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호호호 : 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20205
가격
₩ 13,500
ISBN
9788960907249
페이지
203 p.
판형
128 X 190 mm
커버
Book
책 소개
영화 <우리들> <우리집>으로 어린이들의 세계를 섬세한 시선으로 표현했던 영화감독 윤가은. <우리집>은 “어린이 배우들과 함께하는 성인분들께 드리는 당부의 말”이라는 촬영 공지 글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린이 배우를 프로 배우로서 동등하게 존중할 것을 내용으로 한 촬영 수칙에 많은 이들이 호응했던 것이다. 윤가은 감독의 첫 번째 산문집 [호호호]의 제목은 “언제나 뭐든 좋아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가 친구한테 들은 말에서 나왔다. “보통 사람들은 각자의 호불호(好不好)라는 게 있잖아? 그런데 너는 호호호(好好好)가 있는 것 같아.” 좋아하는 게 많은 저자는 과거를 돌아보며 자신이 열광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영화, 드라마, 완구, 문구, 꽃, 여름 등 그가 진심으로 좋아했던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좋아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자신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웃게 했던 것”에 바치는 헌사에는 윤가은 영화의 장면을 보는 듯한 어린 시절이 담겨 있기도 하다. [호호호]는 3부, 17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기」, 2부 「모험은 그렇게 시작됐다」, 3부 「오직 걷기 위해서」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분투하던 젊은 시절 이야기 등 윤가은의 다채로운 기억을 마주할 수 있다.
목차
프롤로그: 좋아하는 마음을 찾아서
1.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기
뛰고, 구르고, 소리치는 소녀들
몰라도 용감하게 말하기
꽃은 늘 옳다
나는 내가 축하할 거야
그런 취향 Part 1
숨 쉬는 법을 잊어버린 날에는
2. 모험은 그렇게 시작됐다
좋은 빵, 나쁜 빵, 이상한 빵
여름병
수집엔 취미도 소질도 없지만
아담문방구 아저씨
그런 취향 Part 2
3. 오직 걷기 위해서
일요일의 청소 시간
마트에 가고 싶어요
난 슬플 때 별자리를 봐
새 공책을 샀다
어느 조카 바보의 고백
걸어서 걸어서
에필로그: 나만 좋아하는 건 아닐 수도
1.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기
뛰고, 구르고, 소리치는 소녀들
몰라도 용감하게 말하기
꽃은 늘 옳다
나는 내가 축하할 거야
그런 취향 Part 1
숨 쉬는 법을 잊어버린 날에는
2. 모험은 그렇게 시작됐다
좋은 빵, 나쁜 빵, 이상한 빵
여름병
수집엔 취미도 소질도 없지만
아담문방구 아저씨
그런 취향 Part 2
3. 오직 걷기 위해서
일요일의 청소 시간
마트에 가고 싶어요
난 슬플 때 별자리를 봐
새 공책을 샀다
어느 조카 바보의 고백
걸어서 걸어서
에필로그: 나만 좋아하는 건 아닐 수도
본문발췌
P.7~8
나는 좋아하는 게 정말 많았다. 언젠가 오랜 절친 M이 내게 이런 말을 건넨 적도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각자의 호불호(好不好)라는 게 있잖아? 그런데 너는 호호호(好好好)가 있는 것 같아.” 이미 술도 잔뜩 취했고, 그래서 더 무슨 말인지 모르겠던 나는 그저 호호호 웃기만 했다. M이 다시 말했다. “너는 웬만하면 다 진심으로 좋아하잖아.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고. 어떤 건 그냥 좋아하고, 다른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고…….”
P.24
서로 치열하게 부딪히고 깨지는 와중에도 절대 잡은 손을 놓지 않는 소녀들. 그렇게 더 용감하고 강력해져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만드는 소녀들. 그런 무시무시한 여자애들의 이야기를 어찌 감히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어찌하여 나란 사람은 이런 멋진 영화를 무려 10여 년이나 모른 척하며 살아왔단 말인가…….
