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하쿠다 사진관 : 허태연 장편소설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20718
가격
₩ 17,000
ISBN
9791130692258
페이지
395 p.
판형
137 X 197 mm
커버
Book
책 소개
삭막했던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제주로 여행을 떠난 주인공 제비. 여행의 마지막 시간을 음미하던 제비는 별안간 둔탁한 무언가에 부딪힌다. 어이없는 사고로 휴대폰이 먹통이 된 제비는 내장된 비행기 표와 신용카드를 잃게 되고. 허무한 오늘과 암담한 인생을 한탄하며 해안도로를 걷던 제비는 요상한 문어 석상이 놓여 있는 한 마을 입구에 다다른다. 조용한 마을 한구석 벼랑 위의 이층집 <하쿠다 사진관>을 발견한 제비. 사진사에게 차비라도 빌려볼 요량으로 제비는 사진관의 문을 여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제비는 알지 못했다. 그곳에서 펼쳐질 수많은 이야기에 대해.
목차
1. 여행의 끝
2. 벼랑 위의 사진관
3. 마을 주민은 30% 할인
4. 석영의 꿈
5. 와일드 라이더스
6. 힙한 웨딩 스냅
7. 대왕물꾸럭마을의 축제 준비
8. 파도 속의 물고기들
9. 벼랑 위의 남자
10. 도도한 지질학자
11. 보이지 않는 사진
12. 대왕물꾸럭마을의 축제
작가의 말
2. 벼랑 위의 사진관
3. 마을 주민은 30% 할인
4. 석영의 꿈
5. 와일드 라이더스
6. 힙한 웨딩 스냅
7. 대왕물꾸럭마을의 축제 준비
8. 파도 속의 물고기들
9. 벼랑 위의 남자
10. 도도한 지질학자
11. 보이지 않는 사진
12. 대왕물꾸럭마을의 축제
작가의 말
본문발췌
P.18
언덕에 올라 제비는 숨을 헐떡거렸다. 허리를 굽히고 이마의 땀을 닦으며 돌담에 싸인 건물을 기웃거렸다. 마당에는 두 그루의 야자나무가 있고, 하늘색 수국이 덩어리져 돌담 위로 흐드러졌다. 그 너머에 코발트빛 바다가 탁 트여 펼쳐졌다. 제비는 땀 젖은 셔츠를 손으로 들썩거렸다. 제주의 여름 햇살은 대단히 강렬해 젖은 옷이 금세 말랐다. 주춤거리며 제비는 출입구 쪽으로 다가섰다. 간판에는 〈하쿠다 사진관〉이라 적혀 있지만 창 안 풍경은 카페 같았다. 벽에 걸린 시계가 2시 반을 가리켰다.
P.54~55
제비는 벤치마킹을 하려고 유명 사진관 홈페이지를 들락거렸다. 석영이 1층을 전시장으로 쓴다고 한 걸 떠올려 사진전에 관한 뉴스도 찾아보았다. 그러다 무심코 석영의 이름을 검색했는데, 그 결과물이 실로 놀라웠다. 다음 날 아침 출근을 하자마자 제비는 물어보았다. “사장님! 혹시 상 받은 적 있어요?”
P.84
껍질이 수북이 쌓인 보말 양푼을 옮기며 정미가 털어놓았다. “급한 빚이며 애들 학비며…… 도와줬어, 내동. 저 지지배들이.” 소매로 눈가를 훔치는 정미를 석영과 제비는 묵묵히 봤다. 티슈를 뽑아 씩씩하게 코를 풀고, 정미가 씩 웃었다. “우덜이 여고 동창이유. 취직하고 결혼하고 정신없이 살다 십수 년 전 라이딩 시작혔지. 나는 소식만 듣고 엄두도 못 냈어유. 근디 하도 나오라고들 혀서……. 빚 갚으러 나온 거여. 사흘 내동 웃는 낯만 하랴. 그걸루 빚진 거 다 까준다고.”
