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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 김호연 장편소설
저자 김호연
출판사 나무옆의자
출판일 20210420
가격 ₩ 14,000
ISBN 9791161571188
페이지 267 p.
판형 137 X 204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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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망원동 브라더스>의 작가 김호연의 '동네이야기' 시즌 2. 청파동 골목 모퉁이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의 속내와 희로애락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냈다. <망원동 브라더스>에서 망원동이라는 공간의 체험적 지리지를 잘 활용해 유쾌한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냈듯 이번에는 서울의 오래된 동네 청파동에 대한 공감각을 생생하게 포착해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동네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어느 날 70대 여성의 지갑을 찾아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덩치가 곰 같은 이 사내는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떠 과연 손님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하는데 웬걸, 의외로 그는 일을 꽤 잘해낼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묘하게 사로잡으면서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든든한 일꾼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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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산해진미 도시락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
삼각김밥의 용도
원 플러스 원
불편한 편의점
네 캔에 만 원
폐기 상품이지만 아직 괜찮아
ALWAYS

감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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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발췌
P.121
이곳은 서울이 없고 그녀는 돈을 아끼기 위해 하루 한끼만 외식을 하기로 했다

P.213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P.379
대체 당신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이냐고? 그녀가 말했다.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엄마가…… 아빠 힘들게 돈 버니까…… 돈 아껴 써야 한다고……… 편의점에 가면… 원 플러스 원만 사라고……… 그랬다는거예요. 거참, 정말 아, 알뜰하다 싶었고…… 애들이 참 자알컸다 싶었죠.˝
˝어제부로 이 상품 다시…… 원 플러스 원 됐으니까, 오늘은 아버지가 사 가시면 되고, 내일부턴 딸들보고…… 사러 오라고. ,하세요‘
경만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걸 본 사내는 헛웃음을 한번짓더니 계산대 바닥을 통통 두드렸다. 경만은 코트 소매로 눈물을훔치고, 사내에게 목례를 한 뒤 지갑을 열어 카드를 집어넣었다.
지갑 속에서 딸들이 원 플러스 원으로 웃고 있었다.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살기로 했다. 죄스러움을 지니고 있기로 했다. 도울 것을 돕고 나눌 것을 나누고 내 몫의 욕심을 가지지 않겠다. 나만 살리려던 기술로 남을 살리기 위해 애쓸 것이다. 사죄하기 위해 가족을 찾을 것이다. 만나길 원하지 않는다면사죄의 마음을 다지며 돌아설 것이다.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
기차가 강을 건넜다. 눈물이 멈췄다.

P.112
언제부터 그 편의점 야외 테이블이 그의 단골 혼술처가 됐는지는 그 역시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대략 날씨가 추워질 즈음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하나 먹고 집에 들어가곤 했는데, 야식이 늘 그렇듯 라면에 삼각김밥이 추가되고, 거기에 볶음김치도 추가되고, 마침내 소주 빨간 딱지 한 병까지 더해져서 푸짐한 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후로 경만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가 되어 매일 자정 전후 5천 원어치 술과 안주로 속을 덥히게 되었다. 뜨거운 국물이 시원하듯 차가운 소주는 따뜻했고, 편의점에 세팅된 수많은 컵라면과 삼각김밥은 매일 새로운 조합을 만들 수 있기에 결코 지겹지 않았다.
오늘 밤은 ‘참참참‘ 이다. 지난 몇 개월간 선택해온 경만의 최적의 조합이 바로 이것이었다. 참깨라면과 참치김밥에 참이슬, 이것이 경만의 1선발이자 절대 후회하지 않을 하루의 마감이고 빈자의혼술상 최고 가성비가 아닐 수 없었다.

P.114
곰 같은 사내가 편의점 사장으로 보이기 시작하자 술맛이 달아올랐다. 은근 매콤한 참깨라면을 후후 불어 삼키곤 다시 소주를 따라 비웠다. 단군 이래 경기는 한 번도 나아진 적이 없고 회사는 언제나 힘들다. 대표는 경영난을 들어 추석 상여금이 불가하다 통보한 뒤 차를 바꿨다. 도로에서 옆에 나타나면 절로 피하게 되는 고가의 외제차였다. 4년째 동결인 그의 연봉은 협상 테이블에 오르기는커녕 놀림감으로 후배들의 입길에 오를 뿐이고, 언제 그만둬도이상하지 않은 대접임에도 퇴사할 수 없는 사정인 그에게 대표는지옥의 두목으로 보일 뿐이었다.
집에 간다고 지옥에서 로그아웃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년이면 중학교에 들어갈 쌍둥이들은 이만저만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었고, 아내 역시 부업을 하며 살림을 꾸리느라 경만에게 신경을쓸 여유가 없었다. 가정에서 느낄 수 있느 ㅠ뜨리고

