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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원서명 Dzienniki Gwiazdowe
총서명 민음사 스타니스와프 렘 소설
저자 스타니스와프 렘
번역자 이지원
원저자 Stanislaw Lem
출판사 민음사
출판일 20220225
가격 ₩ 18,000
ISBN 9788937444722
페이지 584 p.
판형 128 X 188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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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폴란드가 낳은 SF 문학의 거장이자 소설가, 극작가, 미래학자, 문명학자, 과학 철학자, 문학 평론가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전방위적 문인 스타니스와프 렘의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가 공인된 폴란드어 판본, 원전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는 이른바 ‘이욘 티히 연작’이라고 불리는 일군의 단편 소설을 엮은, 스타니스와프 렘의 대표적 작품집이다. 여러 시기에 걸쳐(195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 산발적으로 발표된 각각의 작품들을 ‘스타니스와프 렘 재단’에서 직접 선별해서 엮은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는 <솔라리스>, <우주 순양함 무적호> 등 최전성기 SF 소설뿐 아니라 만년의 철학적 작품에 이르기까지, 한평생 작가가 선보이고자 했던 기상천외한 착상과 심오한 주제 의식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또한 이 책은 훗날 스타니스와프 렘이 펼쳐 보인 상상력의 맹아는 물론, 문체와 구성 측면에서도 다채롭고 풍요로우며 실험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준다. 이를테면 미지와의 조우, 초월적 인공 지능과 인간의 관계, 로봇과 기계 문명이 선사하는 희비극, 시간 여행과 타임 패러독스, 영생과 불멸, 인간 중심적 우주관의 한계 등 경이로울 만큼 다양한 주제와 문제의식을, 조너선 스위프트와 프랑수아 라블레처럼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또는 매섭고 신랄하게, 혹은 다정하고 환상적인 필치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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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들어가는 말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일곱 번째 여행
여덟 번째 여행
열한 번째 여행
열두 번째 여행
열네 번째 여행
열여덟 번째 여행
스무 번째 여행
스물두 번째 여행
스물세 번째 여행
스물네 번째 여행
스물다섯 번째 여행
스물여덟 번째 여행

이욘 티히의 회고록
이욘 티히의 회상 1
이욘 티히의 회상 2
이욘 티히의 회상 3
이욘 티히의 회상 4
디아고라스 박사
우주를 구하자: 이욘 티히의 탄원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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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발췌
P.95
우리는 가능한 한 전자두뇌들에게 인간의 이런 끔찍한모습을 알려 주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제 지구의 비도덕적이고 반인륜적 범죄의 역사로 물든 기계들이 프로시온 행성 주변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계정신병리학이 지금으로서는 무력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P.133
그들이 인간이기 때문에, 이상인의 이상적임을 다 갖추지 못했기때문에, 그들은 진짜 로봇보다 더 진짜 로봇이 되어야 했다.
바로 거기서 나의 변호사가 나에게 보인 적대감이 비롯된 것이다. 또 거기서 처음 내가 인간임을 밝혀낸 그 사람의 배신,
나를 고발하려고 하는 비열한 행동이 나오는 것이었다. 코일과 회로 들의 악의라니! 전기화의 전략이라니!

P.139
이렇게 나의 가장 희한한 여행이자 모험이 끝났다. 내가겪은 모든 고초에도 불구하고, 우주 악당들 탓에 심각하게훼손되었던 전자두뇌의 타고난 도덕성에 대한 믿음을 다시찾게 되어서 나는 기뻤다. 진정한 나쁜 놈이 될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이라는 진리가 썩 마음에 든다.

P.202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나는 정말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모든 것을 창조했다. 그러니까 지구와, 다른 태양계의 체계와 메타은하계를 말이다. 사실 꽤 자랑할 만한 일이지만, 나의 창조물은 상당히 많은 결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 결점은아무래도 재료 탓이겠지만, 가장 문제시되는 점은 생체 재료, 예컨대 인간이 가장 문제였다.

