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
원서명
Between two kingdoms: a memoir of a life interrupted
저자
번역자
원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20122
가격
₩ 8,900
ISBN
9791155814314
페이지
439 p.
판형
145 X 220 mm
커버
Book
책 소개
타라 웨스트오버, 김보라 감독, 정여울 작가가 추천하는 화제의 에세이. 깊은 시련 끝에 ‘새로 시작할 용기’에 대한 진정하고 솔직한 이야기. 미국 아마존 종합 1위, 4000여 개 리뷰의 극찬.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 앞에서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곱씹게 되는 시기, 마음을 뒤흔드는 에세이다. 이 책은 젊은 암 생존자가 세상 속에서 분투하는 우리 각자에게 보내는 내밀한 편지이자, 시련 때문에 잃어버린 힘을 회복해나간 기록이며, 슬픔과 공존하며 끝내 희망으로 나아간 사람의 스토리다. 무엇보다 완전함과 불완전함의 경계에서 ‘엉망인 채 완전한’ 삶을 그려가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인생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스물두 살에 저자 술라이커 저우아드는 생존률 35%의 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1,500일간의 투병 생활, 그 가운데서 발견해낸 글쓰기의 보람, 힘겨운 나날에 곁을 지켜준 사람들과의 애증과 우정, 그리고 우울을 떨치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홀로 미 대륙을 가로지른 24,140킬로미터의 자동차 여행까지. 마치 소설처럼 강한 흡인력을 가진 이야기가 솔직하고도 섬세한 문장으로 펼쳐진다. 타라 웨스트오버, 셰릴 스트레이드, 엘리자베스 길버트 등 유수의 작가들이 일제히 주목한 이 책은 2021년 미국 아마존 종합 1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 북 리뷰] 등 여러 매체에서 2021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4000개 넘는 추천 리뷰를 받는 등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한국의 김보라 감독, 정여울 작가 또한 애정을 담은 추천의 글로 찬사를 보냈다.
목차
1부
가려움
메트로,불로, 도도
우주여행과 가속도
집으로
분기점
추락
불량품
버블 걸
정지된 시간
나의 적들
임상실험 블루스
100일 프로젝트
골수이식 탱고
망원경 양쪽 끝에서
호프 로지
자유의 연대기
털복숭이 친구
수채화로 꾸는 꿈
암 환자 친구들
모래시계
우리의 끄트머리
마지막 인사
끝
2부
중간 지대
통과 의례
재진입
남겨진 이들을 위하여
긴 여정
살갗에 새겨지다
고통의가치
살사와 생존주의자들
브룩처럼 해보기
집으로
후기
감사의 말
가려움
메트로,불로, 도도
우주여행과 가속도
집으로
분기점
추락
불량품
버블 걸
정지된 시간
나의 적들
임상실험 블루스
100일 프로젝트
골수이식 탱고
망원경 양쪽 끝에서
호프 로지
자유의 연대기
털복숭이 친구
수채화로 꾸는 꿈
암 환자 친구들
모래시계
우리의 끄트머리
마지막 인사
끝
2부
중간 지대
통과 의례
재진입
남겨진 이들을 위하여
긴 여정
살갗에 새겨지다
고통의가치
살사와 생존주의자들
브룩처럼 해보기
집으로
후기
감사의 말
본문발췌
P.20
아침마다 기숙사 방문을 빼꼼히 열고 복도에 누가 없나 살핀 다음 몸에 타월을 두른 채 공동 세면실로 달려갔다. 누구에게도 다리를 보이고 싶지 않았다. 부드러운 천을 적셔 다리를 닦아내며 진홍빛 핏줄기가 하수구로 흘러내려가는 걸 바라보곤 했다. 드러그스토어에서 사온 위치하젤 화장수를 치덕치덕 바르고, 코를 움켜쥐며 쓰디쓴 찻물을 들이켰다. 날이 더워져 청바지를 입을 수 없을 땐 불투명한 검정 스타킹을 신었다. 핏자국을 감추기 위해 침대 시트를 검은색으로 바꾸었고, 섹스할 때는 불을 껐다.
P.89
나는 노트북 컴퓨터를 켜고 골수이식 수술과 며칠 뒤부터 시작될 화학요법 치료 과정을 읽어보았다. 부작용 목록을 훑어보는데 구역질, 탈모, 심장 손상, 장기 부전 사이에 적힌 다른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접한 나쁜 소식 중에서도 가장 당혹스러운 내용이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 살아남더라도 불임이 될 확률이 높다고 했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로 느낀 안도감, 경악, 혼란, 공포에 이어 이제는 또 다른 감정이 엄습해왔다. 한 존재로서 원초적 권리를 빼앗긴다는 절망 같은 것이었다.
