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시집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20513
가격
₩ 19,500
ISBN
9788991418332
페이지
524 p.
판형
127 X 204 mm
커버
Book
책 소개
박노해 시인의 12년만의 시집. 탄생과 사랑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굵직한 순간 사이로 아이와 부모, 교육과 배움, 연애와 이별, 청춘과 노년, 정원과 농사, 독서와 여행, 고독과 관계 등 삶의 모든 순간이 이 한 권의 시집에 담겨있다. 평범하다 여겼던 일상이 순간 비범한 행위로 비약하고, 이렇게 풍요로운 의미로 빚어질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박노해 시인의 시는 사건과 사물, 세상과 자신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무심한 돌 하나에서도, 풀꽃과 나무, 책과 만년필에서도 그 존재의 전혀 다른 빛을 비춰낸다. 그의 통찰과 성찰, 상식을 전복하는 관점은 기존의 세계관을 번쩍 확장시키고, 그 시를 읽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는 강렬한 체험과 감동을 선사한다.
목차
그 약속이 나를 지켰다
그 약속이 나를 지켰다 11 내가 좋아하는 것들 12 꽃씨를 심어요 14 작게 살지 마라 16
죽은 강아지를 안고 18 내 책이 21 누구일까, 최초의 그 사람은 22 청매화 향기 날아오면 24
비움의 사랑 25 그러나 그러지 마라 28 못 견딜 고통은 없어 29 눈을 씻고 가자 31
문득 나만 홀로 남았다 32 둘러싸이라 34 젊음은 좋은 것이다 35 광야의 밤 38
내가 여행하는 이유 39 그날 아침 죽음이 내게로 걸어왔다 41 비난자 43 무장봉기 44
진정한 멋 46 10억 줄게 감옥 갈래 47 입춘立春이면 49 빌어먹을 신神 50 한순간에, 눈보라처럼 52
만년필萬年筆 53 지고 나르는 고통 56 역사의 무대에서 57 내가 죽고 싶은 자리 59
회상回想의 말 60 사랑과 의무 63 하얀 봄날에 64 나는 그냥 66 누군가 있으니 68 늘 단정히 69
중독자들 71 자기 해방의 태도 72 돌의 독백 73 신은 감사를 거절한다 75
세상이 조용해져 버린 날 76 가을은 짧아서 78 살다 보면 그래요 80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82
내 몸의 문신
이유 따윈 85 첫 걸음마 하는 아이처럼 87 차마 봄이란 말 대신 88 그 한 사람 89
초고는 쓰레기 91 접속과 소통 94 얼굴 속의 얼굴들 95 사랑은 끝이 없다네 97 아이들의 진실 99
내 몸의 문신 100 진달래 104 홀로 잠든 밤이 더 많았네 105 미치지 못한 내 눈빛 106
나무를 바라보자 108 지구별의 자장가 109 사생관死生觀 111 기억하라 112 오늘의 날씨 114
삶이 뭐라고 생각하니 115 너무 많아 너무 적다 117 젊음에 대한 모독 118 사랑한 만큼 보여요 121
아이가 온다 122 인생에서 슬픈 일 124 한밤에 목을 땄어 125 내가 해 봐서 아는데 127 돌고 돌고 128
감염感染된 사랑 129 진실의 광부 133 그래도 미움으로 살지 말거라 134 경계警戒 136
그녀가 지나갔다 137 계획을 지우고 비움을 세운다 139 시인의 사치 140 이 무서운 사랑 142
한잠 잘 자라 144 한국 사람들은요 145 최소한의 것만을 147 다 다르게 불리기를 148
그래도 지구는 돌고 150 별에 대한 가장 슬픈 말 151 내 인생의 모든 계절 153 세 발의 총성 154
젊음은, 조심하라
우는 걸 좋아한다 157 위대한 눈을 가져라 158 영혼의 연루자 161 수선화가 처음 핀 날 162
후에, 그 아이들이 163 비상등과 사이렌의 세계 165 핵존심 166 말이 없어도 168 책은 위험하다 169
그냥 먹는 게 아니제 171 여자한테 차인 날 172 젊음은, 조심하라 176 어머니가 그랬다 178
누가 우리를 여기에 179 봄이네요 봄 181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나는 182
저기 사람이 있습니다 183 거목의 최후 185 오늘처럼만 사랑하자 186
사방으로 몸을 돌려 싸웠다 188 모두가 아무도 190 여행자의 기도 192 고요한 봄 194
괜찮아 괜찮아 196 고문 후유증이 기습한 밤에 197 돌 위에 앉은 개 한 마리 199 씨앗은 알아서 200
푸른 물빛은 붉게 물들고 203 너도 한번 털어보자 204 두 마음 205 아이에겐 필요해 206
다 공짜다 208 대중성이라는 무덤 210 사랑이 일하게 하라 211 메시는 영원하다 212
행복을 붙잡는 법 214 고맙다 적들아 216 사람이 영물이다 217 묻지 말자 219 싱그런 레몬 한 개 220
죽은 자들이 산다 221 예수를 패버리러 지옥으로 쫓아갔지 223 이별은 차마 못했네 225
나는 다만 나 자신을
이름대로 살아야겠다 229 무화과無花果 231 모처럼 사람을 만났다 232 안타까워라 235
별일이야 236 나무가 먼저였다 238 아버지 내 아버지 239 거룩한 바보처럼 242
나를 죽이던 시간이 확 돌아서 243 새떼와 나무 245 회갑回甲에 247 장기와 인생 249
정직한 시詩 250 나라가 망하는 길 252 그래도 복덕방 253 살아서 돌아온 자 255
바보의 대답 257 마음의 기척 259 설마, 그럴 리가 260 더없이 263 넌 아주 특별한 아이란다 264
나는 다만 나 자신을 266 동행자 267 상처를 남겨두라 268 돌려라 힘 271 봄불 272
선물은 신중히 273 나눔의 신비 275 수위水位를 바라본다 276 추억은 뜰채와 같아서 278
취한 밤의 독백 279 어쩌면 좋습니까 281 여자 문제라니 282 생각의 힘 285 젊은 날엔 남겨두라 286
매듭을 묶으며 288 내 뒤에는 백두대간이 있다 289 지구가 그랬다 291 나는 꽃도둑이다 292
정면으로 바라볼 때 295 성상聖像 296 너의 때가 온다 298 미래로 추방된 자 299
악에 대한 감각
자유는 강력한 사로잡힘 303 알리의 한 마디 305 안에서 들리는 소리 306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308 시대의 폭풍이 자신의 내면을 310 탁, 둥근 알이 깨질 때 311
악에 대한 감각 313 내 품속의 수첩에 315 나무들이 걸어간다 316 좋은 것은 좋게 쓰라 318
아픈 심장을 위하여 320 나의 독자는 삼백 명이다 321 박정희가 죽던 날 323 어린 짐승 325
동그란 길로 가다 327 뉴스 뒤에는 사람이 있다 329 저 하늘 어딘가에 330 해거리 331
삶이 불타고 있다 333 신이 된 과학 335 뱃속의 아이는 이미 336 지는 게 이기는 거란다 338
시묘侍墓의 생 339 가시가 있다 343 다 큰 어른이 345 유랑자의 노래 347 상처는 나의 것 349
가을 나그네 351 수수수수수 352 니체를 읽는 밤 354 수리매, 올빼미, 호랑이 356
아득하여라 357 과자 봉지의 뒷면을 읽듯이 359 뒤를 돌아보면서 361 이런 날, 할머니 말씀 363
선한 영향력이 있으니 365 연말정산 367 좌우左右에서 369 너의 어휘가 너를 말한다 370
내 인생의 주름 372 눈물 대신 노래를 374 최후의 부적응자로 375 끝에서 나온다 378
언제나 사랑이 이긴다
꽃은 짧아서 381 하늘을 보는 소년 382 봐라, 돌아온다 384 과거의 씨앗들이 꿈틀대고 385
나의 귀인이 되어주실라요 386 주목注目한다 389 좋은 사람을 좋아할 뿐 391
