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 임세원 교수가 세상에 남긴 더없는 온기와 위로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11122
가격
₩ 16,800
ISBN
9788925579252
페이지
291 p.
판형
135 X 200 mm
판차
개정증보판
커버
Book
책 소개
2018년 12월 31일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임세원 교수의 3주기를 맞아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의 개정증보판이 출간되었다. 이번 책에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미공개 원고’와 함께 아내 신은희 교수의 ‘서문’, 절친한 동료 백종우 교수의 ‘추모의 글’이 새롭게 실렸다. 임세원 교수가 세상에 남긴 단 한 권의 저서인 이 책은 ‘우울증’에 관한 가장 정확하고 피부에 와 닿는 가이드이자, 한 인간이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불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는지 섬세하게 그려낸 감동의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임세원 교수 그 자신이었다. 20여 년간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며 각종 정신질환에 대해 “내가 모르면 그것에 대해 답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라 자부할 수 있게 되었을 때쯤, 그에게 예상치 못한 불청객이 찾아온다. 상상치 못할 통증이 시작된 것이다. 온갖 치료법을 동원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몸 상태에 좌절하며, 그는 점차 우울의 심연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목차
들어가기 전에(신은희)_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다시 펴내며
1부_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들어가는 글
1장_ 고통이 내게 알려 준 것들
선생님은 이 병을 몰라요 |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다 | 결국, 죽음을 생각하다 | ‘정말 죽고 싶다’는 말의 의미 | 통증은 피할 수 없지만, 절망은 선택할 수 있다
한 번 더 생각해 보기_ 누가 진짜 전문가인가
2장_ 남에게 해 주었던 이야기, 이제는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타인의 이야기가 가르쳐 준 것들 | 불안할수록 원래 계획대로 | ‘왜’에서 ‘어떻게’로 | 두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있다 | 행복의 시뮬레이션
한 번 더 생각해 보기_ 자살을 하면 안 되는 이유
3장_ 희망과 함께 가라
스톡데일 패러독스 | 신념: 나아질 것을 믿으며 오늘을 산다 | 현실 직시: 답이 없음이 답일 때 | 인내: 한계를 인정하면서 한계를 넓히기 | 지금 그리고 여기: 미래와의 관계 형성하기 | 희망에게 시간을
한 번 더 생각해 보기_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4장_ 오늘 이 순간을 살기 위하여
YOLO! 1년 차의 마음 가져보기 | 잘잘못 따지지 않기 | 가족을 웃게 만들기 | 팬으로 살아가기 | 도움을 줌으로써 도움받기
한 번 더 생각해 보기_ 고통을 겪는 가족과 함께 산다는 것
마치는 글Ⅰ
마치는 글Ⅱ
2부_ 희망의 근거
끝나기 전까지는 | 변화의 가능성 | 지독한 불행 앞에서 | 유일한 해답 | 늦게 피는 꽃 | 쓸데없는 생각 | 보고 듣고 말하기 | 조금 더 큰, 조금 더 예쁜 상자
추모의 글(백종우)_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던 친구를 그리며
부록_ 보고 듣고 말하기
1부_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들어가는 글
1장_ 고통이 내게 알려 준 것들
선생님은 이 병을 몰라요 |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다 | 결국, 죽음을 생각하다 | ‘정말 죽고 싶다’는 말의 의미 | 통증은 피할 수 없지만, 절망은 선택할 수 있다
한 번 더 생각해 보기_ 누가 진짜 전문가인가
2장_ 남에게 해 주었던 이야기, 이제는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타인의 이야기가 가르쳐 준 것들 | 불안할수록 원래 계획대로 | ‘왜’에서 ‘어떻게’로 | 두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있다 | 행복의 시뮬레이션