P.31
생각해보면 어린이들의 허세는 정말 대담하고 진지하다. 그래서 때론 틀린 표현이 있어도 잡아내기 어렵고, 대놓고 웃기엔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확실히 어린이들은 새말을 익히는 과정에서 필히 겪을 수밖에 없는 실수나 실패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두려울지언정 과감히 시도해보고 틀리면 수정해나갈 수 있는 엄청난 용기가 있는 것도 같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그렇게 쉽고 빠르게 새로운 말들을 익히고, 끝내 자기 것으로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P.35
어린 시절, 작은 놀이터와 화단이 꽉꽉 들어찬 아늑한 대단지 아파트에 살았다. 그땐 하루 일과가 얼마나 단순하고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는지 모른다. 아침밥을 먹으면 곧바로 자전거를 끌고 나가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고, 다시 집에 와 점심밥을 먹고는 금세 놀이터로 달려가 모래와 땀으로 잔뜩 치장하고 종일 신나게 뛰어놀았다. 그리고 해 질 녘이면 근처 폭신한 풀밭에 드러누워 이름 모를 풀벌레를 구경하다 저녁밥을 먹으러 집에 들어갔다.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꽉 찬 하루를 보내던 시절이었다.
P.66
노래방은 정말 마법의 방이었다. 노래방에 가면 좋았던 기분은 더 좋아지고 안 좋았던 기분도 끝내 좋아졌다. 그래서 매번 끝날 시간이 다가오면 사장님을 겁박한 채 제발 서비스 시간을 더 달라며 읍소와 협박을 동시에 일삼곤 했다.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부끄러움이 다 뭔가. 그 마법을 조금이라도 연장할 수 있다면, 늘어난 시간 동안 사장님의 신청곡 메들리도 기꺼이 이어갈 수도 있었다.
P.82
빵이야말로 내 인생 최고의 미스터리다. 입에는 최고의 기쁨을 선사하면서 왜 몸속에만 들어가면 최악의 사태를 일으키는 걸까. 신은 왜 내게 빵을 즐길 수 없는 몸을 주시고, 왜 빵 맛은 골고루 잘도 알게 하셨을까. 매혹과 혼돈의 빵이여. 넌 대체 내 삶에 어떤 은유가 되려고 온 거니.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요망한 빵.
P.89
아이들이야말로 여름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즐길 줄 알았다. 여름이 오면 아이들은 땀이 나든 말든 가벼운 옷차림을 날개 삼아 어디든 자유롭게 누비고 다녔다. 더위를 핑계 삼아 시원하고 달콤한 간식들을 양껏 먹을 줄도 알았다. 푹푹 찌는 날이면 거침없이 물가로 달려가 흠뻑 젖도록 노는 패기가 있었고, 비가 오는 꿉꿉한 날이면 기꺼이 상념에 젖어 고요한 시간을 보내는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아이 들은 여름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즐길 줄 알았다. 여름의 주인은 바로 아이들이었다.
P.124
지금도 종종 아담문방구 아저씨를 생각한다.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많아지면서부터는 더더욱 아저씨 생각이 많이 난다. 그 시절, 작고 연약한 어린 마음들이 다치지 않도록 늘 세심하게 배려하고 다정하게 격려해주던 아저씨의 따뜻한 눈빛과 미소가 여전히 눈에 선하다. 그때의 기억들이 다자란 내게도 여전히 깊은 용기와 힘이 되어준다.
P.156
어쩌면 내가 정말로 원한 건 단순히 특정 물건들이 아니라 그 물건들이 놓인, 그래서 사람들이 모이고, 각종 경험을 직접 해볼 수 있는 공간 자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곳 특유의 생생한 활기와 넘치는 에너지를 다시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그 들썩들썩한 분위기와 따뜻한 조명과 온도, 습도…… 같은 것들이 나는 못 견디게 그리웠다.
P.171
비통하고도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큰 슬픔과 고통을 말하기 위해, 삶의 다양한 조각들을 그러모아 들여다보고 재조합해 새로운 언어를 만든 것 같았다. 그렇게라도 먼저 가버린 이를 이해하고, 기억하고, 나누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지극히 내밀한 손길로 상실의 자리를 어루만지는 진실한 애도의 작업이었다.
