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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아버지 피카소
원서명 Grnad-p'ere
저자 마리나 피카소
번역자 백선희
원저자 Marina Picasso
출판사 효형출판사
출판일 20021105
가격 ₩ 8,500
ISBN 9788986361728
페이지 217 p.
판형 152 X 223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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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파블로 피카소의 손녀 마리나의 눈으로 본 피카소의 삶을 그린 책. 자신의 이름으로 보다 '피카소'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한 가족의 삶을 그린다. 마리나의 아버지 파울로 피카소는 '피카소의 폭정의 굴레 아래에서 태어나, 그에게 속고 실망하고 비천해지고 망가진 채 그로 인해 죽었다'고 마리나는 말한다. 피카소의 가학 취미와 무심함의 노리개가 되었던 오빠 파블리토는 피카소가 사망한 해, 스물넷의 나이로 락스를 마시고 자살했다. 피카소 망상증에 걸린 어머니는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다 아버지와 이혼한다. 마리나의 아버지는 피카소에게 생활비를 타내기 위해 굴욕적인 모습을 보여야 했다. 피카소는 다른 약속이 있다, '태양'은 작업 중이다,라는 다른 사람의 전언을 듣고 집 앞에서 돌아서기를 여러 번, 할아버지와의 만남 또한 어린 파블리토와 마리나에게 상처로 기억될 뿐이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조차 참석하지 못해 절망한 오빠는 자살하고, 오빠의 장례식에서 숨어 울던 아버지도 암으로 세상을 뜬다. 이 모든 것에 절망했던 마리나는 정신 상담을 통해 비로소 자신에게 보였던 할아버지의 모습은 자신의 내면 속에 틀어박힐 수 밖에 없었던 한 화가의 삶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한 흥미로운 이야기 덕분에 술술 읽히는 책이다. 예술가의 삶이란 결국 고독할 수 밖에 없음을, 하지만 그 주변에 있던 가족들의 심정은 그로 인해 비통할 수 없음을 알게 한다. 지은이 마리나 피카소는 현재 고아들을 위한 사업을 벌이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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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발췌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들의 것이었다. 우리를 위한 분이 아니었다. 우리는 어째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찬미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들을 문전에서 거절하는 사람을 어떻게 찬미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에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다고들 말했다. 그들은 그가 친구들을 라 캘리포니아의 대문까지 배웅하는 것을 보았고, 친구들을 위해 정원을 레몬을 따는 것도 보았다. 그는 자신의 미용사 외젠 아리아스에게 크로키 몇 장을, 니스의 재봉사 미셀 사폰에게는 데생 몇 점을 주었다. 하물며 자신의 개한테도 접시 하나를 헌정했다.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그가 피카소였다.

- 본문 84~85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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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마리나 피카소

마리나 피카소 Marina Picasso
파블로 피카소와 올가 코흘로바의 손녀이자, 파울로 피카소와 에밀리엔 로트의 딸인 마리나는 1950년 칸느에서 태어났다. 부모의 이혼과 할아버지의 냉대 속에 오빠 파블리토와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할아버지와 오빠, 아버지의 죽음 이후 어두운 옛 기억들로 인해 14년간 정신 상담을 받았다. 그 후 1990년부터 베트남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마리나 피카소 재단이 운영하는 '어린이 마을'은 오늘날 3백 명이 넘는 고아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마리나는 현재 자신이 낳은 두 아이, 베트남에서 입양한 세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

백선희
덕성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그르노블 3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덕성여자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으며 번역가로도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흑과 백』 『미국 여행기』 『청춘·길』 『단순한 기쁨』 『어린 왕자의 마지막 비행』 『풍요로운 가난』 『달라이 라마』 『유대인의 지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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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소개
백선희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 덕성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그르노블 제3대학에서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덕성여자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로맹 가리ㆍ밀란 쿤데라ㆍ아멜리 노통브ㆍ피에르 바야르ㆍ리디 살베르 등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중요 작가들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옮긴 책으로 《웃음과 망각의 책》 《마법사들》 《햄릿을 수사한다》 《흰 개》 《울지 않기》 《예상 표절》 《하늘의 뿌리》 《내 삶의 의미》 《책의 맛》 《호메로스와 함께하는 여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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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손녀의 눈에 비친 할아버지 피카소의 냉혹한 초상―가까운 이들을 절망에 빠뜨릴 권리가 위대한 예술가에게는 있는가.>

