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일리아스 = Ilias
원서명
Ilias
총서명
원전으로 읽는 순수 고전 세계 시리즈
저자
번역자
원저자
출판사
출판일
20070120
가격
₩ 38,000
ISBN
9788991290167
페이지
840 p.
판형
234 X 160 mm
판차
제2판
커버
Book
책 소개
고대의 하늘로 맑게 울려 퍼진 호메로스의 이야기
천병희 교수의 그리스 원전 번역의 <일리아스>의 개정판. 그리스 문화의 원형이자 서양 정신의 출발점인 호메로스의 대표작으로, 그리스 문학이 전하는 가장 오래된 작품이자 유럽 문학의 효시이다. 신의 뜻에 따라 트로이 전쟁을 수행하는 그리스군과 트로이군의 비극적인 운명, 즉 전쟁과 죽음과 삶에 대한 인간의 통찰을 1만 5693행에 담고 있다. 책 끝부분에 옮긴이 해설과 역주, 작품의 감상을 돕는 부록들을 수록해 고전 번역본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일리아스>의 주인공은 트로이 전쟁에서 가장 용감했던 그리스 장수,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나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아킬레우스다. 그에게 불어닥친 거센 분노가 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아가멤논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그는 전쟁도 포기할 만큼 분노하지만, 신의 도움으로 자제심을 발휘해 아가멤논과의 칼부림을 피하고 전쟁에서 발을 빼는데….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영웅들은 인간의 삶의 다양한 계기들을 전형적으로 형상화하는 인물이다. 주인공 아킬레우스는 관대하고 섬세한 인간성의 소유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소질과 품성을 격렬하게 분출한다. 제우스는 권위 있는 군주의 모습을, 헥토르가 이상적인 남편이라면 안드로마케는 지혜로운 아내의 이상을, 오뒷세우스는 주도면밀한 재사이자, 분쟁 조정자의 모델역할을 보여준다.
천병희 교수의 그리스 원전 번역의 <일리아스>의 개정판. 그리스 문화의 원형이자 서양 정신의 출발점인 호메로스의 대표작으로, 그리스 문학이 전하는 가장 오래된 작품이자 유럽 문학의 효시이다. 신의 뜻에 따라 트로이 전쟁을 수행하는 그리스군과 트로이군의 비극적인 운명, 즉 전쟁과 죽음과 삶에 대한 인간의 통찰을 1만 5693행에 담고 있다. 책 끝부분에 옮긴이 해설과 역주, 작품의 감상을 돕는 부록들을 수록해 고전 번역본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일리아스>의 주인공은 트로이 전쟁에서 가장 용감했던 그리스 장수,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나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아킬레우스다. 그에게 불어닥친 거센 분노가 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아가멤논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그는 전쟁도 포기할 만큼 분노하지만, 신의 도움으로 자제심을 발휘해 아가멤논과의 칼부림을 피하고 전쟁에서 발을 빼는데….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영웅들은 인간의 삶의 다양한 계기들을 전형적으로 형상화하는 인물이다. 주인공 아킬레우스는 관대하고 섬세한 인간성의 소유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소질과 품성을 격렬하게 분출한다. 제우스는 권위 있는 군주의 모습을, 헥토르가 이상적인 남편이라면 안드로마케는 지혜로운 아내의 이상을, 오뒷세우스는 주도면밀한 재사이자, 분쟁 조정자의 모델역할을 보여준다.
