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파쇄
총서명
위픽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30308
가격
₩ 13,000
ISBN
9791168127012
페이지
96 p.
판형
100 X 180 mm
커버
Book
책 소개
위즈덤하우스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WEFIC)’이 세상을 향해 그 첫발을 내딛는다. 첫 번째 주인공은 구병모 작가다. <파쇄>는 그녀의 대표작 <파과>의 외전으로, ‘조각’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킬러가 되었는지 그 시작을 그린 소설이다. 혹독한 훈련을 통해 타인을 부숴버리는 방법을 터득함으로써 결국 자신의 삶도 산산조각 나기를 선택한 조각의 탄생기가 구병모 작가의 압도적인 문장으로 생생히 되살아난다.
본문발췌
P.8~9
곰이나 멧돼지가 손발을 묶을 수는 없으니 사람이 산장을 습격했을 텐데, 적이라는 게 있다면 왜 그녀를 죽이지 않고 묶어서 버려두기만 했는지 모를 일.
아닌가. 이미 죽었는데 지나치게 도저한 죽음의 상태를 감당하기 어려워 그 죽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척하고 있을 뿐인가. 스스로도 헛갈려서 입으로 후, 바람 소리를 내보고 아파, 살아 있어, 움직여, 육성으로 중얼거려도 본다. 죽은 사람은 이런 소리를 낼 수 없다. 기껏해야 시신의 분해와 함께 뒤늦게 발생하는 휘파람 같은 가스 소리만을 낼 뿐. 사신을 맞이하는 소리를.
P.9~10
그러니까 간밤에. 끊어진 장면을 이어나간다. 저녁 식사 이후 무슨 일이 있었던가. 두 사람만이 있던 산장에 누군가 왔던가. 생각, 생각을, 그가 생각을, 하라고 했던가, 하지 말라고 했던가. 생각을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구분해야 한다고 했던가. 아니, 둘 다 아니다. 늘 생각하되, 생각에서 행동까지 시간이 걸리면 안 돼.
생각은 매 순간 해야 하지만, 생각에 빠지면 죽어.
P.16~17
- 제 눈알을, 파내려고 하셨어요.
그를 향해서가 아니라, 그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한순간 잊어버린 스스로에 대해서다. 어쩌자고 마음을 놓았을까, 그가 분명 말했는데, 출발하기 전에.
이 차에 타고난 다음에는, 네 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만들 거야. 머리부터 팔다리, 몸통이고 내장이고 다 뽑아다가 도로 붙일 거다. 괜찮겠어?
퇴각로가 따로 없는 물음이 귀에 표창처럼 꽃히고, 그녀는 대답 대신 그를 한번 노려본 다음 차 문을 열고 올라탔었다.
P.226~27
손잡이를 합쳐 두 뼘 길이의 칼을 집어 만지작거린다. 바로 엊그제 대장간에서 갈아 온 것처럼 날카롭게 빛나는, 심장 한가운데 도달해보기는커녕 아직 피 한 방울 묻혀본 적도, 무언가를 썰거나 끊어본 적도 없는 깨끗한 칼날이다. 앞으로 수많은 피를 자석처럼 끌어모으고 누군가의 목숨을 필요로 하게 될 그 연장의 눈부심이 마음속에 공존하는 충동과 저항감을 거의 같은 크기와 깊이로 자극하고, 그녀는 자기가 일찍이 상상만 해보았을 뿐인 최대한의 빠르기로 몸을 돌려서…… (중략)
- 한 0.5초쯤? 망설였어. 맞지? 내가 이 새끼를 정말 찔러도 될까, 그어도 되나, 대가리를 애매하게 굴리니까 안 되는 거야. 일단 마음먹고 칼을 집었으면, 뜸 들이지 마.
P.84~85
손에 쥔 금속이 땀으로 미끌거린다. 그리고 어쩌면 기회는 한 번이다. 과녁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동물이라는 사실에 새삼스레 손안에 차오르는 생경함을 고민할 만큼 한가롭지 않은 것이다.
놈이 달려온다.
그녀는 두 개의 손 안에 한 세상을 움켜쥐고 부숴버린다. 세상은 불과 한 번의 총성으로 인해, 짓무른 과일처럼 간단히 부서진다. 그 파열음이 벼락처럼 귓전을 갈기지만 그녀는 소리에 무너지지 않는다. 눈앞이 맵다. 이걸로 그 무엇도 돌이킬 수 없고 어디로도 돌아갈 수 없다.
