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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여, 침을 뱉어라
총서명 세계문학전집{400}
저자 김수영, 이영준(엮음)
출판사 민음사
출판일 20210128
가격 ₩ 14,000
ISBN 9788937464003
페이지 287 p.
판형 132 X 225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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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0권. 김수영 시론집. 김수영이 쓴 시론과 문학론에 해당하는 산문만을 엮었다. 김수영이 시인들의 시인이자 문인들의 문인으로 손꼽히는 데에는 그가 쓴 시에 더해 치밀하고도 독창적인 시론이 기여한 바가 크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시인들이 시를 쓰거나 시에 대해 논할 때 정초석으로 삼는 글이다. 뿐만 아니라 시와 시적인 것에 대한 김수영의 정의는 시간과 무관하게, 아니 시간이 흐를수록 더 빛나는 생기를 얻고 있다. 한국문학사의 보물과도 같은 다수의 시론을 비롯해 8편의 시작노트 및 월평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수록된 편편의 산문은 김수영이 문학과 예술에 대해 지녔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생생한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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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시론
시여 침을 뱉어라 9
시의 뉴 프런티어 18
시인의 정신은 미지(未知) 22
생활 현실과 시 27
대중의 시와 국민 가요 42
히프레스 문학론 45
예술 작품에서의 한국인의 애수 56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 70
참여시의 정리 77
반시론 91

2부 일상 단상
무제 109
생활의 극복 113
책형대에 걸린 시 119
독자의 불신임 124
창작 자유의 조건 129
저 하늘 열릴 때 133
요즈음 느끼는 일 138
마리서사 145
멋 153
나의 연애시 159
와선 163

3부 시작노트
시작 노트 1 167
시작 노트 2 169
시작 노트 3 176
시작 노트 4 180
시작 노트 5 186
시작 노트 6 192
시작 노트 7 202
시작 노트 8 212

4부 월평
모더니티의 문제 225
‘현대성’에의 도피 233
요동하는 포즈들 240
‘낭독반(朗讀盤)’의 성패 247
사랑과 죽음의 대극은 시의 본수(本髓) 250

해설 253
추천의 글 270
작가 연보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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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발췌
P.49
우리 나라의 대가연하는 소설가나 평론가 들이 술을 마시기 전에 문학청년에게 침을 주는 말이 있다. - '이거 봐, 어려운 이야기는 하지 말아!' 우둔한 나는 이 말을 완전히 이해하기까지 꼭 15년이 걸렸다.

P.125
그러나 진정한 문학의 본질은 결코 한시에만 빋아들일 수 있는 애완의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오늘날과 같은 개혁의 시기에 처해 있을수록 그 가치가 다 한층 발효되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문학계 전반에 대한 기막힌 모욕이요 경멸이라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P.168
평화의 나팔 소리가 빛날 날을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 우리들의 오늘과 내일을 위하여 시는 과연 얼마만한 믿음과 힘을 돋우워 줄 것인가.

P.144
뒷골목의 구질구레한 목롯집에서 값싼 술을 마시며 문학과 세상을 논하는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지 않는 나라는 결코 건전한 나라라고 볼 수 없습니다.

P.123
시대의 윤리의 명령은 시 이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거센 혁명의 마멸 속에서 나는 나의 시를 다시 한번 책형대 위에 걸어 놓았다.

P.32
시대는 언제나 성인이 되라고만 하지 시인이 되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인을 만들어야 할 때도 성인이 되라고 한다.

P.14
내가 지금-바로 지금 이 순간에 해야할 일은 이 지루한 횡설수설을 그치고 당신의, 당신의, 당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일이다. 당신이, 당신이, 당신이 내 얼굴에 침을 뱉기 전에-자아 보아라 당신도, 당신도, 당신도, 나도 새로운 문학에의 용기가 없다.

P.209
그러니까 역시 글을 써서 돈벌이를 하면서, 글을 써서 돈벌이를 하는 자가 자기 자신과 싸워가는 수밖에 없다. 요는 휴식을 바라서는 아니 되고 소음이 그치는 것을 바라서는 아니 된다. 싸우는 중에 싸우는 한가운데에서 휴식을 얻는다.

P.92
나이가 먹으면서 거지가 안 된다는 것은 생활이 안정되어 가고 있다는 말 된다.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불안을 느끼지 않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남을 판단한다.

P.23
파스테르나크의 초기 단편이나 딜런 토머스의 단편을 읽으면서 부러운 것은, 그들이 그런 잠꼬대를 써도 용납해 주는 사회다. 그런 사회의 문화다.