P.148~150
물론 나는 프리다 칼로가 아니기에, 나 자신의 불행과 창조적 관계를 맺을 방법을 궁리하는 게 쉽진 않았다. 하지만 칼로의 책은 내 안에 있던 뭔가를 일깨웠다. 나는 침대에 묶여서도 고통을 창작의 소재로 승화시킨 여러 작가와 예술가의 계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 집에 있을 때도, 그리고 또다시 입원하게 되었을 때도 나는 매일매일 글을 썼다. 분노와 질투와 고통이 바짝 말라붙을 때까지 쓰고 또 썼다. 쉴 새 없이 삑삑거리는 모니터 소리와 쉭쉭대는 인공호흡기 소리가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을 때까지 썼다. 100일 프로젝트가 이후 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때의 나는 알 수 없었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고 있었다. 내가 내 안의 힘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P.159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친척도 지인도 아닌 완전한 이방인들이 미국 전역에서 편지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편지는 ‘릴 GQ’라는 젊은 남자에게서 온 것이었다. 그는 내 사연이 ‘사형수의 심장’을 울렸음을 알려주고 싶다는 말로 편지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편지를 쓴 진짜 이유는 내 상황에 묘하게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화려한 필기체로 이렇게 적었다. ‘우리의 상황이 다르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우리 그림자 속에 죽음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만은 같겠죠.’ 릴 GQ는 환자가 아니었지만, 나처럼 닥쳐올 운명의 순간을 기다리며 연옥에 갇혀 있었다.
P.247~250
암 투병에서 가장 힘든 시간은 치료가 끝난 다음에 시작되었다. (…) ‘잘라내고, 약물을 주입하고, 태우는’ 투병 단계를 끝마친 나는 무너진 돌무더기 속에 홀로 앉아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다들 어디로 가버렸는지,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행간을 읽지 못하고 있었다. 치명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자는 무엇을 얻게 되는가. 생명과 시간이다.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살아남는 데에는 대가가 따른다. 이 사실은 직접 겪어본 후에야 깨달을 수 있는 것이었다.
P.337
하워드도 나처럼 면역손상 문제로 고통을 받았고 지난 수십 년 내내 불쑥불쑥 찾아드는 감염 증상에 시달렸다. 목숨이 위태로웠던 적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와 달리 그런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왔다. 불확실성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불확실성 안에 자신의 삶을 구축하고 필요하다면 몇 번이든 다시 고쳐지었다. “인내심과 끈기를 충분히 가지고 천천히 애쓰다 보면 다시 삶에 몰입하게 될 거예요. 정말이지 삶이란 지극히 행복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당신 곁에 끝까지 남아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무엇보다도 아내 덕분에….” 그의 목소리가 갈라진다. “그래요. 나는 아내에게 말로 못 할 만큼 많은 빚을 지고 있어요.”
P.349
그날 밤 나는 문득 질병과 건강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생각한다. 브렛과 나처럼 질병 생존자의 황무지를 배회하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명이 점점 더 길어지면서 사람들 대다수는 두 왕국의 경계를 몇 번이나 넘나들며 그사이 어딘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리라. 그것이 현재 우리 실존의 조건이다. 아름답고 완벽한 건강 상태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목표이며, 그런 목표를 추구하다 보면 끝도 없는 불만족의 수렁에 빠지고 만다. 이 시대에 건강함이란 지금 자신이 지닌 심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P.396
치유란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는 모든 것을 박멸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고통을 과거에 남겨두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치유란 앞으로도 항상 내 안에 살아 있을 고통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되, 고통의 존재를 외면하지 않고 삶을 고통에 빼앗기지 않는 일이었다. 과거의 유령을 직시하고 남아 있는 것을 짊어진 채 나아가는 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언젠가 잃어버릴까 봐 주저하고 망설이는 대신 지금 그들을 힘껏 껴안아 주는 일이었다.
P.404
모하비 사막을 건너며 캘리포니아에 작별을 고한다. 별이 총총하고 널따란 밤하늘 아래 꽃 피는 선인장과 유카 숲을 지나친다. 앞으로 존과 나는 어떻게 될지, 맥스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제 상심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상처 입거나 배신당하지 않는다는 보장 같은 건 없다. 이별이든 혹은 죽음처럼 크고 막막한 것이든, 상처와 배신은 결국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상심을 회피하다 보면 나를 아끼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목적도 상실하게 된다. 나는 사막을 바라보며 내게 한 가지를 약속한다. ‘언제든 사랑이 찾아오는 걸 깨달을 만큼 깨어 있기, 그리고 그 감정이 어디로 이어질지 모른다 해도 끝까지 가볼 만큼 용감하기.’
