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 한 시절 곁에 있어준 나의 사람들에게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20429
가격
₩ 14,000
ISBN
9791190382632
페이지
268 p.
판형
128 X 188 mm
커버
Book
책 소개
누군가가 있던 자리를 알아채는 사람, 앞모습보다 뒷모습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 [나의 두 사람],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올해의 책으로 불리며 큰 감동과 여운을 남겼던 작가 김달님이 3년 만에 신작 산문집으로 돌아왔다. 김달님은 언제나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본다. 가족들이 지나왔을 혼자만 알 법한 시간을, 남모르게 숨겨둔 친구의 마음을, 전하지 못해 아쉬움만 가득한 날들을 사려 깊은 태도로 헤아린다. 그렇기에 “외로워질 때면 옆을 봐. 아마도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어둠 속에 함께 서 있을 거야”라는 그의 말은 진심이 되어 곁으로 파고든다.
목차
프롤로그
01 무사히 이곳으로 건너왔음으로
봄에 하는 일
밤을 지켜주는 사람
인생이 나에게 미소를 지어줄 때
내가 모르는 너의 인생
아유, 잘 긁네
보리차가 빨리 식는 계절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는 마음
나의 막내에게
여길 봐라, 저길 봐라
02 마음을 생각하게 돼
은희에게
정말로 필요했던 건
상상하는 뒷모습
그곳으로 가자
시월의 글쓰기 수업
그 여름의 빛
시절의 우리
우리는 언제까지나
입이 궁금한 사람
이 기분을 너에게 알려주고 싶어
꿈같은 이야기
03 떠오르는 얼굴들
눈은 펑펑 내리고
우리가 그린 원
서로에게 믿는 구석
언니에게
그대로 두어도 좋을 마음
아마도 어둠 속에서 우리는
현대서점에서 만나
우아하고 호쾌한 발야구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스코디 스코시 스쿼시
이야기는 어디에서 오나요
다정한 이름을 부를 때
희망하는 얼굴들
01 무사히 이곳으로 건너왔음으로
봄에 하는 일
밤을 지켜주는 사람
인생이 나에게 미소를 지어줄 때
내가 모르는 너의 인생
아유, 잘 긁네
보리차가 빨리 식는 계절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는 마음
나의 막내에게
여길 봐라, 저길 봐라
02 마음을 생각하게 돼
은희에게
정말로 필요했던 건
상상하는 뒷모습
그곳으로 가자
시월의 글쓰기 수업
그 여름의 빛
시절의 우리
우리는 언제까지나
입이 궁금한 사람
이 기분을 너에게 알려주고 싶어
꿈같은 이야기
03 떠오르는 얼굴들
눈은 펑펑 내리고
우리가 그린 원
서로에게 믿는 구석
언니에게
그대로 두어도 좋을 마음
아마도 어둠 속에서 우리는
현대서점에서 만나
우아하고 호쾌한 발야구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스코디 스코시 스쿼시
이야기는 어디에서 오나요
다정한 이름을 부를 때
희망하는 얼굴들
본문발췌
P.18
언젠가는 밤에 핀 환한 목련을 보고서 쓸쓸해지는 날이 오겠지. 기억을 가지고 사는 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다행인 일은 한 해 한 해가 지날수록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을 기억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된 점이다. 그리움에는 빛이 있어 어느 날엔 불쑥 울게 되더라도 눈물을 닦고 다시 웃을 수 있는 힘을 함께 준다는 것도.
〈봄이 오면 하는 일〉
P.36
지금껏 살아온 삶에 불행한 일도 슬픈 일도 분명 있었지만 단지 엄마가 없었기 때문에 생겨난 일들이 아니다. 엄마와 함께 살았다면 좋았을지도 모를 일들은 어차피 내가 알 수 없는 인생이다. 그러니 아버지의 당부대로 엄마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내 나이의 절반의 나이에 나를 낳은 어린 여자. 열여섯의 엄마를 서른넷의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겠는가. 그러므로 모쪼록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당신이 선택한 당신의 소중한 삶을.
〈인생이 나에게 미소를 지어줄 때〉
P.45
“그렇네. 우리가 모르는 네 인생이 있었네.”