P.214
그냥 나는 교수와 의논하면서 이 새로운, 빛이 없는 우주의 근본 법칙, 즉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다른 모든 존재에게 예의를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고 고안해 냈을 따름이다. 또한 나는 미적으로 훨씬 훌륭한 몸, 더욱더 신비한성, 여러모로 개선한 육체도 만들었지만, 그 모든 것을 다 기억해 내려면 가슴이 찢길 것만 같다.

P.230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마. 이제 우리에겐 테오힙힙, 하이퍼퓨터 텔레크로니스틱 히스토리 옵티멀라이저가 있어.
이미 내가 말했잖아. 그러니 역사를 조정하고, 청소하고, 수리하고, 고르게 다듬고, 더 완벽하게 만들어야 해. 인본주의적 원칙과 이성주의와 일반적 미감에 따라서 말이지. 인간혈통에 학살과 전쟁의 증거가 남아 있으면, 우주의 고귀한문명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기가 곤란하다고!˝

P.254
웃기는 일이다. 이른바 분화구를 만들어 낸 것은, 바로자덕의 책임자이자 시간 기술자 게스터너였다. 운석 충돌을일으킨 인물은, 30억년전 아테나를 겨냥했다가 공중분해시켜 버린 아스트로야니였다. 시간 충돌의 반동은 전 방향으로 퍼져서 남아 있던 금성의 자전을 멈추게 하고, 화성에는미치도록 빠르게 거꾸로 회전하는 두 개의 가짜 행성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진짜 멍청한 짓은, 이 전문가라는 작자가달 표면 위로 아테나의 조각들을 10억년 동안 떨어지게 해서 그 표면을 사격 연습장처럼 만든 것이었다. 한편 29억5000만 년 전의 폭발로 크로노트랙터의 단 한 조각이 선사 시대의 대양에 떨어져서 아틀란티스를 물속에 잠기게 했다.

P.261
자리에서 쫓겨나 귀양을 간 이들은 실제로 창조하지 못하는 좌절감에 빠져서 대체 수단을 통해 창작에 돌입했던 것이었다. 보스가 무엇을 감추고 있었는지 궁금한 사람은 그의 그림을 보면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굉장한재능을 지니기는 했다. 당대의 흐름에 적응한 것만 보아도알 수 있다. 창작의 핑곗거리로 쓰인 그림 속의 종교적 주제들, 그 수많은 최후의 심판과 지옥들 말이다. 또한 보스는 비밀을 완전히 지키지도 못했다. 그의 「쾌락의 정원속 오른쪽, 음악 지옥의 한가운데에는 12인승 시간 여행 버스가 서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호메로스를 그의 창조물들이 있는 고대 그리스로 보내버린 일은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그린 그림은 없어졌으나 그의 글만큼은 남았다. 왜 아무도 그 글의 시대적착오를 알아채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연구소의 동료들과 똑같이 서로 물어뜯지 못해서 안달이 난 올림포스의신들을 그가 조금도 존경하고 있지 않음을 눈치채지 못했는가? [오디세이』와 『일리아드』는 실제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성질 더러운 제우스는, 나를 욕한 것이다.

P.284
비록 프로젝트에서 쫓겨난 뒤였지만, 프로젝트의 전문가들의 만행을 알고 싶다면, 화성과 토성, 금성, 엉망이 된 달을 보라, 대서양 한가운데에 가라앉은 아틀란티스 대륙의 무덤을 보고, 두 번의 빙하기, 흑사병, 온갖역병, 전쟁, 종교적 광신주의의 희생자들을 보라, 한마디로세계의 역사를 들여다보라, ‘개정‘ 계획의 실험장으로 혼돈이되어 버린 역사를 역사는 연구소의 희생양이 되었으며 연구소는 변덕과 혼란, 근시안, 즉흥, 끝없는 음모, 무능이 팽배했다. 나는 할 수만 있었다면, 이른바 역사 기술자들을 모두브론토사우루스가 겨울을 나는 시대로 보내 버렸을 것이다.