P.177
조카와 함께한 7년 동안, 나는 한 인간이 도약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온전히 목격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값진 경험을 했다. 아이의 도전은 곧 나의 도전이었고, 아이의 성취는 바로 나의 성취가 되었다. 아이가 겪는 어떤 사소한 변화도 어느 것 하나 놀랍고 새롭고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P.197
나는 이제 그냥 걷기로 했다. 계속 헷갈리고 오락가락하면서. 쉼 없이 의심하고 흔들리면서. 그렇게 걷고 또 걷다 보면 끝내 어딘가에는 도착해 있겠지. 그러다 보면 마침내 누군가는 되어 있겠지. 사실 꼭 어딘가에 도착하지 않아도, 반드시 누군가가 되지 않아도 좋다. 걷는 동안 행복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멋진 삶일 테니까.
나는 좋아하는 게 정말 많았다. 언젠가 오랜 절친 M이 내게 이런 말을 건넨 적도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각자의 호불호(好不好)라는 게 있잖아? 그런데 너는 호호호(好好好)가 있는 것 같아.” 이미 술도 잔뜩 취했고, 그래서 더 무슨 말인지 모르겠던 나는 그저 호호호 웃기만 했다. M이 다시 말했다. “너는 웬만하면 다 진심으로 좋아하잖아.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고. 어떤 건 그냥 좋아하고, 다른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고…….”
P.24
서로 치열하게 부딪히고 깨지는 와중에도 절대 잡은 손을 놓지 않는 소녀들. 그렇게 더 용감하고 강력해져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만드는 소녀들. 그런 무시무시한 여자애들의 이야기를 어찌 감히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어찌하여 나란 사람은 이런 멋진 영화를 무려 10여 년이나 모른 척하며 살아왔단 말인가…….
P.31
생각해보면 어린이들의 허세는 정말 대담하고 진지하다. 그래서 때론 틀린 표현이 있어도 잡아내기 어렵고, 대놓고 웃기엔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확실히 어린이들은 새말을 익히는 과정에서 필히 겪을 수밖에 없는 실수나 실패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두려울지언정 과감히 시도해보고 틀리면 수정해나갈 수 있는 엄청난 용기가 있는 것도 같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그렇게 쉽고 빠르게 새로운 말들을 익히고, 끝내 자기 것으로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P.35
어린 시절, 작은 놀이터와 화단이 꽉꽉 들어찬 아늑한 대단지 아파트에 살았다. 그땐 하루 일과가 얼마나 단순하고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는지 모른다. 아침밥을 먹으면 곧바로 자전거를 끌고 나가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고, 다시 집에 와 점심밥을 먹고는 금세 놀이터로 달려가 모래와 땀으로 잔뜩 치장하고 종일 신나게 뛰어놀았다. 그리고 해 질 녘이면 근처 폭신한 풀밭에 드러누워 이름 모를 풀벌레를 구경하다 저녁밥을 먹으러 집에 들어갔다.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꽉 찬 하루를 보내던 시절이었다.
P.66
노래방은 정말 마법의 방이었다. 노래방에 가면 좋았던 기분은 더 좋아지고 안 좋았던 기분도 끝내 좋아졌다. 그래서 매번 끝날 시간이 다가오면 사장님을 겁박한 채 제발 서비스 시간을 더 달라며 읍소와 협박을 동시에 일삼곤 했다.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부끄러움이 다 뭔가. 그 마법을 조금이라도 연장할 수 있다면, 늘어난 시간 동안 사장님의 신청곡 메들리도 기꺼이 이어갈 수도 있었다.
P.82
빵이야말로 내 인생 최고의 미스터리다. 입에는 최고의 기쁨을 선사하면서 왜 몸속에만 들어가면 최악의 사태를 일으키는 걸까. 신은 왜 내게 빵을 즐길 수 없는 몸을 주시고, 왜 빵 맛은 골고루 잘도 알게 하셨을까. 매혹과 혼돈의 빵이여. 넌 대체 내 삶에 어떤 은유가 되려고 온 거니.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요망한 빵.