P.148
물론 나는 프리다 칼로가 아니기에, 나 자신의 불행과 창조적 관계를 맺을 방법을 궁리하는 게 쉽진 않았다. 하지만 칼로의 책은 내 안에 있던 뭔가를 일깨웠다. 나는 침대에 묶여서도 고통을 창작의 소재로 승화시킨 여러 작가와 예술가의 계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 집에 있을 때도, 그리고 또다시 입원하게 되었을 때도 나는 매일매일 글을 썼다. 분노와 질투와 고통이 바짝 말라붙을 때까지 쓰고 또 썼다.
P.247
치명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자는 무엇을 얻게 되는가. 생명과 시간이다.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살아남는 데에는 대가가 따른다. 이 사실은 직접 겪어본 후에야 깨달을 수 있는 것이었다.
P.349
아름답고 완벽한 건강 상태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목표이며, 그런 목표를 추구하다 보면 끝도 없는 불만족의 수렁에 빠지고 만다. 이 시대에 건강함이란 지금 자신이 지닌 심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P.98
그러나 수술실에서 나온 내 몸을 마주한 순간 지금까지의 삶은 산산조각나 사라졌음을, 어떤 면에서 과거의 나는 죽어버렸음을 깨달았다. 다시는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을 터였다.
아침마다 기숙사 방문을 빼꼼히 열고 복도에 누가 없나 살핀 다음 몸에 타월을 두른 채 공동 세면실로 달려갔다. 누구에게도 다리를 보이고 싶지 않았다. 부드러운 천을 적셔 다리를 닦아내며 진홍빛 핏줄기가 하수구로 흘러내려가는 걸 바라보곤 했다. 드러그스토어에서 사온 위치하젤 화장수를 치덕치덕 바르고, 코를 움켜쥐며 쓰디쓴 찻물을 들이켰다. 날이 더워져 청바지를 입을 수 없을 땐 불투명한 검정 스타킹을 신었다. 핏자국을 감추기 위해 침대 시트를 검은색으로 바꾸었고, 섹스할 때는 불을 껐다.
P.89
나는 노트북 컴퓨터를 켜고 골수이식 수술과 며칠 뒤부터 시작될 화학요법 치료 과정을 읽어보았다. 부작용 목록을 훑어보는데 구역질, 탈모, 심장 손상, 장기 부전 사이에 적힌 다른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접한 나쁜 소식 중에서도 가장 당혹스러운 내용이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 살아남더라도 불임이 될 확률이 높다고 했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로 느낀 안도감, 경악, 혼란, 공포에 이어 이제는 또 다른 감정이 엄습해왔다. 한 존재로서 원초적 권리를 빼앗긴다는 절망 같은 것이었다.
P.148~150
물론 나는 프리다 칼로가 아니기에, 나 자신의 불행과 창조적 관계를 맺을 방법을 궁리하는 게 쉽진 않았다. 하지만 칼로의 책은 내 안에 있던 뭔가를 일깨웠다. 나는 침대에 묶여서도 고통을 창작의 소재로 승화시킨 여러 작가와 예술가의 계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 집에 있을 때도, 그리고 또다시 입원하게 되었을 때도 나는 매일매일 글을 썼다. 분노와 질투와 고통이 바짝 말라붙을 때까지 쓰고 또 썼다. 쉴 새 없이 삑삑거리는 모니터 소리와 쉭쉭대는 인공호흡기 소리가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을 때까지 썼다. 100일 프로젝트가 이후 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때의 나는 알 수 없었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고 있었다. 내가 내 안의 힘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P.159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친척도 지인도 아닌 완전한 이방인들이 미국 전역에서 편지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편지는 ‘릴 GQ’라는 젊은 남자에게서 온 것이었다. 그는 내 사연이 ‘사형수의 심장’을 울렸음을 알려주고 싶다는 말로 편지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편지를 쓴 진짜 이유는 내 상황에 묘하게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화려한 필기체로 이렇게 적었다. ‘우리의 상황이 다르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우리 그림자 속에 죽음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만은 같겠죠.’ 릴 GQ는 환자가 아니었지만, 나처럼 닥쳐올 운명의 순간을 기다리며 연옥에 갇혀 있었다.
P.247~250
암 투병에서 가장 힘든 시간은 치료가 끝난 다음에 시작되었다. (…) ‘잘라내고, 약물을 주입하고, 태우는’ 투병 단계를 끝마친 나는 무너진 돌무더기 속에 홀로 앉아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다들 어디로 가버렸는지,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행간을 읽지 못하고 있었다. 치명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자는 무엇을 얻게 되는가. 생명과 시간이다.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살아남는 데에는 대가가 따른다. 이 사실은 직접 겪어본 후에야 깨달을 수 있는 것이었다.