- 나의 가족은 저 천재가 쳐놓은 덫에서 한순간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 하나하나를 완성해나가는 데 타인의 피를 필요로 했다. 나의 아버지, 오빠, 어머니, 할머니의 피와 나의 피, 그리고 한 인간을 사랑한다고 여기며 피카소를 사랑한 모든 이들의 피를. -

이 책은 한 세기를 풍미한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손녀 마리나의 눈으로 본 할아버지 이야기이자 '나 자신'이 아닌 '피카소'의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한 가족의 고통스런 세월에 대한 기록이다. 무능력한 아버지와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는 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라야 했던 마리나는 다른 할아버지와는 달리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쏘아보기만 할 뿐 좀처럼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할아버지가 두렵기만 했다. 생활비를 얻기 위해 아버지 손에 이끌려 할아버지의 저택을 방문하지만 거절당한 채 대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고, 이혼한 부모가 자신과 오빠의 양육비를 놓고 싸우는 모습을 자주 보아야 했으며, 끼니를 거른 채 멀리 있는 학교에까지 걸어다녀야 했던 마리나에게 천재이자 억만장자 화가인 할아버지는 아무 상관없는 존재였다. 사람들이 붙여준 '피카소의 손녀'라는 훈장은 마리나를 옭아매는 굴레이자 덫일 뿐이었다. 마리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비굴함과 피해망상증을 지닌 채 피카소에게 의존하지 않고 평범한 부모의 모습으로 자신들을 돌보아주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소용없었다.

- 나는… 고기를 잡아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매일 바다로 나를 데려가는 어부 아버지를 상상했다. 피카소에게 더 이상 의존하지 않기 위해 가정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어머니를 상상했다. 그리고 피카소를 다른 모습의 할아버지로 상상했다…. 나는 내게 주어진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부모를 지어냈다. -

정상적인 피카소 집안의 일원이 되고 싶고 사랑받기를 원했던 마리나와 오빠 파블리토는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쓴다. 할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는 마지막 부인 자클린이 찢어버린 편지들, 할아버지가 뜯어보지 않은 편지들, 부치지 못한 편지들이다.

- "우리는 할아버지의 손자들이니 할아버지가 필요해요. 우리는 할아버지가 무시하시는 아버지 뒤에 숨은 채 찾아뵙는 어린 원숭이가 이제는 되고 싶지 않아요. 아버지 없이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고, 할아버지가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알고 싶어요. 말라가에서 보내신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얘기를 듣고 싶어요. … 할아버지, 우리에게 과거를 주세요.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과거를 주세요, 할아버지!" -

아무런 대답이 없는 할아버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마리나는 유일한 동반자인 오빠 파블리토와 함께 스스로 꾸려나가는 삶을 시도한다. 일자리를 구하고 열심히 일하면서 새로운 삶의 의욕과 자유를 맛본다. 그러나 할아버지와 같은 '파블로'라는 이름을 가졌으면서도 그 이름을 감히 쓰지 못했던 오빠는 자신만의 삶의 뿌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 와중에 그들은 할아버지 피카소의 사망 소식을 접한다. 그것도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할아버지는 죽어서도 그들을 거부한다. 할아버지의 권력을 그대로 행사하게 된 자클린은 그들이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오빠는 절망한다. 그는 할아버지를 사랑했고, 그를 가족으로 느끼고 싶어했으며, 그에게서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철저히 거부당한 채 결국 자살을 기도하게 된다.