한 번 더 생각해 보기_ 자살을 하면 안 되는 이유
3장_ 희망과 함께 가라
스톡데일 패러독스 | 신념: 나아질 것을 믿으며 오늘을 산다 | 현실 직시: 답이 없음이 답일 때 | 인내: 한계를 인정하면서 한계를 넓히기 | 지금 그리고 여기: 미래와의 관계 형성하기 | 희망에게 시간을
한 번 더 생각해 보기_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4장_ 오늘 이 순간을 살기 위하여
YOLO! 1년 차의 마음 가져보기 | 잘잘못 따지지 않기 | 가족을 웃게 만들기 | 팬으로 살아가기 | 도움을 줌으로써 도움받기
한 번 더 생각해 보기_ 고통을 겪는 가족과 함께 산다는 것
마치는 글Ⅰ
마치는 글Ⅱ
2부_ 희망의 근거
끝나기 전까지는 | 변화의 가능성 | 지독한 불행 앞에서 | 유일한 해답 | 늦게 피는 꽃 | 쓸데없는 생각 | 보고 듣고 말하기 | 조금 더 큰, 조금 더 예쁜 상자
추모의 글(백종우)_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던 친구를 그리며
부록_ 보고 듣고 말하기
본문발췌
P.10
저희 가족은 마음이 아픈 분들에 대한 남편의 사랑과 관심이 더 널리 알려지기를, 남편에 대한 추모가 시간이 지나도 계속 이어지기를 소망하면서, 이번 개정증보판을 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개정증보판에는 이전 저서에 수록되지 않은 남편의 조각 글들, 짧지만 뭉클한 글들을 새롭게 수록했습니다. 이 글들은 2부 ‘희망의 근거’라는 제목으로 묶었습니다. 또, 부록으로 남편과 동료 교수분들이 온갖 정성과 노력을 다해 개발한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도 요약하여 실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자살하려고 하는 이들의 자살 징후를 알아차려 그들을 돕기 위한 것으로, 생전에 남편이 무척이나 심혈을 기울였던 과업 중 하나였습니다. 남편의 책에 이 프로그램을 수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너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 들어가기 전에(신은희)_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다시 펴내며
P.25
“암을 치료하는 의사가 암에 걸려야만 암을 잘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우울증도 마찬가지죠. 이 병에 걸려 본 사람만이 이 병을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는 건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전문의가 되고 나서도 10년 이상이 지난 후에야, 나는 내가 틀리고 환자들이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많은 환자를 만나며 임상 경험이 쌓여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우울증으로 상당 기간 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었다. 나는 의사로서 우울증이 무슨 병이고, 그것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환자들이 그것을 실제로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 1장_ 고통이 내게 알려 준 것들
P.42~43
갑자기 나 자신에 대한 연민이 복받치면서 저녁 식사 때 간신히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금 이 몸 상태로는 수술을 한다고 하더라도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극적인 생각이 들었다. 생일상을 차려 준 아내와, 아버지를 낫게 해 달라고 기도하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뒤이어 그들에게 했던 내 말과 행동이 떠오르면서, 미안함과 후회스러움이 가슴을 쳤다. 나는 나의 존재가 가족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고, 차라리 내가 사라지는 게 가족들에게 좋을 것이라는 끔찍한 생각을 하고 말았다. ■ 1장_ 고통이 내게 알려 준 것들
