 불평등한 지위와 역할 규범을 비판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아내 폭력" 경험은 성(차)별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고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아내 폭력"의 원인과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기보다는 폭력당하는 아내의 가족 내 성별 정체성을 문제화하는 데 집중한다. 여성의 정체성을 아내, 어머니, 며느리 등 가족의 구성원으로서만 규정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가 어떻게 "아내 폭력"을 지속, 재생산시키는지를 피해 여성들의 경험을 통해 생생하게 파헤치고 있다.
"아내 폭력"은 부부 관계의 극단적, 일탈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가족 내 남편 / 아내의 성 역할 규범으로부터 발생하는 일상적인 사건이기에, 가해 남성은 폭력을 아내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는 남편의 권리와 의무, 아내와 관계 유지 방법 등 남편 역할 수행 수단으로 인식한다. 가해 남편이 생각하는 폭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내용은 모두 아내의 역할 규범 위반(불성실한 가사 노동 수행, 가장의 가정 경영권 도전 등)과 관련된다. 폭력은 아내의 "원인 제공"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편이 생각하는 "아내의 도리"에서 아내가 벗어날 때 발생한다. 따라서 소위 "맞을 짓"은 인간 여성이 아내가 될 때만 폭력 이유로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즉, "아내 폭력"은 현재의 가족 구조 자체에 내재되어 있다. "사소한" 가정 폭력에서부터 범죄에 이르는 극단적인 가정 폭력이 공통적으로 기반하고 있는 것은 아내 / 남편의 성 역할 규범이다. 그러므로 폭력의 심각성을 기준으로 "아내 폭력"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한편, 아내는 남편의 폭력을 부부 생활의 일부로 수용하면서 사소화하거나 질병 등 다른 종류의 문제로 치환하여 인식함으로써, 폭력을 견디는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가족을 유지하려 한다. 피해 여성들은 사회적 주체로서 폭력이 발생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는데, 가족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 사회의 성별 권력 관계는 이러한 아내의 역할을 폭력의 "책임"으로 전환시킨다. 이리하여 폭력의 피해자인 아내는 도리어 남편의 폭력을 해결할 것을 요구받게 된다. 피해 여성이 남편과 주변의 요구대로 아내 역할에 더욱 충실함으로써 폭력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가족이라는 권력 관계의 폐쇄 회로 속에서 폭력 발생 지점을 이동, 순환시킬 뿐 폭력 그 자체를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여성의 탈출 의지는 아내, 어머니 역할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에 회귀함으로써 폭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여성의 가족 내 성 역할 수행이 여성의 인권보다 우선시되면서 어머니, 아내로서의 "도리"는 인간의 기본권으로서 "맞지 않을 권리"를 유보시키거나 사소화한다. 또한 피해 여성의 공포심, 자기 방어, 저항 행동은 한국 사회 전반의 성별 규범에 의해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현재의 가족 제도 아래서는 남편의 폭력에 대한 아내의 순종과 저항 모두가 "아내 폭력"을 재생산한다.
가정에서 여성이 폭력을 당하는 현실과 폭력이 남편과 아내의 역할 규범에 의해서 정상화된다는 사실은, 아내 / 남편 역할 수행이 생물학적 성차에 따른 자연스런 분업이 아니라 폭력에 의존해 유지되는 불평등한 권력 관계임을 보여 준다. 따라서 "아내 폭력" 해결 방식에서 가족 구조의 성차별성을 문제화하지 않는 가족 가치에 대한 강조는 오히려 문제의 원인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아내 폭력"의 사회적 대책이 되기 어렵다. 따라서 "아내 폭력"은 가족 유지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개인의 인권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하는 것이다.
법 제정은 이제 새로운 운동의 시작과 담론을 필요로 한다. 한국 사회의 "아내 폭력" 문제를 여성 인권의 시각에서 조망한 정희진의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는 바로 새로운 운동과 담론의 물꼬를 트는 작업이다.정희진은 10여 년 간의 여성 폭력 문제에 대한 상담과 공부를 바탕으로, 여성주의 시각에서 피해 여성들과 가해 남성들에 대한 심층 면접 결과를 분석해 냈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기혼 여성인 "아줌마"로서 주변적 존재를 갖고 있는 지은이가 자신의 주변성, 타자성을 분명히 알아가는 "일종의 굿"과도 같은 연구 과정에 대한 성찰 기록은 여성주의 지식이 어떻게 생산되는가를 살필 수 있는 모델로도 충분하다.