P.134~135
“결혼한 뒤에 경력 끊긴 선배들, 나 많이 알아요. 출산한 와이프 두고 육아 외면하는 남자들 많이 봤고요. 이러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거 아닌가, 한 번도 뒤통수친 적 없는 남자가 내 뒤통수 거하게 치지 않을까, 말도 못하게 겁이 났어요. 사실은 여기 와서도 갈등했어요. 촬영지가 좋네 싫네 갈등할 때도 그렇고, 우린 너무 안 맞는다 생각했죠. 오늘 밤 호텔에서…… 파혼하자 하려 했어요.”
P.169
스스로를 향해 석영은 물어보았다. 기억 속 그의 청춘은 썩은 필름처럼 얼룩져 있었다. 아무리 젊음이 부러워도, 그 시절을 다 시 겪을 자신은 없었다. 사진관을 열겠다는 목표 하나로 10년을 달려왔다. 그 흔한 연애 한 번 못 해보고, 닥치는 대로 일하며 돈 을 모았다. 지금 아름답게 보이는 저들 역시 그런 시간을 견디고 있을 터였다.
P.218
“당시 내 관할에서 세 명이 죽었네. 전부 여자였어. 사건이 터질 때마다 분노한 가족들이 경찰서를 찾아와 테러하다시피 했지. 우리 서장은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어. 우리 서 직원 모두 그랬네. 잠잠할 만하면 그러니까 뉴스에도 오르고 지역 가치도 하락했어. 지역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네. 정말이지 그 애는 죽어서는 안 됐다고. 그래서…… 나는 그 애를 살려줬네.”
P.323
그는 아이를 향해 두 귀를 기울였다. “나도…… 사진 찍고 싶다고.” 순간, 모두가 혜용을 봤다. 혜용의 부모는 이제까지 한 번도 아이에게 사진기를 준 적 없었다. 행여 아이가 상처받을까 걱정을 했던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인화한 사진을 만지게 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반면 석영과 제비는 다른 고민을 했다. 그들은 혜용과 같은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 사진을 가르쳐줄 수 있는지 생각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하지만…… 네가 어떻게?” 효재가 물었다. 놀란 양희가 손으로 아들의 입을 막았다.
언덕에 올라 제비는 숨을 헐떡거렸다. 허리를 굽히고 이마의 땀을 닦으며 돌담에 싸인 건물을 기웃거렸다. 마당에는 두 그루의 야자나무가 있고, 하늘색 수국이 덩어리져 돌담 위로 흐드러졌다. 그 너머에 코발트빛 바다가 탁 트여 펼쳐졌다. 제비는 땀 젖은 셔츠를 손으로 들썩거렸다. 제주의 여름 햇살은 대단히 강렬해 젖은 옷이 금세 말랐다. 주춤거리며 제비는 출입구 쪽으로 다가섰다. 간판에는 〈하쿠다 사진관〉이라 적혀 있지만 창 안 풍경은 카페 같았다. 벽에 걸린 시계가 2시 반을 가리켰다.
P.54~55
제비는 벤치마킹을 하려고 유명 사진관 홈페이지를 들락거렸다. 석영이 1층을 전시장으로 쓴다고 한 걸 떠올려 사진전에 관한 뉴스도 찾아보았다. 그러다 무심코 석영의 이름을 검색했는데, 그 결과물이 실로 놀라웠다. 다음 날 아침 출근을 하자마자 제비는 물어보았다. “사장님! 혹시 상 받은 적 있어요?”
P.84
껍질이 수북이 쌓인 보말 양푼을 옮기며 정미가 털어놓았다. “급한 빚이며 애들 학비며…… 도와줬어, 내동. 저 지지배들이.” 소매로 눈가를 훔치는 정미를 석영과 제비는 묵묵히 봤다. 티슈를 뽑아 씩씩하게 코를 풀고, 정미가 씩 웃었다. “우덜이 여고 동창이유. 취직하고 결혼하고 정신없이 살다 십수 년 전 라이딩 시작혔지. 나는 소식만 듣고 엄두도 못 냈어유. 근디 하도 나오라고들 혀서……. 빚 갚으러 나온 거여. 사흘 내동 웃는 낯만 하랴. 그걸루 빚진 거 다 까준다고.”
