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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살아 있다 : 새 밀레니엄을 연 미술가들
저자 윤난지
출판사 한길사
출판일 20250306
가격 ₩ 35,000
ISBN 9788935678945
페이지 352 p.
판형 152 X 225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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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1990년대 한국 현대미술계는 마르셀 뒤샹의 〈샘〉으로 대표되는 서구 포스트모던 미술을 수용해 구체화했다. 근대부터 이어진 모던 미술이 기존의 규칙을 버리고 작가의 개성과 독창성을 강조했다면, 포스트모던 미술은 차용과 혼성을 받아들이면서 작업의 출발점인 ‘작가’마저 내던졌다. 이런 미술 현장의 모습은 문학가 롤랑 바르트가 외친 ‘저자의 죽음’을 떠오르게 한다. 문학이든 미술이든, 작가가 설 자리는 사라지고 오로지 모호한 작품과 해석하는 관람자만 남는 것이다. 하지만 윤난지는 ‘작가는 죽었다’는 바르트의 말을 ‘작가는 살아 있다’며 되받는다. 윤난지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미술 현장을 지켜보며 그 변화를 글로 옮겨왔다. 〈작가는 살아 있다〉는 한국 현대미술 작가 20명의 작업을 시대순으로 해설하면서 변화하는 양상과 역사적 의미를 드러내고, ‘작가의 죽음’을 말하는 포스트모던 작품 뒤에서 ‘살아 있는 작가’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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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머리에 | 작가는 죽었는가? 1990년대를 만든 미술가들 7

1 그리기의 시작과 끝
‘그리기’를 그리는 화가 김홍주 17
의미 비껴가기 문범의 ‘회화 아닌 회화’ 33
“그냥 흔들리다 문득” 김호득의 수묵 미학 49
김춘수의 “수상한” 파란 그림 67
도윤희의 “눈이 없는 시선” 81

2 경계 넘나들기
“예술은 일상이다” 윤동천의 ‘힘’ 97
최정화의 플라스틱 아트 그 알록달록한 껍질의 세계 115
“한국화는 있다” 황창배의 해체 133
이불의 ‘몸’, 그 불투명한 껍질 151

3 말하는 미술
‘틈’으로의 여행 박이소의 움직이는 기호 169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 안규철의 사물극 183
“죽음을 기억하라” 조덕현의 열린 기호학 199

4 가장자리 미학
모성을 통한 여성주의 윤석남의 어머니 219
홍승혜의 “유기적 기하학” 235
신경희의 몸으로 쓴 일기 251
김주현의 “단순하게 복잡한” 구조 269

5 유토피아 너머
윤영석이 지은 “시간의 사원” 287
아우름과 떠남의 미학 김수자의 보따리 303
시간으로의 여행 우순옥의 ‘다른’ 장소들 319
그리움을 그리다 김보희의 생태주의 유토피아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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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발췌
10쪽
새 밀레니엄도 사반세기가 지나가고 있다. 그 시작을 알린 1990년대 미술은 한국 동시대 미술사를 바꾼 변곡점으로, 현재의 미술도 그 단초는 이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37쪽
문범의 의도는 캔버스 회화를 조각이나 오브제와 병치하거나 물감 칠한 펠트 천을 빨래처럼 널어놓거나 서랍 같은 오브제를 채색하여 회화나 조각처럼 전시한 1990년대 작업으로 이어졌다.

85쪽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자연의 시간을 환기하는 그의 화면은 20세기를 질주하게 한 기계론적 세계관, 미래를 향한 직선적인 시간관에 대한 비판이자 대안이다.

123쪽
서구식 옷을 만드는 제3세계 서민 공간에서 만들어진 그 옷은 형태를 통해서도 이러한 특성을 각인한다. 서양식 옷 위에 새겨진 태극기와 무궁화, 월드컵 로고, 그리고 프릴 달린 블라우스와 흰색 정장 등 혼성문화의 코드들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170쪽
미국인 가정의 추수감사절 만찬에 초대받아 식사한 이후 단식을 시작하여 3일쨰 되는 날 정오에 긴 줄을 목에 걸고 그 끝에 직접 만든 밥솥을 매달아 이를 끌면서 브루클린 다리를 건넜다.

212쪽
풍경화 혹은 추상회화를 떠올리는 그의 사진은 제목처럼 매우 ‘회화적’이다. 사진처럼 그리는 것이 회화처럼 찍는 것으로 전도된 이 작업은 사진과 회화, 실재와 일루전의 관계를 반추하게 한다.