P.337
하워드도 나처럼 면역손상 문제로 고통을 받았고 지난 수십 년 내내 불쑥불쑥 찾아드는 감염 증상에 시달렸다. 목숨이 위태로웠던 적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와 달리 그런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왔다. 불확실성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불확실성 안에 자신의 삶을 구축하고 필요하다면 몇 번이든 다시 고쳐지었다. “인내심과 끈기를 충분히 가지고 천천히 애쓰다 보면 다시 삶에 몰입하게 될 거예요. 정말이지 삶이란 지극히 행복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당신 곁에 끝까지 남아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무엇보다도 아내 덕분에….” 그의 목소리가 갈라진다. “그래요. 나는 아내에게 말로 못 할 만큼 많은 빚을 지고 있어요.”
P.349
그날 밤 나는 문득 질병과 건강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생각한다. 브렛과 나처럼 질병 생존자의 황무지를 배회하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명이 점점 더 길어지면서 사람들 대다수는 두 왕국의 경계를 몇 번이나 넘나들며 그사이 어딘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리라. 그것이 현재 우리 실존의 조건이다. 아름답고 완벽한 건강 상태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목표이며, 그런 목표를 추구하다 보면 끝도 없는 불만족의 수렁에 빠지고 만다. 이 시대에 건강함이란 지금 자신이 지닌 심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P.396
치유란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는 모든 것을 박멸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고통을 과거에 남겨두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치유란 앞으로도 항상 내 안에 살아 있을 고통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되, 고통의 존재를 외면하지 않고 삶을 고통에 빼앗기지 않는 일이었다. 과거의 유령을 직시하고 남아 있는 것을 짊어진 채 나아가는 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언젠가 잃어버릴까 봐 주저하고 망설이는 대신 지금 그들을 힘껏 껴안아 주는 일이었다.
P.404
모하비 사막을 건너며 캘리포니아에 작별을 고한다. 별이 총총하고 널따란 밤하늘 아래 꽃 피는 선인장과 유카 숲을 지나친다. 앞으로 존과 나는 어떻게 될지, 맥스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제 상심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상처 입거나 배신당하지 않는다는 보장 같은 건 없다. 이별이든 혹은 죽음처럼 크고 막막한 것이든, 상처와 배신은 결국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상심을 회피하다 보면 나를 아끼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목적도 상실하게 된다. 나는 사막을 바라보며 내게 한 가지를 약속한다. ‘언제든 사랑이 찾아오는 걸 깨달을 만큼 깨어 있기, 그리고 그 감정이 어디로 이어질지 모른다 해도 끝까지 가볼 만큼 용감하기.’
P.148
물론 나는 프리다 칼로가 아니기에, 나 자신의 불행과 창조적 관계를 맺을 방법을 궁리하는 게 쉽진 않았다. 하지만 칼로의 책은 내 안에 있던 뭔가를 일깨웠다. 나는 침대에 묶여서도 고통을 창작의 소재로 승화시킨 여러 작가와 예술가의 계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 집에 있을 때도, 그리고 또다시 입원하게 되었을 때도 나는 매일매일 글을 썼다. 분노와 질투와 고통이 바짝 말라붙을 때까지 쓰고 또 썼다.
P.247
치명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자는 무엇을 얻게 되는가. 생명과 시간이다.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살아남는 데에는 대가가 따른다. 이 사실은 직접 겪어본 후에야 깨달을 수 있는 것이었다.
P.349
아름답고 완벽한 건강 상태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목표이며, 그런 목표를 추구하다 보면 끝도 없는 불만족의 수렁에 빠지고 만다. 이 시대에 건강함이란 지금 자신이 지닌 심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P.98
그러나 수술실에서 나온 내 몸을 마주한 순간 지금까지의 삶은 산산조각나 사라졌음을, 어떤 면에서 과거의 나는 죽어버렸음을 깨달았다. 다시는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을 터였다.
저자소개
작가이자 강연가. 암 생존자. 스물두 살에 생존률 35%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병상에서 개인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한 투병기가 많은 사랑을 받았고, [뉴욕 타임스]에서 ‘중단된 삶Life, Interrupted’이라는 제목의 정기 칼럼을 연재했다. 칼럼과 함께 제작된 부가 영상 시리즈는 뉴스와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에미상을 받았다. 훌륭한 강연가이기도 한 그는 완치 후에 TED 무대에 올라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가까이 다가온 죽음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 이 강연은 2019년 TED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연 TOP10에 꼽혔으며 50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암 정책 자문단으로 활동했으며 유엔과 국회의사당 등에서 암에 관해 알리는 보도와 강연을 해왔다. [파리 리뷰],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글을 썼고, 현재도 [뉴욕 타임스], [보그], [NPR] 등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한다. 전 세계 10만 명의 구독자들과 함께하는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 ‘The Isolation Journal’을 창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쉽게 분류할 수 없는 사람들과 주제를 찾아 탐구하고, 기록하는 일을 계속하려 한다.
