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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대상들의 존재 양식에 대하여
원서명 Mode d'existence des objets techniques
총서명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시리즈
저자 질베르 시몽동
번역자 김재희
원저자 Gilbert Simondon
출판사 그린비출판사
출판일 20111005
가격 ₩ 27,000
ISBN 9788976823649
페이지 400 p.
판형 153 X 224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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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질베르 시몽동의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 양식에 대하여』. 이 책은 생성하고 진화하는 기술적 실재의 역동적인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소셜네트워크와 스마트 기기의 확산으로 인간 각각이 거대한 네트워크에 항시적으로 접속해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 기술적 대상 없이는 삶이 가능하지 않은 기술 의존의 시대에, ‘기술의 존재가치’와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던져 주고 있는 기술철학의 고전이다. 시몽동은 자신의 박사학위 부논문인 이 책에서 기술적 대상들의 발생과 진화의 과정, 기술적 대상과 인간의 관계 맺음, ‘기술성’ 자체의 본성을 고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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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론

I부_기술적 대상들의 발생과 진화

1장 _ 기술적 대상의 발생 : 구체화의 과정
2장 _ 기술적 실재의 진화 : 요소, 개체, 앙상블

II부_인간과 기술적 대상
1장 _ 기술 여건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인 두 관계 양식
2장 _ 기술적 대상들의 세계와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문화가 갖는 조절 기능. 현실적인 문제들

III부_기술성의 본질
1장 _ 기술성의 발생
2장 _ 기술적 사유와 다른 사유들 사이의 관계 맺음들
3장 _ 기술적 사유와 철학적 사유

결론

부록
기술 용어 해설
참고문헌
지은이의 말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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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옮긴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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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발췌
하나의 단검은 그것을 쥐고 있는 손 안에서만 진짜 아름답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연장, 하나의 기계, 또는 하나의 기술적 앙상블은 인간 세계 안에 삽입되어 이 세계를 표현하면서 회복시킬 때 아름답다. 만약 전화 교환국에 늘어서 있는 계기판들이 아름답다면, 이는 그것들이 그 자체로 아름다워서도 아니고, 또 그것들은 아무곳이든 놓일 수 있기 때문에 그것들이 지리적 세계와 맺는 관계에 의해서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그것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여러 가지 색깔로 움직이는 자리들을 매 순간마다 추적하는 빛나는 표시등들이, 교차되는 회로들을 통해 서로서로 연결되는 여러 인간 존재자들의 실제적인 몸짓들을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화 교환국은 가동 중일 때 아름답다. 왜냐하면 그것은 매 순간 한 도시와 한 지역에서의 삶이 지닌 한 측면을 표현하고 실현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하나의 불빛은, 어떤 기대, 어떤 의도, 어떤 욕망, 어떤 새로운 긴급함이며, 아무에게도 들리진 않을 테지만 멀리 있는 어떤 다른 집 안에서는 울려 퍼지게 될 전화 벨소리다. _ 267~268쪽

오늘날 문명화된 삶에서 수많은 제도들이 마술적 사유에 관련되어 있지만, 이는 그것들을 간접적으로 정당화하는 실용적 개념들에 의해 은폐되어 있다. 특히 휴가, 축제, 바캉스는 문명화된 도시의 삶이 강요한 마술적 능력의 상실을 마술적 충전을 통해 보상해 주는 것들이다. 그래서 휴식과 기분전환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바캉스 여행은 사실상 옛것이거나 새것인 요충지들을 찾는 것이다. 이 지점들은 시골 사람에게는 대도시일 수 있고, 도시인에게는 시골일 수 있지만, 더 일반적으로 보자면, 도시나 시골의 아무 지점이나 다 그런 지점이 되는 건 아니다. 이런 지점들은 바닷가, 높은 산, 또는 낯선 나라로 가기 위해 넘는 국경선 등이다. 공휴일로 정해진 날짜들은 시간의 특권화된 순간들에 관련된다. 때로는, 독특한 순간들과 독특한 지점들 사이의 만남이 존재할 수 있다. _ 239~240쪽