P.89
아이들이야말로 여름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즐길 줄 알았다. 여름이 오면 아이들은 땀이 나든 말든 가벼운 옷차림을 날개 삼아 어디든 자유롭게 누비고 다녔다. 더위를 핑계 삼아 시원하고 달콤한 간식들을 양껏 먹을 줄도 알았다. 푹푹 찌는 날이면 거침없이 물가로 달려가 흠뻑 젖도록 노는 패기가 있었고, 비가 오는 꿉꿉한 날이면 기꺼이 상념에 젖어 고요한 시간을 보내는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아이 들은 여름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즐길 줄 알았다. 여름의 주인은 바로 아이들이었다.
P.124
지금도 종종 아담문방구 아저씨를 생각한다.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많아지면서부터는 더더욱 아저씨 생각이 많이 난다. 그 시절, 작고 연약한 어린 마음들이 다치지 않도록 늘 세심하게 배려하고 다정하게 격려해주던 아저씨의 따뜻한 눈빛과 미소가 여전히 눈에 선하다. 그때의 기억들이 다자란 내게도 여전히 깊은 용기와 힘이 되어준다.
P.156
어쩌면 내가 정말로 원한 건 단순히 특정 물건들이 아니라 그 물건들이 놓인, 그래서 사람들이 모이고, 각종 경험을 직접 해볼 수 있는 공간 자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곳 특유의 생생한 활기와 넘치는 에너지를 다시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그 들썩들썩한 분위기와 따뜻한 조명과 온도, 습도…… 같은 것들이 나는 못 견디게 그리웠다.
P.171
비통하고도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큰 슬픔과 고통을 말하기 위해, 삶의 다양한 조각들을 그러모아 들여다보고 재조합해 새로운 언어를 만든 것 같았다. 그렇게라도 먼저 가버린 이를 이해하고, 기억하고, 나누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지극히 내밀한 손길로 상실의 자리를 어루만지는 진실한 애도의 작업이었다.
P.177
조카와 함께한 7년 동안, 나는 한 인간이 도약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온전히 목격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값진 경험을 했다. 아이의 도전은 곧 나의 도전이었고, 아이의 성취는 바로 나의 성취가 되었다. 아이가 겪는 어떤 사소한 변화도 어느 것 하나 놀랍고 새롭고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P.197
나는 이제 그냥 걷기로 했다. 계속 헷갈리고 오락가락하면서. 쉼 없이 의심하고 흔들리면서. 그렇게 걷고 또 걷다 보면 끝내 어딘가에는 도착해 있겠지. 그러다 보면 마침내 누군가는 되어 있겠지. 사실 꼭 어딘가에 도착하지 않아도, 반드시 누군가가 되지 않아도 좋다. 걷는 동안 행복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멋진 삶일 테니까.
저자소개
영화감독.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서강대학교 사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예술전문사를 졸업했다. 첫 단편 <사루비아의 맛> (2009) 을 시작으로 <손님>(2011), <콩나물> (2013) 등을 쓰고 연출했다. <손님>은제34회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에서 국제경쟁부문 대상을, <콩나물>은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부문에서 수정곰상을 수상했다.
이후 장편영화 <우리들> (2016)과 <우리집> (2019)을 쓰고 연출했다. 제37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제53회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시나리오상 등을 수상한 바있다.
영화를 정말 좋아하지만 영화 말고도 좋아하는 게 아주 많다.
이후 장편영화 <우리들> (2016)과 <우리집> (2019)을 쓰고 연출했다. 제37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제53회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시나리오상 등을 수상한 바있다.
영화를 정말 좋아하지만 영화 말고도 좋아하는 게 아주 많다.