역자소개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출판사 편집자를 거쳐 다양한 분야의 책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야생의 식탁] [몸이 아프다고 생각했습니다] [낙인이라는 광기]
[우리가 선택한 가족] [야생의 위로]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야생의 식탁] [몸이 아프다고 생각했습니다] [낙인이라는 광기]
[우리가 선택한 가족] [야생의 위로]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등이 있다.
서평
전 세계 20개국 출간 밀리언셀러
미국 아마존 종합 1위, 4075개 리뷰의 극찬
김보라, 정여울, 타라 웨스트오버, 엘리자베스 길버트 추천 화제의 에세이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선정 2021년 ‘올해의 책’
고통과 혼란의 세상 앞에서
‘새로운 시작’을 고민하는 모두에게 건네는 이야기
갓 대학을 졸업해 종군기자를 지망하며 뉴욕에 올라왔던 스물두 살의 술라이커 저우아드는 파리에서 제법 번듯한 인턴 생활을 하던 도중 갑자기 생존률 35%의 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절망과 고통의 나날 끝에 병은 치료하지만, 살아내기란 좀처럼 수월하지 않다. 모든 것이 예전 같지 않고. 겨우 되찾은 삶은 꼬여만 가는 듯하다. 무엇보다 떠나가는 사람들로 인해 마음이 무너진다. 그는 고심 끝에 모든 걸 멈추고 긴 여정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다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새로운 시작’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가능한지 자문하는 그의 고민은 제각기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일이기도 하다. 질병이 아닐지라도 사람은 살면서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난다. 개인적으로 맞닥뜨리는 가슴 아픈 상실일 수도 있고, 세상이 함께 겪는 재난일 수도 있다. 전 세계 모든 분야에서 커다란 변화에 가속이 붙어가는 현재, 삶의 파도는 점점 더 자주, 거세게 올 것이다.
어떻게 휘청이면서도 자신을 지키며 나아갈 수 있을까? 가까운 앞날조차 예측하기 점점 더 어렵고, 크고 작은 불행이 삶을 자꾸 흔들어놓는 요즘 우리를 더욱 사로잡는 질문이다. 여기 일말의 단서를 주는 이야기가 있다.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는 갑작스레 닥친 불행에 삶이 송두리째 흔들렸으나 이내 단단한 용기와 사유의 힘으로 중심을 잡고 다시 일어선 사람의 기록이다.
살아가기, 엉망이지만 풍성하고 완전하게
이 시대를 헤쳐나갈 균형감과 회복력을 찾아
책의 원제 ‘Between Two Kingdoms(두 왕국 사이에서)’는 수전 손택의 책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따온 말이다. “인간은 모두 건강의 왕국과 질병의 왕국, 두 곳의 이중국적을 갖고 태어난다. 우리는 좋은 여권만을 사용하길 바라지만, 누구든 언젠가는 잠시나마 다른 쪽 왕국의 시민이 될 수밖에 없다.”
손택의 말처럼 사람들은 질병을 두려워하고 최대한 외면하며 어떻게든 건강을 추구하곤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우리는 평생 ‘아프거나 덜 아픈 상태’를 반복하며 두 왕국 사이의 경계를 이리저리 오가고, 좋음과 나쁨, 완전함과 불완전함 사이의 그 어딘가에 머문다.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는 저자의 힘겹고도 풍성한 경험을 통해 사람이란 ‘두 왕국 사이의 그 허술한 경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궁극의 깨달음을 전하는 책이다.
[배움의 발견]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는 이 책에 찬사를 보내며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삶에 한숨짓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저자 술라이커 저우아드의 말처럼 우리는 불완전함을 극복하려 애쓰는 게 아니라, 현재 나의 몸과 마음을 받아들이고 때로 닥쳐오는 불행에 크게 휘청이지 않는 균형 감각을 기를 때에야 비로소 엉망이지만 완전한 방식으로 인생이라는 축제를 즐기며 살아갈 수 있다.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관계에 대해 솔직하게 성찰하며 보도와 강의를 이어가고 대통령 암 정책 자문단으로도 일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펼쳐온 저자의 모습은 바로 질병과 건강 사이, 그 ‘이중국적’ 의식의 힘이 뒷받침한 결과일지 모른다.