목차
일러두기
옮긴이 서문
제1권 역병_ 아킬레우스의 분노
제2권 아가멤논의 꿈_ 함선 목록
제3권 맹약_ 성벽위에서의 관전_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결투
제4권 맹약의 위반_ 아가멤논의 열병
제5권 디오메데스의 무훈
제6권 헥토르와 안드로마케의 만남
제7권 헥토르와 아이아스의 결투_ 시신들의 매장
제8권 전투의 중단
제9권 아킬레우스에게 사절단을 보내다_ 간청
제10권 돌론의 정탐
제11권 아가멤논의 무훈
제12권 방벽을 둘러싸고 싸우다
제13권 함선들을 둘러싸고 싸우다
제14권 제우스가 속임을 당하다
제15권 아카이오이족이 함선들에서 도로 밀려나다
제16권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제17권 메넬라오스의 무훈
제18권 무구 제작
제19권 아가멤논과 화해하는 아킬레우스
제20권 신들의 전투
제21권 강변에서의 전투
제22권 헥토르의 죽음
제23권 파트로클로스를 위한 장례 경기
제24권 몸값을 주고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 받다
[부록]
주석
주요 인명
주요 신명
주요 지명
주요 신들과 영웅들의 가계도
해설 / 호메로스의 작품과 세계
참고문헌
찾아보기
지도
옮긴이 서문
제1권 역병_ 아킬레우스의 분노
제2권 아가멤논의 꿈_ 함선 목록
제3권 맹약_ 성벽위에서의 관전_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결투
제4권 맹약의 위반_ 아가멤논의 열병
제5권 디오메데스의 무훈
제6권 헥토르와 안드로마케의 만남
제7권 헥토르와 아이아스의 결투_ 시신들의 매장
제8권 전투의 중단
제9권 아킬레우스에게 사절단을 보내다_ 간청
제10권 돌론의 정탐
제11권 아가멤논의 무훈
제12권 방벽을 둘러싸고 싸우다
제13권 함선들을 둘러싸고 싸우다
제14권 제우스가 속임을 당하다
제15권 아카이오이족이 함선들에서 도로 밀려나다
제16권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제17권 메넬라오스의 무훈
제18권 무구 제작
제19권 아가멤논과 화해하는 아킬레우스
제20권 신들의 전투
제21권 강변에서의 전투
제22권 헥토르의 죽음
제23권 파트로클로스를 위한 장례 경기
제24권 몸값을 주고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 받다
[부록]
주석
주요 인명
주요 신명
주요 지명
주요 신들과 영웅들의 가계도
해설 / 호메로스의 작품과 세계
참고문헌
찾아보기
지도
본문발췌
그들은 저녁 식사와 달콤한 잠을 즐길 참이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사랑하는
전우를 생각하며 울었고, 모든 것을 정복하는 잠도 그만은 붙잡지 못했다.
그는 누워서 이리저리 뒤척이며 파트로클로스의 남자다움과 고상한 용기를 그리워했다.
아아, 전사들의 전쟁과 고통스런 파도를 헤치며 그와 더불어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고,
얼마나 많이 고생했던가! 그는 이런 일들을 생각하며 때로는 모로 누웠다가
때로는 바로 누웠다가 또 때로는 엎드리기도 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러다 그는 벌떡 일어나 바다의 기슭을 정처 없이 거닐었고,
새벽의 여신은 그가 모르게 바다와 해안 위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
그러면 그는 날랜 말들에게 전차 밑에서 멍에를 얹고는
끌고 다니기 위해 헥토르를 전차 뒤에 매달았다.
그러고는 헥토르를 끌고 죽은 파트로클로스의 무덤을 세 번 돌고 나서 다시
막사로 돌아와 쉬었고, 헥토르는 먼지 속에 엎드러져 길게 누워 있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러나 아폴론이 헥토르를 불쌍히 여겨 죽었어도 그의 살을 온갖 손상에서 지켜주었으니,
그는 황금 아이기스로 그의 온몸을 덮어 아킬레우스가 끌고 다녀도
그를 찢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이처럼 아킬레우스가 분을 못 이겨 고귀한 헥토르를 욕보이자 축복 받은 신들은
헥토르를 보고 불쌍히 여겨 훌륭한 정탐꾼인 아르고스의 살해자에게
그의 시신을 빼내도록 재촉했다. 그리하여 다른 신들은 모두 이에 찬성했으나
헤라와 포세이돈과 빛나는 눈의 처녀에게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중략)
한편 프리아모스는 바퀴가 잘 구르는 노새 짐수레를 준비하고 그 위에 버들고리를
매어두도록 아들들에게 이르고 나서 자신은 삼나무로 만들어 향기가 그윽한
방으로 들어갔는데 지붕 높은 이 방 안에는 보물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는 아내 헤카베를 부르며 말했다.
“여보! 제우스에게서 올륌포스의 사자가 와서 내게 이르기를,
아킬레우스의 마음을 즐겁게 해줄 선물들을 가지고 아카이오이족의 함선들을 찾아가서
사랑하는 아들을 몸값을 주고 돌려받으라 했소. 그러니 자, 이 점에 대해
당신의 마음속 생각을 말해보시오! 나로 말하면 아카이오이족의 함선들을 찾아가서
넓은 진영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과 마음이 너무나 간절하오.”
이렇게 말하자 그의 아내는 흐느껴 울며 이런 말로 대답했다.
“아아! 이방인들과 당신이 다스리는 백성들 사이에서 전에는 그토록 명성이 자자하던
당신의 지혜는 대체 어디로 갔지요. 당신의 용감한 아들들을 수없이 죽인
그 사내의 눈앞으로 혼자서 아카이오이족의 함선들을 찾아가시려 하다니!
당신의 심장은 진정 무쇠로 만들어진 모양이구려. 만일 당신이 그자의 눈에 띄어
붙잡히게 되면 그자는 야만적이고 믿을 수 없는 자라 당신에게 동정심이나
존경심이라고는 추호도 갖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홀에 앉아 멀리서 그 애를
애도하도록 해요....” (중략)
그는 먹고 마시는 일을 이제 막 끝냈고, 그의 앞에는 아직도 식탁이 놓여 있었다.