서평
<우리들> <우리집> 영화감독 윤가은이 꺼내본 행복의 기억
그 시절 우리는 작고 따뜻하고 조금 이상한 것을 열렬하게 좋아했다
영화 <우리들> <우리집>으로 어린이들의 세계를 섬세한 시선으로 표현했던 영화감독 윤가은. <우리집>은 “어린이 배우들과 함께하는 성인분들께 드리는 당부의 말”이라는 촬영 공지 글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린이 배우를 프로 배우로서 동등하게 존중할 것을 내용으로 한 촬영 수칙에 많은 이들이 호응했던 것이다. 윤가은 감독의 첫 번째 산문집 [호호호]의 제목은 “언제나 뭐든 좋아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가 친구한테 들은 말에서 나왔다.
“보통 사람들은 각자의 호불호(好不好)라는 게 있잖아? 그런데 너는 호호호(好好好)가 있는 것 같아.”
좋아하는 게 많은 저자는 과거를 돌아보며 자신이 열광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영화, 드라마, 완구, 문구, 꽃, 여름 등 그가 진심으로 좋아했던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좋아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자신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웃게 했던 것”에 바치는 헌사에는 윤가은 영화의 장면을 보는 듯한 어린 시절이 담겨 있기도 하다.
[호호호]는 3부, 17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기」, 2부 「모험은 그렇게 시작됐다」, 3부 「오직 걷기 위해서」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분투하던 젊은 시절 이야기 등 윤가은의 다채로운 기억을 마주할 수 있다.
윤가은은 ‘행복’을 서랍 속 제일 좋은 자리에 둔 사람 같다. 자주 꺼내서 만지고 윤을 내고 친구에게도 보여준다. 이 서랍 속에는 추억과 긍정뿐 아니라 고민과 불안도 있다. 그는 그것들마저 꺼내어 햇볕을 쬐게 하고 정성껏 손질한다. 마치 그것들 없이는 행복이 무언지 알 수 없다는 듯이. 나는 이제 그의 영화 속 찬란한 빛과 충분한 수분, 고요함과 기분 좋은 소음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 것 같다. 윤가은은 작고 따뜻하고 조금 이상한 것을 열렬하게 좋아한다. 그 자신도 그런 사람일 것이다. 좋아하다 보면 닮게 마련이다. 이 책 덕분에 우리는 서로 닮은 사람이 될 것이다.
_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저자)
“뭔가를 좋아하는 경험은 늘 귀하고 특별하다”
윤가은을 “위로하고 웃게 했던” 특별한 리스트
저자는 글을 쓰는 내내 “나만 좋아할 수도 있지만, 사실 나만 좋아하는 거 아니잖아요! 모두들 이런 취향이 조금씩은 있잖아요! 우리 같이 무엇이든 마음껏 좋아해봐요!”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고 고백한다. 그의 글에서는 좋아하는 것을 향한 집요한 진심과 열정이 느껴져서 읽는 사람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뛰고, 구르고, 소리치는 소녀들」 편에서 오래전에 좋아했지만 잊어버렸던 영화 <브링 잇 온>을 기억에서 소환한다. “뛰고, 구르고, 소리치는 보통의 여자애들을 이렇게나 멋지게 그려낸 작품은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많지 않았다”며 이 영화를 “10여 년이나 모른 척하고 살아왔”다고 후회한다. 「수집엔 취미도 소질도 없지만」에서는 고전 문구, 완구를 수집하기 위해 오래된 문방구를 찾아다니던 일화, 1960~80년대에 크게 유행했던 길창덕, 윤승운, 신문수, 박수동, 신영식 화백의 명랑만화들을 향한 애정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다.
영화 촬영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여름병」에서는 저자가 자주 듣는 “왜 영화의 배경이 늘 여름인가”라는 질문에 답해 그간의 영화 촬영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우연히 여름에 자주 영화를 찍게 되었고, 여름 촬영의 기쁨과 고난을 온몸으로 경험했다는 것. 변화무쌍한 여름 날씨 때문에 촬영을 허탕 치기도 하고, <우리들>을 찍을 때는 해가 뜰락 말락 한 날씨가 계속되어 여름의 쨍한 정취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촬영감독과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도 전한다.