P.134~135
“결혼한 뒤에 경력 끊긴 선배들, 나 많이 알아요. 출산한 와이프 두고 육아 외면하는 남자들 많이 봤고요. 이러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거 아닌가, 한 번도 뒤통수친 적 없는 남자가 내 뒤통수 거하게 치지 않을까, 말도 못하게 겁이 났어요. 사실은 여기 와서도 갈등했어요. 촬영지가 좋네 싫네 갈등할 때도 그렇고, 우린 너무 안 맞는다 생각했죠. 오늘 밤 호텔에서…… 파혼하자 하려 했어요.”
P.169
스스로를 향해 석영은 물어보았다. 기억 속 그의 청춘은 썩은 필름처럼 얼룩져 있었다. 아무리 젊음이 부러워도, 그 시절을 다 시 겪을 자신은 없었다. 사진관을 열겠다는 목표 하나로 10년을 달려왔다. 그 흔한 연애 한 번 못 해보고, 닥치는 대로 일하며 돈 을 모았다. 지금 아름답게 보이는 저들 역시 그런 시간을 견디고 있을 터였다.
P.218
“당시 내 관할에서 세 명이 죽었네. 전부 여자였어. 사건이 터질 때마다 분노한 가족들이 경찰서를 찾아와 테러하다시피 했지. 우리 서장은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어. 우리 서 직원 모두 그랬네. 잠잠할 만하면 그러니까 뉴스에도 오르고 지역 가치도 하락했어. 지역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네. 정말이지 그 애는 죽어서는 안 됐다고. 그래서…… 나는 그 애를 살려줬네.”
P.323
그는 아이를 향해 두 귀를 기울였다. “나도…… 사진 찍고 싶다고.” 순간, 모두가 혜용을 봤다. 혜용의 부모는 이제까지 한 번도 아이에게 사진기를 준 적 없었다. 행여 아이가 상처받을까 걱정을 했던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인화한 사진을 만지게 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반면 석영과 제비는 다른 고민을 했다. 그들은 혜용과 같은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 사진을 가르쳐줄 수 있는지 생각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하지만…… 네가 어떻게?” 효재가 물었다. 놀란 양희가 손으로 아들의 입을 막았다.
저자소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서울에서 태어나 해남, 제주, 홍천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장편소설 [플라멩코 추는 남자]로 제1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 정 많고 강인한 제주 사람들, 아름답고 따뜻한 제주의 여름을 회상하며 장편소설 [하쿠다 사진관]을 썼다. 수상 : 2021년 혼불문학상
서평
육지에서 들어온 한 청춘으로 인해
제주 바닷가 마을에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한다
올여름 당신의 휴식을 책임질 단 한 권의 힐링 드라마!
국내 최대 규모 7,000만 원 상금에 빛나는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 작가 허태연의 신작 장편소설 [하쿠다 사진관]이 출간됐다. 작가의 전작보다 한층 더 새로워진 배경과 다채로워진 이야기들이 지친 일상에 따뜻한 위로를 선사하기 위해 독자들을 찾아간다.
대학을 갓 졸업한 뒤 서울의 한 작은 사진관에 취직해 일하던 스물다섯 연제비. 매일 같은 공간 안에서 출퇴근을 반복하다 우연히 발견한 광고판에서 아름다운 제주의 모습을 목격한 주인공 제비는 그 자리에서 결심한다. 비행기를 타기로, 사회생활로 지친 자신의 청춘에 제주 여름을 선물하기로 말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지내던 원룸까지 처분한 제비는 무작정 제주로 떠난다.
여행의 마지막 날, 고운 모래밭 위에 펼쳐져 있는 코발트빛 바다를 바라보며 마지막 시간을 음미하던 제비는 별안간 둔탁한 무언가와 부딪힌다. 매너 없는 한 젊은이가 들고 가던 서핑보드와 부딪히면서 제비는 자신의 휴대폰을 바다에 빠뜨리고 만 것이다. 그때만 해도 그 사고가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게 될 줄은 제비는 알지 못했다.