위대한 프리아모스는 그들 몰래 안으로 들어가서는 가까이 다가가 두 손으로 아킬레우스의
무릎을 잡고 자기 아들들을 수없이 죽인, 남자를 죽이는 그 무시무시한 두 손에
입 맞추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무서운 미망(迷妄)에 사로잡혀 고향에서 사람을 죽이고
이방의 어떤 부잣집으로 피신하게 되면 그를 본 사람은 누구나 깜짝 놀라듯이,
꼭 그처럼 아킬레우스는 신과 같은 프리아모스를 보고 깜짝 놀랐고 다른 사람들도 놀라서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그에게 프리아모스는 이런 말로 애원했다.
“신과 같은 아킬레우스여, 그대의 아버지를 생각하시오! 나와 동년배이며 슬픈 노령의
문턱에 서 있는 그대의 아버지를. 혹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그분을 괴롭히더라도 그분을
파멸과 재앙에서 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오. 그래도 그분은 그대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날이면 날마다 사랑하는 아들이 트로이아에서
돌아오는 것을 보게 되기를 고대하고 있을 것이오. 하나 나는 참으로 불행한 사람이오.
드넓은 트로이아에서 나는 가장 훌륭한 아들들을 낳았건만 그중 한 명도 안 남았으니
말이오...
(<몸값을 주고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받다> 중에서)
전우를 생각하며 울었고, 모든 것을 정복하는 잠도 그만은 붙잡지 못했다.
그는 누워서 이리저리 뒤척이며 파트로클로스의 남자다움과 고상한 용기를 그리워했다.
아아, 전사들의 전쟁과 고통스런 파도를 헤치며 그와 더불어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고,
얼마나 많이 고생했던가! 그는 이런 일들을 생각하며 때로는 모로 누웠다가
때로는 바로 누웠다가 또 때로는 엎드리기도 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러다 그는 벌떡 일어나 바다의 기슭을 정처 없이 거닐었고,
새벽의 여신은 그가 모르게 바다와 해안 위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
그러면 그는 날랜 말들에게 전차 밑에서 멍에를 얹고는
끌고 다니기 위해 헥토르를 전차 뒤에 매달았다.
그러고는 헥토르를 끌고 죽은 파트로클로스의 무덤을 세 번 돌고 나서 다시
막사로 돌아와 쉬었고, 헥토르는 먼지 속에 엎드러져 길게 누워 있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러나 아폴론이 헥토르를 불쌍히 여겨 죽었어도 그의 살을 온갖 손상에서 지켜주었으니,
그는 황금 아이기스로 그의 온몸을 덮어 아킬레우스가 끌고 다녀도
그를 찢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이처럼 아킬레우스가 분을 못 이겨 고귀한 헥토르를 욕보이자 축복 받은 신들은
헥토르를 보고 불쌍히 여겨 훌륭한 정탐꾼인 아르고스의 살해자에게
그의 시신을 빼내도록 재촉했다. 그리하여 다른 신들은 모두 이에 찬성했으나
헤라와 포세이돈과 빛나는 눈의 처녀에게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중략)
한편 프리아모스는 바퀴가 잘 구르는 노새 짐수레를 준비하고 그 위에 버들고리를
매어두도록 아들들에게 이르고 나서 자신은 삼나무로 만들어 향기가 그윽한
방으로 들어갔는데 지붕 높은 이 방 안에는 보물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는 아내 헤카베를 부르며 말했다.
“여보! 제우스에게서 올륌포스의 사자가 와서 내게 이르기를,
아킬레우스의 마음을 즐겁게 해줄 선물들을 가지고 아카이오이족의 함선들을 찾아가서
사랑하는 아들을 몸값을 주고 돌려받으라 했소. 그러니 자, 이 점에 대해
당신의 마음속 생각을 말해보시오! 나로 말하면 아카이오이족의 함선들을 찾아가서
넓은 진영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과 마음이 너무나 간절하오.”
이렇게 말하자 그의 아내는 흐느껴 울며 이런 말로 대답했다.
“아아! 이방인들과 당신이 다스리는 백성들 사이에서 전에는 그토록 명성이 자자하던
당신의 지혜는 대체 어디로 갔지요. 당신의 용감한 아들들을 수없이 죽인
그 사내의 눈앞으로 혼자서 아카이오이족의 함선들을 찾아가시려 하다니!
당신의 심장은 진정 무쇠로 만들어진 모양이구려. 만일 당신이 그자의 눈에 띄어
붙잡히게 되면 그자는 야만적이고 믿을 수 없는 자라 당신에게 동정심이나
존경심이라고는 추호도 갖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홀에 앉아 멀리서 그 애를
애도하도록 해요....” (중략)
그는 먹고 마시는 일을 이제 막 끝냈고, 그의 앞에는 아직도 식탁이 놓여 있었다.