P.54~55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수록, 오히려 자기 생활을 규칙적으로 잘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약속과 계획은 신중하게 잡고, 한번 무언가를 하기로 결정하고 나면 가능한 한 바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나는 ‘루틴’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루틴이란 어떤 일을 하기 전, 반복하는 늘 똑같은 행동이다. (…) 비록 활동 범위가 좁아지고 행동 반경이 많이 줄긴 했지만, 일상이 안정되고부터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점차 사그라지고 그 자리를 ‘현재가 소중하다는 생각(지금 내가 영위하고 있는 일상을 어느 순간 유지하지 못하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을 포함한)’이 대체해 가는 것을 조금씩 깨달을 수 있었다. ■ 1장_ 고통이 내게 알려 준 것들
P.97
삶을 살아가며 입시, 사업 실패, 가족이나 자신의 질병, 재난 등 고통을 주는 극심한 스트레스인 ‘첫 번째 화살’을 피할 방법이 과연 있을까? 사실상 없다. 첫 번째 화살이 날아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무참히 그것을 맞는 것뿐이다. 하지만 첫 번째 화살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라 할 수 있는 이른바 ‘두 번째 화살’은 다르다. 불가의 지혜를 말할 때 자주 인용되는 두 번째 화살이란, 삶의 고통(첫 번째 화살)에 직면하게 된 후 자신도 모르게 경험하게 되는 두려움, 걱정, 후회와 같은 첫 번째 화살에 대한 감정과 반응을 의미한다. 이러한 두 번째 화살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첫째, 즉각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 2장_ 남에게 해 주었던 이야기, 이제는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P.141~142
나쁜 사건, 특히 답이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이런 긍정적인 경험조차 중단하는 것이다. 일상에 즐거움을 주는 소소한 활동들, 이를테면 친구와 전화로 수다 떨기, 동료들과 점심으로 특별한 음식 먹어보기, 애완견과 공원 산책하기, 좋아하는 스포츠 팀 경기를 보며 응원하기, 밤 아홉 시 치킨을 배달시켜 손에 양념을 잔뜩 묻히며 먹기. 이런 것들을 점차 끊어버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평소 이런 일들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할 때 우리는 대체로 좋은 기분을 느낀다. 그런 좋은 기분을 느끼는 순간순간이, 곧 행복이라는 커다란 퍼즐의 한 조각, 한 조각들이다. 그 조각들이 모여 행복의 큰 그림을 완성할 수 있는 법이다. ■ 3장_ 희망과 함께 가라
P.158
모든 것은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비롯되며, 모든 인간은 ‘지금 그리고 여기’에만 존재할 수 있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현재’는 나의 전부가 되었다. 신체적 고통을 이유로 절망하면서 헛되이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아깝고 후회스러워졌다. 지금 이 순간의 현재를 소중하게 받아들이게 되면서, 이제 나는 다시 한 달 후, 반년 후의 약속을 잡고 계획을 세운다. 어떠한 고통이 계속되더라도 내가 정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 굳게 다짐하면서. ■ 3장_ 희망과 함께 가라
P.223
희망에 근거가 더해질 때, 마침내 신념이 만들어진다. 지독한 고통의 순간에, 신념은 삶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의지를 생산해 낸다. 이는 칠흑같은 어둠과 절망의 상황, 수없이 많은 죽음의 이유 속에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삶의 어느 구석에서인가 조용히 빛나고 있는 삶의 이유를 찾아내도록 이끌어 준다. 그렇게 신념은 고통을 견뎌 낼 수 있게 하고, 우리를 과거에 대한 후회로부터 벗어나게 하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 내게 해 준다. ■ 마치는 글Ⅰ
P.261
나에게 남다른 기억으로 남은 환자들은 퇴원할 때 내게 편지를 전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20년 동안 받은 편지들을 꼬박꼬박 모아놓은 작은 상자도 어느새 가득 찼다. 그분들은 내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하시고, 나 또한 그분들에게서 삶을 다시 배운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의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전수되어 더 많은 환자의 삶을 돕게 될 것이다.
모두, 부디 잘 지내시길 기원한다.