275쪽
붓기 작업이 제작과정의 일시성을 드러낸다면 쌓기는 그 지속성을 드러낸다. 얇은 평면들이 부피를 만들어가는 단조롭고 긴 과정은 표면의 결로 나타나면서 시간의 흐름을 가시화한다.

316쪽
모든 것을 아우르면서도 모든 것을 떠나보내는 보따리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정진해온 모더니스트 영웅 신화, 그 남성적인 직진의 논리를 비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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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이화여대 미술사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19년까지 같은 과 교수로 재직했다. [현대미술의 풍경], [추상미술과 유토피아],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 등의 책을 썼으며, 석주미술상(평론 부문, 2000), 석남미술이론상(2007), 한국미술저작출판상(2021)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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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형식을 깨는 모더니즘 미술을 넘어서서
작가의 개성마저 내던지는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작가는 여전히 살아 있는가?

1990년대 한국 현대미술계는 마르셀 뒤샹의 〈샘〉으로 대표되는 서구 포스트모던 미술을 수용해 구체화했다. 근대부터 이어진 모던 미술이 기존의 규칙을 버리고 작가의 개성과 독창성을 강조했다면, 포스트모던 미술은 차용과 혼성을 받아들이면서 작업의 출발점인 ‘작가’마저 내던졌다.
이런 미술 현장의 모습은 문학가 롤랑 바르트가 외친 ‘저자의 죽음’을 떠오르게 한다. 문학이든 미술이든, 작가가 설 자리는 사라지고 오로지 모호한 작품과 해석하는 관람자만 남는 것이다. 하지만 윤난지는 ‘작가는 죽었다’는 바르트의 말을 ‘작가는 살아 있다’며 되받는다.
윤난지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미술 현장을 지켜보며 그 변화를 글로 옮겨왔다. 『작가는 살아 있다』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현대미술 작가 20명의 작업을 해설하면서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과 그 역사적 의미를 드러내고, ‘작가의 죽음’을 말하는 포스트모던 작품 뒤에서 ‘살아 있는 작가’를 발견한다.

■한국 현대미술의 변신
윤난지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현대미술사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미술사학자다. 이화여대 박물관장을 지냈고, 현대미술사학회·서양미술사학회·미술사학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사회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한 윤난지는 제각각 일탈한 듯 보이는 한국 현대미술 작품들을 사회역사적 배경 위에서 살핀다.
『작가는 살아 있다』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월간미술』에서 격월 연재된 「1990년대를 만든 작가들」을 보완해서 출간한 책이다. 윤난지는 작가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폭넓게 담아 해설하며, 그 흐름을 일관된 형식으로 서술한다. 가장 먼저 작가가 던지는 화두와 작가의 접근법을 살핀다. 이어서 중요 작품과 전시를 해설하고 작업의 변곡점을 확인한다. 그런 다음 작가의 작업물 전체를 꿰뚫는 의미를 잡아낸다.
1990년대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작가와 작품을 생산한 시대다. 같은 시기에 포스트모던 미술이 부상한 것은 모더니즘으로 대표되는 근대 역사관이 종말을 맞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가 구체화된 결과였다. 이 책은 그 시대 한국 미술의 개척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즉, 각자 다른 배경과 관심사에서 출발한 그들이 어떻게 포스트모더니즘의 첨단에 올랐는지, 그들의 작업에 어떤 일관성이 있는지, 그들이 한국 현대미술을 어느 정도로 바꿔놓았는지를 다룬다.

■그리기의 여전한 가능성
『작가는 살아 있다』는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첫 번째가 회화 미술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이다. 김홍주, 문범, 김호득, 김춘수, 도윤희와 함께 그리기의 여전한 가능성을 제안하면서 전반부를 연다. 모던 미술사의 중심축인 회화의 역사와 관행을 다시 탐색하거나 해체한 예시를 모았다.
설치와 영상 등 새로운 방법과 매체 실험이 활발하던 시기에도 김홍주는 회화라는 장르를 고수했다. 그림을 통해 그림의 역사에 도전한 그는 캔버스와 액자라는 ‘틀’을 다른 오브제로 대치하는 것에서 출발해 원근법과 부감법, 사물 배치 등의 회화적 관행을 재구성하는 것으로 관심사를 전개한다. 배경 없이 화면에 출몰하는 거대한 꽃은 김홍주의 트레이드마크로, 동양화도 서양화도 아니며 구상적이지도 추상적이지도 않은 새로운 그리기의 가능성을 선보인다.