P.302
예컨대 뜨거운 안틸레나 별의오성족들은 60도의 기온에도 얼어 죽기 때문에 천국 얘기는 듣고 싶어 하지도 않고, 그 대신 펄펄 끓는 지옥에 대해서만 아주 흥미로워한다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다섯 가지성(性)으로 구분되는 그들 중 과연 누가 사제가 될 수 있을지, 역시 신학자들에게는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P.332
아시다시피 우리의 가자우중요한 법은 ‘시민 자율권‘이라 불리는데, 이는 누구에게든 어떠한 부자유도 없다는 뜻이며,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강제하거나 강요받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러니 누가 도스토이니들에게서 공장을 빼앗을 수 있겠습니까? 그들의 의지가소유의 상태를 즐기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 발상은 상상할수 있는 자유에 대한 가장 끔찍한 위해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새 기계들이 수많은 값싼 물건들과식료품들을 생산해 냈음에도 티라우들은 그걸 살 수 있는 형편이 못 되었죠, 살 수 있는 수단이………….˝

P.377
˝제발 그 임플로즈가 했다는 헛소리는 그만!˝ 학자가소리를 질렀다. ˝다리라고! 그렇겠지! 내가 이미 25 불꽃년전에 두 다리의 생명체는 직립할 수 없음을 수학적으로 증명하지 않았나! 나는 그 이론에 맞춰 모델을 제작하고 그래프도 그렸다고! 그런데 너희 같은 게으른 놈들이 도대체 뭘 알겠나? 다른 세상에 있을 지성적 존재가 어떻게 생겼느냐고?
난 대답하지 않겠네. 자네들 스스로 생각을 좀 해봐! 생각하는 법을 배우라고! 그런 존재라면 우선 암모니아를 변환시킬수 있는 기관을 가지고 있어야 하겠지, 안 그런가? 삐걱 기관 말고 무엇이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나?......

P.443
그리고 그가 자신의 말과 달리 사실 그들의 인생에 엄청나게참견하고 싶어 함을, 자기가 만들어 낸 그 세상 깊숙이 들어가고 싶어 함을, 심지어 그 안에서 구원을 요청하는 누군가를 구하고 싶어 함을, 저는 느꼈습니다. 그러고는 거기서, 전등갓도 없는 전구의 더러운 불빛 아래서, 어떤 목숨을, 어떤사랑을 구해 줄지 망설이고 있다고요. 그러나 저는, 그가 절대로 그런 일을 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합니다. 그는 그런 유혹에 저항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신이 되고 싶어 하니까요. 우리가 아는 유일한 신성이란, 인간의 모든 행위, 인간의 모든 범죄에 대해서 침묵으로 찬성하는 신이지 않습니까.

P.464
˝사람들은 영생을 갈구하지 않습니다.˝ 나는 잠시 후 다시 말했다. ˝그냥, 단순하게, 죽고 싶지 않은 것뿐이에요. 그냥 살고 싶은 겁니다. 디캔터 교수님. 발밑의 지구를 느끼고싶고, 머리 위의 구름을 보고 싶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그들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겁니다. 그 이상은 없어요. 그 밖의 모든 것들은 다 거짓말입니다.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거짓말. 다른 많은 사람들도 저만큼 참을성 있게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지나 의문입니다………. 구매자는 고사하고………….˝

P.549
지구에서 꽤 오래 머문 뒤 나는 전에 방문했던 여행지 중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다시 찾고자 길을 나섰다. 그곳은 둥근페르세우스 성좌, 송아지자리와 은하수 중심의 거대한 별 무리다. 가는 데마다 제법 변해 있었는데, 좋은 방향의 변화가아니므로 여기에 적기가 쉽지 않다. 바로 급성장한 우주여행업 탓이다. 의심의 여지 없이 여행이란 좋은 것이지만, 어느정도는 지켜야 하는 법이다.