이번 주말엔 조금 더 큰, 조금 더 예쁜 상자를 사야겠다. ■ 2부_희망의 근거
저희 가족은 마음이 아픈 분들에 대한 남편의 사랑과 관심이 더 널리 알려지기를, 남편에 대한 추모가 시간이 지나도 계속 이어지기를 소망하면서, 이번 개정증보판을 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개정증보판에는 이전 저서에 수록되지 않은 남편의 조각 글들, 짧지만 뭉클한 글들을 새롭게 수록했습니다. 이 글들은 2부 ‘희망의 근거’라는 제목으로 묶었습니다. 또, 부록으로 남편과 동료 교수분들이 온갖 정성과 노력을 다해 개발한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도 요약하여 실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자살하려고 하는 이들의 자살 징후를 알아차려 그들을 돕기 위한 것으로, 생전에 남편이 무척이나 심혈을 기울였던 과업 중 하나였습니다. 남편의 책에 이 프로그램을 수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너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 들어가기 전에(신은희)_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다시 펴내며
P.25
“암을 치료하는 의사가 암에 걸려야만 암을 잘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우울증도 마찬가지죠. 이 병에 걸려 본 사람만이 이 병을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는 건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전문의가 되고 나서도 10년 이상이 지난 후에야, 나는 내가 틀리고 환자들이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많은 환자를 만나며 임상 경험이 쌓여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우울증으로 상당 기간 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었다. 나는 의사로서 우울증이 무슨 병이고, 그것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환자들이 그것을 실제로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 1장_ 고통이 내게 알려 준 것들
P.42~43
갑자기 나 자신에 대한 연민이 복받치면서 저녁 식사 때 간신히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금 이 몸 상태로는 수술을 한다고 하더라도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극적인 생각이 들었다. 생일상을 차려 준 아내와, 아버지를 낫게 해 달라고 기도하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뒤이어 그들에게 했던 내 말과 행동이 떠오르면서, 미안함과 후회스러움이 가슴을 쳤다. 나는 나의 존재가 가족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고, 차라리 내가 사라지는 게 가족들에게 좋을 것이라는 끔찍한 생각을 하고 말았다. ■ 1장_ 고통이 내게 알려 준 것들
P.54~55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수록, 오히려 자기 생활을 규칙적으로 잘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약속과 계획은 신중하게 잡고, 한번 무언가를 하기로 결정하고 나면 가능한 한 바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나는 ‘루틴’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루틴이란 어떤 일을 하기 전, 반복하는 늘 똑같은 행동이다. (…) 비록 활동 범위가 좁아지고 행동 반경이 많이 줄긴 했지만, 일상이 안정되고부터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점차 사그라지고 그 자리를 ‘현재가 소중하다는 생각(지금 내가 영위하고 있는 일상을 어느 순간 유지하지 못하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을 포함한)’이 대체해 가는 것을 조금씩 깨달을 수 있었다. ■ 1장_ 고통이 내게 알려 준 것들
P.97
삶을 살아가며 입시, 사업 실패, 가족이나 자신의 질병, 재난 등 고통을 주는 극심한 스트레스인 ‘첫 번째 화살’을 피할 방법이 과연 있을까? 사실상 없다. 첫 번째 화살이 날아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무참히 그것을 맞는 것뿐이다. 하지만 첫 번째 화살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라 할 수 있는 이른바 ‘두 번째 화살’은 다르다. 불가의 지혜를 말할 때 자주 인용되는 두 번째 화살이란, 삶의 고통(첫 번째 화살)에 직면하게 된 후 자신도 모르게 경험하게 되는 두려움, 걱정, 후회와 같은 첫 번째 화살에 대한 감정과 반응을 의미한다. 이러한 두 번째 화살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첫째, 즉각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 2장_ 남에게 해 주었던 이야기, 이제는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P.141~142
나쁜 사건, 특히 답이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이런 긍정적인 경험조차 중단하는 것이다. 일상에 즐거움을 주는 소소한 활동들, 이를테면 친구와 전화로 수다 떨기, 동료들과 점심으로 특별한 음식 먹어보기, 애완견과 공원 산책하기, 좋아하는 스포츠 팀 경기를 보며 응원하기, 밤 아홉 시 치킨을 배달시켜 손에 양념을 잔뜩 묻히며 먹기. 이런 것들을 점차 끊어버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평소 이런 일들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할 때 우리는 대체로 좋은 기분을 느낀다. 그런 좋은 기분을 느끼는 순간순간이, 곧 행복이라는 커다란 퍼즐의 한 조각, 한 조각들이다. 그 조각들이 모여 행복의 큰 그림을 완성할 수 있는 법이다. ■ 3장_ 희망과 함께 가라
P.158
모든 것은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비롯되며, 모든 인간은 ‘지금 그리고 여기’에만 존재할 수 있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현재’는 나의 전부가 되었다. 신체적 고통을 이유로 절망하면서 헛되이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아깝고 후회스러워졌다. 지금 이 순간의 현재를 소중하게 받아들이게 되면서, 이제 나는 다시 한 달 후, 반년 후의 약속을 잡고 계획을 세운다. 어떠한 고통이 계속되더라도 내가 정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 굳게 다짐하면서. ■ 3장_ 희망과 함께 가라