밤은 반란자들의 공화국 392 그대로 두라 394 엄마에게 395 목화는 두 번 꽃이 핀다 397
스승과 제자 399 태양만 떠오르면 우리는 살아갈 테니 400 사랑은 가슴에 나무를 심는 것 402
비는 땅에서 내린다 404 무겁게 가볍게 406 그런 밤이 있다 407 게릴라의 노래 409
악몽 속에 계시가 온다 411 언제나 사랑이 이긴다 412 어떤 일이든 415 오늘은 선거 날 416
혐오가 나를 오염되게 하지 말라 419 당나귀 420 사랑이 되기 422 관상觀想 휴가 423
맞춰가면 밟히리라 426 인간은 서로에게 외계인이다 427 좋은 죽음 428 사인을 받았다 429
숲에서 시작되죠 431 네 안의 시인 432 성장하기 위해서는 434 가혹한 노년 435 가난한 가을날에 437
코로나 성탄절 439 촛불을 켜라 442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443 사라진 별들 445
누구의 것인가 446 나무야 부탁한다 447 새 푸르게 기억하라 450 우주 끝까지 가볼 참이야 452
별은 너에게로
진짜 나로 455 냉정한 것같이 456 동백꽃 457 폭풍의 끝에 459 길 잃은 희망 461
우는 능력 462 나를 갖고 논다 464 존재의 정점 466 사랑이 그러네요 467 세상의 끝에 469
떨림의 생 470 가을볕이 너무 좋아 473 인간은 영원한 신비다 474 산닭의 잉태 476
새해에는 간절하게 478 진실은 찾아오라 한다 479 시가 괴로운 밤에 480 어머니의 꽃등불 483
맑은 눈의 아이야 484 행복은 비교를 모른다 486 그대가 없는 이 지구는 487 안 되면 안 한다 489
위선자들 490 그냥 참아요 492 첫눈이 함박 내리면 493 침향沈香 495 형벌처럼 이렇게 497
금이 가는 가슴 499 다시 꿋꿋이 살아가는 법 500 내 옷을 입고 죽고 싶다 501
향사전언香死傳言 504 늘 새로운 실패를 하자 505 고독의 나무 507 자유는 위험과 함께 508
내 인생의 마지막 계절이 오면 509 봉숭아 꽃물 511 말라 죽은 나무에 512 별은 너에게로 515
끝에서 청춘 516 그리움이 길이 된다 518 시인의 각오 520 가라, 아이야 521 너의 하늘을 보아 524
그 약속이 나를 지켰다 11 내가 좋아하는 것들 12 꽃씨를 심어요 14 작게 살지 마라 16
죽은 강아지를 안고 18 내 책이 21 누구일까, 최초의 그 사람은 22 청매화 향기 날아오면 24
비움의 사랑 25 그러나 그러지 마라 28 못 견딜 고통은 없어 29 눈을 씻고 가자 31
문득 나만 홀로 남았다 32 둘러싸이라 34 젊음은 좋은 것이다 35 광야의 밤 38
내가 여행하는 이유 39 그날 아침 죽음이 내게로 걸어왔다 41 비난자 43 무장봉기 44
진정한 멋 46 10억 줄게 감옥 갈래 47 입춘立春이면 49 빌어먹을 신神 50 한순간에, 눈보라처럼 52
만년필萬年筆 53 지고 나르는 고통 56 역사의 무대에서 57 내가 죽고 싶은 자리 59
회상回想의 말 60 사랑과 의무 63 하얀 봄날에 64 나는 그냥 66 누군가 있으니 68 늘 단정히 69
중독자들 71 자기 해방의 태도 72 돌의 독백 73 신은 감사를 거절한다 75
세상이 조용해져 버린 날 76 가을은 짧아서 78 살다 보면 그래요 80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82
내 몸의 문신
이유 따윈 85 첫 걸음마 하는 아이처럼 87 차마 봄이란 말 대신 88 그 한 사람 89
초고는 쓰레기 91 접속과 소통 94 얼굴 속의 얼굴들 95 사랑은 끝이 없다네 97 아이들의 진실 99
내 몸의 문신 100 진달래 104 홀로 잠든 밤이 더 많았네 105 미치지 못한 내 눈빛 106
나무를 바라보자 108 지구별의 자장가 109 사생관死生觀 111 기억하라 112 오늘의 날씨 114
삶이 뭐라고 생각하니 115 너무 많아 너무 적다 117 젊음에 대한 모독 118 사랑한 만큼 보여요 121
아이가 온다 122 인생에서 슬픈 일 124 한밤에 목을 땄어 125 내가 해 봐서 아는데 127 돌고 돌고 128
감염感染된 사랑 129 진실의 광부 133 그래도 미움으로 살지 말거라 134 경계警戒 136
그녀가 지나갔다 137 계획을 지우고 비움을 세운다 139 시인의 사치 140 이 무서운 사랑 142
한잠 잘 자라 144 한국 사람들은요 145 최소한의 것만을 147 다 다르게 불리기를 148
그래도 지구는 돌고 150 별에 대한 가장 슬픈 말 151 내 인생의 모든 계절 153 세 발의 총성 154
젊음은, 조심하라
우는 걸 좋아한다 157 위대한 눈을 가져라 158 영혼의 연루자 161 수선화가 처음 핀 날 162
후에, 그 아이들이 163 비상등과 사이렌의 세계 165 핵존심 166 말이 없어도 168 책은 위험하다 169
그냥 먹는 게 아니제 171 여자한테 차인 날 172 젊음은, 조심하라 176 어머니가 그랬다 178
누가 우리를 여기에 179 봄이네요 봄 181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나는 182
저기 사람이 있습니다 183 거목의 최후 185 오늘처럼만 사랑하자 186
사방으로 몸을 돌려 싸웠다 188 모두가 아무도 190 여행자의 기도 192 고요한 봄 194
괜찮아 괜찮아 196 고문 후유증이 기습한 밤에 197 돌 위에 앉은 개 한 마리 199 씨앗은 알아서 200
푸른 물빛은 붉게 물들고 203 너도 한번 털어보자 204 두 마음 205 아이에겐 필요해 206
다 공짜다 208 대중성이라는 무덤 210 사랑이 일하게 하라 211 메시는 영원하다 212
행복을 붙잡는 법 214 고맙다 적들아 216 사람이 영물이다 217 묻지 말자 219 싱그런 레몬 한 개 220
죽은 자들이 산다 221 예수를 패버리러 지옥으로 쫓아갔지 223 이별은 차마 못했네 225
나는 다만 나 자신을
이름대로 살아야겠다 229 무화과無花果 231 모처럼 사람을 만났다 232 안타까워라 235
별일이야 236 나무가 먼저였다 238 아버지 내 아버지 239 거룩한 바보처럼 242
나를 죽이던 시간이 확 돌아서 243 새떼와 나무 245 회갑回甲에 247 장기와 인생 249
정직한 시詩 250 나라가 망하는 길 252 그래도 복덕방 253 살아서 돌아온 자 255
바보의 대답 257 마음의 기척 259 설마, 그럴 리가 260 더없이 263 넌 아주 특별한 아이란다 264
나는 다만 나 자신을 266 동행자 267 상처를 남겨두라 268 돌려라 힘 271 봄불 272
선물은 신중히 273 나눔의 신비 275 수위水位를 바라본다 276 추억은 뜰채와 같아서 278
취한 밤의 독백 279 어쩌면 좋습니까 281 여자 문제라니 282 생각의 힘 285 젊은 날엔 남겨두라 286
매듭을 묶으며 288 내 뒤에는 백두대간이 있다 289 지구가 그랬다 291 나는 꽃도둑이다 292
정면으로 바라볼 때 295 성상聖像 296 너의 때가 온다 298 미래로 추방된 자 299
악에 대한 감각
자유는 강력한 사로잡힘 303 알리의 한 마디 305 안에서 들리는 소리 306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308 시대의 폭풍이 자신의 내면을 310 탁, 둥근 알이 깨질 때 311
악에 대한 감각 313 내 품속의 수첩에 315 나무들이 걸어간다 316 좋은 것은 좋게 쓰라 318
아픈 심장을 위하여 320 나의 독자는 삼백 명이다 321 박정희가 죽던 날 323 어린 짐승 325
동그란 길로 가다 327 뉴스 뒤에는 사람이 있다 329 저 하늘 어딘가에 330 해거리 331
삶이 불타고 있다 333 신이 된 과학 335 뱃속의 아이는 이미 336 지는 게 이기는 거란다 338
시묘侍墓의 생 339 가시가 있다 343 다 큰 어른이 345 유랑자의 노래 347 상처는 나의 것 349