P.552
이렇게 말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우주여행 중에 멀미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마치 우주를 무슨 타구(睡具)쯤으로여기는 것 같은데, 자신들의 역겨운 흔적이 수백만 년 동안우주 궤도를 돌면서 다른 여행자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리라는 사실을 상상도 못 하는 것 같다.

P.559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다른 행성의 생물들을잡아먹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자신들의 행성이 피해를 입으면, 그제야 비명을 지르고 도움을 청하며 처벌을 요청하고 난리를 친다. 그러나 우주 식생의 엽기성과 교활한 본성에 대한 모든 불만은 사실 인간 중심주의에 기초한 난센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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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극작가, 미래학자, 문명학자, 과학 철학자, SF 평론가 등 다양한 수식어로 알려진 렘은 1921년 폴란드 르부프에서 유대계 의사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르부프 의학 대학에 진학하여 수학하던 중 독일군의 점령으로 자동차 정비공과 용접공으로 일하며 지하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얄타 협정으로 폴란드의 국경선이 조정되면서 크라쿠프로 강제 이주하여 야기엘론스키 대학교에서 학업을 재개하였다. 1946년 장편 소설 [화성에서 온 인간] 연재로 등단하였고, 장편 소설 [우주비행사들](1951)이 널리 호평받으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명석한 두뇌에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규칙적으로 집필하는 성실성을 겸비한 렘은 6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서를 남긴다. SF적 상상력과 문학을 절묘하게 접목한 독보적인 소설을 개척했고, 실험적인 추리물, 방송극 대본, 문학 평론과 서평, 문화 비평 칼럼, 과학 및 의학 논문 등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를 실험했다. 외계의 낯선 생명체와 맞닥뜨린 인간이 겪는 소통의 문제, 미지의 존재와의 갈등을 통한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 기술 진보에 따른 인류 미래에 대한 탐구는 렘의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다. 이른바 ‘접촉 3부작’에 해당하는 [에덴](1959)과 [솔라리스](1961), [우주 순양함 무적호](1964)를 비롯하여 [행성으로부터의 귀환](1961), [주의 목소리](1968), [우주 비행사 피륵스 이야기](1968)에서 그러한 주제 의식은 빛을 발한다. 신랄한 풍자와 익살, 그로테스크한 작법이 돋보이는 블랙 코미디로는 이욘 티히 연작, [욕조에서 발견된 회고록](1961), 로봇 시리즈로 분류되는 [로봇의 서](1961), [로봇 우화](1964), [사이버리아드](1967)가 있다. 1981년 폴란드에 계엄령이 선포된 후 렘은 1988년까지 서베를린과 빈에 체류했다. 이후 폴란드로 돌아와 국내외 다양한 언론과 소통했으며, 2006년 3월에 향년 85세 나이로 타계했다. 렘의 선구적인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2년 국제천문연맹은 소행성3836에, 2013년 폴란드 정부는 폴란드 최초의 인공위성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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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소개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를 졸업하고, 폴란드 크라쿠프의 야기엘론스키대학교에서 미술사를 전공, 포즈난의 아담미츠키에비츠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 서울시립대학교 시각디자인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림책 연구자, 큐레이터, 폴란드어 번역자로 활동하고 있다. 안제이 사프코프스키의 「위쳐」 시리즈와 야누시 코르차크의 [마치우시왕 1세] 등 다수의 폴란드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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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전 세계 4500만 부 판매, 가장 다채로운 언어로 소개된 SF 작가!
현대 대중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친 선구자이자 SF 문학의 혁명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기상천외한 단편집

오늘날 가장 박식하고 지적이며 흥미로운 작가. -앤서니 버지스([시계태엽 오렌지]의 작가)