P.14
바로 지금 이 순간에 해야 할 일은 이 지루한횡설수설을 그치고, 당신의, 당신의, 당신의 얼굴에침을뱉는 일이다. 당신이, 당신이, 당신이 내 얼굴에 침을 뱉기 전에-자아 보아라, 당신도, 당신도, 당신도, 나도 새로운 문학에의 용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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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김수영
1921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났다. 1935~1941년 선린상업학교에 재학했다. 성적이 우수했고 특히 주산과 미술에 재질을 보였다. 이후 동경 성북예비학교에 다니며 연극을 공부했다. 1943년 조선 학병 징집을 피해 일본에서 귀국했으며 안영일 등과 연극을 했다. 1945년 연극에서 문학으로 전향, [예술부락]이라는 잡지에 시 「묘정의 노래」를 발표했다. 1946 ~1948년 연희전문 영문과에 편입했으며 졸업은 하지 않았다. 1949년 김경린 등과의 친교로 시론과 시를 엮은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출간했다. 1950년 한국 전쟁 발발. 북한군 후퇴 시 징집되어 북으로 끌려가 강제 노동을 하다 탈출했으나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용되었다. 1952년 포로수용소에서 석방. 부산, 대구에서 통역관 및 선린상고 영어교사로 지냈다. 1957년 12월, 한국시인협회상 제1회 수상자가 되었다. 1959년, 1948~1959년 사이에 발표했던 시를 모아 첫 시집이자 생전에 발간한 유일한 시집 [달나라의 장난](춘조사) 을 출간했다. 1960년 4·19 혁명 발발. 이후 현실과 정치를 직시하는 적극적인 태도로 시, 시론, 시평 등을 잡지와 신문 등에 발표하며 왕성한 집필 활동을 보였다. 1968년 6월 15일 밤 귀갓길에 집 근처에서 버스에 치여 머리를 다쳤다. 적십자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한국 현대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김수영은 과감하고 전위적인 시작법으로 오늘날 모더니즘 시의 뿌리가 되었고 문학의 정치 참여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 또한 보여 주었다. “내일의 시”, “미지의 시”를 향한 그의 실험 정신은 언제까지나 신선한 충격으로 남을 것이다.

이영준
1958년 경남 울주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민음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1997년 뉴욕대학교 비교문학과 방문학자로 지냈으며 이듬해 하버드대학교 동아시아문명학과에 입학, 김수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버클리의 캘리포니아대학교, 하버드대학교, 어바나샴페인의 일리노이대학교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쳤고 2007년부터 지금까지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영문 문예지 [AZALEA] 편집장으로 영어권 독자들에게 한국문학을 소개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 겸 교양교육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한국연구원 이사장이다. 엮은 책으로 [김수영 전집][김수영 육필시고 전집]과 김수영 시 선집 [꽃잎]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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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독창적 시론과 초월적 언어관으로
한국문학의 정전이 된 김수영의 시학

“예술의 본질에는 애수가 있을 수 없다.
진정한 예술 작품은 애수를 넘어선 힘의 세계다.”

김수영 시론집 [시여, 침을 뱉어라]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0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여, 침을 뱉어라]는 김수영이 쓴 시론과 문학론에 해당하는 산문만을 엮어 선보이는 산문집이다. 김수영이 시인들의 시인이자 문인들의 문인으로 손꼽히는 데에는 그가 쓴 시에 더해 치밀하고도 독창적인 시론이 기여한 바가 크다. 시란 무엇일까, 그리고 시를 논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문학 독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품어 봤을 질문. 하지만 끝내 답하지 못한 채 멀어져 버린 질문들을 꺼내 보자. 김수영의 사유와 함께라면 마음 한쪽에 밀어 두었던 오래된 질문들과도 즐겁게 재회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시인들이 시를 쓰거나 시에 대해 논할 때 정초석으로 삼는 글이 바로 김수영의「시여, 침을 뱉어라」이다. 뿐만 아니라 「시의 뉴 프론티어」「시인의 정신은 미지(未知)」등 시와 시적인 것에 대한 김수영의 정의는 시간과 무관하게, 아니 시간이 흐를수록 더 빛나는 생기를 얻고 있다. 한국문학사의 보물과도 같은 다수의 시론을 비롯해 「모더니티의 문제」 「‘현대성’에의 도피」 등 8편의 시작노트 및 월평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수록된 편편의 산문은 김수영이 문학과 예술에 대해 지녔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생생한 현장이다.