P.252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P.140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P.252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P.27
전화를 끊고 염 여사는 주방으로 향했다. 심장이 기름 튀는 불판에 올려진 것처럼 아팠다. 통중이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가슴 전체를 압박해왔다. 그녀는 냉장고를 열고 캔맥주를 따서 벌컥벌컥들이켰다. 가슴의 불을, 심장의 고통을 끄기라도 할 기세로 마시다.
보니 사레가 들려 캑캑거려야 했다. 술 취한 아들의 흰소리를 잊기위해 술을 마시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했다.
어떡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깔끔한 판단력과 결단력으로 지금까지 인생을 무난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식의 문제는 늘 그녀를 고장 난 저울로 만들었다. 편의점을 정리해 아들놈의 사업인지 사기인지를 돕는다고치자, 잃는다고 치고, 그럼 무엇이 이어질까? 그건 아마 남은 유일한 재산인 이 방 두 개 빌라겠지. 청파동 언덕에서 20년째 빛바랜채 서 있는 구옥 빌라의 3충, 염 여사의 마지막 터전까지 빨리고 나서야 아들은 실패를 멈출지도 모르겠다.
인정하기 싫지만 아들은 못난이에 준사기꾼이다. 며느리 역시그걸 알게 되었는지 결혼 후 2년이 되어갈 즈음 부랴부랴 이혼했고, 그때는 며느리의 야멸찬 결정에 분노했지만… 결국 잘못은대부분 아들에게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혼 후 3년간아들은 남은 재산마저 다 털어먹고 초라한 꼴이 되었다. 이럴 때 유일하게 도울 수 있는 엄마인 나는, 나는 무얼 하고 있는 걸까?

P.31
버스를 타고 홀로 돌아오는 길에 염 여사는 편의점 직원들을 떠올렸다. 지지리도 말 안 듣는 아들놈과 오지게도 잘난 딸년보다 요즘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가족 같고 편하다. 이렇게 말하면 딸은또 직원들을 가족같이 대하면 악덕 업주니 옳지 않다느니 따지겠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쩌랴. 직원들에게 날 가족같이 생각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직원들을 가족같이 여겨 무리한 업무를 부탁하는 것도 아니다. 염 여사는 지금 가까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편의점 직원들이기에 그런 생각을 하는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오전에 편의점을 책임지는 오 여사는 동네에서 20년을 알아온친구이자 같은 교회 성도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녀는 염 여사를 친언니처럼 따르고 지난 시간 함께 고락을 나누지 않았던가. 오후의시현은 딸 같기도 하고 조카 같기도 한 게 늘 챙겨주고 싶게 만든다.

P.50
한동안 독고 씨는 자신의 수염을 쓸어대며 입술을 조물딱거렸다. 갑작스러운 제안이긴 하지만 거절당하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았다. 독고 씨에게 손으로 수염 그만 만지작대고 어서 말하라고 독촉하고 싶은 마음이 끓어올랐다.
그때 결심한 듯 독고 씨가 염 여사를 응시했다.
˝그럼..… 한 병 더요....….. 한 병만 먹고 끊는 건 좀….. 억울해서...˝

P.53
1년간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면 알바생에게 가장 중요한 사장이 괜찮은 분이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역사 교사로 정년 퇴임했다는 사장님은 시현에게 어른이란 바로 이런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분이다. 요즘 편의점은 주휴수당을 주지않으려고 주 5일 근무하는 알바를 두지 않는다. 이틀씩 사흘씩 끊어 고용하기에 한곳에서 진득하게 일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곳은알바 모두가 주 5일 근무다. 또한 사장님은 시현과 같은 알바생에게 시켜야 할 일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구분했고, 솔선수범했으며, 무엇보다 직원들을 귀하게 대했다.
‘사장이 직원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직원도 손님 귀하게 여기지않는다.˝
요식업으로 일가를 이룬 부모님 아래서 자란 시현이 귀가 따갑게 들은 말이다. 가게도 결국 사람 장사다. 손님을 귀하게 대하지않는 가게와 직원을 귀하게 대하지 않는 사장은 같은 결과를 얻게된다. 망한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파동 이 편의점은 적어도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돈을 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P.80
독고 씨가 그렇게 말하며 히죽 웃었다. 시현은 안도했다. 그녀는이제 독고 씨가 많이 먹어 떨어진 카누 블랙을 알아서 채워주고 있었다. 그를 통해 누군가를 돕는 일이 보람 있다는 걸 체험했고, 자기에게 그럴 능력이 숨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어제도 유튜브 영상을 찍으며 독고 씨를 생각했다. 그에게 가르쳐주듯 차분히,
천천히, 말하고 움직였다. 어쩌면 노숙자 같은 사람들을 도울 방법.
은 그렇게 좀 더 느리게,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니 아무런 사회와의 끈도 없다고 느끼던 자발적 아싸인 자신이 무언가 연결점을 찾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녀 역시 독고 씨에게 도움을 받은 셈이었다.