위대한 프리아모스는 그들 몰래 안으로 들어가서는 가까이 다가가 두 손으로 아킬레우스의
무릎을 잡고 자기 아들들을 수없이 죽인, 남자를 죽이는 그 무시무시한 두 손에
입 맞추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무서운 미망(迷妄)에 사로잡혀 고향에서 사람을 죽이고
이방의 어떤 부잣집으로 피신하게 되면 그를 본 사람은 누구나 깜짝 놀라듯이,
꼭 그처럼 아킬레우스는 신과 같은 프리아모스를 보고 깜짝 놀랐고 다른 사람들도 놀라서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그에게 프리아모스는 이런 말로 애원했다.
“신과 같은 아킬레우스여, 그대의 아버지를 생각하시오! 나와 동년배이며 슬픈 노령의
문턱에 서 있는 그대의 아버지를. 혹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그분을 괴롭히더라도 그분을
파멸과 재앙에서 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오. 그래도 그분은 그대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날이면 날마다 사랑하는 아들이 트로이아에서
돌아오는 것을 보게 되기를 고대하고 있을 것이오. 하나 나는 참으로 불행한 사람이오.
드넓은 트로이아에서 나는 가장 훌륭한 아들들을 낳았건만 그중 한 명도 안 남았으니
말이오...
(<몸값을 주고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받다> 중에서)
저자소개
호메로스
저자 호메로스
호메로스 학자들은 다각적인 문화사적·언어사적 연구를 통해 호메로스의 활동 시기를 기원전 8세기 말로 보고 있다. 그리스의 시성(詩聖) 호메로스의 생애에 관해서는 확실히 알려진 것이 없어 실재 인물인지 서사시인 전체를 일컫는 총칭인지 논란이 있어왔지만, 호메로스가 언급되고 그의 작품이 인용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7세기 중엽으로 거슬러올라가며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의 방대한 스케일과 형태와 플롯의 완벽한 통일성, 주제의식 등이 보여주는 공통점들을 고려할 때 호메로스는 실재 인물이며 이 두 서사시도 그의 작품이라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또한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가 대체로 이오니아 방언으로 씌어진 점으로 미루어 호메로스를 소아시아 이오니아 지방 출신으로 보고 있다.
유럽 문학 최고 최대(最古最大)의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완전한 예술적 구성으로 문명 발생의 초기부터 인간이 탐구해온 인생의 위엄과 쾌락, 죽음 등에 관한 고찰을 담고 있다. 서구의 문학사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호메로스의 이름은 시인의 대명사가 되었다.
저자 호메로스
호메로스 학자들은 다각적인 문화사적·언어사적 연구를 통해 호메로스의 활동 시기를 기원전 8세기 말로 보고 있다. 그리스의 시성(詩聖) 호메로스의 생애에 관해서는 확실히 알려진 것이 없어 실재 인물인지 서사시인 전체를 일컫는 총칭인지 논란이 있어왔지만, 호메로스가 언급되고 그의 작품이 인용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7세기 중엽으로 거슬러올라가며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의 방대한 스케일과 형태와 플롯의 완벽한 통일성, 주제의식 등이 보여주는 공통점들을 고려할 때 호메로스는 실재 인물이며 이 두 서사시도 그의 작품이라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또한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가 대체로 이오니아 방언으로 씌어진 점으로 미루어 호메로스를 소아시아 이오니아 지방 출신으로 보고 있다.
유럽 문학 최고 최대(最古最大)의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완전한 예술적 구성으로 문명 발생의 초기부터 인간이 탐구해온 인생의 위엄과 쾌락, 죽음 등에 관한 고찰을 담고 있다. 서구의 문학사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호메로스의 이름은 시인의 대명사가 되었다.
역자소개
천병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5년 동안 독문학과 고전문학을 수학했으며 북바덴 주정부가 시행하는 희랍어 검정시험(Graecum)과 라틴어 검정시험(Großes Latinum)에 합격했다. 고전 번역가로 활동하며 그리스 문학과 라틴 문학을 원전에서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매진하며 고전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원문의 깊이와 의미를 충실히 전달하면서도, 한국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번역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원전 번역으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로마의 축제들』, 아폴로도로스의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메난드로스 희극』, 『그리스 로마 에세이』,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전쟁사』, 크세노폰의 『페르시아 원정기』, 플라톤의 『국가』 『법률』 『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파이돈/향연』 『고르기아스/프로타고라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정치학』 『수사학/시학』 등 다수가 있으며, 주요 저서로 『그리스 비극의 이해』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5년 동안 독문학과 고전문학을 수학했으며 북바덴 주정부가 시행하는 희랍어 검정시험(Graecum)과 라틴어 검정시험(Großes Latinum)에 합격했다. 고전 번역가로 활동하며 그리스 문학과 라틴 문학을 원전에서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매진하며 고전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원문의 깊이와 의미를 충실히 전달하면서도, 한국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번역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원전 번역으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로마의 축제들』, 아폴로도로스의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메난드로스 희극』, 『그리스 로마 에세이』,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전쟁사』, 크세노폰의 『페르시아 원정기』, 플라톤의 『국가』 『법률』 『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파이돈/향연』 『고르기아스/프로타고라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정치학』 『수사학/시학』 등 다수가 있으며, 주요 저서로 『그리스 비극의 이해』 등이 있다.
