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이상한 나라의 모자장수는 왜 미쳤을까 : 현대 의학으로 다시 읽는 세기의 고전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21224
가격
₩ 16,000
ISBN
9791185415529
페이지
228 p.
판형
135 X 215 mm
커버
Book
책 소개
이야기와 신화를 사랑하는 신경과 의사이자 작가인 지은이가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꼽히며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들을 의학의 눈으로 다시 읽는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머리 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등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라 트라비아타〉, 〈지킬 앤 하이드〉, 〈하데스타운〉과 같은 오페라와 뮤지컬, 그리고 북유럽 신화, 켈트 신화, 이집트 신화 속 이야기까지 다양한 고전을 두루 아우르며 우리를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세계로 안내한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고전 이야기를 의학이라는 렌즈로 재해석하는 이 책은 틀에 박힌 시선이 아니라 새롭고 더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고전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목차
들어가는 글 •4
| 1부 19세기의 그림자 |
1. 모자장수처럼 미친 •11
2. 선과 악은 분리 가능한가? •17
3. 멈출 수 없는 춤 •24
4. 성냥팔이 소녀의 환상 •30
5. 삶과 죽음의 경계 •36
6. 태양을 피하고 싶은 질병 •42
7. 동백아가씨의 죽음 •47
8. 근대의 프로메테우스 •56
9. 팡틴의 앞니 •64
10. 셜록 홈즈는 의사? •71
11. 영원한 이별 •79
12. 유년의 끝 •86
13. 돼지처럼 행동하는 의사 •96
14. 어셔 가는 왜 몰락했는가? •105
| 2부 오래된 현재 |
1. 물의 정령이 내린 저주 •115
2. 지혜의 연어 •121
3. 이둔의 황금사과 •126
4. 중세판 〈태양의 후예〉 •131
5. 늑대가 남긴 상처 •139
6. 카벙클의 세 가지 얼굴 •145
7. 신조차도 치료하기 어려운 독 •149
8. 복수의 여신은 프로파일러 •157
9. 비명을 지르는 식물 •167
10. 낭만에 죽고 사는 기사 혹은 치매 환자 •171
11. 은으로 만든 팔 •177
12. 피리 부는 사나이는 왜 녹색 옷을 입었나? •186
13. 돌이킬 수 없는 비극 •194
14.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커플의 부부클리닉 상담 기록 •204
맺음말 •219
미주 •221
그림 출처 •226
| 1부 19세기의 그림자 |
1. 모자장수처럼 미친 •11
2. 선과 악은 분리 가능한가? •17
3. 멈출 수 없는 춤 •24
4. 성냥팔이 소녀의 환상 •30
5. 삶과 죽음의 경계 •36
6. 태양을 피하고 싶은 질병 •42
7. 동백아가씨의 죽음 •47
8. 근대의 프로메테우스 •56
9. 팡틴의 앞니 •64
10. 셜록 홈즈는 의사? •71
11. 영원한 이별 •79
12. 유년의 끝 •86
13. 돼지처럼 행동하는 의사 •96
14. 어셔 가는 왜 몰락했는가? •105
| 2부 오래된 현재 |
1. 물의 정령이 내린 저주 •115
2. 지혜의 연어 •121
3. 이둔의 황금사과 •126
4. 중세판 〈태양의 후예〉 •131
5. 늑대가 남긴 상처 •139
6. 카벙클의 세 가지 얼굴 •145
7. 신조차도 치료하기 어려운 독 •149
8. 복수의 여신은 프로파일러 •157
9. 비명을 지르는 식물 •167
10. 낭만에 죽고 사는 기사 혹은 치매 환자 •171
11. 은으로 만든 팔 •177
12. 피리 부는 사나이는 왜 녹색 옷을 입었나? •186
13. 돌이킬 수 없는 비극 •194
14.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커플의 부부클리닉 상담 기록 •204
맺음말 •219
미주 •221
그림 출처 •226
본문발췌
P.5
“어린 시절에는 별 생각 없이 읽고 넘겼던 이야기 속의 신기한 부분들, 이를테면 이상한 나라의 모자장수가 왜 미친 사람처럼 행동한 것인지,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가 끝없이 춤을 추게 된 것이 정말 구두에 걸린 마법 때문인 것인지, 성냥팔이 소녀는 왜 성냥불에서 환상을 보다가 죽게 되었는지, 돈키호테가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고 돌진한 이유는 무엇인지와 같은 의문을 의사의 시각에서 다시 생각해보고 이야기 속 상황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의학 지식을 찾아보는 식으로 말이죠.