철학과 물리학 이론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우주 시대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뉴욕 타임스]

당신이 재미있어하실 만한 얘기를 하나 해 드리죠. 저로 말씀드리자면 단 한 번도 영혼을 소유하거나 영원히 존재하려는 필요성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수천 년 전부터 그런 소원을 가지고 있었죠. 저는 오래도록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모든 종교는 다 똑같습니다. 영생에 대한 약속, 죽음을 뛰어넘는 희망. 제가 그걸 주는 거죠, 영원한 삶. 육체의 마지막 조각이 스러지고 가루가 되어 사라질 때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확실성,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본문에서

폴란드가 낳은 SF 문학의 거장이자 소설가, 극작가, 미래학자, 문명학자, 과학 철학자, 문학 평론가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전방위적 문인 스타니스와프 렘의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가 공인된 폴란드어 판본, 원전 번역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1921년 폴란드 영토였던 르부프(현재 우크라이나의 리비우)에서 유대계 의사의 외아들로 태어난 렘은 어린 시절부터 폴란드의 고전 문학, H. G. 웰스나 쥘 베른의 과학 소설을 두루 섭렵했고, 아버지의 서재에서 의학 서적과 해부학 책들을 장난감 삼아 뒤적이며 성장했다. 1946년 장편 소설 [화성에서 온 인간]을 잡지 [모험의 신세계]에 연재하며 등단하였고, 장편 소설 [우주비행사들](1951)이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널리 호평받으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IQ 180에 빛나는 명석한 두뇌에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서 규칙적으로 작품을 집필하는 성실성을 겸비했던 렘은 생전에 단행본만 육십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을 남겼다. 사이버네틱스와 유전 공학, 우주 발생론, 컴퓨터 게임, 미래학 등 SF적 상상력과 문학을 절묘하게 접목한 독보적 글쓰기의 영역을 개척했고, 실험적 추리물, 방송극 대본, 문학 평론과 서평, 문화 비평 칼럼, 과학 및 의학 논문, 정치 사회 논평, 철학 에세이 등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썼다. 이러한 렘의 작품은 사십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45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렘은 작품의 특성과 주제에 따라 풍자와 익살, 그로테스크, 블랙 유머, 언어유희, 패러독스와 아이러니를 적재적소에 구사하였다. 외계의 낯선 생명체와 맞닥뜨린 인간이 겪는 소통의 문제, 미지의 존재와의 갈등을 통한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 그리고 기술의 진보에 따른 인류의 미래에 대한 탐구는 렘의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다. 이른바 ‘접촉 삼부작’에 해당하는 [에덴](1959)과 [솔라리스](1961), [우주 순양함 무적호](1964)를 비롯하여 [행성으로부터의 귀환](1961), [주의 목소리](1968), [우주비행사 피륵스 이야기](1968) 등이 이러한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그 밖에도 신랄한 풍자와 익살, 그로테스크한 작법이 돋보이는 우화적 블랙 코미디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1957) 등 이욘 티히 연작과 [욕조에서 발견된 회고록](1961), 그리고 ‘로봇 삼부작’이라 일컬어지는 [로봇의 서] (1961), [로봇 우화](1964), [사이버리아드](1967)가 있다. 소설뿐 아니라 특유의 날카로운 비평과 자유분방한 예술적 상상력, 치밀한 과학적 사고가 어우러진 논픽션(회고록, 논평집, 강연록, 대담집, 에세이 등)을 다수 발표했고, 가상의 도서에 대한 서평과 서문이라는 참신한 메타픽션 장르를 선보였다. 이를테면 렘에게 SF 문학이란 ‘인식의 지평을 여는 실험실’이었다. 그래서 렘은 진정한 SF라면 지금까지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작가적 신념을 반영하듯 렘은 20세기 중반에 이미 인공 지능과 가상 현실(시뮬레이션 세계), 검색 엔진, 유전자 복제와 인공 수정, 나노 기술, e북과 오디오북, 항성 공학, 온라인 교육 등 첨단 과학 기술의 도래를 정확히 예측하면서 우리 시대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고 무수히 많은 사람과 다채로운 분야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문학과 철학, 물리학과 수학, 역사학과 종교학, 우주학과 생명 공학 등 인류의 거의 모든 성취를 아우르는 그의 웅대한 상상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생생히 박동하고 있다.