가을 나그네 351 수수수수수 352 니체를 읽는 밤 354 수리매, 올빼미, 호랑이 356
아득하여라 357 과자 봉지의 뒷면을 읽듯이 359 뒤를 돌아보면서 361 이런 날, 할머니 말씀 363
선한 영향력이 있으니 365 연말정산 367 좌우左右에서 369 너의 어휘가 너를 말한다 370
내 인생의 주름 372 눈물 대신 노래를 374 최후의 부적응자로 375 끝에서 나온다 378
언제나 사랑이 이긴다
꽃은 짧아서 381 하늘을 보는 소년 382 봐라, 돌아온다 384 과거의 씨앗들이 꿈틀대고 385
나의 귀인이 되어주실라요 386 주목注目한다 389 좋은 사람을 좋아할 뿐 391
밤은 반란자들의 공화국 392 그대로 두라 394 엄마에게 395 목화는 두 번 꽃이 핀다 397
스승과 제자 399 태양만 떠오르면 우리는 살아갈 테니 400 사랑은 가슴에 나무를 심는 것 402
비는 땅에서 내린다 404 무겁게 가볍게 406 그런 밤이 있다 407 게릴라의 노래 409
악몽 속에 계시가 온다 411 언제나 사랑이 이긴다 412 어떤 일이든 415 오늘은 선거 날 416
혐오가 나를 오염되게 하지 말라 419 당나귀 420 사랑이 되기 422 관상觀想 휴가 423
맞춰가면 밟히리라 426 인간은 서로에게 외계인이다 427 좋은 죽음 428 사인을 받았다 429
숲에서 시작되죠 431 네 안의 시인 432 성장하기 위해서는 434 가혹한 노년 435 가난한 가을날에 437
코로나 성탄절 439 촛불을 켜라 442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443 사라진 별들 445
누구의 것인가 446 나무야 부탁한다 447 새 푸르게 기억하라 450 우주 끝까지 가볼 참이야 452
별은 너에게로
진짜 나로 455 냉정한 것같이 456 동백꽃 457 폭풍의 끝에 459 길 잃은 희망 461
우는 능력 462 나를 갖고 논다 464 존재의 정점 466 사랑이 그러네요 467 세상의 끝에 469
떨림의 생 470 가을볕이 너무 좋아 473 인간은 영원한 신비다 474 산닭의 잉태 476
새해에는 간절하게 478 진실은 찾아오라 한다 479 시가 괴로운 밤에 480 어머니의 꽃등불 483
맑은 눈의 아이야 484 행복은 비교를 모른다 486 그대가 없는 이 지구는 487 안 되면 안 한다 489
위선자들 490 그냥 참아요 492 첫눈이 함박 내리면 493 침향沈香 495 형벌처럼 이렇게 497
금이 가는 가슴 499 다시 꿋꿋이 살아가는 법 500 내 옷을 입고 죽고 싶다 501
향사전언香死傳言 504 늘 새로운 실패를 하자 505 고독의 나무 507 자유는 위험과 함께 508
내 인생의 마지막 계절이 오면 509 봉숭아 꽃물 511 말라 죽은 나무에 512 별은 너에게로 515
끝에서 청춘 516 그리움이 길이 된다 518 시인의 각오 520 가라, 아이야 521 너의 하늘을 보아 524
본문발췌
P.11
널 지켜줄게 / 그 말 한 마디 지키느라 / 크게 다치고 말았다 / 비틀거리며 걸어온 내 인생 // 세월이 흐르고서 나는 안다 / 젊은 날의 무모한 약속, / 그 순정한 사랑의 언약이 / 날 지켜주었음을 - 그 약속이 나를 지켰다
P.12
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 그래서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 나는 말하기를 좋아한다 / 그래서 깊은 침묵을 좋아한다 // 나는 빛나는 승리를 좋아한다 / 그래서 의미 있는 실패를 좋아한다 // (…) 나는 소소한 일상을 좋아한다 / 그래서 거대한 악과 싸워나간다 // (…) 나는 나 자신을 좋아한다 / 그래서 나를 바쳐 너를 사랑하기를 좋아한다 - 내가 좋아하는 것들
P.18
죽은 강아지를 안고 / 걸어간 적이 있다 / 생각보다 무거웠다 / 이 자그만 생의 무게도 // (…) 죽어간 것들은 무거웠다 / 진정 사랑하다 죽어서 / 내 품에 안고 걸은 것들은 / 두고두고 무거웠다 // (…) 진정 사랑했으나 끝내 / 푸른 나무로 심어주지 못하고 / 저 바람 속에 어둠 속에 두고 온 이들은 / 두고두고 날 울리며 내 안에 살아있다 - 죽은 강아지를 안고
P.53
깊은 밤에 30년째 쓰고 있는 / 만년필에 잉크를 채우다가 // (…) 만 년이 지나도 계속 쓸 수 있다는 / 만년필이라는 네 이름이 좀 / 쑥스럽지 않나 싱긋 웃었더니 / 검은 눈동자를 흘기며 토라진다 // (…) 미안, 미안하다 / 나랑 너랑 같이 30년 동안이나 / 내 첫마음을 네 첫 펜촉으로 새기며 / 막막한 흰 설원의 여백 위를 걸어 / 우리 또박또박 여기까지 왔으니 // (…) 그래, 만 년의 도구로 / 백 년의 글을 쓸 순 없지 - 만년필萬年筆
P.57
역사는 자기 방식으로 일을 해요 / 하늘은 다른 길로 뜻을 이뤄가요 // 한 시절 악의 세력이 승리해도 /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 오래 절망하지 말아요 // 그들은 지금 자신들을 통해 / 거짓과 죄악의 실체를 드러내며 / 역사의 무대에서 자기 배역을 / 충실히 수행하는 중이니까요 // (…) 어둠 속에서 패배 속에서 / 서로 함께 묵묵히 걸어가요 / 밤이 오고 또 밤이 오고 / (…) 봄이 오고 또 새날이 와요 - 역사의 무대에서
P.85
나한테 왜 이러는데 / 도대체 이유가 뭔데 // 이 세상엔 / 이유 따윈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 (…) 이유 없는 고통이 아주 많다 // 인생은 연습도 없이 던져졌고 / 불운은 예고도 없이 기습한다 // 정직하게 노력한 만큼 된 건 하나도 없고 / 그럼에도 의미를 찾지 않으면 살 수 없는 // (…) 난 이유 따윈 몰라도 / 사랑하고 상처받고 / 다시 죽도록 사랑할 테니 - 이유 따윈
P.97
사랑은 끝이 없다네 // 사랑에 끝이 있다면 / 어떻게 그 많은 시간이 흘러서도 / 그대가 내 가슴속을 걸어 다니겠는가 // (…) 사랑에 끝이 있다면 / 어떻게 그대 이름만 떠올라도 / 한순간 그날들로 나를 데려가겠는가 // (…) 나에게 사랑은 / 한계도 없고 패배도 없고 / 죽음마저 없는 것 // 사랑은 늘 처음처럼 / 사랑은 언제나 / 시작만 있는 것 - 사랑은 끝이 없다네
P.99
아이들은 언제나 / 어른들이 가르치는 것보다 / 많은 걸 알고 있다 / 금지된 것들을 // 아이들은 언제나 / 어른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 많은 걸 배반한다 / 강요된 것들을 // (…) 아이들은 언제나 /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 훨씬 더 견뎌낸다 / 스스로 하게만 둔다면 - 아이들의 진실
P.118
부자를 돕는다며 푼돈을 건네는 건 / 부자에 대한 최고의 모욕이다 // (…) 청년을 위한다며 동정하고 위로하는 건 / 청년에 대한 최고의 모독이다 // (…) 젊음은 위로가 아닌 활로가 필요하다 / 자신만의 생생한 길을 찾아가는 힘과 / 미친 사랑의 상처가, 저항의 투혼이 필요하다 // 젊음을 ‘위로 거지’로 길들이고 / 젊음을 ‘힐링 중독’에 쩔게 하는 / 저들이 유포시킨 유행병을 물리쳐라 // 동정받기보다 공정하게 세상을 바꿔가기를 / 위로받기보다 격려하는 좋은 벗이 되기를 - 젊음에 대한 모독
P.129
여기는 2020년대 봄의 지구 / 난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외계인만 같은데 / (…) 누군가 / 환히 손을 흔들며 달려와 와락 나를 안는다 // 아, 되었다, 이것이면 되었다 // (…) 내 얼굴과 내 이름이 있는 존재로 / 만나고 손잡고 안아주는 네가 있으니 // (…) 사랑은 위험을 무릅쓴 끌어안음이니까 / 혁명은 사랑의 감염이니까 / 희망은 미지의 접촉이니까 // (…) 사랑을 한다면 그들이 우리를 죽이겠지만 / 사랑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죽은 존재니까 - 감염感染된 사랑