물론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것도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의사로서 ‘이야기를 진찰하는 과정’ 역시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느꼈던 즐거움을 이 책을 읽는 분들과 나눠보고자 합니다. 여러분을 다양한 이야기 속으로의 여행에 초대합니다. 함께 떠나보시죠.”
P.18
“소설의 원제에 있는 ‘케이스(case)’라는 단어는 ‘범죄사건’이라는 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의학계에서는 환자의 질병에 대한 기록을 정리한 ‘증례’라는 표현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스릴러나 공포물의 관점으로 보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인격 분리로 인해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의사의 관점으로 보면 ‘인격의 해리’라는 정신병적 증상을 겪는 환자의 경과 기록이기도 합니다.”
P.192~193
“이와 반대로 어린이들은 노인과 비교하면 파란색에 가까운 단파장을 선명하게 볼 수 있죠. 만약 피리 부는 사나이가 푸르게 보일 정도로 진한 녹색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나타났다면, 어른들보다는 어린이들 눈에 더 또렷하게 보였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피리 부는 사나이가 녹색 의상을 입고 나타난 의도가 매우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녹색은 전통적으로 희망이나 자연, 재생을 의미하기도 하고, 또 진한 녹색은 탐욕이나 복수를 상징한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색상 속에 숨겨진 의미를 생각해보면, 피리 부는 사나이가 하멜른의 욕심 많은 어른들을 벌한다는 의미로 녹색 옷을 입고 왔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이들을 끌어내기 위해 아이들의 눈에 잘 띌 수 있는 색의 옷을 입고 왔던 것은 아닐까요? 아이들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내며, 아이들에게 좀 더 잘 보이는 녹색 옷을 입고 나타나 어른들에게 가장 잔혹한 복수가 무엇인지 알려준 피리 부는 사나이…. 이렇게 해석하면 이 이야기는 진정 어른들을 위한 동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시절에는 별 생각 없이 읽고 넘겼던 이야기 속의 신기한 부분들, 이를테면 이상한 나라의 모자장수가 왜 미친 사람처럼 행동한 것인지,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가 끝없이 춤을 추게 된 것이 정말 구두에 걸린 마법 때문인 것인지, 성냥팔이 소녀는 왜 성냥불에서 환상을 보다가 죽게 되었는지, 돈키호테가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고 돌진한 이유는 무엇인지와 같은 의문을 의사의 시각에서 다시 생각해보고 이야기 속 상황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의학 지식을 찾아보는 식으로 말이죠.
물론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것도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의사로서 ‘이야기를 진찰하는 과정’ 역시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느꼈던 즐거움을 이 책을 읽는 분들과 나눠보고자 합니다. 여러분을 다양한 이야기 속으로의 여행에 초대합니다. 함께 떠나보시죠.”
P.18
“소설의 원제에 있는 ‘케이스(case)’라는 단어는 ‘범죄사건’이라는 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의학계에서는 환자의 질병에 대한 기록을 정리한 ‘증례’라는 표현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스릴러나 공포물의 관점으로 보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인격 분리로 인해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의사의 관점으로 보면 ‘인격의 해리’라는 정신병적 증상을 겪는 환자의 경과 기록이기도 합니다.”