기술적 대상은 아무데서나 어떤 경우에서든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의 독특하고 특이한 장소를 만날 때 아름답다. 고압선은 계곡에 걸쳐 있을 때 아름답고, 자동차는 천천히 선회할 때 아름다우며, 기차는 출발하거나 터널을 빠져나올 때 아름답다. 기술적 대상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바탕을 만나서 자신이 이 바탕의 고유한 모양일 수 있을 때, 다시 말해 자신이 세계를 완성하고 표현할 때 아름답다. 기술적 대상은 자신에게 바탕으로, 말하자면 우주로 쓰이는 더 광대한 어떤 대상과 관련해서도 아름다울 수 있다. 레이더 안테나는 가장 높은 상부 구조 위에 놓여 있어서 범선의 갑판에서 올려다볼 때 아름답다. 그러나 바닥에 놓여 있을 때 그것은 어떤 축 위에 조립되어 있는 아주 조잡한 원뿔 모양의 물건 그 이상이 아니다. 그것은 범선이라는 이 앙상블의 구조적이고 기능적인 완성으로서 아름다웠던 것이지, 우주에 대한 참조 없이 그 자체로 아름다운 건 아니다.
그래서 기술적 대상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은 오로지 지각에만 맡겨질 수 없다. 그 대상의 기능을 이해하고 사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달리 말하자면, 기술적 대상들의 아름다움이 우주 안에 기술적 도식들을 삽입한 것으로서 이 우주의 요충지들에서 나타날 수 있기 위해서는 기술적 교육이 필요하다. _ 266쪽