P.157
우는 걸 좋아한다 // (…) 눈물이 날 때의 그 진실한 기분 / 허위가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 // 비를 쏟은 하늘은 얼마나 해맑은가 // (…) 울음만이 저 깊숙한 대지로 내려가 / 쌓여온 것들을 깨끗이 정화하고 / 무언가를 살아나게 하지 않는가 // 사랑은 우는 걸 좋아한다 / 하늘은 우는 걸 좋아한다 / 나는 우는 걸 좋아한다 - 우는 걸 좋아한다
P.188
그날 종로2가 뒷골목에서 / 진압봉과 방패에 찍혀 끌려가던 / 너는, 고개 돌려 나를 바라보았지 // (…) 네 눈동자는 / 하얗게 소리치고 있었지 / 날 구해줘! 가 아니었어 / 도망가, 빨리 도망가! // 난 돌아설 수 없었지 // (…) 그로부터 나는, / 어두운 시대의 새벽길을 달렸고 // 포위된 나는, 나의 시는, / 사방으로 몸을 돌려 싸웠다 - 사방으로 몸을 돌려 싸웠다
P.192
낯선 땅에 첫발을 내딛으며 / 나는 기도한다 // 광야여 사막이여 저를 받아주소서 / 대지를 지키고 이야기를 보존해온 / 이 땅의 사람들이여 저를 받아주소서 // 우주에서 오직 이 장소에 뿌리박은 자만이 / 체득할 수 있는 삶의 진실을 전해주소서 / 기쁨의 순간들과 좋았던 일들을 들려주시고 / 고난과 실패를 이겨낸 불굴의 인내와 / 곧고 선한 인간의 위엄을 전해주소서 (…) 그리하여, 여행자의 발길을 낮추어 / 당신의 삶 속으로 나직이 스며드니 / 저를 받아주소서 - 여행자의 기도
P.200
귀한 씨앗을 심은 지 / 한 해 두 해째 봄인데도 / 감감하시다 // (…) 하도 갑갑하고 애가 타서 / 보령 야생화 농원 조규삼 선생께 / 전화를 드렸더니 // (…) 어떤 놈은 천둥번개 맞고 깨나기도 하구유 / 눈보라에 얼어야 말문이 터지기도 하구유 / 7년 만에 옷 벗고 앵기는 씨알도 있시유 // (…) 사람이 열 내고 하면유 나무가 죽어가유 / 사람이 죽은 듯 가면유 나무가 살아나유 / 귀한 나무일수록 무심無心을 좋아혀유 // (…) 나무랑 씨앗들은 지들 알아서 하라고 내비두고 / 맛있는 아욱 된장국 드시러 그냥 한번 오셔유 // 전화를 끊고 / 나무 한 번 씨앗 한 번 / 하늘 한 번 바라보다 / 허허허 웃고 일어선다 // (…) 그래, 니가 알아서 해부러라 / 살아나든지 마시든지 / 씨앗도 나무도 시도 일도 인연도 - 씨앗은 알아서
P.378
누군가 끝났다, 끝났다 울먹이면 / 말없이 등을 토닥이며 / 괜찮다, 괜찮다 가만히 속삭인다 // 나 또한 끝간 데까지 가본 자이니 // 끝났다는 것은 끝에서 난다는 것 / 끝에 가서야 무언가 나온다는 것 // 언 가지 끝에서 꽃이 피어나고 / 어둠의 끝에서 해가 솟아나고 / 절망의 끝에서야 새 희망이 나온다 // (…) 끝에서 난다 / 끝에서 나온다 - 끝에서 나온다
P.407
하늘이여 // (…) 나는 당신의 영매靈媒인 시인 / 힘없는 이들의 펜이며 말 없는 것들의 입 // (…) 먼 길을 걸어온 순례자들의 이정표 / 세상의 마음 바닥을 닦는 한 조각 걸레 / 황무지에 나무를 심는 삽이고 / 괭이이며 일손인 하나의 연장 // (…) 저를 사랑의 도구로 쓰지 않고 / 제가 사랑을 도구로 삼는다면 / 단호히 내 목을 쳐버리세요 - 그런 밤이 있다
P.435
인생이 길어졌다 / 아니 / 수명이 길어졌다 // 시간이 짧아 초조하다 / 시간이 길어 불안하다 // 인생은 짧고, 노년은 길다 // (…) 이리 오래 살 줄 알았더라면, / 다르게 배우고 다르게 일하고 / 다르게 살아왔을 텐데 // (…) 단념이 아닌 체념으로 / 자긍이 아닌 자만으로 / 아량이 아닌 아집으로 // (…) 젊음의 법정에 세워져 / 처형되기 직전이니 // 한 생의 노고와 성취가 / 부정되고 조롱받고 냉대받는 / 죄가 된 늙음이여 / 가혹한 노년이여 - 가혹한 노년
P.452
난 이제 가야 할 것 같아 / 내가 여기로 왔던 / 저 먼 어둠 속으로 // 그 길에서는 / 내가 좀 빛이 날 거야 / 사랑했으니까 // (…) 난 우주 끝까지 가볼 참이야 / 어둠 속의 빛으로 가는 / 나의 연료는 충분한 생이었으니까 / 사랑, 나를 다 사른 사랑으로 - 우주 끝까지 가볼 참이야
P.515
어두운 길을 걷다가 / 빛나는 별 하나 없다고 / 슬퍼하지 말아라 // (…) 지금까지 네가 본 별들은 / 수억 광년 전에 출발한 빛 // (…) 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 / 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 /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 - 별은 너에게로
P.520
예술가의 타락은 / 이로부터 시작된다 // 이익을 밝히는 것 / 권력과 손잡는 것 / 대중을 따르는 것 // 시인은 혁명가다 / 원칙은 세 가지다 // 가난할 것 / 저항할 것 / 고독할 것 - 시인의 각오
널 지켜줄게 / 그 말 한 마디 지키느라 / 크게 다치고 말았다 / 비틀거리며 걸어온 내 인생 // 세월이 흐르고서 나는 안다 / 젊은 날의 무모한 약속, / 그 순정한 사랑의 언약이 / 날 지켜주었음을 - 그 약속이 나를 지켰다
P.12
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 그래서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 나는 말하기를 좋아한다 / 그래서 깊은 침묵을 좋아한다 // 나는 빛나는 승리를 좋아한다 / 그래서 의미 있는 실패를 좋아한다 // (…) 나는 소소한 일상을 좋아한다 / 그래서 거대한 악과 싸워나간다 // (…) 나는 나 자신을 좋아한다 / 그래서 나를 바쳐 너를 사랑하기를 좋아한다 - 내가 좋아하는 것들
P.18
죽은 강아지를 안고 / 걸어간 적이 있다 / 생각보다 무거웠다 / 이 자그만 생의 무게도 // (…) 죽어간 것들은 무거웠다 / 진정 사랑하다 죽어서 / 내 품에 안고 걸은 것들은 / 두고두고 무거웠다 // (…) 진정 사랑했으나 끝내 / 푸른 나무로 심어주지 못하고 / 저 바람 속에 어둠 속에 두고 온 이들은 / 두고두고 날 울리며 내 안에 살아있다 - 죽은 강아지를 안고
P.53
깊은 밤에 30년째 쓰고 있는 / 만년필에 잉크를 채우다가 // (…) 만 년이 지나도 계속 쓸 수 있다는 / 만년필이라는 네 이름이 좀 / 쑥스럽지 않나 싱긋 웃었더니 / 검은 눈동자를 흘기며 토라진다 // (…) 미안, 미안하다 / 나랑 너랑 같이 30년 동안이나 / 내 첫마음을 네 첫 펜촉으로 새기며 / 막막한 흰 설원의 여백 위를 걸어 / 우리 또박또박 여기까지 왔으니 // (…) 그래, 만 년의 도구로 / 백 년의 글을 쓸 순 없지 - 만년필萬年筆
P.57
역사는 자기 방식으로 일을 해요 / 하늘은 다른 길로 뜻을 이뤄가요 // 한 시절 악의 세력이 승리해도 /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 오래 절망하지 말아요 // 그들은 지금 자신들을 통해 / 거짓과 죄악의 실체를 드러내며 / 역사의 무대에서 자기 배역을 / 충실히 수행하는 중이니까요 // (…) 어둠 속에서 패배 속에서 / 서로 함께 묵묵히 걸어가요 / 밤이 오고 또 밤이 오고 / (…) 봄이 오고 또 새날이 와요 - 역사의 무대에서
P.85