그건 서로의 고생을 쓰다듬어주면서 동시에 가볍게 퉁치자는 말 같았다. 누구의 고생이 더 컸든, 모르는 곳에서 울었든, 다들 무사히 이곳으로 건너왔으므로. 선희는 새 맥주캔을 땄고, 금세 다른 이야기를 불러와 높은 목소리로 웃었다. 그런 선희를 보면서 어렴풋이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모르는 너의 인생>
P.76
혼자 걸을 때도 혼자 걷지 않는다고 생각한 지 오래되었다. 내가 아주 혼자일 때 나는 할머니와 함께 걷는다. 예쁜 것, 눈부신 것, 아름다운 것을 보면 잠시 멈춰 서서 마음속으로 말을 건다. 할머니 여길 좀 봐. 손톱만 한 꽃이 피었어. 저길 좀 봐. 해가 노랗게 진다. 그럼 할머니가 ‘어머나. 정말 그렇네’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다. 그 순간엔 할머니가 어디선가 가볍게 날아와 잠시 다녀간 기분이 들지만 가까운 사람에게도 이 느낌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해본 적 있지 않은가. 그 사람이 없는 곳에서 그 사람을 떠올리며 잠시 하나가 되는 일.
<여길 봐라, 저길 봐라>
P.87
서울에서 차를 타면 여섯 시간이 걸리던 우리 집으로 준이를 데리고 왔던 날. 잠든 준이를 두고 늦은 밤 몰래 집을 나서던 고모를 봤던 기억이 나. 어둑어둑한 거실에서 할머니는 걱정하지 말라고 조심히 가라고 손짓을 하고, 고모는 신발을 신으면서 코를 훌쩍이고 있었지. 그때는 잠에서 깬 준이가 많이 울까 봐 걱정했는데, 이제는 잠든 준이를 방에 두고 나와 어두운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 고모 마음을 생각하게 돼.
<은희에게>
P.110
너와 이런 실없는 대화를 하면서 대부분은 웃어넘기고, 이상하게도 한 번씩은 마음이 미어질 때. 나는 꼭 그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믿어지니. 내가 가야 할 곳이 장소가 아니라 시간이라는 것이. 살아보고 싶은 미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음이 생생하게 실감이 난다면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 어김없이 다가오는 삶을 누리고 견디면서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자.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여럿과 매듭 같은 팔짱을 끼고서 우리가 할머니가 된 시간으로 가자. 모쪼록 몸과 마음은 크게 다치지 말고. 어느새 지나버렸는지 모를 세월을 지나서.
<그곳으로 가자>
P.140
“너 엄마 없어?” 악의 없는 목소리였지만 질문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 우물쭈물하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인 희진은 말했다. “나는 아빠 없는데. 우리 친구 할래?”
열 살 인생에 들어본 가장 떨리는 말이었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반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 말을 시작으로 희진과 나는 친구가 되었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P.230
편지를 쓰는 동안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잖아. 읽는 사람이 기쁘길 바라면서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말을 쓰려고 노력하니까. 덕분에 이 편지들을 처음 읽던 나는 아마 그 전의 나보다 더 잘 살고 싶어졌을 거야. 그런데 편지를 보내준 사람 중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이름이 더 많다는 건 이상한 일이지. ‘이런 말을 주고받던 사람들도 지금은 다 모르고 살아간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오래된 편지를 읽는 일이 그동안 내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알게 되는 일 같더라.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언젠가는 밤에 핀 환한 목련을 보고서 쓸쓸해지는 날이 오겠지. 기억을 가지고 사는 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다행인 일은 한 해 한 해가 지날수록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을 기억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된 점이다. 그리움에는 빛이 있어 어느 날엔 불쑥 울게 되더라도 눈물을 닦고 다시 웃을 수 있는 힘을 함께 준다는 것도.
〈봄이 오면 하는 일〉
P.36
지금껏 살아온 삶에 불행한 일도 슬픈 일도 분명 있었지만 단지 엄마가 없었기 때문에 생겨난 일들이 아니다. 엄마와 함께 살았다면 좋았을지도 모를 일들은 어차피 내가 알 수 없는 인생이다. 그러니 아버지의 당부대로 엄마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내 나이의 절반의 나이에 나를 낳은 어린 여자. 열여섯의 엄마를 서른넷의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겠는가. 그러므로 모쪼록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당신이 선택한 당신의 소중한 삶을.
〈인생이 나에게 미소를 지어줄 때〉
P.45
“그렇네. 우리가 모르는 네 인생이 있었네.”