“사람들은 영생을 갈구하지 않습니다.” 나는 잠시 후 다시 말했다. “그냥, 단순하게, 죽고 싶지 않은 것뿐이에요. 그냥 살고 싶은 겁니다, 디캔터 교수님. 발밑의 지구를 느끼고 싶고, 머리 위의 구름을 보고 싶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겁니다. 그 이상은 없어요. 그 밖의 모든 것들은 다 거짓말입니다.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거짓말.” -본문에서

“저것이 그들의 운명이죠.” 코르코란 교수가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그들의 운명, 그들의 세상, 그들의 존재. 그들이 접근할 수 있고, 그들이 알 수 있는 모든 것. 저 안에는 인간이 가장 풍성하게 감각할 수 있는, 약 100조에서 120조 정도의 전자로 기록된 자극소들이 들어 있습니다. 만약 저 통의 뚜껑을 열어 보시더라도, 셀룰로이드 위에 흰 곰팡이처럼 지그재그 무늬가 그어진, 번쩍거리는 테이프밖에 보지 못하실 겁니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티히 씨, 적도의 뜨거운 밤이고, 파도 소리이며, 사과와 배의 맛, 휘몰아치는 눈보라, 벽난로를 피워 놓고 가족들과 함께 보낸 저녁, 난파선의 뱃전에서 울리는 소리, 병의 발작적 고통, 산봉우리와 공동묘지, 그리고 어른거리는 환영이에요, 티히, 저 안에는 전 세계가 들어 있어요!” -본문에서