몇몇 자동차 제작자들은 직접 조종하는 것이 운전자의 물리력을 전혀 초과하지 않을 때조차 자동제어장치에 체계적으로 의존하거나 부속품들에 과도한 자동장치를 사용하는 것이 개선인 것처럼 제시한다. 몇몇은 심지어 크랭크 핸들의 도움으로 시동을 거는 직접적인 수단들을 제거하는 것에서 탁월함의 증거와 판매의 권고 이유를 발견하는 데까지 가는데, 이는 사실상 그 [시동] 작동을 축전지 배터리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에너지의 사용에 종속시키면서 더 분석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그 제거에 복잡화가 있지만, 제작자는 그것을 단순화인 것처럼 제시한다. 유쾌하지 않은 어려운 시동 걸기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과거 속으로 던져 버리면서 자동차의 현대적 특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렇게 해서 우스꽝스런 뉘앙스는 다른 자동차들?크랭크 핸들을 보유하고 있는 차들?에게 던져진다. 왜냐하면 그 차들은 제품 소개 기술에 의해 과거 속으로 던져져 어떤 방식으로든 유행에 뒤처진 것들이 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간섭들에 영향을 받는 기술적 대상으로서 기술적 진보를 고려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그리고 자동차의 진보는 비행기, 선박, 화물트럭 등의 인접 영역들로부터 비롯하는 것이다. _ 34~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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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질베르 시몽동
저자 질베르 시몽동(Gilbert Simondon, 1924~1989)은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조르주 캉길렘, 마르샬 게루, 모리스 메를로-퐁티, 장 이폴리트에게서 수학했다. 1948년 철학교수자격시험에 합격한 후 1955년까지 투르의 데카르트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는데 철학 시간에 단지 철학만이 아니라 물리학과 기술공학도 가르쳤다. 1958년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프와티에 문과대학 교수(1955~ 1963)를 거쳐 소르본-파리 4대학 교수로서 교육과 학술활동에 전념하며 <일반심리학과 기술공학 실험실>을 직접 설립하여 이끌어 나갔다(1963~1983). 주요 저서로는 그의 박사학위 논문인 『형태와 정보 개념에 비추어 본 개체화』(주논문)와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 양식에 대하여』(부논문)가 있다. 그의 사후인 1990년대부터 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여 2000년대에는 『기술에서의 발명』, 『상상력과 발명』,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지각에 대한 강의』, 『동물과 인간에 대한 두 강좌』 등 그의 강의와 강연 원고들을 묶은 저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개체화를 주제로 삼은 발생적 존재론, 인식론, 자연철학, 그리고 이에 근거한 독창적인 기술철학은 질 들뢰즈의 철학에 큰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브라이언 마수미, 파올로 비르노, 안토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와 같은 현대 정치철학자들과 베르나르 스티글러, 브뤼노 라투르와 같은 현대 기술철학자들에게도 중요한 참조점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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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소개
김재희
역자 김재희는 이화여대 철학과와 서울대 철학과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베르그손의 무의식 개념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베르그손의 잠재적 무의식』, 『물질과 기억 : 반복과 차이의 운동』, 『서양철학과 주제학』(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가라타니 고진의 『은유로서의 건축 : 언어, 수, 화폐』, 베르그손의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 자크 데리다·베르나르 스티글러 공저인 『에코그라피 : 텔레비전에 관하여』(공역)가 있다. 그 밖에 「물질과 생성 : 질베르 시몽동의 개체화론을 중심으로」를 비롯한 다수의 논문들이 있다. 서울대 철학사상 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대진대 학술연구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베르그손으로부터 시몽동과 들뢰즈로 이어지는 표현적 유물론의 자연철학, 시몽동의 기술철학 등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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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질베르 시몽동의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 양식에 대하여』는 소셜네트워크와 스마트 기기의 확산으로 인간 각각이 거대한 네트워크에 항시적으로 접속해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 기술적 대상 없이는 삶이 가능하지 않은 기술 의존의 시대에, ‘기술의 존재가치’와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던져 주고 있는 기술철학의 고전이다. 시몽동은 자신의 박사학위 부논문인 이 책에서 기술적 대상들의 발생과 진화의 과정, 기술적 대상과 인간의 관계 맺음, ‘기술성’ 자체의 본성을 고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몽동은 기술적 대상들을 단지 이용가치만을 갖는 ‘물질의 조립물’로 보는 관점, 반대로 기술적 진보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을 갖는 테크노크라시적 관점, 그리고 (영화나 SF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듯) 인간을 적대하는 위협적인 ‘자동로봇’으로 인식하는 관점을 모두 비판하면서 인간과 기술적 대상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고자 한다. 이 새로운 관계 속에서 기술적 대상들은 인간들의 노예나 적대자가 아니라, 마치 생물체처럼 생성·진화하는 고유의 존재 양식을 가지면서 인간들과 동등하게 협력하는 존재이며, 인간들 역시 기계들을 발명하고 조정하는 존재로서 기술적 대상들의 생성과 진화의 과정에 참여한다.

인간과 기술적 대상의 공존을 위한 존재론적 사유!!
테크놀로지의 시대를 사유하기 위한 현대 기술철학의 고전!


질베르 시몽동의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 양식에 대하여』(이하 『기술적 대상들』)는 소셜네트워크와 스마트 기기의 확산으로 인간 각각이 거대한 네트워크에 항시적으로 접속해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 기술적 대상 없이는 삶이 가능하지 않은 기술 의존의 시대에, ‘기술의 존재가치’와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던져 주고 있는 기술철학의 고전이다. 시몽동은 이 책에서 기술적 대상들을 단지 이용가치만을 갖는 ‘물질의 조립물’로 보는 관점, 반대로 기술적 진보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을 갖는 테크노크라시적 관점, 그리고 (영화나 SF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듯) 인간을 적대하는 위협적인 ‘자동로봇’으로 인식하는 관점을 모두 비판하면서 인간과 기술적 대상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고자 한다. 이 새로운 관계 속에서 기술적 대상들은 인간들의 노예나 적대자가 아니라, 마치 생물체처럼 생성·진화하는 고유의 존재 양식을 가지면서 인간들과 동등하게 협력하는 존재이며, 인간들 역시 기계들을 발명하고 조정하는 존재로서 기술적 대상들의 생성과 진화의 과정에 참여한다.
시몽동이 『기술적 대상들』에서 보여 준 기술에 대한 탁월한 사유는 그 독창적인 발상과 개념들로 출간 이후, 많은 철학자와 기술철학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받은 질 들뢰즈 외에도 파올로 비르노, 안토니오 네그리 등의 정치철학자, 베르나르 스티글러, 브뤼노 라투르 같은 기술철학자들이 시몽동의 사유를 중요한 참조점으로 삼아 자신의 사유를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에 비해 이 책을 타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더딘 편이다(『기술적 대상들』은 아직 영역본도 일역본도 출간되지 못했다). 시몽동의 사유가 철학뿐만 아니라 물리, 생물, 사회학, 심리학, 기술공학 등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어판은 베르그손, 시몽동, 들뢰즈로 이어지는 ‘표현적 유물론의 자연철학’을 주요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는 옮긴이 김재희가 오랜 기간의 세미나를 통해 이런 난점들을 극복하고 완성도 높은 번역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한국어판에는 시몽동이 1958년 초판 출간 당시 작성해 두었지만, 그동안 출간되지 못했던 ‘지은이의 말’을 부록에 수록했다. 이는 아직 프랑스어 원서에도 수록되지 않은 것으로 세계 최초로 전문이 공개되는 것이다. 시몽동의 육성으로 책의 전반적인 의도를 개괄할 수 있는 이 글은 시몽동의 철학으로 들어가는 좋은 입구가 될 것이다.