곰이나 멧돼지가 손발을 묶을 수는 없으니 사람이 산장을 습격했을 텐데, 적이라는 게 있다면 왜 그녀를 죽이지 않고 묶어서 버려두기만 했는지 모를 일.
아닌가. 이미 죽었는데 지나치게 도저한 죽음의 상태를 감당하기 어려워 그 죽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척하고 있을 뿐인가. 스스로도 헛갈려서 입으로 후, 바람 소리를 내보고 아파, 살아 있어, 움직여, 육성으로 중얼거려도 본다. 죽은 사람은 이런 소리를 낼 수 없다. 기껏해야 시신의 분해와 함께 뒤늦게 발생하는 휘파람 같은 가스 소리만을 낼 뿐. 사신을 맞이하는 소리를.
P.9~10
그러니까 간밤에. 끊어진 장면을 이어나간다. 저녁 식사 이후 무슨 일이 있었던가. 두 사람만이 있던 산장에 누군가 왔던가. 생각, 생각을, 그가 생각을, 하라고 했던가, 하지 말라고 했던가. 생각을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구분해야 한다고 했던가. 아니, 둘 다 아니다. 늘 생각하되, 생각에서 행동까지 시간이 걸리면 안 돼.
생각은 매 순간 해야 하지만, 생각에 빠지면 죽어.
P.16~17
- 제 눈알을, 파내려고 하셨어요.
그를 향해서가 아니라, 그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한순간 잊어버린 스스로에 대해서다. 어쩌자고 마음을 놓았을까, 그가 분명 말했는데, 출발하기 전에.
이 차에 타고난 다음에는, 네 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만들 거야. 머리부터 팔다리, 몸통이고 내장이고 다 뽑아다가 도로 붙일 거다. 괜찮겠어?
퇴각로가 따로 없는 물음이 귀에 표창처럼 꽃히고, 그녀는 대답 대신 그를 한번 노려본 다음 차 문을 열고 올라탔었다.
P.226~27
손잡이를 합쳐 두 뼘 길이의 칼을 집어 만지작거린다. 바로 엊그제 대장간에서 갈아 온 것처럼 날카롭게 빛나는, 심장 한가운데 도달해보기는커녕 아직 피 한 방울 묻혀본 적도, 무언가를 썰거나 끊어본 적도 없는 깨끗한 칼날이다. 앞으로 수많은 피를 자석처럼 끌어모으고 누군가의 목숨을 필요로 하게 될 그 연장의 눈부심이 마음속에 공존하는 충동과 저항감을 거의 같은 크기와 깊이로 자극하고, 그녀는 자기가 일찍이 상상만 해보았을 뿐인 최대한의 빠르기로 몸을 돌려서…… (중략)
- 한 0.5초쯤? 망설였어. 맞지? 내가 이 새끼를 정말 찔러도 될까, 그어도 되나, 대가리를 애매하게 굴리니까 안 되는 거야. 일단 마음먹고 칼을 집었으면, 뜸 들이지 마.
P.84~85
손에 쥔 금속이 땀으로 미끌거린다. 그리고 어쩌면 기회는 한 번이다. 과녁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동물이라는 사실에 새삼스레 손안에 차오르는 생경함을 고민할 만큼 한가롭지 않은 것이다.
놈이 달려온다.
그녀는 두 개의 손 안에 한 세상을 움켜쥐고 부숴버린다. 세상은 불과 한 번의 총성으로 인해, 짓무른 과일처럼 간단히 부서진다. 그 파열음이 벼락처럼 귓전을 갈기지만 그녀는 소리에 무너지지 않는다. 눈앞이 맵다. 이걸로 그 무엇도 돌이킬 수 없고 어디로도 돌아갈 수 없다.
저자소개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아가미], [파과], [네 이웃의 식탁], [상아의 문으로]로 중편소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바늘과 가죽의 시],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단 하나의 문장] 등이 있다. 오늘의 작가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수상 : 2022년 김유정문학상, 2015년 오늘의작가상, 2008년 창비청소년문학상 SNS : //twitter.com/erewhonism
서평
“일단 마음먹고 칼을 집었으면, 뜸 들이지 마.”