P.140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그녀는 이번에 나선 길에서 인경을 만났을 때 왠지 모르게 밥 딜런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충분한 대답이 된 까닭에 인경은 자기도밥 딜런의 팬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P.163
김 대표의 전화를 끊자마자 인경은 노트북 한글 프로그램을 열었다. 그러고는 빠르게 타이핑을 시작했다. 제목을 적고 두 칸 줄을된 뒤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를 새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쉬지 않고 타이핑을 했다. 어떤 글쓰기는 타이핑에 지나지않는다. 당신이 오랜 시간 궁리하고 고민해왔다면, 그것에 대해 북건드리기만 해도 튀어나올 만큼 생각의 덩어리를 키웠다면, 이제할 일은 타자수가 되어 열심히 자판을 누르는 게 작가의 남은 본분이다. 생각의 속도를 손가락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가 되면 당신은잘하고 있는 것이다. 인경은 연기하듯 대사를 발음하며 동시에 타이핑을 했다. 그녀의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그녀는 그동안 봉인됐던 필력이 풀린 듯 쉼 없이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저녁에 시작된 작업은 어느덧 자정을 넘겼고, 겨울 밤하늘의어둠이 짙어질수록 그녀의 글도 밀도를 더해갔다.
그 새벽, 동네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곳은 독고 씨의 편의점과그녀의 작업실뿐이었다.

P.181
˝당신 어머니 요 며칠 계속...… 아프시다고. 그런 어머니 돌보진못할망정....… 날 자르면 편의점 야간 일.... 어떡하려고? 또.....
………엄마 시키려고? 사람이라면 그게… 가능해?˝
…텅
무언가가 민식의 몸속 어딘가에 낙하했다. 고통의 추가 내장을 관통해 바닥으로까지 그의 몸을 끌고 가는 게 느껴졌다. 민식은엄마가 아픈 것도, 엄마가 자신에 대해 그런 식으로 남에게 말한다는 것도 몰랐다. 사내가 판결문 읽듯이 숨을 골라가며 진술한 말들이 무거운 추가 되어 민식을 심해의 어두운 곳으로 끌고 들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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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2013년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 [연적], [고스트라이터즈], [파우스터], [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2], [나의 돈키호테]와 산문집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 [김호연의 작업실]을 펴냈다.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는 하나의 글감과 사랑에 빠진 작가가 글을 완성하기 위해 애쓴 5년의 기록이다. 2019년 돈키호테에 관한 소설을 쓴다며 떠난 스페인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코로나 시대와 [불편한 편의점]을 지나 마침내 2024년 [나의 돈키호테]로 완결된다. 이 책은 포기하지 않은 자에게 삶이 건네는 기쁨의 표정을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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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최고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K힐링소설의 원조

주요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
국립중앙도서관 2022 올해의 책
전국 37개 도시 올해의 책
해외 18개국 판권 수출
연극 <불편한 편의점> 절찬 상연 중

불편한데 자꾸 가고 싶은 편의점이 있다!