서평
청동기 시대의 “블록버스터 액션 서사시”
그리고 탁월한 인간이 되는 길을 가르친 호메로스
《일리아스》는 트로이아(영어식으로는 트로이, 하인리히 슐리만은 1870년에서 1890년 사이에 트로이를 발굴하여 대중의 상상력에 불을 질렀다)의 별명 일리오스(Ilios)에서 유래한 것이며, ‘일리오스 이야기’라는 뜻이다. 이 작품은 영화 〈트로이〉의 원작이며 그리스 문학에서 전해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작품이자 유럽문학의 효시이다. 신의 뜻에 따라 트로이 전쟁을 수행하는 그리스군과 트로이군의 비극적 운명, 즉 전쟁과 죽음과 삶에 대한 인간의 통찰을 담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극찬을 받았고 오늘날 읽어도 다양한 비유와 상징, 묘사 등으로 높은 작품의 완성도뿐 아니라 그리스 문화의 시원으로까지 평가되고 있는 이 작품은 당시의 그리스에서 국민적 서사시로 모든 국민이 암송할 정도였고, 그리스 교육에서 주요한 부분을 담당하기도 했다. 아들을 훌륭한 남자로 키우려는 아버지들은 아들에게 호메로스의 작품을 철저히 외우게 했다. 그러나 교육적 측면말고도 청동기 시대의 ‘블록버스터 액션 서사시’로, 〈일리아스〉는 많은 사람들의 감탄과 박수와 웃음을 자아냈다. 이 길고 긴 이야기가 수백 년 동안 구전되어 내려오다가 집대성되었다면 그리스인들에게 준 재미와 흥은 과연 어떠했을까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영향은 그리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그 언어와 기법은 유럽 서사시의 모범으로 라틴 문학을 거쳐 유럽 문학, 나아가 유럽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일리아스〉는 서양 문화 가장 밑바닥에 있는 작품이며, 이 작품을 기반으로 그 위에 층층이 쌓아 올린 문화적 재산의 근원으로 그들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정신의 근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진짜 〈일리아스〉를 원한다면 이 이상이 없다
천병희 교수의 그리스 원전 번역의 〈일리아스〉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번역의 충실함에 있어서나 감동의 깊이에 있어서나 그의 번역을 따라올 만한 번역은 없다는 평을 받아왔지만 그는 그리스 라틴문학 원전 번역의 목록을 늘여나가는 한편 이미 인정받은 번역서의 수정 보완 작업에도 끊임없이 공을 들여왔다. 작년 9월에는 10년 만에 〈오뒷세이아〉 개역판을 낼 정도로 그리스 고전을 향한 그의 사명의식은 남다르다. 그의 번역이 읽기 까다로운 것은 2000년도 더 된 고대에 씌어진, 그에 따른 시공간의 격차 때문인데 그는 그 격차도 노력 여하에 따라 조금씩 좁혀나갈 수 있다고 믿으며 스스로를 독려했으며, 그 노력 때문인지 축약본 대신 점점 그의 번역을 찾아 읽는 꼼꼼한 독자층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실 알려진 것과는 달리 호메로스의 원전 번역은 그렇게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다. 책을 잡고 천천히 읽어나가면 된다. 심심하면 입으로 소리 내어 읽어도 재미있다. 원전대로 운문체이니 읽는 맛이 난다.
기원이 된 소설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학작품의 하나인 이 책은 수천 년 전의 얘기라 하기엔 신기할 정도로 탁월하다. 호메로스는 누구에게 배워 그토록 위대한 작품을 후세에 남길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그의 앞에는 그가 따라할 선배가 아무도 없었고 어느 순간 그의 노래가 고대의 하늘을 향해 맑게 울려 퍼졌으니 말이다.