기술적 대상과 인간이 맺는 관계의 양상들

시몽동은 인간과 기술적 대상의 관계를 한편으로는 개체의 수준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앙상블의 수준에서 고찰한다. 우선 개체적 수준에서 기술적 대상에 대한 인간 개체의 접근 방식을 크게 소수적 양식과 다수적 양식으로 구분하는데, 소수적 양식이란 기술적 대상들이 연장이나 도구의 수준에 머무를 때 가능한 것으로, 이때 기술적 대상과 인간 사이의 만남은 본질적으로 어린아이 시절에 이루어진다. ‘수습공의 인식’에 비유되는 이 소수적 양식에서 기술적 대상은 일상적 삶에 필요한 사용 대상으로 취급되어 인간 개체를 성장시키고 형성하는 환경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거의 본능적인 능력과 직관을 가지고 기술적 대상을 다루는 이런 관계 맺음은 공동체의 엄격한 기술교육과 통과의례에 의해 전수되는 경향을 가진다. 이에 반해 기술적 대상에 대한 다수적 양식은 과학들로 정교해진 합리적 인식의 수단들을 자유로이 쓸 수 있는 어른의 반성적인 의식화에 상응한다. 기술적 대상이 소수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수습공의 인식’에 대비해서 ‘엔지니어의 인식’에 비유되는 이 다수적 양식은 구술과 통과의례만으로 비밀스럽게 전해지던 소수적 양식의 기술교육과 다르게 보편적이고 종합기술적인 기술교육을 지향하는데, 소수적 양식에서 다수적 양식으로의 이러한 전환은 디드로와 달랑베르의 『백과전서』에서 잘 드러난다.
앙상블의 수준에서는 기술적 진보에 대한 인간들의 가치 부여 양식에 따라 기술적 대상과 인간과의 관계가 달라진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의해 요소들의 개량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18세기에는 낙관적인 진보에 대한 믿음이, 연장의 운반자인 인간 개체를 기계가 대체한 것으로 보이던 19세기에는 진보에 대한 비관적인 인식과 이로 인한 좌절과 불안감이 기술적 대상과 인간 간의 관계의 지배적인 양상이었다는 것이다. 시몽동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비관적 인식이나, 기계를 통해 무제한의 힘을 확보할 수 있다는 테크노크라시적 믿음, 혹은 인간의 간섭이 필요 없는 완벽한 자동기계(로봇)가 가능할 것이라는 사이버네틱스 이론을 모두 비판하면서, 새로운 진보 개념을 창안할 것을 주장한다. 인간의 진정한 본성은 기계와 경쟁하고 기계로 대체되는 연장들의 운반자가 아니라, 기술적 개체를 조직하는 발명가이며, 앙상블 속에서 기계들 사이의 양립 가능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생명체로서의 지위를 갖는다는 것이다. 정보를 수용하는 열린 기계(완벽한 자동기계, 즉 완벽하게 닫힌 기계란 존재할 수 없다)의 비결정성의 여지에 개입하여 하나의 기계로부터 다른 기계로 정보를 번역·전달해 주는 매개이자 조정자로서의 역할(생명체와 비-생명체의 접속), 바로 네트워크적 관계야말로 인간과 기술적 대상과의 적합한 관계 맺음이다.