힘들게 살아낸 오늘을 위로하는 편의점의 밤
정체불명의 알바로부터 시작된 웃음과 감동의 나비효과

[망원동 브라더스] 김호연의 ‘동네 이야기’ 시즌

원 플러스 원의 기쁨, 삼각김밥 모양의 슬픔, 만 원에 네 번의 폭소가 터지는 곳!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가온 조금 특별한 편의점 이야기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망원동 브라더스]로 데뷔한 후 일상적 현실을 위트 있게 그린 경쾌한 작품과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스릴러 장르를 오가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쌓아올린 작가 김호연. 그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불편한 편의점]은 청파동 골목 모퉁이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의 속내와 희로애락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망원동 브라더스]에서 망원동이라는 공간의 체험적 지리지를 잘 활용해 유쾌한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냈듯 이번에는 서울의 오래된 동네 청파동에 대한 공감각을 생생하게 포착해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동네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어느 날 70대 여성의 지갑을 찾아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덩치가 곰 같은 이 사내는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떠 과연 손님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하는데 웬걸, 의외로 그는 일을 꽤 잘해낼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묘하게 사로잡으면서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든든한 일꾼이 되어간다.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와 그들 간의 상호작용을 점입가경으로 형상화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의 작품답게 이 소설에서도 독특한 개성과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해 서로 티격태격하며 별난 관계를 형성해간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정년퇴임하여 매사에 교사 본능이 발동하는 편의점 사장 염 여사를 필두로 20대 취준생 알바 시현, 50대 생계형 알바 오 여사, 매일 밤 야외 테이블에서 참참참(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 세트로 혼술을 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회사원 경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청파동에 글을 쓰러 들어온 30대 희곡작가 인경, 호시탐탐 편의점을 팔아치울 기회를 엿보는 염 여사의 아들 민식, 민식의 의뢰를 받아 독고의 뒤를 캐는 사설탐정 곽이 그들이다. 제각기 녹록지 않은 인생의 무게와 현실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독고를 관찰하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대립, 충돌과 반전, 이해와 공감은 자주 폭소를 자아내고 어느 순간 울컥 눈시울이 붉어지게 한다. 그렇게 골목길의 작은 편의점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가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웃음을 나누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청파동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 ALWAYS.
어느 날 서울역에서 살던 사내가 야간 알바로 들어오면서
편의점에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기피하고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인물의 변신과 반전, 아이러니한 상황 전개는 이 소설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염 여사의 편의점은 직원들 입장에서는 비교적 좋은 대우를 받으며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지만 주변에 편의점이 하나둘 생기면서 경쟁에서 밀리자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상황에 봉착한다. 그러다 보니 동네 사람들에게 ‘불편한 편의점’으로 인식되는데, 이런 와중에 얼마 전까지 노숙자였던 ‘미련 곰탱이’ 같은 사내에게 야간 시간대를 맡긴다니 기존 직원들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그런데 걱정도 잠시, 그가 들어온 후 편의점에는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그는 물건을 슬쩍한 뒤 튀려는 불량학생이나 한밤중의 취객을 제법 잘 다루고, 일명 제이에스라 불리는 진상 손님까지 두 손 들고 나가 떨어지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편의점은 비싸다며 오지 않던 동네 노인들마저 독고의 싹싹한 태도에 마실 나오듯 편의점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오전 매출이 쑥 올라간다.
독고가 일으킨 변화의 바람은 동료들에게도 전해진다. 편의점 알바를 하며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시현은 신참 독고에게 매장 업무 교육을 해주다 그가 불쑥 건넨 말 한마디에 자신의 숨은 재능을 발견한다. 얼마 후 그녀는 다른 편의점에 스카우트된다. 아들과의 관계 단절로 속을 태우는 오 여사는 자신의 하소연을 귀담아 들어주고 아들과 소통할 방법을 넌지시 알려주는 독고에게 큰 감명을 받는다. 그런가 하면 어떤 손님은 독고의 눈빛과 접객 태도에서 영락없는 사장의 풍모를 추리해내기도 한다. 집과 회사 양쪽에서 점점 존재감을 잃어가는 세일즈맨 경만은 퇴근길 편의점에서 하는 혼술이 유일한 낙인데, 어느 날부터 편의점의 밤을 장악한 사내를 사장이라 지레짐작하여 못마땅한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그 역시 독고의 순수한 호의 앞에서 얼어붙은 마음이 스르르 풀어지고 만다.
독고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염 여사로 하여금 독고를 쫓아내고 편의점을 팔게 하려던 민식은 그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엄마와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되고, 민식의 사주로 독고의 뒷조사를 하던 곽 씨는 오히려 타깃인 독고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만다. 지친 상태로 대학로를 떠나와 마지막 글쓰기에 매달리는 희곡작가 인경은 서울역 홈리스였던 이상한 알바와 매일 밤 취재차 대화를 나누면서 글을 쓸 수 있다는 용기를 되찾는다. 어쩌면 이곳 편의점에서는 손님이든 직원이든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과 영감을 주는 존재들인지 모른다. 애초에 염 여사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 독고가 이를 받아들인 것도 살기 위한 마지막 본능에 가까웠고, 염 여사 역시 덕분에 편의점의 밤을 맡길 든든한 인재를 얻었으니 그들은 서로를 지켜낸 셈이다.

삶은 관계이자 소통,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

소설은 일곱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편의점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의 시선으로 독고의 모습을 비춘다. 그리고 마지막은 독고의 독백으로 마무리된다. 편의점 일에 숙달될수록 독고는 기억을 조금씩 되찾는다.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알코올로 굳어진 뇌가 활성화되면서 기억의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어쩌다가 모든 것을 잃고 술에 빠져 살다가 기억마저 잃어버리고 노숙인이 되었을까. 분명한 것은 그가 편의점에서 두 계절을 보내면서 다시 살아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가 기억을 거의 회복할 무렵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와 함께 독고에게도 결단의 시간이 찾아온다.
불편한데도 자꾸 끌리는 이상한 편의점 이야기는 코로나로 인해 여전히 불편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침맞게 도착해 유쾌한 웃음과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삶은 관계이자 소통이며, 행복은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는 한결같은 진리를 다시금 되새기게 될 것이다.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 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주유소에서 나는 기름만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차를 고쳤다. 고쳤으면 떠나야지. 다시 길을 가야지. 그녀가 그렇게 내게 말하는 듯했다. (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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