나한테 왜 이러는데 / 도대체 이유가 뭔데 // 이 세상엔 / 이유 따윈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 (…) 이유 없는 고통이 아주 많다 // 인생은 연습도 없이 던져졌고 / 불운은 예고도 없이 기습한다 // 정직하게 노력한 만큼 된 건 하나도 없고 / 그럼에도 의미를 찾지 않으면 살 수 없는 // (…) 난 이유 따윈 몰라도 / 사랑하고 상처받고 / 다시 죽도록 사랑할 테니 - 이유 따윈
P.97
사랑은 끝이 없다네 // 사랑에 끝이 있다면 / 어떻게 그 많은 시간이 흘러서도 / 그대가 내 가슴속을 걸어 다니겠는가 // (…) 사랑에 끝이 있다면 / 어떻게 그대 이름만 떠올라도 / 한순간 그날들로 나를 데려가겠는가 // (…) 나에게 사랑은 / 한계도 없고 패배도 없고 / 죽음마저 없는 것 // 사랑은 늘 처음처럼 / 사랑은 언제나 / 시작만 있는 것 - 사랑은 끝이 없다네
P.99
아이들은 언제나 / 어른들이 가르치는 것보다 / 많은 걸 알고 있다 / 금지된 것들을 // 아이들은 언제나 / 어른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 많은 걸 배반한다 / 강요된 것들을 // (…) 아이들은 언제나 /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 훨씬 더 견뎌낸다 / 스스로 하게만 둔다면 - 아이들의 진실
P.118
부자를 돕는다며 푼돈을 건네는 건 / 부자에 대한 최고의 모욕이다 // (…) 청년을 위한다며 동정하고 위로하는 건 / 청년에 대한 최고의 모독이다 // (…) 젊음은 위로가 아닌 활로가 필요하다 / 자신만의 생생한 길을 찾아가는 힘과 / 미친 사랑의 상처가, 저항의 투혼이 필요하다 // 젊음을 ‘위로 거지’로 길들이고 / 젊음을 ‘힐링 중독’에 쩔게 하는 / 저들이 유포시킨 유행병을 물리쳐라 // 동정받기보다 공정하게 세상을 바꿔가기를 / 위로받기보다 격려하는 좋은 벗이 되기를 - 젊음에 대한 모독
P.129
여기는 2020년대 봄의 지구 / 난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외계인만 같은데 / (…) 누군가 / 환히 손을 흔들며 달려와 와락 나를 안는다 // 아, 되었다, 이것이면 되었다 // (…) 내 얼굴과 내 이름이 있는 존재로 / 만나고 손잡고 안아주는 네가 있으니 // (…) 사랑은 위험을 무릅쓴 끌어안음이니까 / 혁명은 사랑의 감염이니까 / 희망은 미지의 접촉이니까 // (…) 사랑을 한다면 그들이 우리를 죽이겠지만 / 사랑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죽은 존재니까 - 감염感染된 사랑
P.157
우는 걸 좋아한다 // (…) 눈물이 날 때의 그 진실한 기분 / 허위가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 // 비를 쏟은 하늘은 얼마나 해맑은가 // (…) 울음만이 저 깊숙한 대지로 내려가 / 쌓여온 것들을 깨끗이 정화하고 / 무언가를 살아나게 하지 않는가 // 사랑은 우는 걸 좋아한다 / 하늘은 우는 걸 좋아한다 / 나는 우는 걸 좋아한다 - 우는 걸 좋아한다
P.188
그날 종로2가 뒷골목에서 / 진압봉과 방패에 찍혀 끌려가던 / 너는, 고개 돌려 나를 바라보았지 // (…) 네 눈동자는 / 하얗게 소리치고 있었지 / 날 구해줘! 가 아니었어 / 도망가, 빨리 도망가! // 난 돌아설 수 없었지 // (…) 그로부터 나는, / 어두운 시대의 새벽길을 달렸고 // 포위된 나는, 나의 시는, / 사방으로 몸을 돌려 싸웠다 - 사방으로 몸을 돌려 싸웠다
P.192
낯선 땅에 첫발을 내딛으며 / 나는 기도한다 // 광야여 사막이여 저를 받아주소서 / 대지를 지키고 이야기를 보존해온 / 이 땅의 사람들이여 저를 받아주소서 // 우주에서 오직 이 장소에 뿌리박은 자만이 / 체득할 수 있는 삶의 진실을 전해주소서 / 기쁨의 순간들과 좋았던 일들을 들려주시고 / 고난과 실패를 이겨낸 불굴의 인내와 / 곧고 선한 인간의 위엄을 전해주소서 (…) 그리하여, 여행자의 발길을 낮추어 / 당신의 삶 속으로 나직이 스며드니 / 저를 받아주소서 - 여행자의 기도
P.200
귀한 씨앗을 심은 지 / 한 해 두 해째 봄인데도 / 감감하시다 // (…) 하도 갑갑하고 애가 타서 / 보령 야생화 농원 조규삼 선생께 / 전화를 드렸더니 // (…) 어떤 놈은 천둥번개 맞고 깨나기도 하구유 / 눈보라에 얼어야 말문이 터지기도 하구유 / 7년 만에 옷 벗고 앵기는 씨알도 있시유 // (…) 사람이 열 내고 하면유 나무가 죽어가유 / 사람이 죽은 듯 가면유 나무가 살아나유 / 귀한 나무일수록 무심無心을 좋아혀유 // (…) 나무랑 씨앗들은 지들 알아서 하라고 내비두고 / 맛있는 아욱 된장국 드시러 그냥 한번 오셔유 // 전화를 끊고 / 나무 한 번 씨앗 한 번 / 하늘 한 번 바라보다 / 허허허 웃고 일어선다 // (…) 그래, 니가 알아서 해부러라 / 살아나든지 마시든지 / 씨앗도 나무도 시도 일도 인연도 - 씨앗은 알아서
P.378
누군가 끝났다, 끝났다 울먹이면 / 말없이 등을 토닥이며 / 괜찮다, 괜찮다 가만히 속삭인다 // 나 또한 끝간 데까지 가본 자이니 // 끝났다는 것은 끝에서 난다는 것 / 끝에 가서야 무언가 나온다는 것 // 언 가지 끝에서 꽃이 피어나고 / 어둠의 끝에서 해가 솟아나고 / 절망의 끝에서야 새 희망이 나온다 // (…) 끝에서 난다 / 끝에서 나온다 - 끝에서 나온다
P.407
하늘이여 // (…) 나는 당신의 영매靈媒인 시인 / 힘없는 이들의 펜이며 말 없는 것들의 입 // (…) 먼 길을 걸어온 순례자들의 이정표 / 세상의 마음 바닥을 닦는 한 조각 걸레 / 황무지에 나무를 심는 삽이고 / 괭이이며 일손인 하나의 연장 // (…) 저를 사랑의 도구로 쓰지 않고 / 제가 사랑을 도구로 삼는다면 / 단호히 내 목을 쳐버리세요 - 그런 밤이 있다
P.435
인생이 길어졌다 / 아니 / 수명이 길어졌다 // 시간이 짧아 초조하다 / 시간이 길어 불안하다 // 인생은 짧고, 노년은 길다 // (…) 이리 오래 살 줄 알았더라면, / 다르게 배우고 다르게 일하고 / 다르게 살아왔을 텐데 // (…) 단념이 아닌 체념으로 / 자긍이 아닌 자만으로 / 아량이 아닌 아집으로 // (…) 젊음의 법정에 세워져 / 처형되기 직전이니 // 한 생의 노고와 성취가 / 부정되고 조롱받고 냉대받는 / 죄가 된 늙음이여 / 가혹한 노년이여 - 가혹한 노년
P.452
난 이제 가야 할 것 같아 / 내가 여기로 왔던 / 저 먼 어둠 속으로 // 그 길에서는 / 내가 좀 빛이 날 거야 / 사랑했으니까 // (…) 난 우주 끝까지 가볼 참이야 / 어둠 속의 빛으로 가는 / 나의 연료는 충분한 생이었으니까 / 사랑, 나를 다 사른 사랑으로 - 우주 끝까지 가볼 참이야
P.515
어두운 길을 걷다가 / 빛나는 별 하나 없다고 / 슬퍼하지 말아라 // (…) 지금까지 네가 본 별들은 / 수억 광년 전에 출발한 빛 // (…) 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 / 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 /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 - 별은 너에게로
P.520
예술가의 타락은 / 이로부터 시작된다 // 이익을 밝히는 것 / 권력과 손잡는 것 / 대중을 따르는 것 // 시인은 혁명가다 / 원칙은 세 가지다 // 가난할 것 / 저항할 것 / 고독할 것 - 시인의 각오
저자소개