그건 서로의 고생을 쓰다듬어주면서 동시에 가볍게 퉁치자는 말 같았다. 누구의 고생이 더 컸든, 모르는 곳에서 울었든, 다들 무사히 이곳으로 건너왔으므로. 선희는 새 맥주캔을 땄고, 금세 다른 이야기를 불러와 높은 목소리로 웃었다. 그런 선희를 보면서 어렴풋이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모르는 너의 인생>
P.76
혼자 걸을 때도 혼자 걷지 않는다고 생각한 지 오래되었다. 내가 아주 혼자일 때 나는 할머니와 함께 걷는다. 예쁜 것, 눈부신 것, 아름다운 것을 보면 잠시 멈춰 서서 마음속으로 말을 건다. 할머니 여길 좀 봐. 손톱만 한 꽃이 피었어. 저길 좀 봐. 해가 노랗게 진다. 그럼 할머니가 ‘어머나. 정말 그렇네’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다. 그 순간엔 할머니가 어디선가 가볍게 날아와 잠시 다녀간 기분이 들지만 가까운 사람에게도 이 느낌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해본 적 있지 않은가. 그 사람이 없는 곳에서 그 사람을 떠올리며 잠시 하나가 되는 일.
<여길 봐라, 저길 봐라>
P.87
서울에서 차를 타면 여섯 시간이 걸리던 우리 집으로 준이를 데리고 왔던 날. 잠든 준이를 두고 늦은 밤 몰래 집을 나서던 고모를 봤던 기억이 나. 어둑어둑한 거실에서 할머니는 걱정하지 말라고 조심히 가라고 손짓을 하고, 고모는 신발을 신으면서 코를 훌쩍이고 있었지. 그때는 잠에서 깬 준이가 많이 울까 봐 걱정했는데, 이제는 잠든 준이를 방에 두고 나와 어두운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 고모 마음을 생각하게 돼.
<은희에게>
P.110
너와 이런 실없는 대화를 하면서 대부분은 웃어넘기고, 이상하게도 한 번씩은 마음이 미어질 때. 나는 꼭 그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믿어지니. 내가 가야 할 곳이 장소가 아니라 시간이라는 것이. 살아보고 싶은 미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음이 생생하게 실감이 난다면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 어김없이 다가오는 삶을 누리고 견디면서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자.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여럿과 매듭 같은 팔짱을 끼고서 우리가 할머니가 된 시간으로 가자. 모쪼록 몸과 마음은 크게 다치지 말고. 어느새 지나버렸는지 모를 세월을 지나서.
<그곳으로 가자>
P.140
“너 엄마 없어?” 악의 없는 목소리였지만 질문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 우물쭈물하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인 희진은 말했다. “나는 아빠 없는데. 우리 친구 할래?”
열 살 인생에 들어본 가장 떨리는 말이었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반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 말을 시작으로 희진과 나는 친구가 되었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P.230
편지를 쓰는 동안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잖아. 읽는 사람이 기쁘길 바라면서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말을 쓰려고 노력하니까. 덕분에 이 편지들을 처음 읽던 나는 아마 그 전의 나보다 더 잘 살고 싶어졌을 거야. 그런데 편지를 보내준 사람 중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이름이 더 많다는 건 이상한 일이지. ‘이런 말을 주고받던 사람들도 지금은 다 모르고 살아간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오래된 편지를 읽는 일이 그동안 내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알게 되는 일 같더라.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저자소개
어느 날 교복을 입고 길을 걸어가는데, 자신을 도인이라 소개한 이가 나를 붙잡아 세우곤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인복이 참 많은 사람이군요. 그때는 인복이라는 게 다른 복들에 비해 시시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그 복 덕분에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음을 안다. 내게 복이 있음을 알려준 많은 이들에게 부지런히 내 복을 나눠주고 싶다.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 [나의 두 사람]을 썼다.
서평
김달님은 어쩜 이름도 김달님이야!
삶에 완전한 어둠은 없다는 걸 알려주는 건 달이 가장 잘하는 일이다.
-김혼비, [다정소감], [아무튼 술] 저자
이 눈 밝은 사람은 대상을 재단하지 않는다.
사려 깊은 태도로 사소해 보이는 일상 속에도 우주가 깃들어 있음을 알려준다.
-윤단비, 〈남매의 여름밤〉 감독
[나의 두 사람],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 이후 3년 만의 신작
살아갈 용기가 필요한 순간,
불현듯 찾아온 한 움큼 빛 같은 김달님의 글!
누군가가 있던 자리를 알아채는 사람, 앞모습보다 뒷모습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 [나의 두 사람],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올해의 책으로 불리며 큰 감동과 여운을 남겼던 작가 김달님이 3년 만에 신작 산문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는 전작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조금 더 넓은 보폭으로 삶 곳곳에서 머물렀던 사람들과 그 시절을 이곳으로 부르며 다시 마주한다.