P.223
희망에 근거가 더해질 때, 마침내 신념이 만들어진다. 지독한 고통의 순간에, 신념은 삶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의지를 생산해 낸다. 이는 칠흑같은 어둠과 절망의 상황, 수없이 많은 죽음의 이유 속에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삶의 어느 구석에서인가 조용히 빛나고 있는 삶의 이유를 찾아내도록 이끌어 준다. 그렇게 신념은 고통을 견뎌 낼 수 있게 하고, 우리를 과거에 대한 후회로부터 벗어나게 하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 내게 해 준다. ■ 마치는 글Ⅰ
P.261
나에게 남다른 기억으로 남은 환자들은 퇴원할 때 내게 편지를 전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20년 동안 받은 편지들을 꼬박꼬박 모아놓은 작은 상자도 어느새 가득 찼다. 그분들은 내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하시고, 나 또한 그분들에게서 삶을 다시 배운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의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전수되어 더 많은 환자의 삶을 돕게 될 것이다.
모두, 부디 잘 지내시길 기원한다.
이번 주말엔 조금 더 큰, 조금 더 예쁜 상자를 사야겠다. ■ 2부_희망의 근거
저자소개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지냈다.
주로 우울증, 불안장애와 관련된 10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하는 등 관련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했으며, 대한불안의학회 학술지 의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부소장으로서 직장인의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보건복지부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후원으로 제작되어 전국적으로 보급 중인 한국형 표준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를 만들었다. 고통스러운 만성 통증과 그에 수반되는 우울 증상을 경험한 후, 고난을 마주한 이들에게 필요한 ‘진정한 희망’에 대해 고민하며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썼다.
2018년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 예약 없이 찾아온 환자를 끝까지 남아 진료하려다 환자에 의해 세상을 떠났다. 이후, 임세원 교수의 유족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기보다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말로 고인의 유지에 동참할 뜻을 밝혀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2019년 의료기관 내에 의료인과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의료인에게 상해를 가한 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임세원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2020년 임세원 교수는 의사자로 지정되었다.
주로 우울증, 불안장애와 관련된 10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하는 등 관련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했으며, 대한불안의학회 학술지 의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부소장으로서 직장인의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보건복지부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후원으로 제작되어 전국적으로 보급 중인 한국형 표준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를 만들었다. 고통스러운 만성 통증과 그에 수반되는 우울 증상을 경험한 후, 고난을 마주한 이들에게 필요한 ‘진정한 희망’에 대해 고민하며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썼다.
2018년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 예약 없이 찾아온 환자를 끝까지 남아 진료하려다 환자에 의해 세상을 떠났다. 이후, 임세원 교수의 유족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기보다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말로 고인의 유지에 동참할 뜻을 밝혀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2019년 의료기관 내에 의료인과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의료인에게 상해를 가한 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임세원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2020년 임세원 교수는 의사자로 지정되었다.
서평
*** 임세원 교수 미공개 원고 ㆍ 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 수록 ***
자기 삶으로 ‘희망의 근거’를 보여준 임세원 교수,
그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
2018년 12월 31일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임세원 교수의 3주기를 맞아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의 개정증보판이 출간되었다. 이번 책에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미공개 원고’와 함께 아내 신은희 교수의 ‘서문’, 절친한 동료 백종우 교수의 ‘추모의 글’이 새롭게 실렸다.
임세원 교수가 세상에 남긴 단 한 권의 저서인 이 책은 ‘우울증’에 관한 가장 정확하고 피부에 와 닿는 가이드이자, 한 인간이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불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는지 섬세하게 그려낸 감동의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임세원 교수 그 자신이었다.