어이없는 사고로 휴대폰과 함께 비행기 티켓, 신용카드를 모두 잃게 된 제비는 무일푼 떠돌이 신세가 된 오늘과 더욱 암담해진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며 해안도로를 걷는다. 그러다 ‘대왕물꾸럭마을’에 들어서게 된 제비는 마을 구석 벼랑 위에 서 있는 이층집을 발견한다. 하얀 건물의 간판은 〈하쿠다 사진관〉. 주인과 손님이 보이지 않는 고요한 사진관을 둘러보던 제비는 사진관의 구인 광고를 발견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서울로 돌아가 봤자 딱히 미래에 대한 계획을 찾지 못했던 제비는 사진사에게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곳에서 3개월이라는 기한을 조건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는데…….
“우리들의 블루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주 한적한 마을의 사진관에서 벌어지는
인간미 넘치는 인생들의 유쾌하고 발랄한 감동 스토리
어린 시절 제주에 살았던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정 많고 강인한 제주 사람들, 아름답고 따뜻한 제주의 여름을 회상”하며 쓴 장편소설 [하쿠다 사진관]은 올여름 바쁜 삶에 지쳐 있는 독자들에게 위로를 선사할 사연들로 가득하다. 제주에 실재하는 장소에 작가적 상상력이 더해져 새롭게 창조된 ‘대왕물꾸럭마을’. 작가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찾아와 인생을 돌아보고 새로운 추억 하나씩 만들어 가”는 이곳에 “독자님을 초대”하고픈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소설을 집필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제주의 한적한 마을에 위치한 〈하쿠다 사진관〉을 찾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다름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충청도 출신 50대 여고 동창들, 웨딩 촬영을 준비하다 결혼 자체를 다시 고민하며 찾아온 30대 예비 신혼부부, 취업 준비에 지쳐 잠시나마 해방감을 느끼려고 놀러 온 20대 청년들, 그리고 과거의 행실을 후회하며 인생 마지막 여행을 떠나온 70대 노형사까지. 〈하쿠다 사진관〉을 찾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지금의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닮아 있다.
힘들게 살아낸 오늘을 내려놓고
변화된 내일의 ‘진짜 모습’을 촬영하는 사진관
“여기는 제주 ‘하쿠다 사진관’이우다!”
‘하쿠다’는 제주 말로 ‘무언가를 하겠다’, ‘할 것이다’라는 뜻이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will do’. 그러니까 ‘하쿠다 사진관’은 ‘무엇이든 멋지게 촬영하는 사진관’이다. 고단한 오늘을 살아낸 우리가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휴식할 수 있는 곳, 어두컴컴하기만 한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을 얻으며 위로받을 수 있는 곳. 다시 말해, 힘들었던 오늘의 모습을 내려놓고 변화된 내일의 ‘진짜 모습’을 촬영해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곳. 이곳이 바로 〈하쿠다 사진관〉이다.
제법 긴 분량의 장편소설이지만, 책장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멈추지 않고 이 이야기를 읽어 내려갈 것이다. [하쿠다 사진관]은 단순히 흥미로 시작해 재미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공감하고 함께 걸어 나아가야 할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힘들게 오늘을 살아낸 우리에게 다정한 위로와 포근한 미소를 선물하는 소설. 이야기의 끝에서 진정 어린 눈물을 마주하게 하는 소설. 슬픔과 절망의 눈물이 아닌, 희망과 공감의 눈물을 이 소설을 통해 지금 바로 따뜻하게 마주하시길 바란다.
제주 바닷가 마을에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한다
올여름 당신의 휴식을 책임질 단 한 권의 힐링 드라마!
국내 최대 규모 7,000만 원 상금에 빛나는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 작가 허태연의 신작 장편소설 [하쿠다 사진관]이 출간됐다. 작가의 전작보다 한층 더 새로워진 배경과 다채로워진 이야기들이 지친 일상에 따뜻한 위로를 선사하기 위해 독자들을 찾아간다.
대학을 갓 졸업한 뒤 서울의 한 작은 사진관에 취직해 일하던 스물다섯 연제비. 매일 같은 공간 안에서 출퇴근을 반복하다 우연히 발견한 광고판에서 아름다운 제주의 모습을 목격한 주인공 제비는 그 자리에서 결심한다. 비행기를 타기로, 사회생활로 지친 자신의 청춘에 제주 여름을 선물하기로 말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지내던 원룸까지 처분한 제비는 무작정 제주로 떠난다.