P.192~193
“이와 반대로 어린이들은 노인과 비교하면 파란색에 가까운 단파장을 선명하게 볼 수 있죠. 만약 피리 부는 사나이가 푸르게 보일 정도로 진한 녹색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나타났다면, 어른들보다는 어린이들 눈에 더 또렷하게 보였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피리 부는 사나이가 녹색 의상을 입고 나타난 의도가 매우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녹색은 전통적으로 희망이나 자연, 재생을 의미하기도 하고, 또 진한 녹색은 탐욕이나 복수를 상징한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색상 속에 숨겨진 의미를 생각해보면, 피리 부는 사나이가 하멜른의 욕심 많은 어른들을 벌한다는 의미로 녹색 옷을 입고 왔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이들을 끌어내기 위해 아이들의 눈에 잘 띌 수 있는 색의 옷을 입고 왔던 것은 아닐까요? 아이들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내며, 아이들에게 좀 더 잘 보이는 녹색 옷을 입고 나타나 어른들에게 가장 잔혹한 복수가 무엇인지 알려준 피리 부는 사나이…. 이렇게 해석하면 이 이야기는 진정 어른들을 위한 동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소개
어렸을 적부터 고대 신화, 역사, 판타지 문학, 만화,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즐겨 읽었습니다. 작가로는 토머스 불핀치, J. R. R 톨킨, 이영도, 애거사 크리스티를 특히 좋아합니다. 이야기를 쓰고 말하는 것을 좋아해 언젠가 는 책을 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며 지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부속병원에서 신경과 전공의 과정을 마쳤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임상강사를 거쳐 지금은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동산병원 신경과 부교수로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 북유럽 신화, 동화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이야기를 의사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해석하는 글들을 브런치, 네이버밴드 등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의사가 어렵고 먼 존재로 느껴지지 않도록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독자 여러분들에게 다가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서평
북유럽 신화에서 [빨강머리 앤]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세기의 명작 28편을 읽는 새로운 방법
시대를 넘어 오랜 세월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은 세기의 명작을 현대 의학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백설공주] [빨간 구두] [프랑켄슈타인] [작은 아씨들] [빨강머리 앤] 등 명작 소설에서부터 북유럽 신화, 켈트 신화, 이집트 신화와 같은 다양한 나라의 신화 이야기 그리고 〈라 트라비아타〉 〈하데스타운〉 등 뮤지컬과 오페라까지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불리는 작품들을 의사의 시각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책은 고전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특징, 질병, 작품 속의 특정 사건을 의학적 배경에서 비틀어봄으로써 평범한 문학적 해석과는 다른 눈으로 작품을 바라본다. 의학 용어의 기원뿐만 아니라 작품이 쓰인 당대의 시대적 상황을 의학사적으로 진단하면서 기존의 고전 작품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익히 알고 있는 고전 작품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어른이 되고, 의사가 되어 다시 읽는 고전
의학으로 본 고전의 결정적 장면
어린 시절을 사로잡았던 고전을 어른이 되어, 또 의사가 되어 다시 읽는 이 책은 어쩌면 어린 시절에는 던질 수 없었을 그런 질문들에서 시작한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들 말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모자장수가 미친 까닭은 무엇일까?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이야기처럼 선과 악은 분리 가능할까? [작은 아씨들]의 셋째는 왜 병을 앓고 나서 3년 후에 죽었을까? 돈키호테는 정말 낭만에 죽고 사는 기사도 정신의 화신일까? [레 미제라블]의 팡틴이 어금니도 아니고 앞니를 판 까닭은 무엇일까? [빨간 구두]의 소녀가 춤을 멈출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문학적으로 보면, 혹은 작품의 전체적인 의미에서 보면 그리 중요하고 유의미한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을 이해하고,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나 역사적 현실을 간단한 질문을 실마리 삼아 의사의 시각에서 풀어봄으로써 작품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한마디로 하면 이 책은 의사의 눈으로 잡아낸 우리 시대 고전의 ‘결정적 장면’이라 할 수 있다.