자타 공인 “빵순이”일 만큼 빵을 좋아하지만, 체질상 맞지 않아 고생하는 에피소드는 웃음을 자아낸다(「좋은 빵, 나쁜 빵, 이상한 빵」). 「그런 취향 Part1」 「그런 취향 Part2」에서는 막장드라마를 포함해 저자가 특별히 좋아했던 영화, 드라마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노래방을 좋아하고 별자리 운세에 위로받으며, 조카 바보의 면모를 보여주는 이야기들, 진로 때문에 방황하다가 산티아고 순롓길을 걸은 에피소드에서는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내겐 그보다 흥미진진하고 짜릿한 유흥이 없었다. 그저 사람들이 어떤 사정으로 만나고 헤어지는지를 지켜볼 뿐인 데도 손에서 땀이 나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참 신기한 드라마였다. 결혼과 이혼, 양육과 부양 같은 지난한 일상사 안에 온갖 기대와 예상을 뛰어넘는 별별 종류의 사건사고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어떤 인간도 단순하지 않았고, 어떤 관계도 간단하지 않았다. 늘 뭔가가 더 있었다. 애정 뒤엔 희생이, 희생 뒤엔 배신이, 배신 뒤엔 복수가, 복수 뒤엔 전쟁이 이어졌다. 그리고 전쟁 뒤엔……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허공에의 외침만 남았다. 아, 인생 대체 뭘까.
-50쪽
“그때의 기억들이 여전히 깊은 용기와 힘이 되어준다”
다시 새롭게 경험하는 우리 모두의 유년 시절에 대하여
윤가은 감독이 좋아했던 것들과 관련한 추억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그의 어린 시절과 조우하게 된다. 윤가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에피소드가 담긴 「아담문방구 아저씨」에서는 어릴 적 문방구에서 몰래 물건을 훔쳤다가, 주인아저씨를 실망시킨 것이 아닌지 죄책감을 느끼는 그를 만날 수 있다. 「꽃은 늘 옳다」는 꽃에 얽힌 감동적인 추억을 담고 있다. 어릴 적 속상한 마음을 안고 풀밭에 있었는데, 모르는 언니들이 다가와 토끼풀꽃으로 반지를 만들어주어 위로받았던 일이 꿈결처럼 묘사된다. 「나는 내가 축하할 거야」 에피소드는 어린 윤가은의 엉뚱하고 유쾌한 면모를 볼 수 있다. 친구, 가족 모두 자신의 생일을 까먹어서 생애 가장 우울한 생일을 보낼까 걱정하다가, 저녁에 퇴근한 아빠가 가져온 포장된 쓰레기통이 자기 선물인 줄 알고 좋아했던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후 그는 자기 생일을 자신이 가장 많이 축하해줘야겠다고 다짐한다.
저자의 어린 시절뿐 아니라 그가 만났던 어린이들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마트에 가고 싶어요」에서 저자는 펜데믹 시대를 맞이한 아이의 심경을 듣는 인터뷰를 하다가, 한동안 못 간 마트에 가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들이 팬데믹 때문에 얼마나 일상적인 행복을 잃어버렸는지 깨닫고 안타까워한다. 「몰라도 용감하게 말하기」에서는 아이들의 말실수에 대해 언급하며 잘 몰라도 용감하게 새말을 실험해보려는 아이들의 마음을 배우고 싶다고 한다.
[호호호]에는 영화감독 윤가은의 다채로운 면모가 담겨 있다.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독자, 좋아하는 일의 순정을 아끼는 독자라면 즐겁게 공유할 삶의 보석 같은 이야기들이다.
지금 생각해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런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유년을 새롭게 경험하는 느낌도 든다. 모든 게 지금보다는 천천히 흘러가고, 조금은 더 다정하게 느껴졌던 그때가 되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물론 그 시절을 다 지나와 비로소 안전한 자리에 이르러 추억하게 된 입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실제 그 시절을 무사히 살아내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었으니깐.