완치 뒤의 공허를 어루만져준
24,140킬로미터의 여행, 길 위의 사람들
4년간의 투병을 견디고 기적처럼 병을 완치한 저우아드는 오히려 퇴원 후에 심한 상실감과 우울감에 시달린다. 암에 걸리기 전에 쌓아둔 인생은 무너졌고, 병은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모른다. 그렇기에 사랑도, 일도, 인생도 다시 시작하는 게 두렵다. 공허감에 괴로워하던 그는 문득 진정 마음을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를 의외의 인물들을 떠올린다. 투병 중 블로그에 올린 글들에 편지를 보내준 이들. 누구랄 것 없이 제각기 중대한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평생 불치병과 함께하며 내내 열정적으로 살아온 노교수, 자살한 아들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려 애쓰는 어머니, 청소년기부터 암 투병을 해온 십 대 소녀, 인생의 절반을 감옥에서 보낸 사형수… 이들과 직접 만나기 위해, 그리고 답을 모색하기 위해, 저자는 뉴욕부터 캘리포니아까지, 미국 전역을 도는 24,140킬로미터의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로키산맥을 통과하고 외딴 해안도로를 달려 한 명 한 명을 만나는 여정이 마치 한 편의 로드무비처럼 펼쳐진다.
캐서린은 움찔하거나 내 눈을 피하지 않는다. 진부한 말로 나를 위로하거나 조언하려 들지도 않는다. 몸을 앞으로 숙이고 줄곧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온몸으로 귀를 기울인다. 내 이야기가 끝나자 전부 무슨 말인지 알겠다며, 이렇게 서로 만나게 되어 정말로 기쁘다고 대답한다. “슬픔은 잠재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함께 살아가는 것이지요. 홀로 짊어져야 하는 것이고요.” (…) 커피 테이블 위에는 캐서린이 연주법을 배우고 있다는 만돌린이 놓여 있다. 나는 벽난로 선반 앞에서 멈칫한다. 캐서린의 아이들, 딸 셋과 아들 하나의 사진 액자가 어수선하게 놓여 있다. ‘저 청년이 브룩이구나.’ 브룩의 지적이고 잘생긴 얼굴이 봉헌용 초의 불빛으로 반짝인다. (「브룩처럼 해보기」, 391쪽)
오하이오에 사는 은퇴한 미술사가 하워드는 거의 평생을 수수께끼 같은 만성 자가면역질환과 싸워왔다고 했다. “당신은 젊은 여자고 나는 늙은 남자지요. 당신은 앞날이 창창하지만 내겐 과거밖에 없고요. 우리 둘의 공통점이라면 아마도 죽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뿐일 거예요. (…) 의미는 물질에 깃들지 않아요. 저녁 식사에도, 재즈나 칵테일에도, 심지어 대화에도 있지 않아요. 모든 것이 사라진 후에 남는 것, 그것이 의미예요.” (「망원경 양쪽 끝에서」, 171쪽)
저우아드가 찾아간 이들은 삶의 궤적도, 마주한 시련도 모두 다르지만 제각기 다채롭고도 공통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일은 어떨지 모르지만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라는 것. 삶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인 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이 내밀하고도 대담한 여정의 끝에서, 저우아드는 결국 다른 그 누구의 답도 아닌 자신만의 해답을 찾게 된다.
치유와 발견의 수단이 된 글쓰기의 힘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 2021년 올해의 책
왜 그리 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이 중병에 걸리고 나서 회고록을 썼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글을 쓰는 행위는 내 개념과 언어로 상황을 통제하고 재구성하는 일이었다. 지넷 윈터슨은 이렇게 적은 바 있다. “문학은 은신처가 아니라 발견의 장소다.” (「100일 프로젝트」, 146쪽)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는 ‘자신의 언어로 경험을 기록하는 일’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저우아드는 예상치 못한 병마 때문에 절망했고, 삶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도 느꼈지만, 매일 일기를 쓰며 내면의 힘을 되찾기 시작한다. 글쓰기는 비탄을 정돈할 수 있게 한 치유의 수단이자 세상과의 연결감을 유지하는 매개였다. 개인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한 저우아드의 글은 많은 주목과 사랑을 받았고 언론의 눈에도 띄어 [뉴욕 타임스]에서 ‘중단된 삶’이라는 정기 칼럼을 연재하기에 이른다. 칼럼을 읽은 전국 각지의 독자들은 수많은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들에 담긴 마음들은 저우아드에게 구명줄이 된다. 병을 치유하고 삶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저우아드는 그들을 찾아나선다.