〈일리아스〉의 배경이 된 트로이 전쟁의 유래는 일명 ‘파리스의 심판’(서로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여신 헤라와 아테네와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라고 새겨진 사과를 서로 차지하려고 했고, 심판은 인간 중 미남자인 파리스에게 맡겨진다. ‘파리스의 심판’에 의해 사과는 아프로디테에게 돌아가고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된다) 후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절세 미인 헬레네를 차지한 파리스가 스파르테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를 데리고 조국 트로이로 도망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리아스〉의 주인공은 트로이 전쟁에서 가장 용감했던 그리스 장수,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나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불행한 운명을 타고 난 아킬레우스다. 그에게 닥친 거센 분노가 이 작품을 끌고 가는 모티프다.
아가멤논의 부당한 처사(아킬레우스의 전리품이던 브리세이스를 빼앗아감)에 대해 그는 전쟁도 포기할 만큼 분노한다. 그러나 그 격렬한 분노의 순간에도 그는 신의 도움을 받아 자제심을 발휘해 아가멤논과의 칼부림만은 피한다. 모욕을 당한 그리스 영웅 아킬레우스가 노하여 싸움에서 손을 뗀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인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간청으로 주신(主神) 제우스는 신(神)들에게 양군을 원조하지 말도록 명하여 아킬레우스 없는 그리스군을 패배케 한다. 아킬레우스의 친구 파트로클로스는 패배한 그리스군의 참상을 좌시할 수 없어 아킬레우스의 무구들로 무장하고 그의 군대를 이끌고 출전하여 적을 패주(敗走)시키지만 그는 트로이의 장수 헥토르에게 죽는다. 이 소식을 접한 아킬레우스는 친구의 죽음에 한없이 괴로워하고 슬퍼한다. 그리고 복수하기 위하여 헤파이스토스가 특별히 만들어준 무구로 무장하고 출전해 헥토르를 죽인 후 분에 못 이겨 그의 시신을 마차 뒤에 매달고 온 들판을 달리며 죽은 자에게 모욕을 가한다. 그의 야만적인 행태는 신들의 경고를 받을 정도로 지나친 것이지만, 바로 그 원수의 아버지인 프리아모스 왕이 신들의 비호(庇護)로 야음(夜陰)을 틈타 아킬레우스의 막사로 아들의 시신을 찾으러 왔을 때 그는 노인의 손을 잡고 삶의 덧없음을 탄식하며 함께 눈물을 흘린다.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가 아킬레우스로부터 헥토르의 시신을 받아 가지고 돌아오는 것으로 이 작품은 끝난다.
이 단순한 이야기를 노래(서사시)로 엮으며 호메로스는 인간의 뜨거운 심장과 삶을 씨실과 날실로 하여 인간적 삶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킬레우스는 관대하고 섬세한 인간성의 소유자요로, 그것은 인간성의 풍요로 나타난다. 그의 인간성 속에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소질과 품성이 격렬하게 분출한다.
등장인물들은 모범이 될 만한 전형을 보여준다. 제우스는 권위 있는 군주의 모습을, 헥토르가 이상적인 남편이라면 안드로마케는 지혜로운 아내의 이상을, 아킬레우스는 격정적이고 두려움을 모르는 젊은 전사의 모범이요, 오뒷세우스는 주도 면밀한 재사이자, 분쟁의 조정자이다. 〈일리아스〉에 영웅들은 모두 인간의 삶의 다양한 계기들을 전형적으로 형상화하는 인물들이다.
일리아스에는 모든 것이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그리스군의 최후 방어선이 뚫리고 트로이군에 의해 배가 불태워지기 시작하는 절대절명의 위기 상황을 보라). 따뜻한 가족애(헥토르와 안드로마케의 이별 장면은 어떤가? 투구가 무서워 어린 아들이 울음을 터뜨리자 투구를 벗어두고 아이를 안아 어르는 트로이 최고의 전사의 사려 깊음은 코끝을 찡하게 한다) 음모와 암투(제우스의 눈치를 보며 어떻게든 그리스인들을 도와주려고 동분서주하는 헤라의 행보를 따라가 보라). 스캔들(남편을 버리고 애인과 도망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캔들의 화신 헬레네가 일리오스의 성안을 활보한다). 로맨스(플라톤도 칭찬했던 시대의 로맨스가 여기 있다! 그리스 최고의 전사 아킬레우스가 동성 친구 파트로클로스 사후에 보이는 격렬한 슬픔과 분노는 보는 이의 애간장을 녹인다).
1만 5693행, 24권. 각권마다 그리스 문자의 24 알파벳순(順)으로 이름이 붙어 있다.
여러 가지 비유로 자연계와 인간계의 관계를 특색 있게 묘사하였다.
호메로스가 서양에서 ‘시인 중의 시인’으로 추앙되면서 각 민족들은 중세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자 최고의 민족 시인을 꼽고 받드는 전통이 확립됐다고 한다.
한 권 사두면 아마 평생 읽게 될 책이라고 생각된다. 혼자 읽고 마는 책이 아니고 아이들까지도 읽혀줄 가치가 있는 불후의 명작이다.