20여 년간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며 각종 정신질환에 대해 “내가 모르면 그것에 대해 답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라 자부할 수 있게 되었을 때쯤, 그에게 예상치 못한 불청객이 찾아온다. 상상치 못할 통증이 시작된 것이다. 온갖 치료법을 동원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몸 상태에 좌절하며, 그는 점차 우울의 심연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 책이 훌륭한 까닭은 그의 강렬한 경험이 날것 그대로 드러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우울증에 관한 깊이 있는 지식이 충분히 담겨 있어 매우 유용하다는 데 있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신체적ㆍ정신적 변화들을 예민하게 잡아내면서, 자신이 우울 증상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증상을 겪는 환자들의 마음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환자의 마음을 가슴 깊이 공감하게 된 그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이들을 향해 우리 함께 이 어둠을 이겨내 보자고 간곡히 청한다.
책 출간 이후에도 여전히 통증에 시달렸지만, 그럴수록 그는 환자를 진료하는 데 더욱더 전력을 다했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보다 환자와 동료를 먼저 생각하며 스스로 ‘희망의 근거’가 되었다. 그가 세상에 남긴 유일한 선물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가 더 귀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임세원 #우울증 #자살 #죽음 #위로 #치유 #심리학
“아픔은 피할 수 없지만, 절망은 선택할 수 있다.”
우울증을 이해하고 이겨내기 위한 가장 정직한 안내서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임세원 교수는 갑자기 “마치 누가 허리를 칼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게 된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도 잠시, 통증은 점점 심해지더니 마침내 그의 일상 전반을 완전히 잠식해 버린다. 수술부터 약물 치료, 평소라면 절대 택하지 않았을 한방 치료, 카이로프랙틱까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갖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병세는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점차 깊은 우울에 빠지게 된다.
이 책에서 임 교수는 자신이 우울증에 빠지게 된 경로와 자살 사고(자살 생각)에 이르게 된 과정, 그 고통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을 충격적일 만큼 생생하게 털어놓고 있다. 우울증의 증상과 이 증상을 겪는 환자들의 감정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사례를 전혀 미화하지 않고 솔직하게 보여준 것이다. 예를 들어, 이유 없이 평소보다 한두 시간 정도 일찍 깨어나 버리는 우울증의 ‘조기 각성 증상’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는 자신이 경험한 이 증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모두가 잠든 새벽은 너무나 고요해, 작은 감각에도 예민해진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하나하나가 귀에 꽂히고 창밖의 작은 불빛에도 잽싸게 눈길이 쏠린다. (…) 이대로 해가 뜨지 않았으면, 하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해 본다. 하지만 시간은 무정하게 흘러가고, 곧 동이 튼다. 새로운 하루를 이미 극도로 지쳐 버린 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하루는 끝없는 고통의 연장일 뿐이다.”
그는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거치며 얻게 된 깨달음도 아낌없이 풀어 놓는다. 그중 첫 번째 깨달음은 “세상 모든 일은 그 원인을 찾아야 해결할 수 있지만, 그럴 수 없는 일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불행”이라는 것이다. “아프지만, 이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그는 대체 내게 왜 이런 불운이 찾아왔느냐며 ‘왜’에 집착하다 보면 점점 더 우울해질 뿐이며,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왜’가 아니라 ‘어떻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갑작스러운 불운인 ‘첫 번째 화살’은 어쩔 수 없지만, 그로 인한 절망감이나 좌절 등 ‘두 번째 화살’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삶은 마침내 자신의 길을 찾아낼 것이다.”
세상의 고단한 삶들에게 보내는 뜨거운 공감과 격려
이 책은 일차적으로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것이지만, 인생의 고비를 힘겹게 넘어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깊은 위로를 얻을 수 있을 만한 보석 같은 가르침으로 가득하다.