한국 소설에 가장 강렬하게 새겨진 이름, ‘조각’. 구병모 작가는 대표작 [파과]의 주인공 조각을 통해 한국 소설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60대 여성 킬러’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새로운 여성 서사를 써내려갔다. 사회의 최약자로서 차별받아온 ‘노인’이자 ‘여성’인 인물이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사회에 ‘킬러’라는 강렬한 이름으로 맞서 싸운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12개국에 번역 출간되면서 전 세계 독자들이 열광한 전대미문의 캐릭터 조각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그 답이 여기 있다. 구병모 신작 소설 [파쇄]는 [파과]의 외전으로 ‘조각’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킬러가 되었는지 그 시작을 그린 작품이다. “저 인간을 죽이기 전에는 여기를 살아서 나갈 수 없”고, “마주한 사람을 제거하기 전에는 그 방에서 나오면 안 되”는 냉혹한 세계로 발을 들인 10대 소녀 조각은 “앞으로의 일을 하기 위해 그녀가 되어야 하는 몸, 이룩해야 하는 몸을 부단히 주입”시키며 “죽음의 과수원”을 가꾼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혹독한 훈련을 통해 타인을 부숴버리는 방법을 터득함으로써 결국 자신의 삶도 산산조각 나기를 선택한 조각의 탄생기가 구병모 작가의 압도적인 문장으로 생생히 되살아난다.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50권의 책으로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연재는 매주 수요일 위즈덤하우스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위픽’을 통해 공개된다. 구병모 작가의 〈파쇄〉를 시작으로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를 찾아간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한다. 3월 8일 첫 5종을 선보이고, 이후 매월 둘째 수요일에 4종씩 출간하며 1년 동안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또한 책 속에는 특별한 선물이 들어 있다. 소설 한 편 전체를 한 장의 포스터에 담은 부록 ‘한 장의 소설’이다. 한 장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야기 한 편을 새롭게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WEFIC)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구병모 [파쇄]
이희주 [마유미]
윤자영 [할매 떡볶이 레시피]
박소연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김기창 [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객]
이종산 [블루마블](근간)
곽재식 [우주 대전의 끝](근간)
김동식 [백 명 버튼](근간)
배예람 [물 밑에 계시리라](근간)
이소호 [나의 미치광이 이웃](근간)
오한기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근간)
박솔뫼 [극동의 여자 친구들](근간)
황모과 [10초는 영원히](근간)
도진기 [애니](근간)
정혜윤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근간)
한국 소설에 가장 강렬하게 새겨진 이름, ‘조각’. 구병모 작가는 대표작 [파과]의 주인공 조각을 통해 한국 소설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60대 여성 킬러’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새로운 여성 서사를 써내려갔다. 사회의 최약자로서 차별받아온 ‘노인’이자 ‘여성’인 인물이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사회에 ‘킬러’라는 강렬한 이름으로 맞서 싸운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12개국에 번역 출간되면서 전 세계 독자들이 열광한 전대미문의 캐릭터 조각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그 답이 여기 있다. 구병모 신작 소설 [파쇄]는 [파과]의 외전으로 ‘조각’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킬러가 되었는지 그 시작을 그린 작품이다. “저 인간을 죽이기 전에는 여기를 살아서 나갈 수 없”고, “마주한 사람을 제거하기 전에는 그 방에서 나오면 안 되”는 냉혹한 세계로 발을 들인 10대 소녀 조각은 “앞으로의 일을 하기 위해 그녀가 되어야 하는 몸, 이룩해야 하는 몸을 부단히 주입”시키며 “죽음의 과수원”을 가꾼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혹독한 훈련을 통해 타인을 부숴버리는 방법을 터득함으로써 결국 자신의 삶도 산산조각 나기를 선택한 조각의 탄생기가 구병모 작가의 압도적인 문장으로 생생히 되살아난다.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50권의 책으로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연재는 매주 수요일 위즈덤하우스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위픽’을 통해 공개된다. 구병모 작가의 〈파쇄〉를 시작으로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를 찾아간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한다. 3월 8일 첫 5종을 선보이고, 이후 매월 둘째 수요일에 4종씩 출간하며 1년 동안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또한 책 속에는 특별한 선물이 들어 있다. 소설 한 편 전체를 한 장의 포스터에 담은 부록 ‘한 장의 소설’이다. 한 장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야기 한 편을 새롭게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WEFIC)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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