- "왜 그랬어?"
"희망이 없잖아. 다른 해결책이 없었어. … 이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아버지는 자클린 밑에 종속될 거야. 비겁하고 천박해. 피카소 제국은 네가 의학 공부하는 걸 거부했어. 피카소 제국은 네가 그 비참한 일을 하도록 만들었어. 피카소 제국은 네게 모든 문을 닫았어. 그런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 돼. 그래서 있잖아 마리나…. 난 마지막 가출을 했어. 너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가출을 한 거야.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어. 난 우리의 모든 고통을 안으로부터 폭발시키고 싶었어. 이제 그들은 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야. 이제부터 그들은 너를 돌볼 거야. 적어도 여론을 생각해서라도 말이야." -

오빠의 장례식에서 몰래 숨어 울던 아버지는 2년 뒤 암으로 죽는다. 피카소를 추종하던 여인들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마리나에게는 이 모든 것이 너무 가혹하다. 피카소의 손녀이기에 받게 된 막대한 유산도 그녀를 짓누를 뿐이다. 이 모든 비극의 유일한 책임자는 할아버지였다. 마리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원망을 뛰어넘어 한 인간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 이르기까지, 고통의 세월을 녹여낸 가슴뭉클한 이야기>

14년간의 정신 상담을 받으며 마리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나에게 한 폭의 그림은 파괴들의 총합이다"라고 말한 할아버지 피카소에게 자신을 비롯한 가족은 그의 창작을 위해 파괴되어야 했던 존재들임을. 그의 작품은 그의 유일한 언어요, 세상에 대한 유일한 비전이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속에 갇힌 채 현실과의 모든 관계를 잃었으며, 그 누구도 헤치고 들어갈 수 없는 내면 세계에 틀어박혔던 것이다.

그가 즐겨보던 투우는 바로 그의 삶이었다. 그는 칼 대신 붓을 휘두르고 붉은 천 대신 화폭을 흔들며 죽음과 싸우는 투우사였다. 가족 누구도 그가 싸웠던 고독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도 그의 투우장에 다가갈 수 없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클린은 무책임하게도 피카소라는 퍼즐의 한 조각으로만 머물며 투우장의 벽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피카소는 자신의 저택에 틀어박힌 채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홀로 죽었다. 늘 바라던 것처럼 혼자서. 마리나는 말한다. "그때는 왜 그걸 몰랐을까?"

- 우리가 누구이기에 그가 싸움을 벌이는 투우장에 들어갔노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예술에 전념하기 위해 그가 버린 모든 것을 그에게 다시 요구하려 든다는 건 얼마나 파렴치한 행위인가? 돈, 가족, 애정, 존중―전통적 가정의 일상을 이루는 그 수천 가지 하잘 것 없는 것들을 말이다. -

마리나는 비로소 할아버지를 이해한다. 자신의 손이 미치지 않는 세계에 있다고 해서, 평범한 할아버지가 되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를 원망했던 자신의 이기심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비로소 '피카소의 손녀'라는 원망과 미련의 굴레를 벗고 '마리나 피카소'로서의 온전한 자기 모습을 되찾게 된다.

현재 마리나는 자선단체 '마리나 피카소 재단'의 대표로서 베트남 등지에서 왕성하게 사회복지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베트남에서 세 아이를 입양하여 자신이 낳은 두 아이와 함께 키우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이 자아를 확립하도록,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자신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절망에 빠뜨릴 권리가 위대한 예술가들에게는 있는가?'―이 책의 처음부분에서 저자가 제기한 의문이다. 그는 이제 답할 것이다. '위대한 예술가에게는 그의 삶이 있고, 나에게는 나의 삶이 있다. 삶이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나의 할아버지 피카소'라는 제목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한 가운데 단숨에 읽히는 묘미가 있다. 프랑스에서 출간 당시 피카소의 혈육이 쓴 최초의 피카소 이야기라는 이유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이 책은 마리나 피카소라는 한 여성의 고통의 세월을 녹여낸 가슴뭉클한 이야기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읽는 이를 끌어들인다. 작품뿐 아니라 수많은 매체와 상품들을 통해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피카소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방식과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절망에 빠뜨릴 권리가 위대한 예술가에게는 있는가? 절대를 추구하는 그들의 행보에는 무자비한 권력 의지가 불가피한 것일까? 그들의 작품이 제아무리 찬란할지언정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킬 만한 가치가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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