1957 전라남도에서 태어났다. 16세에 상경해 낮에는 노동자로 일하고 밤에는 선린상고(야간)를 다녔다. 1984 27살에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출간했다. 이 시집은 독재 정권의 금서 조치에도 100만 부 가까이 발간되며 한국 사회와 문단을 충격으로 뒤흔들었다. 감시를 피해 사용한 박노해라는 필명은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이라는 뜻으로, 이때부터 ‘얼굴 없는 시인’으로 알려졌다. 1989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결성했다. 1991 7년여의 수배 끝에 안기부에 체포, 24일간의 고문 후 ‘반국가단체 수괴’ 죄목으로 사형이 구형되고 무기징역에 처해졌다. 1993 감옥 독방에서 두 번째 시집 [참된 시작]을 출간했다. 1997 옥중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출간했다. 1998 7년 6개월 만에 석방되었다. 이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됐으나 국가보상금을 거부했다. 2000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권력의 길을 뒤로 하고 비영리단체 〈나눔문화〉(www.nanum.com)를 설립했다. 2003 이라크 전쟁터에 뛰어들면서, 전 세계 가난과 분쟁 현장에서 평화활동을 이어왔다. 2010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로 기록해온 사진을 모아 첫 사진전 「라 광야」展과 「나 거기에 그들처럼」展(세종문화회관)을 열었다. 12년 만의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출간했다. 2012 나눔문화가 운영하는 〈라 카페 갤러리〉에서 상설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다. 현재 20번째 전시를 이어가고 있으며, 총 33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2014 아시아 사진전 「다른 길」展(세종문화회관) 개최와 함께 [다른 길]을 출간했다. 2019 박노해 사진에세이 시리즈 [하루],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길]을 출간했다. 2020 첫 번째 시 그림책 [푸른 빛의 소녀가]를 출간했다. 2021 [걷는 독서]를 출간했다. 감옥에서부터 30년간 써온 한 권의 책, ‘우주에서의 인간의 길’을 담은 사상서를 집필 중이다. ‘적은 소유로 기품 있게’ 살아가는 〈참사람의 숲〉을 꿈꾸며, 오늘도 시인의 작은 정원에서 꽃과 나무를 심고 기르며 새로운 혁명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instagram @park_no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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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이후
박노해 시인의 12년만의 신작시집
가슴에 벼락 같이 꽂히는 한 줄의 시詩를 만난 적이 있는가. 내 안의 나를 흔들어 깨우는 목소리, 어둑한 앞길을 비춰주는 빛과 같은 문장을. 때로 그 한 줄에 기대어 힘겨운 날들을 버텨내고, 나를 다시 살게 하는 그런 시를. 상처 난 우리 가슴은 간절히 시를 부르고 있다. 세상의 분노와 혐오에 휩쓸릴 때, 하루하루 내 영혼을 잃어갈 때, 이 세계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면서도 무력하기만 할 때. 바로 그때, 박노해의 시를 꺼내 들어야 하는 순간이다.
수많은 독자들의 “인생 시집”이 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이후 12년 만에 박노해 시인의 신작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가 출간된다. 3천여 편의 육필 원고 가운데 301편을 묶어 펴낸 이번 시집에는 그동안 입에서 입으로 낭송되고 사랑받은 시들, 그러나 책으로는 처음 출간되는 「너의 하늘을 보아」, 「별은 너에게로」, 「살아서 돌아온 자」, 「경계」, 「이별은 차마 못했네」, 「동그란 길로 가다」 등의 시도 함께 담겨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하늘이 있다.” 밤하늘의 북두칠성처럼 언제나 나의 길을 밝혀줄 301편의 시를 건네며 박노해 시인은 말한다. 자신의 삶이 빚어낸 이 시들은 이제 그대의 시이자 우리의 시라고. “나의 시는 어둠과 눈물 속에서 암시暗示받은 암시暗詩일 뿐, 이 시는 그대의 것이다. 그대가 말하라. 자신의 것으로, 자신의 삶으로, 자신이 싸워낸 진실로.”
시인이자 혁명가이며 유랑자로 살아온 인생
젊은 날의 약속이 있어, “그 약속이 나를 지켰다”
“저주받은 시인이고 / 실패한 혁명가이며 / 추방당한 유랑자”(「취한 밤의 독백」) 박노해. 그는 가난한 청년 노동자 시절을 지나, 민주화 운동으로 사형 구형과 무기징역 감옥살이, 석방 후에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새로운 혁명의 길을 걸어왔다. 그의 길은 어둠이었으나 그는 언제나 ‘빛을 찾아가는 여정’에 자신을 두었다.
[노동의 새벽](1984)을 썼던 27살의 ‘얼굴 없는 시인’은 이제 머리에 흰 서리가 내려앉은 70을 바라보는 성상星霜이 되었다. 그럼에도 [너의 하늘을 보아]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온 ‘푸른 마음’의 소년을 마주하는 것 같다. 박노해 시인은 “그 약속이 나를 지켰다”고 말한다. “널 지켜줄게 / 그 말 한 마디 지키느라 / 크게 다치고 말았다 / 비틀거리며 걸어온 내 인생 // 세월이 흐르고서 나는 안다 / 젊은 날의 무모한 약속, / 그 순정한 사랑의 언약이 / 날 지켜주었음을”(「그 약속이 나를 지켰다」). 변함없는 ‘첫마음의 길’을 걸어온 그의 힘은 바로 그 ‘약속’이었다.
[너의 하늘을 보아]에는 “오직 나 자신만이 증인”인 그의 삶과 사랑, 투쟁과 상처의 고백이 오롯이 담겨있다. 그렇기에 이 푸른빛의 시집은 잊고 있던 ‘내 안의 소년 소녀’를 일깨운다. 선함과 사랑의 길로 손내민다. “자신 안에 자리한 악의 능력을 /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자가 있다 // 자신 안에 커오는 선의 능력을 / 쉬임 없이 고무시키는 자가 있다 // (…) 아무리 무력한 듯해도 선한 사람은 / 선한 존재 자체로 내뿜는 영향력이 있으니”(「선한 영향력이 있으니」).
삶과 죽음, 청춘과 사랑, 아이와 노년, 관계와 휴식,
인생의 모든 순간이 담긴 한 권의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는 528쪽의 두께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한 사람이 쓴 시라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수많은 목소리가 울려온다. 탄생과 사랑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굵직한 순간 사이로 아이와 부모, 교육과 배움, 연애와 이별, 청춘과 노년, 정원과 농사, 독서와 여행, 고독과 관계 등 삶의 모든 순간이 이 한 권의 시집에 담겨있다. 평범하다 여겼던 일상이 순간 비범한 행위로 비약하고, 이렇게 풍요로운 의미로 빚어질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내 영혼을 맑게 하는 시, 인생의 고비마다 꺼내 읽고 인용하고 싶은 시가 가득하다.