김달님은 언제나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본다. 가족들이 지나왔을 혼자만 알 법한 시간을, 남모르게 숨겨둔 친구의 마음을, 전하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은 날들을 사려 깊은 태도로 헤아린다. “외로워질 때면 옆을 봐. 아마도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어둠 속에 함께 서 있을 거야”라는 그의 말은 진심이 되어 곁으로 파고든다. 그렇기에 누가 알아주겠어,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내 삶이 의미가 있긴 한 걸까 하며 스스로 작게만 느껴질 때, 책에 담긴 김달님의 다정한 마음이 한 움큼 빛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때로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우리의 하루를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애정 어린 얼굴을 하고서 기억해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것들이 괜찮아지기도 하니까.
내게 글쓰기는 이러한 일이다. 기억에 남아 있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 내 쪽으로 돌아보게 하는 것. 오랜만에 마주하는 돌아본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고 맞아, 너 거기 그렇게 있었지. 반가워하는 것. … 너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말해보는 것. 그리고 혹시라도 들려올지 모를 너의 대답을 지금 여기에서 기다려보는 것. 그렇게 너를 다시 사랑해보는 일이다. -261쪽
한 시절 곁에 있어준 나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다정하고 애틋한 마음의 편지
“그러니 부디 잘 살았으면 해.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한 시절 곁에 있어준 나의 사람들에게’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지만,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연서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나왔을 날들, 앞으로 닿게 될 시간들, 그 곁에서 비슷한 얼굴로 함께 있을 사람들에 대한 한 사람의 애틋함은 읽는 내내 도리어 우리 마음을 도닥인다.
언제나 삶의 모든 것이 되어준 할머니 할아버지, 이토록 명랑하게 자랄 수 있게 해주었던 하지만 사는 게 녹록지 않았을 세 고모, 삶의 한 부분이자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고 싶은 엄마 아빠와 동생들, 가장 많은 편지를 받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 친구, 자주 가던 학교 앞 분식집 사장님 내외…. 떠올리기만 해도 언제나 힘이 되는 사람들부터 한 시절 함께였지만 지금은 만나지 않는 사람들까지, 그들을 하나하나 곰곰이 바라보며 작가는 혼자서는 결코 자신이 될 수 없었음을 깨닫는다.
그날은 정말 그렇게 빌게 되더라. 문을 닫고 나오는데 이상할 만큼 조금 간절해지기도 했어. 그러니 부디 잘 살았으면 해.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새로운 곳으로 가는 나도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는 너도. 그리고 한때 나에게 편지를 보내준 많은 사람들도. -233쪽
책 속에서 그는 코로나 이후로 면회를 오지 못하는 가족들을 할머니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마음을 쓰고, 오랜만의 면회가 끝나고 앞서 걸으며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아빠의 뒷모습을 기다려주고, 내 나이의 절반의 나이에 나를 낳았을 이름 모를 얼굴을 이해하고, 사는 일에 떠밀려 아이를 맡기고는 아이가 깨기 전에 집을 떠나야 하는 고모의 마음을 다시금 생각한다. 너는 엄마가 없냐며 나는 아빠가 없으니 우리 친구하자던 투박하지만 정다운 어린 우리를 기억하고, 양팔을 벌린 크기만큼의 작은 삶이지만 내일도 오늘과 비슷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때로는 살아갈 이유가 필요한 친구 곁에 서서 어김없이 다가오는 삶을 견디고 누리면서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아가자고 환하게 웃어 보인다. 그 마음이 너무도 깨끗하고 단단해서, 어느새 그가 마주했을 얼굴보다 누군가의 곁에 애틋한 마음으로 머물러 있을 김달님의 얼굴이 더욱 선명해진다.
편지를 다시 읽는 일이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알게 되는 일 같다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잊고 있던, 잃어버린 것들이 곁으로 불쑥 찾아와 손 내밀 것이다. 잘 지냈어? 나도 잘 지냈어.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부디 잘 살고 있으면 그걸로 되었다고. 그렇게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살아가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삶에 완전한 어둠은 없다는 걸 알려주는 건 달이 가장 잘하는 일이다.
-김혼비, [다정소감], [아무튼 술] 저자
이 눈 밝은 사람은 대상을 재단하지 않는다.
사려 깊은 태도로 사소해 보이는 일상 속에도 우주가 깃들어 있음을 알려준다.
-윤단비, 〈남매의 여름밤〉 감독
[나의 두 사람],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 이후 3년 만의 신작
살아갈 용기가 필요한 순간,
불현듯 찾아온 한 움큼 빛 같은 김달님의 글!