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이어지는 이야기의 끝에서 자기만의 답을 찾고 마침내 자유로워지는 저우아드의 모습은 깊은 뭉클함을 남긴다. 투병의 경험이 있든 없든 수많은 독자가 이 책에 공감과 응원을 보내온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고난을 밀어내고 다시 일어나 진정한 회복의 문턱에 다다르기까지, 험난하고도 따뜻한 여정을 담은 이 책은 출간 즉시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오르고,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 북 리뷰] 등 여러 매체에서 2021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서점가를 휩쓸었으며 한국을 포함해 영국, 독일 등 20개국에 출간되어 전 세계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미국 아마존 종합 1위, 4075개 리뷰의 극찬
김보라, 정여울, 타라 웨스트오버, 엘리자베스 길버트 추천 화제의 에세이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선정 2021년 ‘올해의 책’
고통과 혼란의 세상 앞에서
‘새로운 시작’을 고민하는 모두에게 건네는 이야기
갓 대학을 졸업해 종군기자를 지망하며 뉴욕에 올라왔던 스물두 살의 술라이커 저우아드는 파리에서 제법 번듯한 인턴 생활을 하던 도중 갑자기 생존률 35%의 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절망과 고통의 나날 끝에 병은 치료하지만, 살아내기란 좀처럼 수월하지 않다. 모든 것이 예전 같지 않고. 겨우 되찾은 삶은 꼬여만 가는 듯하다. 무엇보다 떠나가는 사람들로 인해 마음이 무너진다. 그는 고심 끝에 모든 걸 멈추고 긴 여정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다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새로운 시작’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가능한지 자문하는 그의 고민은 제각기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일이기도 하다. 질병이 아닐지라도 사람은 살면서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난다. 개인적으로 맞닥뜨리는 가슴 아픈 상실일 수도 있고, 세상이 함께 겪는 재난일 수도 있다. 전 세계 모든 분야에서 커다란 변화에 가속이 붙어가는 현재, 삶의 파도는 점점 더 자주, 거세게 올 것이다.
어떻게 휘청이면서도 자신을 지키며 나아갈 수 있을까? 가까운 앞날조차 예측하기 점점 더 어렵고, 크고 작은 불행이 삶을 자꾸 흔들어놓는 요즘 우리를 더욱 사로잡는 질문이다. 여기 일말의 단서를 주는 이야기가 있다.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는 갑작스레 닥친 불행에 삶이 송두리째 흔들렸으나 이내 단단한 용기와 사유의 힘으로 중심을 잡고 다시 일어선 사람의 기록이다.
살아가기, 엉망이지만 풍성하고 완전하게
이 시대를 헤쳐나갈 균형감과 회복력을 찾아
책의 원제 ‘Between Two Kingdoms(두 왕국 사이에서)’는 수전 손택의 책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따온 말이다. “인간은 모두 건강의 왕국과 질병의 왕국, 두 곳의 이중국적을 갖고 태어난다. 우리는 좋은 여권만을 사용하길 바라지만, 누구든 언젠가는 잠시나마 다른 쪽 왕국의 시민이 될 수밖에 없다.”
손택의 말처럼 사람들은 질병을 두려워하고 최대한 외면하며 어떻게든 건강을 추구하곤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우리는 평생 ‘아프거나 덜 아픈 상태’를 반복하며 두 왕국 사이의 경계를 이리저리 오가고, 좋음과 나쁨, 완전함과 불완전함 사이의 그 어딘가에 머문다.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는 저자의 힘겹고도 풍성한 경험을 통해 사람이란 ‘두 왕국 사이의 그 허술한 경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궁극의 깨달음을 전하는 책이다.
[배움의 발견]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는 이 책에 찬사를 보내며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삶에 한숨짓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저자 술라이커 저우아드의 말처럼 우리는 불완전함을 극복하려 애쓰는 게 아니라, 현재 나의 몸과 마음을 받아들이고 때로 닥쳐오는 불행에 크게 휘청이지 않는 균형 감각을 기를 때에야 비로소 엉망이지만 완전한 방식으로 인생이라는 축제를 즐기며 살아갈 수 있다.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관계에 대해 솔직하게 성찰하며 보도와 강의를 이어가고 대통령 암 정책 자문단으로도 일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펼쳐온 저자의 모습은 바로 질병과 건강 사이, 그 ‘이중국적’ 의식의 힘이 뒷받침한 결과일지 모른다.