특히 이 땅의 청춘에게 보내는 애정과 격려의 시편들이 많다. 흔한 ‘위로’가 아닌 정신이 번쩍 나는 ‘직언’을 건넨다. “젊음은, 조심하라 // 젊은 너의 마음을 얻으려 / 온갖 위로와 재미를 바치며 / 화려한 유행의 분방함으로 / 고귀한 젊음을 탕진케 하리니”(「젊음은, 조심하라」). “고통에도 습관의 수준이 있어 / 그러니까, 고통을 견뎌내는 / 자기 한계선을 높여 놓아야 해 // (…) 고통받을 그 무엇도 하지 않으면 / 그 무엇도 아닌 존재가 되고 말 테니까”(「못 견딜 고통은 없어」). 젊음을 위로하고 젊음에 편승하는 시대, 박노해 시인은 뜨거운 믿음으로 말한다. “청년을 위한다며 동정하고 위로하는 건 / 청년에 대한 최고의 모독이다 / 젊음은 젊음 그 자체로 힘이다 // (…) 젊음은 위로가 아닌 활로가 필요하다”(「젊음에 대한 모독」). 어쩌면 아프고 불편하기까지 한 박노해의 시는, 바로 그렇기에 우리 영혼을 강인하게 하는 힘이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인식의 전복
‘시를 읽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박노해 시인의 시는 사건과 사물, 세상과 자신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무심한 돌 하나에서도, 풀꽃과 나무, 책과 만년필에서도 그 존재의 전혀 다른 빛을 비춰낸다. 그의 통찰과 성찰, 상식을 전복하는 관점은 기존의 세계관을 번쩍 확장시키고, 그 시를 읽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는 강렬한 체험과 감동을 선사한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 그런 게 아니다 인간은 // 사랑받기보다 / 사랑을 하기 / 사랑이 되기”(「사랑이 되기」). “내 손바닥에 세상을 놓고 / 스마트폰을 갖고 놀다 보니 / 스마트폰이 나를 갖고 논다 // 편리가 나를 갖고 논다 / 검색이 나를 갖고 논다 / 재미가 나를 갖고 논다 // (…) 아무래도 크게 걸려든 것 같다”(「나를 갖고 논다」). “인생이 길어졌다 / 아니 / 수명이 길어졌다 // 시간이 짧아 초조하다 / 시간이 길어 불안하다 / 인생은 짧고, 노년은 길다 // 삶이 이리 길 줄 알았더라면, / (…) 다르게 배우고 다르게 일하고 / 다르게 살아왔을 텐데”(「가혹한 노년」).
전대미문의 사태였던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해서도 그는 말한다. “하얀 천에 씌워진 인간의 봄날에 / 벚꽃 날리는 시대의 상여喪輿 길에 / 나는 검은 옷을 입고 애도하듯 / 최후의 게릴라처럼 홀로 걷는다 // 문득 죽음 같은 고요가 밀려온다 / 하이얀 얼굴들의 차가운 공기가 / 거리마다 혁명 없는 잔싸움이 / 병적인 우울과 무력한 일상이 // (…) 다 죽은 듯 황량하던 대지에 / 얼음 속의 꽃씨 하나처럼 / 견디고 지키고 은신한 그대가 / 여기요, 나 살아있어요, / 거기 누구 살아있나요, / 꽃눈처럼 떨림으로 부르는 소리 // (…) 그렇게 다시 봄이 오고 / 그렇게 다시 빛이 오고”(「하얀 봄날에」). 그의 예리한 정신의 시어들은 시대 모순의 급소를 찌르면서도, 상처 입은 영혼들에게 바치는 한 송이 들꽃 같은 깊은 서정을 담고 있다.
맑은 눈물로 마음이 씻기며
더 크고 고귀한 존재가 되는 ‘시의 체험’
박노해 시인의 시는 쉽다. 난해한 의미를 해석하느라 복잡하게 머리를 맴돌지 않고 바로 가슴으로 꽂히는 시이다. 기교와 장식 없이 시퍼렇게 벼린 시어들은 단순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리듬감에 흡입력이 있어, 마침표 한 번 찍지 않고 끝까지 휘몰아치며 빠져들게 한다. 내면의 심연에서 우주의 대서사시까지, 그 시의 공간과 시간 속으로 단숨에 이끌며 시를 읽는 순간 그것을 ‘체험’시켜 버린다. 박노해의 시는 생생히 살아있다. 눈물이 터지는 시, 웃음이 나오는 시, 가슴에 불을 붙이는 시, 고요히 잠겨드는 시, 그렇게 시를 읽는 동안 제대로 웃고 제대로 울면서 ‘내 안에 이렇게 많은 내가 살아 있었구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눈물이 날 때의 그 진실한 기분 / 허위가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 // 비를 쏟은 하늘은 얼마나 해맑은가 // (…) 사랑은 우는 걸 좋아한다 / 하늘은 우는 걸 좋아한다 / 나는 우는 걸 좋아한다”(「우는 걸 좋아한다」). 그가 사랑한 이들이 아프고 상처 난 존재였기 때문일까. 눈물 그렁한 전쟁터의 아이들, 독재에 저항하다 스러진 청년들, 영혼의 총을 든 소년 소녀 게릴라들, 곧은 마음으로 어려운 날을 견뎌온 민초들, 그들이 미처 울지 못한 시대의 울음이 크게 터져 나온다. 맑은 눈물로 마음이 씻기며 더 크고 고귀한 존재가 되는 진정한 ‘시의 체험’을 선사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하늘이 있다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가난이 서러울 땐 하늘을 보았어요 / 죽은 아빠가 그리울 땐 하늘을 보았어요 / 억울하고 따돌림당하고 외로운 날엔 / 홀로 먼 길을 돌아가며 하늘을 보았어요 // (…) 나는 하늘을 보는 소년이었어요 // (…) 나에겐 하늘이 있었어요 / 하늘이 눈에 담은 내가 있었어요 / 오늘도 난 하늘을 보는 소년이에요”(「하늘을 보는 소년」).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하늘이 있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조차. 하늘 같은 마음의 그대에게, 오래도록 사랑의 불씨를 품어온 박노해 시인의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를 전한다. 지구의 끝간 데까지 밀어 나간 박노해 시인이 검푸른 우주를 품고 ‘끝에서 나오는 새로운 길’을 별의 지도처럼 펼쳐내는 시집. 어느 쪽을 펴 보아도, 삶으로 살아낸 지혜를 기꺼이 나눠주고, 나만의 길을 찾아갈 용기가 되어줄 것이다. 표제 시 「너의 하늘을 보아」가 수많은 10대들의 “내 인생의 시”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별빛 쏟아지는 이 푸른빛의 시집을 아이들 곁에 꼭 놓아주면 좋겠다.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 가만히 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 너의 하늘을 보아”(「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시인의 12년만의 신작시집
가슴에 벼락 같이 꽂히는 한 줄의 시詩를 만난 적이 있는가. 내 안의 나를 흔들어 깨우는 목소리, 어둑한 앞길을 비춰주는 빛과 같은 문장을. 때로 그 한 줄에 기대어 힘겨운 날들을 버텨내고, 나를 다시 살게 하는 그런 시를. 상처 난 우리 가슴은 간절히 시를 부르고 있다. 세상의 분노와 혐오에 휩쓸릴 때, 하루하루 내 영혼을 잃어갈 때, 이 세계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면서도 무력하기만 할 때. 바로 그때, 박노해의 시를 꺼내 들어야 하는 순간이다.
수많은 독자들의 “인생 시집”이 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이후 12년 만에 박노해 시인의 신작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가 출간된다. 3천여 편의 육필 원고 가운데 301편을 묶어 펴낸 이번 시집에는 그동안 입에서 입으로 낭송되고 사랑받은 시들, 그러나 책으로는 처음 출간되는 「너의 하늘을 보아」, 「별은 너에게로」, 「살아서 돌아온 자」, 「경계」, 「이별은 차마 못했네」, 「동그란 길로 가다」 등의 시도 함께 담겨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하늘이 있다.” 밤하늘의 북두칠성처럼 언제나 나의 길을 밝혀줄 301편의 시를 건네며 박노해 시인은 말한다. 자신의 삶이 빚어낸 이 시들은 이제 그대의 시이자 우리의 시라고. “나의 시는 어둠과 눈물 속에서 암시暗示받은 암시暗詩일 뿐, 이 시는 그대의 것이다. 그대가 말하라. 자신의 것으로, 자신의 삶으로, 자신이 싸워낸 진실로.”
시인이자 혁명가이며 유랑자로 살아온 인생
젊은 날의 약속이 있어, “그 약속이 나를 지켰다”
“저주받은 시인이고 / 실패한 혁명가이며 / 추방당한 유랑자”(「취한 밤의 독백」) 박노해. 그는 가난한 청년 노동자 시절을 지나, 민주화 운동으로 사형 구형과 무기징역 감옥살이, 석방 후에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새로운 혁명의 길을 걸어왔다. 그의 길은 어둠이었으나 그는 언제나 ‘빛을 찾아가는 여정’에 자신을 두었다.
[노동의 새벽](1984)을 썼던 27살의 ‘얼굴 없는 시인’은 이제 머리에 흰 서리가 내려앉은 70을 바라보는 성상星霜이 되었다. 그럼에도 [너의 하늘을 보아]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온 ‘푸른 마음’의 소년을 마주하는 것 같다. 박노해 시인은 “그 약속이 나를 지켰다”고 말한다. “널 지켜줄게 / 그 말 한 마디 지키느라 / 크게 다치고 말았다 / 비틀거리며 걸어온 내 인생 // 세월이 흐르고서 나는 안다 / 젊은 날의 무모한 약속, / 그 순정한 사랑의 언약이 / 날 지켜주었음을”(「그 약속이 나를 지켰다」). 변함없는 ‘첫마음의 길’을 걸어온 그의 힘은 바로 그 ‘약속’이었다.