-102~103쪽
그 시절 우리는 작고 따뜻하고 조금 이상한 것을 열렬하게 좋아했다
영화 <우리들> <우리집>으로 어린이들의 세계를 섬세한 시선으로 표현했던 영화감독 윤가은. <우리집>은 “어린이 배우들과 함께하는 성인분들께 드리는 당부의 말”이라는 촬영 공지 글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린이 배우를 프로 배우로서 동등하게 존중할 것을 내용으로 한 촬영 수칙에 많은 이들이 호응했던 것이다. 윤가은 감독의 첫 번째 산문집 [호호호]의 제목은 “언제나 뭐든 좋아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가 친구한테 들은 말에서 나왔다.
“보통 사람들은 각자의 호불호(好不好)라는 게 있잖아? 그런데 너는 호호호(好好好)가 있는 것 같아.”
좋아하는 게 많은 저자는 과거를 돌아보며 자신이 열광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영화, 드라마, 완구, 문구, 꽃, 여름 등 그가 진심으로 좋아했던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좋아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자신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웃게 했던 것”에 바치는 헌사에는 윤가은 영화의 장면을 보는 듯한 어린 시절이 담겨 있기도 하다.
[호호호]는 3부, 17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기」, 2부 「모험은 그렇게 시작됐다」, 3부 「오직 걷기 위해서」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분투하던 젊은 시절 이야기 등 윤가은의 다채로운 기억을 마주할 수 있다.
윤가은은 ‘행복’을 서랍 속 제일 좋은 자리에 둔 사람 같다. 자주 꺼내서 만지고 윤을 내고 친구에게도 보여준다. 이 서랍 속에는 추억과 긍정뿐 아니라 고민과 불안도 있다. 그는 그것들마저 꺼내어 햇볕을 쬐게 하고 정성껏 손질한다. 마치 그것들 없이는 행복이 무언지 알 수 없다는 듯이. 나는 이제 그의 영화 속 찬란한 빛과 충분한 수분, 고요함과 기분 좋은 소음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 것 같다. 윤가은은 작고 따뜻하고 조금 이상한 것을 열렬하게 좋아한다. 그 자신도 그런 사람일 것이다. 좋아하다 보면 닮게 마련이다. 이 책 덕분에 우리는 서로 닮은 사람이 될 것이다.
_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저자)
“뭔가를 좋아하는 경험은 늘 귀하고 특별하다”
윤가은을 “위로하고 웃게 했던” 특별한 리스트
저자는 글을 쓰는 내내 “나만 좋아할 수도 있지만, 사실 나만 좋아하는 거 아니잖아요! 모두들 이런 취향이 조금씩은 있잖아요! 우리 같이 무엇이든 마음껏 좋아해봐요!”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고 고백한다. 그의 글에서는 좋아하는 것을 향한 집요한 진심과 열정이 느껴져서 읽는 사람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뛰고, 구르고, 소리치는 소녀들」 편에서 오래전에 좋아했지만 잊어버렸던 영화 <브링 잇 온>을 기억에서 소환한다. “뛰고, 구르고, 소리치는 보통의 여자애들을 이렇게나 멋지게 그려낸 작품은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많지 않았다”며 이 영화를 “10여 년이나 모른 척하고 살아왔”다고 후회한다. 「수집엔 취미도 소질도 없지만」에서는 고전 문구, 완구를 수집하기 위해 오래된 문방구를 찾아다니던 일화, 1960~80년대에 크게 유행했던 길창덕, 윤승운, 신문수, 박수동, 신영식 화백의 명랑만화들을 향한 애정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다.
영화 촬영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여름병」에서는 저자가 자주 듣는 “왜 영화의 배경이 늘 여름인가”라는 질문에 답해 그간의 영화 촬영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우연히 여름에 자주 영화를 찍게 되었고, 여름 촬영의 기쁨과 고난을 온몸으로 경험했다는 것. 변화무쌍한 여름 날씨 때문에 촬영을 허탕 치기도 하고, <우리들>을 찍을 때는 해가 뜰락 말락 한 날씨가 계속되어 여름의 쨍한 정취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촬영감독과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도 전한다.