책 말미에 옮긴이 해설과 꼼꼼한 역주 그리고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부록들이 빠짐없이 들어 있어 고전 번역본의 완성도를 한껏 높여준다.
대리번역의 논란으로 시끌시끌했던 출판계에, 한평생 조용히 한길을 걷는 번역자 천병희 교수는 작품 밖에 있는 모범적인 전형이다.
그리고 탁월한 인간이 되는 길을 가르친 호메로스
《일리아스》는 트로이아(영어식으로는 트로이, 하인리히 슐리만은 1870년에서 1890년 사이에 트로이를 발굴하여 대중의 상상력에 불을 질렀다)의 별명 일리오스(Ilios)에서 유래한 것이며, ‘일리오스 이야기’라는 뜻이다. 이 작품은 영화 〈트로이〉의 원작이며 그리스 문학에서 전해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작품이자 유럽문학의 효시이다. 신의 뜻에 따라 트로이 전쟁을 수행하는 그리스군과 트로이군의 비극적 운명, 즉 전쟁과 죽음과 삶에 대한 인간의 통찰을 담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극찬을 받았고 오늘날 읽어도 다양한 비유와 상징, 묘사 등으로 높은 작품의 완성도뿐 아니라 그리스 문화의 시원으로까지 평가되고 있는 이 작품은 당시의 그리스에서 국민적 서사시로 모든 국민이 암송할 정도였고, 그리스 교육에서 주요한 부분을 담당하기도 했다. 아들을 훌륭한 남자로 키우려는 아버지들은 아들에게 호메로스의 작품을 철저히 외우게 했다. 그러나 교육적 측면말고도 청동기 시대의 ‘블록버스터 액션 서사시’로, 〈일리아스〉는 많은 사람들의 감탄과 박수와 웃음을 자아냈다. 이 길고 긴 이야기가 수백 년 동안 구전되어 내려오다가 집대성되었다면 그리스인들에게 준 재미와 흥은 과연 어떠했을까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영향은 그리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그 언어와 기법은 유럽 서사시의 모범으로 라틴 문학을 거쳐 유럽 문학, 나아가 유럽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일리아스〉는 서양 문화 가장 밑바닥에 있는 작품이며, 이 작품을 기반으로 그 위에 층층이 쌓아 올린 문화적 재산의 근원으로 그들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정신의 근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진짜 〈일리아스〉를 원한다면 이 이상이 없다
천병희 교수의 그리스 원전 번역의 〈일리아스〉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번역의 충실함에 있어서나 감동의 깊이에 있어서나 그의 번역을 따라올 만한 번역은 없다는 평을 받아왔지만 그는 그리스 라틴문학 원전 번역의 목록을 늘여나가는 한편 이미 인정받은 번역서의 수정 보완 작업에도 끊임없이 공을 들여왔다. 작년 9월에는 10년 만에 〈오뒷세이아〉 개역판을 낼 정도로 그리스 고전을 향한 그의 사명의식은 남다르다. 그의 번역이 읽기 까다로운 것은 2000년도 더 된 고대에 씌어진, 그에 따른 시공간의 격차 때문인데 그는 그 격차도 노력 여하에 따라 조금씩 좁혀나갈 수 있다고 믿으며 스스로를 독려했으며, 그 노력 때문인지 축약본 대신 점점 그의 번역을 찾아 읽는 꼼꼼한 독자층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실 알려진 것과는 달리 호메로스의 원전 번역은 그렇게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다. 책을 잡고 천천히 읽어나가면 된다. 심심하면 입으로 소리 내어 읽어도 재미있다. 원전대로 운문체이니 읽는 맛이 난다.
기원이 된 소설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학작품의 하나인 이 책은 수천 년 전의 얘기라 하기엔 신기할 정도로 탁월하다. 호메로스는 누구에게 배워 그토록 위대한 작품을 후세에 남길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그의 앞에는 그가 따라할 선배가 아무도 없었고 어느 순간 그의 노래가 고대의 하늘을 향해 맑게 울려 퍼졌으니 말이다.
〈일리아스〉의 배경이 된 트로이 전쟁의 유래는 일명 ‘파리스의 심판’(서로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여신 헤라와 아테네와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라고 새겨진 사과를 서로 차지하려고 했고, 심판은 인간 중 미남자인 파리스에게 맡겨진다. ‘파리스의 심판’에 의해 사과는 아프로디테에게 돌아가고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된다) 후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절세 미인 헬레네를 차지한 파리스가 스파르테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를 데리고 조국 트로이로 도망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리아스〉의 주인공은 트로이 전쟁에서 가장 용감했던 그리스 장수,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나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불행한 운명을 타고 난 아킬레우스다. 그에게 닥친 거센 분노가 이 작품을 끌고 가는 모티프다.