[너의 하늘을 보아]에는 “오직 나 자신만이 증인”인 그의 삶과 사랑, 투쟁과 상처의 고백이 오롯이 담겨있다. 그렇기에 이 푸른빛의 시집은 잊고 있던 ‘내 안의 소년 소녀’를 일깨운다. 선함과 사랑의 길로 손내민다. “자신 안에 자리한 악의 능력을 /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자가 있다 // 자신 안에 커오는 선의 능력을 / 쉬임 없이 고무시키는 자가 있다 // (…) 아무리 무력한 듯해도 선한 사람은 / 선한 존재 자체로 내뿜는 영향력이 있으니”(「선한 영향력이 있으니」).
삶과 죽음, 청춘과 사랑, 아이와 노년, 관계와 휴식,
인생의 모든 순간이 담긴 한 권의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는 528쪽의 두께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한 사람이 쓴 시라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수많은 목소리가 울려온다. 탄생과 사랑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굵직한 순간 사이로 아이와 부모, 교육과 배움, 연애와 이별, 청춘과 노년, 정원과 농사, 독서와 여행, 고독과 관계 등 삶의 모든 순간이 이 한 권의 시집에 담겨있다. 평범하다 여겼던 일상이 순간 비범한 행위로 비약하고, 이렇게 풍요로운 의미로 빚어질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내 영혼을 맑게 하는 시, 인생의 고비마다 꺼내 읽고 인용하고 싶은 시가 가득하다.
특히 이 땅의 청춘에게 보내는 애정과 격려의 시편들이 많다. 흔한 ‘위로’가 아닌 정신이 번쩍 나는 ‘직언’을 건넨다. “젊음은, 조심하라 // 젊은 너의 마음을 얻으려 / 온갖 위로와 재미를 바치며 / 화려한 유행의 분방함으로 / 고귀한 젊음을 탕진케 하리니”(「젊음은, 조심하라」). “고통에도 습관의 수준이 있어 / 그러니까, 고통을 견뎌내는 / 자기 한계선을 높여 놓아야 해 // (…) 고통받을 그 무엇도 하지 않으면 / 그 무엇도 아닌 존재가 되고 말 테니까”(「못 견딜 고통은 없어」). 젊음을 위로하고 젊음에 편승하는 시대, 박노해 시인은 뜨거운 믿음으로 말한다. “청년을 위한다며 동정하고 위로하는 건 / 청년에 대한 최고의 모독이다 / 젊음은 젊음 그 자체로 힘이다 // (…) 젊음은 위로가 아닌 활로가 필요하다”(「젊음에 대한 모독」). 어쩌면 아프고 불편하기까지 한 박노해의 시는, 바로 그렇기에 우리 영혼을 강인하게 하는 힘이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인식의 전복
‘시를 읽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박노해 시인의 시는 사건과 사물, 세상과 자신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무심한 돌 하나에서도, 풀꽃과 나무, 책과 만년필에서도 그 존재의 전혀 다른 빛을 비춰낸다. 그의 통찰과 성찰, 상식을 전복하는 관점은 기존의 세계관을 번쩍 확장시키고, 그 시를 읽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는 강렬한 체험과 감동을 선사한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 그런 게 아니다 인간은 // 사랑받기보다 / 사랑을 하기 / 사랑이 되기”(「사랑이 되기」). “내 손바닥에 세상을 놓고 / 스마트폰을 갖고 놀다 보니 / 스마트폰이 나를 갖고 논다 // 편리가 나를 갖고 논다 / 검색이 나를 갖고 논다 / 재미가 나를 갖고 논다 // (…) 아무래도 크게 걸려든 것 같다”(「나를 갖고 논다」). “인생이 길어졌다 / 아니 / 수명이 길어졌다 // 시간이 짧아 초조하다 / 시간이 길어 불안하다 / 인생은 짧고, 노년은 길다 // 삶이 이리 길 줄 알았더라면, / (…) 다르게 배우고 다르게 일하고 / 다르게 살아왔을 텐데”(「가혹한 노년」).
전대미문의 사태였던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해서도 그는 말한다. “하얀 천에 씌워진 인간의 봄날에 / 벚꽃 날리는 시대의 상여喪輿 길에 / 나는 검은 옷을 입고 애도하듯 / 최후의 게릴라처럼 홀로 걷는다 // 문득 죽음 같은 고요가 밀려온다 / 하이얀 얼굴들의 차가운 공기가 / 거리마다 혁명 없는 잔싸움이 / 병적인 우울과 무력한 일상이 // (…) 다 죽은 듯 황량하던 대지에 / 얼음 속의 꽃씨 하나처럼 / 견디고 지키고 은신한 그대가 / 여기요, 나 살아있어요, / 거기 누구 살아있나요, / 꽃눈처럼 떨림으로 부르는 소리 // (…) 그렇게 다시 봄이 오고 / 그렇게 다시 빛이 오고”(「하얀 봄날에」). 그의 예리한 정신의 시어들은 시대 모순의 급소를 찌르면서도, 상처 입은 영혼들에게 바치는 한 송이 들꽃 같은 깊은 서정을 담고 있다.
맑은 눈물로 마음이 씻기며
더 크고 고귀한 존재가 되는 ‘시의 체험’
박노해 시인의 시는 쉽다. 난해한 의미를 해석하느라 복잡하게 머리를 맴돌지 않고 바로 가슴으로 꽂히는 시이다. 기교와 장식 없이 시퍼렇게 벼린 시어들은 단순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리듬감에 흡입력이 있어, 마침표 한 번 찍지 않고 끝까지 휘몰아치며 빠져들게 한다. 내면의 심연에서 우주의 대서사시까지, 그 시의 공간과 시간 속으로 단숨에 이끌며 시를 읽는 순간 그것을 ‘체험’시켜 버린다. 박노해의 시는 생생히 살아있다. 눈물이 터지는 시, 웃음이 나오는 시, 가슴에 불을 붙이는 시, 고요히 잠겨드는 시, 그렇게 시를 읽는 동안 제대로 웃고 제대로 울면서 ‘내 안에 이렇게 많은 내가 살아 있었구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눈물이 날 때의 그 진실한 기분 / 허위가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 // 비를 쏟은 하늘은 얼마나 해맑은가 // (…) 사랑은 우는 걸 좋아한다 / 하늘은 우는 걸 좋아한다 / 나는 우는 걸 좋아한다”(「우는 걸 좋아한다」). 그가 사랑한 이들이 아프고 상처 난 존재였기 때문일까. 눈물 그렁한 전쟁터의 아이들, 독재에 저항하다 스러진 청년들, 영혼의 총을 든 소년 소녀 게릴라들, 곧은 마음으로 어려운 날을 견뎌온 민초들, 그들이 미처 울지 못한 시대의 울음이 크게 터져 나온다. 맑은 눈물로 마음이 씻기며 더 크고 고귀한 존재가 되는 진정한 ‘시의 체험’을 선사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하늘이 있다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가난이 서러울 땐 하늘을 보았어요 / 죽은 아빠가 그리울 땐 하늘을 보았어요 / 억울하고 따돌림당하고 외로운 날엔 / 홀로 먼 길을 돌아가며 하늘을 보았어요 // (…) 나는 하늘을 보는 소년이었어요 // (…) 나에겐 하늘이 있었어요 / 하늘이 눈에 담은 내가 있었어요 / 오늘도 난 하늘을 보는 소년이에요”(「하늘을 보는 소년」).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하늘이 있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조차. 하늘 같은 마음의 그대에게, 오래도록 사랑의 불씨를 품어온 박노해 시인의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를 전한다. 지구의 끝간 데까지 밀어 나간 박노해 시인이 검푸른 우주를 품고 ‘끝에서 나오는 새로운 길’을 별의 지도처럼 펼쳐내는 시집. 어느 쪽을 펴 보아도, 삶으로 살아낸 지혜를 기꺼이 나눠주고, 나만의 길을 찾아갈 용기가 되어줄 것이다. 표제 시 「너의 하늘을 보아」가 수많은 10대들의 “내 인생의 시”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별빛 쏟아지는 이 푸른빛의 시집을 아이들 곁에 꼭 놓아주면 좋겠다.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 가만히 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 너의 하늘을 보아”(「너의 하늘을 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