임세원 교수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희망’이다. 물론 막연하게 다 잘 될 것이라는 식의 희망은 오히려 우리를 절망에 빠뜨릴 뿐이라며, 그는 무엇보다 ‘근거 있는 희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희망의 근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는 통증이 심해질수록 사람들과의 자리를 피하고 미래를 기약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점점 고립되면서 우울감만 심해졌다. 마음가짐을 달리한 그는 자신의 몸 컨디션을 꼼꼼히 파악하고 루틴을 만드는 한편, 가까운 사람과 꼭 필요한 약속도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최소한의 계획만은 반드시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의 생활이 통제ㆍ예측 가능한 범위 안으로 들어오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점차 희망이 생겨났다.
또한,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주는 가족 곁에서 작은 행복들을 하나씩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가족을 웃게 만들고 싶은 마음에 주말 아침에는 직접 요리를 하는 루틴을 만들었고, 좋아하는 야구 팀의 팬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런 즐거운 순간순간이 모여 행복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의사로서의 초심을 기억하며 환자들을 돕는 데서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 “환자로부터 배우며, 환자를 위해 배우겠다는 마음가짐,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호기심, 타인의 인생에 대한 관심과 공감의 태도, (…) 아무리 힘들어도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 이것이 레지던트 1년 차로서 첫 환자를 담당했을 때의 자기 모습이었음을 떠올린 그는, 환자들의 마음 치료에 집중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들이 그런 마음 상태가 된 원인을 바로잡는 데까지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임세원 교수는 의사로서 불리할 수도 있었을 자기 이야기까지 책에 풀어내며 이 책이 많은 환자들에게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환자들을 위하는 이런 귀한 뜻을 담아,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그가 개발에 참여한 한국형 표준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를 요약하여 실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버겁다 느끼는 모든 이에게, 임세원 교수는 지금도 내가 내민 이 따뜻한 손을 꼭 잡아 보라고, 함께 살아 보자고 말하고 있다.
자기 삶으로 ‘희망의 근거’를 보여준 임세원 교수,
그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
2018년 12월 31일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임세원 교수의 3주기를 맞아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의 개정증보판이 출간되었다. 이번 책에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미공개 원고’와 함께 아내 신은희 교수의 ‘서문’, 절친한 동료 백종우 교수의 ‘추모의 글’이 새롭게 실렸다.
임세원 교수가 세상에 남긴 단 한 권의 저서인 이 책은 ‘우울증’에 관한 가장 정확하고 피부에 와 닿는 가이드이자, 한 인간이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불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는지 섬세하게 그려낸 감동의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임세원 교수 그 자신이었다.
20여 년간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며 각종 정신질환에 대해 “내가 모르면 그것에 대해 답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라 자부할 수 있게 되었을 때쯤, 그에게 예상치 못한 불청객이 찾아온다. 상상치 못할 통증이 시작된 것이다. 온갖 치료법을 동원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몸 상태에 좌절하며, 그는 점차 우울의 심연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 책이 훌륭한 까닭은 그의 강렬한 경험이 날것 그대로 드러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우울증에 관한 깊이 있는 지식이 충분히 담겨 있어 매우 유용하다는 데 있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신체적ㆍ정신적 변화들을 예민하게 잡아내면서, 자신이 우울 증상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증상을 겪는 환자들의 마음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환자의 마음을 가슴 깊이 공감하게 된 그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이들을 향해 우리 함께 이 어둠을 이겨내 보자고 간곡히 청한다.
책 출간 이후에도 여전히 통증에 시달렸지만, 그럴수록 그는 환자를 진료하는 데 더욱더 전력을 다했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보다 환자와 동료를 먼저 생각하며 스스로 ‘희망의 근거’가 되었다. 그가 세상에 남긴 유일한 선물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가 더 귀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임세원 #우울증 #자살 #죽음 #위로 #치유 #심리학
“아픔은 피할 수 없지만, 절망은 선택할 수 있다.”
우울증을 이해하고 이겨내기 위한 가장 정직한 안내서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임세원 교수는 갑자기 “마치 누가 허리를 칼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게 된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도 잠시, 통증은 점점 심해지더니 마침내 그의 일상 전반을 완전히 잠식해 버린다. 수술부터 약물 치료, 평소라면 절대 택하지 않았을 한방 치료, 카이로프랙틱까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갖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병세는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점차 깊은 우울에 빠지게 된다.