먼저 정희진은 "아내 폭력"을 여성 개인의 권리 침해가 아니라 가족 해체의 문제로 환원하는 기존의 가족 중심적인 시각에 문제를 제기한다. 성별에 의한 가족 내 남녀의 불평등한 지위와 역할 규범을 비판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아내 폭력" 경험은 성(차)별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고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아내 폭력"의 원인과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기보다는 폭력당하는 아내의 가족 내 성별 정체성을 문제화하는 데 집중한다. 여성의 정체성을 아내, 어머니, 며느리 등 가족의 구성원으로서만 규정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가 어떻게 "아내 폭력"을 지속, 재생산시키는지를 피해 여성들의 경험을 통해 생생하게 파헤치고 있다.
"아내 폭력"은 부부 관계의 극단적, 일탈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가족 내 남편 / 아내의 성 역할 규범으로부터 발생하는 일상적인 사건이기에, 가해 남성은 폭력을 아내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는 남편의 권리와 의무, 아내와 관계 유지 방법 등 남편 역할 수행 수단으로 인식한다. 가해 남편이 생각하는 폭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내용은 모두 아내의 역할 규범 위반(불성실한 가사 노동 수행, 가장의 가정 경영권 도전 등)과 관련된다. 폭력은 아내의 "원인 제공"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편이 생각하는 "아내의 도리"에서 아내가 벗어날 때 발생한다. 따라서 소위 "맞을 짓"은 인간 여성이 아내가 될 때만 폭력 이유로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즉, "아내 폭력"은 현재의 가족 구조 자체에 내재되어 있다. "사소한" 가정 폭력에서부터 범죄에 이르는 극단적인 가정 폭력이 공통적으로 기반하고 있는 것은 아내 / 남편의 성 역할 규범이다. 그러므로 폭력의 심각성을 기준으로 "아내 폭력"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한편, 아내는 남편의 폭력을 부부 생활의 일부로 수용하면서 사소화하거나 질병 등 다른 종류의 문제로 치환하여 인식함으로써, 폭력을 견디는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가족을 유지하려 한다. 피해 여성들은 사회적 주체로서 폭력이 발생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는데, 가족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 사회의 성별 권력 관계는 이러한 아내의 역할을 폭력의 "책임"으로 전환시킨다. 이리하여 폭력의 피해자인 아내는 도리어 남편의 폭력을 해결할 것을 요구받게 된다. 피해 여성이 남편과 주변의 요구대로 아내 역할에 더욱 충실함으로써 폭력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가족이라는 권력 관계의 폐쇄 회로 속에서 폭력 발생 지점을 이동, 순환시킬 뿐 폭력 그 자체를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여성의 탈출 의지는 아내, 어머니 역할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에 회귀함으로써 폭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여성의 가족 내 성 역할 수행이 여성의 인권보다 우선시되면서 어머니, 아내로서의 "도리"는 인간의 기본권으로서 "맞지 않을 권리"를 유보시키거나 사소화한다. 또한 피해 여성의 공포심, 자기 방어, 저항 행동은 한국 사회 전반의 성별 규범에 의해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현재의 가족 제도 아래서는 남편의 폭력에 대한 아내의 순종과 저항 모두가 "아내 폭력"을 재생산한다.
가정에서 여성이 폭력을 당하는 현실과 폭력이 남편과 아내의 역할 규범에 의해서 정상화된다는 사실은, 아내 / 남편 역할 수행이 생물학적 성차에 따른 자연스런 분업이 아니라 폭력에 의존해 유지되는 불평등한 권력 관계임을 보여 준다. 따라서 "아내 폭력" 해결 방식에서 가족 구조의 성차별성을 문제화하지 않는 가족 가치에 대한 강조는 오히려 문제의 원인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아내 폭력"의 사회적 대책이 되기 어렵다. 따라서 "아내 폭력"은 가족 유지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개인의 인권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