테크놀로지의 시대를 이해하는 가장 독특한 입구

『기술적 대상들』을 구성하고 있는 세 개의 부는 각각 분명한 주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1부가 기술적 대상들의 발생과 진화의 과정을, 2부가 기술적 대상과 인간의 관계 맺음을 고찰하고 있다면, 3부에서는 ‘기술성’ 자체의 본성을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기술성 자체의 발생적인 차원에서 고찰하고 있다. 앞의 두 개 부의 기술철학적 논의와 달리 형이상학적인 논의가 펼쳐지는 3부에서 시몽동은 ‘기술’을 인간과 세계가 관계 맺는 여러 양상들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다. 시몽동은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는 양상을 마술, 종교, 미학, 과학, 윤리, 철학 등으로 분석하면서, 이 전체적인 관계 속에서 ‘기술성’의 발생적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생명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요충지들이 자연으로부터 분리되지 않았던 원초적인 ‘마술적 세계’로부터 요충지들을 분리해 낼 수 있는 ‘기술성’이 등장하고, 그와 동시에 ‘바탕’에 대한 인식인 ‘종교적 사유’가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마술적 세계로부터 양분(兩分)된 기술과 종교는 다시 과학과 윤리의 발생을 조건 짓는다. 또한 이 각각의 사이에 분리를 통합하려는 양상이 존재하는데, 기술과 종교 사이의 대립을 중화하고 양자를 소통시키기 위한 미학, 그리고 이 모든 분화와 변이의 발생적 관계들을 총체적으로 직관하면서 기술과 종교 이후의 대립들(과학과 윤리, 이론과 실천)을 새롭게 통합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는 철학이 그것이다.
이렇게 인간과 세계가 맺는 관계 전체를 통찰하는 『기술적 대상들』 3부의 시도는 물리적 실재로부터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그리고 기계적 실재까지, 세계 전체를 설명하고자 하는 시몽동의 백과사전적 시도의 일단을 보여 준다. 박사학위 주논문(『형태와 정보 개념에 비추어 본 개체화』, 황수영 옮김, 2012년 그린비 출간 예정)에서 시작되어 박사학위 부논문인 『기술적 대상들』에서 완성되는 시몽동 사유의 전체 체계는 ‘개체화’라는 개념을 중심축으로 하여 성립된다. 이미 존재하는 ‘존재’를 통해서 그 존재의 근원이나 원리를 묻는 기존의 철학들(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질료-형상론)을 비판하면서, ‘개체화’의 과정을 통해 ‘개체’, 곧 ‘존재’를 설명해 내는 시몽동 특유의 ‘개체화론’은 질 들뢰즈를 위시한 여러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끼친 것만큼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사유를 촉발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기술적 대상들』에서 보여 주고 있는 ‘기술성’에 대한 사유들은 시몽동의 전체 사유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물리적·생물학적·심리적·사회학적 개체화를 주로 다룬 박사학위 주논문(『형태와 정보 개념에 비추어 본 개체화』)의 논리를 완성할 뿐만 아니라, 기술적 개체화의 사례들이 탁월한 범례로 제시됨으로써 개체화의 논의를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몽동의 사유 체계 내에서의 중요성 외에도, 이미 50년대 후반에 기계와 인간을 포괄하는 정보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문화와 기술의 통합을 시도했던 시몽동의 ‘기술철학’은 그 자체로 놀라운 통찰들을 던져 주고 있다. 예술과 기술, 삶과 기술이 따로 떨어져 존재하지 않는 우리 시대의 테크놀로지를 예견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방향성까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기술적 대상들』은 독자들이 오늘날의 ‘기술적’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입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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