여행의 마지막 날, 고운 모래밭 위에 펼쳐져 있는 코발트빛 바다를 바라보며 마지막 시간을 음미하던 제비는 별안간 둔탁한 무언가와 부딪힌다. 매너 없는 한 젊은이가 들고 가던 서핑보드와 부딪히면서 제비는 자신의 휴대폰을 바다에 빠뜨리고 만 것이다. 그때만 해도 그 사고가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게 될 줄은 제비는 알지 못했다.
어이없는 사고로 휴대폰과 함께 비행기 티켓, 신용카드를 모두 잃게 된 제비는 무일푼 떠돌이 신세가 된 오늘과 더욱 암담해진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며 해안도로를 걷는다. 그러다 ‘대왕물꾸럭마을’에 들어서게 된 제비는 마을 구석 벼랑 위에 서 있는 이층집을 발견한다. 하얀 건물의 간판은 〈하쿠다 사진관〉. 주인과 손님이 보이지 않는 고요한 사진관을 둘러보던 제비는 사진관의 구인 광고를 발견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서울로 돌아가 봤자 딱히 미래에 대한 계획을 찾지 못했던 제비는 사진사에게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곳에서 3개월이라는 기한을 조건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는데…….
“우리들의 블루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주 한적한 마을의 사진관에서 벌어지는
인간미 넘치는 인생들의 유쾌하고 발랄한 감동 스토리
어린 시절 제주에 살았던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정 많고 강인한 제주 사람들, 아름답고 따뜻한 제주의 여름을 회상”하며 쓴 장편소설 [하쿠다 사진관]은 올여름 바쁜 삶에 지쳐 있는 독자들에게 위로를 선사할 사연들로 가득하다. 제주에 실재하는 장소에 작가적 상상력이 더해져 새롭게 창조된 ‘대왕물꾸럭마을’. 작가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찾아와 인생을 돌아보고 새로운 추억 하나씩 만들어 가”는 이곳에 “독자님을 초대”하고픈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소설을 집필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제주의 한적한 마을에 위치한 〈하쿠다 사진관〉을 찾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다름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충청도 출신 50대 여고 동창들, 웨딩 촬영을 준비하다 결혼 자체를 다시 고민하며 찾아온 30대 예비 신혼부부, 취업 준비에 지쳐 잠시나마 해방감을 느끼려고 놀러 온 20대 청년들, 그리고 과거의 행실을 후회하며 인생 마지막 여행을 떠나온 70대 노형사까지. 〈하쿠다 사진관〉을 찾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지금의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닮아 있다.
힘들게 살아낸 오늘을 내려놓고
변화된 내일의 ‘진짜 모습’을 촬영하는 사진관
“여기는 제주 ‘하쿠다 사진관’이우다!”
‘하쿠다’는 제주 말로 ‘무언가를 하겠다’, ‘할 것이다’라는 뜻이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will do’. 그러니까 ‘하쿠다 사진관’은 ‘무엇이든 멋지게 촬영하는 사진관’이다. 고단한 오늘을 살아낸 우리가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휴식할 수 있는 곳, 어두컴컴하기만 한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을 얻으며 위로받을 수 있는 곳. 다시 말해, 힘들었던 오늘의 모습을 내려놓고 변화된 내일의 ‘진짜 모습’을 촬영해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곳. 이곳이 바로 〈하쿠다 사진관〉이다.
제법 긴 분량의 장편소설이지만, 책장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멈추지 않고 이 이야기를 읽어 내려갈 것이다. [하쿠다 사진관]은 단순히 흥미로 시작해 재미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공감하고 함께 걸어 나아가야 할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힘들게 오늘을 살아낸 우리에게 다정한 위로와 포근한 미소를 선물하는 소설. 이야기의 끝에서 진정 어린 눈물을 마주하게 하는 소설. 슬픔과 절망의 눈물이 아닌, 희망과 공감의 눈물을 이 소설을 통해 지금 바로 따뜻하게 마주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