이 책에서 임 교수는 자신이 우울증에 빠지게 된 경로와 자살 사고(자살 생각)에 이르게 된 과정, 그 고통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을 충격적일 만큼 생생하게 털어놓고 있다. 우울증의 증상과 이 증상을 겪는 환자들의 감정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사례를 전혀 미화하지 않고 솔직하게 보여준 것이다. 예를 들어, 이유 없이 평소보다 한두 시간 정도 일찍 깨어나 버리는 우울증의 ‘조기 각성 증상’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는 자신이 경험한 이 증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모두가 잠든 새벽은 너무나 고요해, 작은 감각에도 예민해진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하나하나가 귀에 꽂히고 창밖의 작은 불빛에도 잽싸게 눈길이 쏠린다. (…) 이대로 해가 뜨지 않았으면, 하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해 본다. 하지만 시간은 무정하게 흘러가고, 곧 동이 튼다. 새로운 하루를 이미 극도로 지쳐 버린 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하루는 끝없는 고통의 연장일 뿐이다.”
그는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거치며 얻게 된 깨달음도 아낌없이 풀어 놓는다. 그중 첫 번째 깨달음은 “세상 모든 일은 그 원인을 찾아야 해결할 수 있지만, 그럴 수 없는 일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불행”이라는 것이다. “아프지만, 이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그는 대체 내게 왜 이런 불운이 찾아왔느냐며 ‘왜’에 집착하다 보면 점점 더 우울해질 뿐이며,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왜’가 아니라 ‘어떻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갑작스러운 불운인 ‘첫 번째 화살’은 어쩔 수 없지만, 그로 인한 절망감이나 좌절 등 ‘두 번째 화살’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삶은 마침내 자신의 길을 찾아낼 것이다.”
세상의 고단한 삶들에게 보내는 뜨거운 공감과 격려
이 책은 일차적으로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것이지만, 인생의 고비를 힘겹게 넘어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깊은 위로를 얻을 수 있을 만한 보석 같은 가르침으로 가득하다.
임세원 교수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희망’이다. 물론 막연하게 다 잘 될 것이라는 식의 희망은 오히려 우리를 절망에 빠뜨릴 뿐이라며, 그는 무엇보다 ‘근거 있는 희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희망의 근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는 통증이 심해질수록 사람들과의 자리를 피하고 미래를 기약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점점 고립되면서 우울감만 심해졌다. 마음가짐을 달리한 그는 자신의 몸 컨디션을 꼼꼼히 파악하고 루틴을 만드는 한편, 가까운 사람과 꼭 필요한 약속도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최소한의 계획만은 반드시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의 생활이 통제ㆍ예측 가능한 범위 안으로 들어오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점차 희망이 생겨났다.
또한,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주는 가족 곁에서 작은 행복들을 하나씩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가족을 웃게 만들고 싶은 마음에 주말 아침에는 직접 요리를 하는 루틴을 만들었고, 좋아하는 야구 팀의 팬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런 즐거운 순간순간이 모여 행복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의사로서의 초심을 기억하며 환자들을 돕는 데서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 “환자로부터 배우며, 환자를 위해 배우겠다는 마음가짐,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호기심, 타인의 인생에 대한 관심과 공감의 태도, (…) 아무리 힘들어도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 이것이 레지던트 1년 차로서 첫 환자를 담당했을 때의 자기 모습이었음을 떠올린 그는, 환자들의 마음 치료에 집중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들이 그런 마음 상태가 된 원인을 바로잡는 데까지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임세원 교수는 의사로서 불리할 수도 있었을 자기 이야기까지 책에 풀어내며 이 책이 많은 환자들에게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환자들을 위하는 이런 귀한 뜻을 담아,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그가 개발에 참여한 한국형 표준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를 요약하여 실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버겁다 느끼는 모든 이에게, 임세원 교수는 지금도 내가 내민 이 따뜻한 손을 꼭 잡아 보라고, 함께 살아 보자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