누군가가 있던 자리를 알아채는 사람, 앞모습보다 뒷모습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 [나의 두 사람],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올해의 책으로 불리며 큰 감동과 여운을 남겼던 작가 김달님이 3년 만에 신작 산문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는 전작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조금 더 넓은 보폭으로 삶 곳곳에서 머물렀던 사람들과 그 시절을 이곳으로 부르며 다시 마주한다.
김달님은 언제나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본다. 가족들이 지나왔을 혼자만 알 법한 시간을, 남모르게 숨겨둔 친구의 마음을, 전하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은 날들을 사려 깊은 태도로 헤아린다. “외로워질 때면 옆을 봐. 아마도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어둠 속에 함께 서 있을 거야”라는 그의 말은 진심이 되어 곁으로 파고든다. 그렇기에 누가 알아주겠어,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내 삶이 의미가 있긴 한 걸까 하며 스스로 작게만 느껴질 때, 책에 담긴 김달님의 다정한 마음이 한 움큼 빛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때로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우리의 하루를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애정 어린 얼굴을 하고서 기억해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것들이 괜찮아지기도 하니까.
내게 글쓰기는 이러한 일이다. 기억에 남아 있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 내 쪽으로 돌아보게 하는 것. 오랜만에 마주하는 돌아본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고 맞아, 너 거기 그렇게 있었지. 반가워하는 것. … 너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말해보는 것. 그리고 혹시라도 들려올지 모를 너의 대답을 지금 여기에서 기다려보는 것. 그렇게 너를 다시 사랑해보는 일이다. -261쪽
한 시절 곁에 있어준 나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다정하고 애틋한 마음의 편지
“그러니 부디 잘 살았으면 해.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한 시절 곁에 있어준 나의 사람들에게’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지만,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연서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나왔을 날들, 앞으로 닿게 될 시간들, 그 곁에서 비슷한 얼굴로 함께 있을 사람들에 대한 한 사람의 애틋함은 읽는 내내 도리어 우리 마음을 도닥인다.
언제나 삶의 모든 것이 되어준 할머니 할아버지, 이토록 명랑하게 자랄 수 있게 해주었던 하지만 사는 게 녹록지 않았을 세 고모, 삶의 한 부분이자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고 싶은 엄마 아빠와 동생들, 가장 많은 편지를 받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 친구, 자주 가던 학교 앞 분식집 사장님 내외…. 떠올리기만 해도 언제나 힘이 되는 사람들부터 한 시절 함께였지만 지금은 만나지 않는 사람들까지, 그들을 하나하나 곰곰이 바라보며 작가는 혼자서는 결코 자신이 될 수 없었음을 깨닫는다.
그날은 정말 그렇게 빌게 되더라. 문을 닫고 나오는데 이상할 만큼 조금 간절해지기도 했어. 그러니 부디 잘 살았으면 해.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새로운 곳으로 가는 나도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는 너도. 그리고 한때 나에게 편지를 보내준 많은 사람들도. -233쪽
책 속에서 그는 코로나 이후로 면회를 오지 못하는 가족들을 할머니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마음을 쓰고, 오랜만의 면회가 끝나고 앞서 걸으며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아빠의 뒷모습을 기다려주고, 내 나이의 절반의 나이에 나를 낳았을 이름 모를 얼굴을 이해하고, 사는 일에 떠밀려 아이를 맡기고는 아이가 깨기 전에 집을 떠나야 하는 고모의 마음을 다시금 생각한다. 너는 엄마가 없냐며 나는 아빠가 없으니 우리 친구하자던 투박하지만 정다운 어린 우리를 기억하고, 양팔을 벌린 크기만큼의 작은 삶이지만 내일도 오늘과 비슷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때로는 살아갈 이유가 필요한 친구 곁에 서서 어김없이 다가오는 삶을 견디고 누리면서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아가자고 환하게 웃어 보인다. 그 마음이 너무도 깨끗하고 단단해서, 어느새 그가 마주했을 얼굴보다 누군가의 곁에 애틋한 마음으로 머물러 있을 김달님의 얼굴이 더욱 선명해진다.
편지를 다시 읽는 일이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알게 되는 일 같다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잊고 있던, 잃어버린 것들이 곁으로 불쑥 찾아와 손 내밀 것이다. 잘 지냈어? 나도 잘 지냈어.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부디 잘 살고 있으면 그걸로 되었다고. 그렇게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살아가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