■예술을 위한 예술을 넘어서
두 번째 주제는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이다. 윤동천, 최정화, 황창배, 이불은 동과 서, 몸과 정신 등 이분법을 넘어서는 예술의 가능성을 찾으려 했다. 형식과 장르, 나아가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모든 종류의 벽을 허물고자 한 당대 미술의 전반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윤동천은 ‘예술을 위한 예술’을 거부하고 “예술은 일상이다”라고 선언한 작가다. 윤동천은 예술을 통해 일상을 가로지르는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인 ‘힘’을 빼는 것을 목표한다. 메시지뿐만 아니라 표현 방법도 일상적이다. 넥타이, 목발, 세숫대야 등 일상적 사물을 통해 표현되는 그의 예술은, 인간적인 것의 정수만을 뽑아내려는 모더니즘 인본주의와 달리 차별 없이 수용하는 인본주의로 수렴한다.

■이미지를 넘어 이야기가 된 미술
세 번째 주제는 모더니즘의 형식주의를 내부로부터 해체하는 현상을 예시하는 ‘내러티브의 귀환’이다. 박이소, 안규철, 조덕현은 침묵하는 형식을 벗어나, 자기 이야기와 사회역사적 입장을 작업에 함축했다.
박이소는 모호성을 강조하는 예술가다. 소통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허무주의자로서 어법상의 모든 의미를 열어두고자 했다. 박이소는 스스로도 다중정체의 표본으로 살다 갔다. 박철호, 박모, 박이소라는 세 개의 이름을 거쳐갔고, 자신의 정체성을 그저 가볍고 유연한 기호로 바라봤다. 스스로 포스트모던 미술의 주체가 된 것이다.

■여성의 미학, 다양성의 미학
네 번째로는 여성 작가들의 행보를 주목한다. 남성과 남성성이 중심이 된 모더니즘의 중앙 집중주의가 허물어지는 양상을 제시했다. 윤석남, 홍승혜, 신경희, 김주현의 주류미학을 벗어난 작업들은 여성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주변’을 아우르는 다양성의 미학을 재고하게 한다.
윤석남은 여성주의 미술을 선두에서 이끌어온 작가다.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그는 미술사에서 소외된 여성의 삶을 증언했다. 윤석남은 남성중심적 미술에서 여성 미술로, 인간중심주의에서 생태로 점차 영역을 넓혀나간다. 유기견의 넋을 달래는 작품을 비롯해 사람 이외의 생명체와 공생하는 공간을 재현한 것이 그 예시다.

■지난 천 년이 만들어낸 미래상
마지막 장에서는 이전 천 년을 되돌아보는 이른바 ‘노스탤지어 미학’을 살펴본다. 두려움과 희망이 교차하는 세기말, 윤영석, 김수자, 우순옥, 김보희의 작업에서는 과거로 돌아가거나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려는 열망이 날카롭게 부각된다.
윤영석은 거대한 시간의 흐름을 체감하는 세기말 사람들의 대변자다. 흘러간 과거와 충만한 현재의 한순간을 구체적으로 재현하는 그의 작업은 시간의 일시성을 인식하게 한다. 윤영석에게 미래는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환상일 뿐이다. 시간에 대한 그의 탐구는 결국 시간의 절대성과 비가역성에 대한 순응으로 이어진다.

여기까지 다섯 덩어리로 작가들을 나눠 다루고 있지만, 이 역시 결코 허물 수 없는 경계가 아니다. 윤난지는 이 시기 미술은 “모든 작가가 따로 또 같이 작업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각각의 작품은 다른 장에도 속할 수 있으므로 장을 넘나들며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새 밀레니엄을 만들어낸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
새 밀레니엄에 들어선 지 사반세기가 지났다. 역사적 거리가 너무 멀어지기 전에 당대 미술을 글로 남기는 것이 윤난지가 이 책을 쓴 목적이다. 1990년대를 되돌아보는 것은 단순히 노스탤지어를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다. 1990년대는 지난 20세기와의 단절, 그리고 우리가 발 디딘 시대의 근원으로 존재한다. 독자가 이 책에 수록된 작가들과 동시대성을 느끼고, 이후의 작업을 통해 작가들과 이어지는 경로를 체감한다면 밀레니엄의 작가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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