1부에서는 1800년대에 쓰인 소설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시작으로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그리고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을 거쳐 에드거 앨런 포의 [어셔 가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19세기의 고전들을 다룬다. ‘19세기의 그림자’라는 표제답게 1부에서는 당대의 시대적 한계와 그 흔적을 해부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모자장수가 미치광이였던 것은 당시 유행하던 톱 해트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수은중독에 걸린 것과 관련이 있으며,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을 켜서 본 환상이 사실은 성냥의 주재료로 사용되었던 백린의 중독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크리처를 쫓아 북극까지 간 프랑켄슈타인이 죽은 이유나 레 미제라블의 팡틴이 어금니도 아니고 하필 앞니를 팔 수 있었던 이유 등 지금 보면 좀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을 당대의 시대적 맥락과 의학적 배경을 통해 설명한다.
2부의 ‘오래된 현재’는 옛 설화와 북유럽 혹은 켈트 신화 그리고 [빨간 두건]이나 [돈키호테] 등 중세의 작품들, 그리고 그리스로마 신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하데스타운〉 같은 뮤지컬 작품을 다룬다. 작품과 의학 용어의 관련성 혹은 기원을 찾거나 오래도록 구전되고 회자되는 이야기를 현대적 맥락에서 다시 해석한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쥐와 어린이를 고여내는 소리와 복장을 과학적으로 해석하고, 돈키호테는 사실 낭만적 기사가 아니라 루이소체치매에 걸린 환자일 가능성이 있음을 세밀한 근거를 들어 설명하며,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독특한 시각에서 현대 정신의학 클리닉 상담치료일 수도 있음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이렇게 오래된 이야기는 지금 이 시대, 즉 현재와 다시 만나고 또 새로워진다.
익숙한 이야기, 새로운 해석
어렸을 적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또 다른 세상을 꿈꾸게 했던 명작들이 있다. 카드병정들이 사는 이상한 나라와 지킬과 하이드라는 두 얼굴을 가진 존재가 사는 세계, 성냥불을 켜서 차가운 길바닥에서 크리스마스 만찬의 환상을 보았던 소녀가 사는 덴마크와 이둔이 준 사과를 먹어야 늙지 않는다는 신화가 내려오는 북유럽, 전갈독에도 살아남은 호루스가 사는 이집트. ‘이야기’와 ‘신화’를 사랑하는 신경과 의사인 지은이는 어린 시절을 사로잡았던 이야기의 세계 속으로 어른이 되어 다시 들어간다. 그곳에서 우리는 춤을 멈출 수 없었던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는 괴이한 춤을 추었던 13세기의 성인 비투스를 만나고, 단순한 탐정이 아니라 의사로서의 훈련을 받고 또 영향을 받은 셜록 홈즈를 보게 되며,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반전 역할극을 통해 서로 치유의 길을 찾고, 어셔 가의 몰락 이야기는 어쩌면 조현병이라는 진단명이 없던 시대의 ‘조현병 환자의 임상 기록’임을 알게 된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어린 시절의 세계는 더 새롭고 더 풍성해진다.
우리가 사랑하는 세기의 명작 28편을 읽는 새로운 방법
시대를 넘어 오랜 세월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은 세기의 명작을 현대 의학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백설공주] [빨간 구두] [프랑켄슈타인] [작은 아씨들] [빨강머리 앤] 등 명작 소설에서부터 북유럽 신화, 켈트 신화, 이집트 신화와 같은 다양한 나라의 신화 이야기 그리고 〈라 트라비아타〉 〈하데스타운〉 등 뮤지컬과 오페라까지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불리는 작품들을 의사의 시각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책은 고전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특징, 질병, 작품 속의 특정 사건을 의학적 배경에서 비틀어봄으로써 평범한 문학적 해석과는 다른 눈으로 작품을 바라본다. 의학 용어의 기원뿐만 아니라 작품이 쓰인 당대의 시대적 상황을 의학사적으로 진단하면서 기존의 고전 작품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익히 알고 있는 고전 작품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어른이 되고, 의사가 되어 다시 읽는 고전
의학으로 본 고전의 결정적 장면
어린 시절을 사로잡았던 고전을 어른이 되어, 또 의사가 되어 다시 읽는 이 책은 어쩌면 어린 시절에는 던질 수 없었을 그런 질문들에서 시작한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들 말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모자장수가 미친 까닭은 무엇일까?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이야기처럼 선과 악은 분리 가능할까? [작은 아씨들]의 셋째는 왜 병을 앓고 나서 3년 후에 죽었을까? 돈키호테는 정말 낭만에 죽고 사는 기사도 정신의 화신일까? [레 미제라블]의 팡틴이 어금니도 아니고 앞니를 판 까닭은 무엇일까? [빨간 구두]의 소녀가 춤을 멈출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문학적으로 보면, 혹은 작품의 전체적인 의미에서 보면 그리 중요하고 유의미한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을 이해하고,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나 역사적 현실을 간단한 질문을 실마리 삼아 의사의 시각에서 풀어봄으로써 작품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한마디로 하면 이 책은 의사의 눈으로 잡아낸 우리 시대 고전의 ‘결정적 장면’이라 할 수 있다.