완치 뒤의 공허를 어루만져준
24,140킬로미터의 여행, 길 위의 사람들
4년간의 투병을 견디고 기적처럼 병을 완치한 저우아드는 오히려 퇴원 후에 심한 상실감과 우울감에 시달린다. 암에 걸리기 전에 쌓아둔 인생은 무너졌고, 병은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모른다. 그렇기에 사랑도, 일도, 인생도 다시 시작하는 게 두렵다. 공허감에 괴로워하던 그는 문득 진정 마음을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를 의외의 인물들을 떠올린다. 투병 중 블로그에 올린 글들에 편지를 보내준 이들. 누구랄 것 없이 제각기 중대한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평생 불치병과 함께하며 내내 열정적으로 살아온 노교수, 자살한 아들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려 애쓰는 어머니, 청소년기부터 암 투병을 해온 십 대 소녀, 인생의 절반을 감옥에서 보낸 사형수… 이들과 직접 만나기 위해, 그리고 답을 모색하기 위해, 저자는 뉴욕부터 캘리포니아까지, 미국 전역을 도는 24,140킬로미터의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로키산맥을 통과하고 외딴 해안도로를 달려 한 명 한 명을 만나는 여정이 마치 한 편의 로드무비처럼 펼쳐진다.
캐서린은 움찔하거나 내 눈을 피하지 않는다. 진부한 말로 나를 위로하거나 조언하려 들지도 않는다. 몸을 앞으로 숙이고 줄곧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온몸으로 귀를 기울인다. 내 이야기가 끝나자 전부 무슨 말인지 알겠다며, 이렇게 서로 만나게 되어 정말로 기쁘다고 대답한다. “슬픔은 잠재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함께 살아가는 것이지요. 홀로 짊어져야 하는 것이고요.” (…) 커피 테이블 위에는 캐서린이 연주법을 배우고 있다는 만돌린이 놓여 있다. 나는 벽난로 선반 앞에서 멈칫한다. 캐서린의 아이들, 딸 셋과 아들 하나의 사진 액자가 어수선하게 놓여 있다. ‘저 청년이 브룩이구나.’ 브룩의 지적이고 잘생긴 얼굴이 봉헌용 초의 불빛으로 반짝인다. (「브룩처럼 해보기」, 391쪽)
오하이오에 사는 은퇴한 미술사가 하워드는 거의 평생을 수수께끼 같은 만성 자가면역질환과 싸워왔다고 했다. “당신은 젊은 여자고 나는 늙은 남자지요. 당신은 앞날이 창창하지만 내겐 과거밖에 없고요. 우리 둘의 공통점이라면 아마도 죽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뿐일 거예요. (…) 의미는 물질에 깃들지 않아요. 저녁 식사에도, 재즈나 칵테일에도, 심지어 대화에도 있지 않아요. 모든 것이 사라진 후에 남는 것, 그것이 의미예요.” (「망원경 양쪽 끝에서」, 171쪽)
저우아드가 찾아간 이들은 삶의 궤적도, 마주한 시련도 모두 다르지만 제각기 다채롭고도 공통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일은 어떨지 모르지만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라는 것. 삶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인 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이 내밀하고도 대담한 여정의 끝에서, 저우아드는 결국 다른 그 누구의 답도 아닌 자신만의 해답을 찾게 된다.
치유와 발견의 수단이 된 글쓰기의 힘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 2021년 올해의 책
왜 그리 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이 중병에 걸리고 나서 회고록을 썼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글을 쓰는 행위는 내 개념과 언어로 상황을 통제하고 재구성하는 일이었다. 지넷 윈터슨은 이렇게 적은 바 있다. “문학은 은신처가 아니라 발견의 장소다.” (「100일 프로젝트」, 146쪽)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는 ‘자신의 언어로 경험을 기록하는 일’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저우아드는 예상치 못한 병마 때문에 절망했고, 삶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도 느꼈지만, 매일 일기를 쓰며 내면의 힘을 되찾기 시작한다. 글쓰기는 비탄을 정돈할 수 있게 한 치유의 수단이자 세상과의 연결감을 유지하는 매개였다. 개인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한 저우아드의 글은 많은 주목과 사랑을 받았고 언론의 눈에도 띄어 [뉴욕 타임스]에서 ‘중단된 삶’이라는 정기 칼럼을 연재하기에 이른다. 칼럼을 읽은 전국 각지의 독자들은 수많은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들에 담긴 마음들은 저우아드에게 구명줄이 된다. 병을 치유하고 삶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저우아드는 그들을 찾아나선다.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이어지는 이야기의 끝에서 자기만의 답을 찾고 마침내 자유로워지는 저우아드의 모습은 깊은 뭉클함을 남긴다. 투병의 경험이 있든 없든 수많은 독자가 이 책에 공감과 응원을 보내온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고난을 밀어내고 다시 일어나 진정한 회복의 문턱에 다다르기까지, 험난하고도 따뜻한 여정을 담은 이 책은 출간 즉시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오르고,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 북 리뷰] 등 여러 매체에서 2021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서점가를 휩쓸었으며 한국을 포함해 영국, 독일 등 20개국에 출간되어 전 세계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