“그러면 공장을 공공의 재산으로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새 기계들이 당신들에게 오로지 축복만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말이죠!”
내가 이 말을 내뱉자마자 인디오타는 몸을 부르르 떨며 걱정스러운 듯 열 개의 눈을 깜빡이더니,혹시 계단에 모여 있는 동족들 중 누가 내 말을 듣지나 않았는지 살피면서 귀를 쫑긋 세웠다.
“대인디의 열 개의 코를 걸고, 여행자여, 제발, 그런 이단적인 발언은 자제해 주세요. 그건 우리 자유의 근본에 대한 부도덕한 공격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의 가장 중요한 법은 ‘시민 자율권’이라 불리는데, 이는 누구에게든 어떠한 부자유도 없다는 뜻이며,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강제하거나 강요받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러니 누가 도스토이니들에게서 공장을 빼앗을 수 있겠습니까? 그들의 의지가 소유의 상태를 즐기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 발상은 상상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가장 끔찍한 위해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새 기계들이 수많은 값싼 물건들과 식료품들을 생산해 냈음에도 티라우들은 그걸 살 수 있는 형편이 못 되었죠, 살 수 있는 수단이.”
“아니, 인디오타 님! 하지만 티라우들 스스로가 좋아서 그런 식으로 산다고 말씀하시는 건 아니시죠? 당신들의 자유와 시민 자율권은 누구를 위한 것이라는 말입니까?”
“존경하는 여행자 님,” 인디오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법은 아직도 존중되고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법은 시민이 자기 권리와 돈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얘기할 뿐, 그걸 어디서 가져와야 하는지는 얘기하지 않아요.” -본문에서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는 이른바 ‘이욘 티히 연작’이라고 불리는 일군의 단편 소설을 엮은, 스타니스와프 렘의 대표적 작품집이다. 여러 시기에 걸쳐(195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 산발적으로 발표된 각각의 작품들을 ‘스타니스와프 렘 재단’에서 직접 선별해서 엮은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는 [솔라리스], [우주 순양함 무적호] 등 최전성기 SF 소설뿐 아니라 만년의 철학적 작품에 이르기까지, 한평생 작가가 선보이고자 했던 기상천외한 착상과 심오한 주제 의식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또한 이 책은 훗날 스타니스와프 렘이 펼쳐 보인 상상력의 맹아는 물론, 문체와 구성 측면에서도 다채롭고 풍요로우며 실험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준다. 이를테면 미지와의 조우, 초월적 인공 지능과 인간의 관계, 로봇과 기계 문명이 선사하는 희비극, 시간 여행과 타임 패러독스, 영생과 불멸, 인간 중심적 우주관의 한계 등 경이로울 만큼 다양한 주제와 문제의식을, 조너선 스위프트와 프랑수아 라블레처럼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또는 매섭고 신랄하게, 혹은 다정하고 환상적인 필치로 들려준다. 그러므로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이 한 권의 책 속에 스타니스와프 렘의 모든 가능성이 깃들어 있다고 이야기하더라도 결코 지나치지 않으리라.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는 (이욘 티히의 동지이자 그의 전문가이도 한) 타란토가 교수가 눈물겨운 노력 끝에 「우주 일지」와 「회고록」, 두 부분으로 구성, 편찬한 저작물이다. 타란토가 교수는 철저한 검증을 통해서 엄격히 진위를 가려낸 이욘 티히의 친필 작품들만을 이 책에 수록했으며, (일부 협잡꾼들의 야비한 모함해도 불구하고) 저자의 경험과 기록은 전부 사실이라고 못 박는다. 확실히 「우주 일지」 속 열두 가지 이야기들과 「회고록」의 여섯 가지 회상들은 과연 덮어놓고 사실이라 믿기에는 어딘가 터무니없다. 그러나 이토록 환상적이고 약간은 수상쩍으며, 아무래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이야기들 사이사이에는 좀처럼 외면할 수 없는 놀라운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 시간의 소용돌이 속에 갇혀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욘 티히가 (직선적 시간관을 비웃듯) 저마다 고집불통으로 야단법석을 부리는 에피소드부터 단지 욕심 탓에 불필요한 폭력과 살육을 일삼아 온 인간의 역사, 사사로운 아귀다툼으로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지구의 역사, 대자연의 은혜를 저버리고 환락에 젖어 살아가는 외계 문명과 완벽한 자유를 위해서 진정한 조화를 폐기 처분해 버린 외계 사회, 인간의 착취 때문에 정신병을 앓는 컴퓨터, 전혀 다른 가치관을 지닌 우주 세계에 막무가내로 선교하는 종교 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소 기이하고 겁나는 내용뿐이지만, 묘하게도 이 모든 얘기들이 우리 세계, 사회, 현실을 거울처럼 반영하고 있음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이욘 티히는 마지막 일지에서 자기 가문의 역사와 비범한 내력을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는데, 결국 독자는 절대 헤어날 수 없는 미궁에 빠지게 되리라.) 한편 「회고록」은 보다 철학적 주제들을 다룬다. 특히나 이 작품들은 시간 여행과 영원불멸, 시뮬레이션 세계와 인간 복제, 지적 생명체의 창조 등 오늘날 우리 과학계가 진지하게 논의하고 연구하는 최첨단의 주제들을 거의 예언적 상상력으로 치밀하게 그려 냄으로써 후대의 SF 문학, 더 나아가 현대의 대중문화―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전반에도 현저한 영향을 끼쳤다. 요컨대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는 SF 문학의 선각자, 불세출의 이야기꾼, 무한한 영감의 원천인 ‘스타니스와프 렘’의 진면목을 살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첫걸음이자 다가올 미래를 먼저 엿볼 수 있는 매혹적인 기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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