1부에서는 1800년대에 쓰인 소설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시작으로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그리고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을 거쳐 에드거 앨런 포의 [어셔 가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19세기의 고전들을 다룬다. ‘19세기의 그림자’라는 표제답게 1부에서는 당대의 시대적 한계와 그 흔적을 해부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모자장수가 미치광이였던 것은 당시 유행하던 톱 해트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수은중독에 걸린 것과 관련이 있으며,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을 켜서 본 환상이 사실은 성냥의 주재료로 사용되었던 백린의 중독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크리처를 쫓아 북극까지 간 프랑켄슈타인이 죽은 이유나 레 미제라블의 팡틴이 어금니도 아니고 하필 앞니를 팔 수 있었던 이유 등 지금 보면 좀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을 당대의 시대적 맥락과 의학적 배경을 통해 설명한다.
2부의 ‘오래된 현재’는 옛 설화와 북유럽 혹은 켈트 신화 그리고 [빨간 두건]이나 [돈키호테] 등 중세의 작품들, 그리고 그리스로마 신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하데스타운〉 같은 뮤지컬 작품을 다룬다. 작품과 의학 용어의 관련성 혹은 기원을 찾거나 오래도록 구전되고 회자되는 이야기를 현대적 맥락에서 다시 해석한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쥐와 어린이를 고여내는 소리와 복장을 과학적으로 해석하고, 돈키호테는 사실 낭만적 기사가 아니라 루이소체치매에 걸린 환자일 가능성이 있음을 세밀한 근거를 들어 설명하며,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독특한 시각에서 현대 정신의학 클리닉 상담치료일 수도 있음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이렇게 오래된 이야기는 지금 이 시대, 즉 현재와 다시 만나고 또 새로워진다.
익숙한 이야기, 새로운 해석
어렸을 적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또 다른 세상을 꿈꾸게 했던 명작들이 있다. 카드병정들이 사는 이상한 나라와 지킬과 하이드라는 두 얼굴을 가진 존재가 사는 세계, 성냥불을 켜서 차가운 길바닥에서 크리스마스 만찬의 환상을 보았던 소녀가 사는 덴마크와 이둔이 준 사과를 먹어야 늙지 않는다는 신화가 내려오는 북유럽, 전갈독에도 살아남은 호루스가 사는 이집트. ‘이야기’와 ‘신화’를 사랑하는 신경과 의사인 지은이는 어린 시절을 사로잡았던 이야기의 세계 속으로 어른이 되어 다시 들어간다. 그곳에서 우리는 춤을 멈출 수 없었던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는 괴이한 춤을 추었던 13세기의 성인 비투스를 만나고, 단순한 탐정이 아니라 의사로서의 훈련을 받고 또 영향을 받은 셜록 홈즈를 보게 되며,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반전 역할극을 통해 서로 치유의 길을 찾고, 어셔 가의 몰락 이야기는 어쩌면 조현병이라는 진단명이 없던 시대의 ‘조현병 환자의 임상 기록’임을 알게 된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어린 시절의 세계는 더 새롭고 더 풍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