[시여, 침을 뱉어라]가 한국 현대시와 한국문학의 정전이기만 하다면 세계문학전집으로 만나는 의미가 특별하지 않을 것이다. 김수영이 문학에 대해 남긴 사유는 세계 힘들의 각축장이었던 한반도의 지식인이자 시인이었던 김수영이 20세기의 역사와 정치, 문화와 문학이 뒤섞인 혼돈 속에서 정의한 자유가 무엇인지, 그 자유를 자신만의 미학으로 표현하기 위해 어떤 전쟁을 치렀는지, 그 치열한 고투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 주는 아름다운 자산인바, 세계문학전집으로 다시 만나는 김수영의 시학은 김수영의 시와 시학을 더 정확하게 만나는 방법이기도 하다.

‘시인’ 김수영
김수영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누군가에게 그것은 ‘풀’일 수도 있을 테고 누군가에게 그것은 ‘폭포’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듯 세찬 이미지 한편에는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던 옹졸함과 절정에서 비켜선 채 하찮은 반항이나 일삼는 소시민의 이미지가 있다. 김수영이 우리에게 가한 충격은 ‘비상하는 노고지리’나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 혁명’ 처럼 단단한 그 무엇 이전에 ‘모래’나 ‘설움에 몸을 태우는 거미’처럼 흩어지거나 사위는 그 무엇이 아니었을까. 과연 그는 누구나 존경할 만한 위대한 사람이기보다는 “나는 왜 이리 작은 것이냐”며 자책하는 나약한 인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나약함 속에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독자들이 김수영을 읽는 비밀이 있다. 김수영은 비겁한 소시민이었고 괴팍한 인간이었지만 그런 자신을 질책하고 까발리는 전대미문의 영혼이기도 했던 것이다.

‘현대 시인’ 김수영
언어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김수영이 살았던 시대는 일본어와 한국어와 영어가 혼재하는 가운데 형성된 전례 없는 혼돈의 시대였다. 그러나 그 모든 혼란은 새로움을 품고 있는 역동과 에너지이기도 했다. [시여, 침을 뱉어라]는 혼돈의 역사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나에게 박는 거대한 뿌리”를 상상했던 지성인이자 예술가인 김수영이 시와 문학에 대한 탐색을 통해 부박한 이 세계에 뿌리 내리고 스스로를 키워 나가는 과정을 보여 주는 책이다. 그는 ‘혼란’을 “자유와 사랑의 동의어”로 정의했거니와, 문화의 세계에서 혼란의 향수가 싹트고 있음을 중요하게 여기며 그러한 근원을 빚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시의 임무라고 했다. 김수영에게 시는 전에 없던 혼란이 시작되는 장소였다. 이렇듯 김수영은 역사의 수레바퀴가 남겨 놓은 무늬를 지닌 세계인이었고 홀로 선 현대 한국인이었으며 타협을 모르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조금도 타협하지 않는 시인이었다. 예술가였던 김수영의 시에는 생활인이었던 김수영의 시가 있고 적과의 전선을 거듭 확인하는 냉철한 의식 이면에는 일상적 소재에서 시를 발견해 내는 탁월한 독창성이 있다. 모든 것이 시가 될 수 있고 모든 것에 시가 있다는 것을 과감하고 전위적인 작법으로 보여 준 김수영으로부터 한국 현대시의 ‘모더니티’가 출발했다고 말하는 이유일 것이다.

한국 현대 시학의 탄생
누구보다 대표적인 한국의 시인이었지만 그는 끝없이 시에 대해 질문하는 성실한 영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시여, 침을 뱉어라」에서 김수영이 쓴 것은 훗날 한국 시사(詩史)에 남는 중요한 경구가 된다.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온몸의 시학은 김수영 자신의 닻이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시의 닻이기도 했다. 김수영의 산문은 그의 난해한 시에 전복의 에너지와 전위의 깊이를 부여하는 이론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완전한 예술이었다. 한국문학사의 새 장을 연 현대적 시인이었던 동시에 밀도 높은 사유와 날카로운 현실 감각을 지닌 산문가였던 김수영. 그가 쓴 시론과 예술을 선별해 수록한 이 책은 무한대의 혼돈에 접근하고자 모험을 감행했던 김수영의 정신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이행되고 있는 거대한 뿌리임을 증명한다. 다시 혼란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2022년의 우리 역시 부유하는 스스로를 잡아 줄 “닻”을 필요로 한다. 김수영의 닻이 시였다면, 오늘 우리의 ‘닻’은 김수영의 시, 그리고 김수영이 말한 시적인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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