아가멤논의 부당한 처사(아킬레우스의 전리품이던 브리세이스를 빼앗아감)에 대해 그는 전쟁도 포기할 만큼 분노한다. 그러나 그 격렬한 분노의 순간에도 그는 신의 도움을 받아 자제심을 발휘해 아가멤논과의 칼부림만은 피한다. 모욕을 당한 그리스 영웅 아킬레우스가 노하여 싸움에서 손을 뗀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인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간청으로 주신(主神) 제우스는 신(神)들에게 양군을 원조하지 말도록 명하여 아킬레우스 없는 그리스군을 패배케 한다. 아킬레우스의 친구 파트로클로스는 패배한 그리스군의 참상을 좌시할 수 없어 아킬레우스의 무구들로 무장하고 그의 군대를 이끌고 출전하여 적을 패주(敗走)시키지만 그는 트로이의 장수 헥토르에게 죽는다. 이 소식을 접한 아킬레우스는 친구의 죽음에 한없이 괴로워하고 슬퍼한다. 그리고 복수하기 위하여 헤파이스토스가 특별히 만들어준 무구로 무장하고 출전해 헥토르를 죽인 후 분에 못 이겨 그의 시신을 마차 뒤에 매달고 온 들판을 달리며 죽은 자에게 모욕을 가한다. 그의 야만적인 행태는 신들의 경고를 받을 정도로 지나친 것이지만, 바로 그 원수의 아버지인 프리아모스 왕이 신들의 비호(庇護)로 야음(夜陰)을 틈타 아킬레우스의 막사로 아들의 시신을 찾으러 왔을 때 그는 노인의 손을 잡고 삶의 덧없음을 탄식하며 함께 눈물을 흘린다.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가 아킬레우스로부터 헥토르의 시신을 받아 가지고 돌아오는 것으로 이 작품은 끝난다.
이 단순한 이야기를 노래(서사시)로 엮으며 호메로스는 인간의 뜨거운 심장과 삶을 씨실과 날실로 하여 인간적 삶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킬레우스는 관대하고 섬세한 인간성의 소유자요로, 그것은 인간성의 풍요로 나타난다. 그의 인간성 속에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소질과 품성이 격렬하게 분출한다.
등장인물들은 모범이 될 만한 전형을 보여준다. 제우스는 권위 있는 군주의 모습을, 헥토르가 이상적인 남편이라면 안드로마케는 지혜로운 아내의 이상을, 아킬레우스는 격정적이고 두려움을 모르는 젊은 전사의 모범이요, 오뒷세우스는 주도 면밀한 재사이자, 분쟁의 조정자이다. 〈일리아스〉에 영웅들은 모두 인간의 삶의 다양한 계기들을 전형적으로 형상화하는 인물들이다.
일리아스에는 모든 것이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그리스군의 최후 방어선이 뚫리고 트로이군에 의해 배가 불태워지기 시작하는 절대절명의 위기 상황을 보라). 따뜻한 가족애(헥토르와 안드로마케의 이별 장면은 어떤가? 투구가 무서워 어린 아들이 울음을 터뜨리자 투구를 벗어두고 아이를 안아 어르는 트로이 최고의 전사의 사려 깊음은 코끝을 찡하게 한다) 음모와 암투(제우스의 눈치를 보며 어떻게든 그리스인들을 도와주려고 동분서주하는 헤라의 행보를 따라가 보라). 스캔들(남편을 버리고 애인과 도망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캔들의 화신 헬레네가 일리오스의 성안을 활보한다). 로맨스(플라톤도 칭찬했던 시대의 로맨스가 여기 있다! 그리스 최고의 전사 아킬레우스가 동성 친구 파트로클로스 사후에 보이는 격렬한 슬픔과 분노는 보는 이의 애간장을 녹인다).
1만 5693행, 24권. 각권마다 그리스 문자의 24 알파벳순(順)으로 이름이 붙어 있다.
여러 가지 비유로 자연계와 인간계의 관계를 특색 있게 묘사하였다.
호메로스가 서양에서 ‘시인 중의 시인’으로 추앙되면서 각 민족들은 중세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자 최고의 민족 시인을 꼽고 받드는 전통이 확립됐다고 한다.
한 권 사두면 아마 평생 읽게 될 책이라고 생각된다. 혼자 읽고 마는 책이 아니고 아이들까지도 읽혀줄 가치가 있는 불후의 명작이다.
책 말미에 옮긴이 해설과 꼼꼼한 역주 그리고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부록들이 빠짐없이 들어 있어 고전 번역본의 완성도를 한껏 높여준다.
대리번역의 논란으로 시끌시끌했던 출판계에, 한평생 조용히 한길을 걷는 번역자 천병희 교수는 작품 밖에 있는 모범적인 전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