자타 공인 “빵순이”일 만큼 빵을 좋아하지만, 체질상 맞지 않아 고생하는 에피소드는 웃음을 자아낸다(「좋은 빵, 나쁜 빵, 이상한 빵」). 「그런 취향 Part1」 「그런 취향 Part2」에서는 막장드라마를 포함해 저자가 특별히 좋아했던 영화, 드라마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노래방을 좋아하고 별자리 운세에 위로받으며, 조카 바보의 면모를 보여주는 이야기들, 진로 때문에 방황하다가 산티아고 순롓길을 걸은 에피소드에서는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내겐 그보다 흥미진진하고 짜릿한 유흥이 없었다. 그저 사람들이 어떤 사정으로 만나고 헤어지는지를 지켜볼 뿐인 데도 손에서 땀이 나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참 신기한 드라마였다. 결혼과 이혼, 양육과 부양 같은 지난한 일상사 안에 온갖 기대와 예상을 뛰어넘는 별별 종류의 사건사고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어떤 인간도 단순하지 않았고, 어떤 관계도 간단하지 않았다. 늘 뭔가가 더 있었다. 애정 뒤엔 희생이, 희생 뒤엔 배신이, 배신 뒤엔 복수가, 복수 뒤엔 전쟁이 이어졌다. 그리고 전쟁 뒤엔……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허공에의 외침만 남았다. 아, 인생 대체 뭘까.
-50쪽
“그때의 기억들이 여전히 깊은 용기와 힘이 되어준다”
다시 새롭게 경험하는 우리 모두의 유년 시절에 대하여
윤가은 감독이 좋아했던 것들과 관련한 추억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그의 어린 시절과 조우하게 된다. 윤가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에피소드가 담긴 「아담문방구 아저씨」에서는 어릴 적 문방구에서 몰래 물건을 훔쳤다가, 주인아저씨를 실망시킨 것이 아닌지 죄책감을 느끼는 그를 만날 수 있다. 「꽃은 늘 옳다」는 꽃에 얽힌 감동적인 추억을 담고 있다. 어릴 적 속상한 마음을 안고 풀밭에 있었는데, 모르는 언니들이 다가와 토끼풀꽃으로 반지를 만들어주어 위로받았던 일이 꿈결처럼 묘사된다. 「나는 내가 축하할 거야」 에피소드는 어린 윤가은의 엉뚱하고 유쾌한 면모를 볼 수 있다. 친구, 가족 모두 자신의 생일을 까먹어서 생애 가장 우울한 생일을 보낼까 걱정하다가, 저녁에 퇴근한 아빠가 가져온 포장된 쓰레기통이 자기 선물인 줄 알고 좋아했던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후 그는 자기 생일을 자신이 가장 많이 축하해줘야겠다고 다짐한다.
저자의 어린 시절뿐 아니라 그가 만났던 어린이들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마트에 가고 싶어요」에서 저자는 펜데믹 시대를 맞이한 아이의 심경을 듣는 인터뷰를 하다가, 한동안 못 간 마트에 가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들이 팬데믹 때문에 얼마나 일상적인 행복을 잃어버렸는지 깨닫고 안타까워한다. 「몰라도 용감하게 말하기」에서는 아이들의 말실수에 대해 언급하며 잘 몰라도 용감하게 새말을 실험해보려는 아이들의 마음을 배우고 싶다고 한다.
[호호호]에는 영화감독 윤가은의 다채로운 면모가 담겨 있다.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독자, 좋아하는 일의 순정을 아끼는 독자라면 즐겁게 공유할 삶의 보석 같은 이야기들이다.
지금 생각해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런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유년을 새롭게 경험하는 느낌도 든다. 모든 게 지금보다는 천천히 흘러가고, 조금은 더 다정하게 느껴졌던 그때가 되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물론 그 시절을 다 지나와 비로소 안전한 자리에 이르러 추억하게 된 입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실제 그 시절을 무사히 살아내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었으니깐.
-102~1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