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탱자 : 근현대 산문 대가들의 깊고 깊은 산문 모음
총서명
봄날의책 한국산문선{}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11110
가격
₩ 12,000
ISBN
9791186372913
페이지
217 p.
판형
125 X 205 mm
커버
Book
책 소개
엮은이 박미경의 안목과 취향에 의지해 고르고 고른 스물두명의 작가, 서른일곱 편의 산문. 시인 오규원, 소설가 윤후명, 시인 장석남, 소설가 오정희, 소설가 박완서, 시인 함민복, 시인 정현종, 시인 김영태, 소설가 이태준, 시인 백석, 시인 이상 등, 시인이라 불리는 이들, 소설가라 불리는 이들의 아주 깊은 산문을 한데 모았다. 그리고 시인이라는 이름, 소설가라는 이름이 아니라, 그와는 꽤 다른 이름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온 이들―사진가 김지연, 농민 유소림, 학자 김화영, 스님 법정, 아동문학가 권정생, 사진가 강운구, 음악가 황병기, 학자 신영복, 미술가 안규철, 화가 김용준―의 산문 역시, 앞의 이름들에 뒤지지 않는 뚜렷한 향기와 색깔과 촉감으로 자기를 드러다. 작가로, 산문가로 충분히 기억되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난 사람―김서령과 윤택수―의 글도 다시 한번 소개다.
목차
1.
오규원, <한 양종 나팔꽃과 함께>
오규원, <탱자나무의 시절>
김지연, <부덕이>
김서령, <사과>
김서령, <과꽃이 피었다>
유소림, <발자국>
유소림, <산 것들, 죽은 것들>
윤후명, <나무의 이름>
윤후명, <보랏빛 꽃을 손에 들고>
장석남, <아주 조그만 평화를 위하여>
장석남, <가만히 깊어가는 것들>
2.
오정희, <나이 드는 일>
오정희, <낙엽을 태우며>
박완서, <트럭 아저씨>
함민복, <찬밥과 어머니>
함민복, <죄와 선물>
김화영, <이삿짐과 진실>
법정, <탁상시계 이야기>
정현종, <메와 개똥벌레>
정현종, <재떨이, 대지의 이미지>
권정생, <목생 형님>
3.
김영태, <풍경·E 베니스에서의 죽음>
김영태, <풍경·F 애칭에 대해서>
강운구, <어디에 누울 것인가>
강운구, <길에서 길을 잃다>
황병기, <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
신영복, <나의 숨결로 나를 데우며>
안규철, <어린 시절 창가에서>
안규철, <그릇들>
4.
윤택수, <훔친 책, 빌린 책, 내 책>
김용준, <구와꽃>
김용준, <두꺼비 연적을 산 이야기>
이태준, <벽>
이태준, <고독>
백석, <해빈수첩>
백석, <동해>
이상, <산촌여정_성천 기행 중의 몇 절>
오규원, <한 양종 나팔꽃과 함께>
오규원, <탱자나무의 시절>
김지연, <부덕이>
김서령, <사과>
김서령, <과꽃이 피었다>
유소림, <발자국>
유소림, <산 것들, 죽은 것들>
윤후명, <나무의 이름>
윤후명, <보랏빛 꽃을 손에 들고>
장석남, <아주 조그만 평화를 위하여>
장석남, <가만히 깊어가는 것들>
2.
오정희, <나이 드는 일>
오정희, <낙엽을 태우며>
박완서, <트럭 아저씨>
함민복, <찬밥과 어머니>
함민복, <죄와 선물>
김화영, <이삿짐과 진실>
법정, <탁상시계 이야기>
정현종, <메와 개똥벌레>
정현종, <재떨이, 대지의 이미지>
권정생, <목생 형님>
3.
김영태, <풍경·E 베니스에서의 죽음>
김영태, <풍경·F 애칭에 대해서>
강운구, <어디에 누울 것인가>
강운구, <길에서 길을 잃다>
황병기, <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
신영복, <나의 숨결로 나를 데우며>
안규철, <어린 시절 창가에서>
안규철, <그릇들>
4.
윤택수, <훔친 책, 빌린 책, 내 책>
김용준, <구와꽃>
김용준, <두꺼비 연적을 산 이야기>
이태준, <벽>
이태준, <고독>
백석, <해빈수첩>
백석, <동해>
이상, <산촌여정_성천 기행 중의 몇 절>
본문발췌
P.17
탱자꽃이 지고 나면 꽃이 진 자리마다 녹색의 탱자 열매가 별처럼 수북하게 열렸다. 그 별들이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무슨 기적처럼, 작은 황금빛 태양이 되어 탱자나무 가지마다 가득 떠올랐다. 어느 누가 저렇게 많은 태양을 한꺼번에 떠올릴 수 있단 말인가?
― 오규원, 「탱자나무의 시절」
P.26~27
사과의 물리적 형태가 점점 눈앞에서 사라진다. 스미는 과즙에 몸이 환호한다. 우주와 내가 둘이 아님을 감지한다. 마침내 드러나는 두 개의 사과씨! 낙담도 회한도 고독도 단숨에 제압하는 핵! 이 씨앗이 사랑으로 미쳐 다시 한 번 사과로 환원되는 날이 올까……. 작은 생명을 오래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은 평화다. 신비다. 명백한 행복이다.
― 김서령, 「사과」
P.49~50
늦은 아침, 밥을 먹겠다고 부엌으로 다가가 문득 식탁을 허리띠만 한 리본으로 묶어놓고 있는 햇빛 자락을 보았습니다. 도화지 한 장으로도 다 가릴 수 있는 쪽창문 틈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 내 삶을 내내 묶는 한 아름다운 띠가 되리라는 예감이 듭니다.
― 장석남, 「아주 조그만 평화를 위하여」
P.64
내 눈이 더 많이 머무는 것은 기분 좋은 소리로 타들어가는 나뭇잎이나 연기보다, 신기해하는 빛으로 불꽃을 열심히 지켜보는 아이의 얼굴이다. (…) 아름다운 계절이 가고 있다. 누군들 다음 해의 가을 역시 이와 같으리라고 범연할 수 있을까.
― 오정희, 「낙엽을 태우며」
P.78
그날 찬밥이 차려진 밥상에는 기다림이 배어 있었다. 짠 된장국이 다디달아 자꾸 찍어 먹던 밤, 지붕 낮은 우리 집 마당에는 달빛이 곱게 내렸고, 세 식구가 앉아 있는 쪽마루에는 구절초 냄새와 더덕 향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 함민복, 「찬밥과 어머니」
P.90
너무 많아진 이삿짐도 실은 무대장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웃집 이삿짐 보따리를 볼 때마다 다시 확인하곤 한다. 이삿짐은 쓸쓸하고 적막해 보이지만 벌거벗은 삶의 진실을 손가락질해준다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꿈을 깨뜨리기도 하지만 우리를 헛된 오만으로부터, 부질없는 확신으로부터 해방시켜준다.
― 김화영, 「이삿짐과 진실」
P.100
우리 일생의 시공 중에서 어린 시절의 시공만큼 넘치는 시공이 없다는 거야 말할 것도 없는 노릇이지만, 어린 시절을 꿈꾸는 동안이란 다름 아니라 회생의 시간이며, 우리를 유례없는 서늘한 공간으로 풀어놓음으로써 생의 감각을 원천적으로 회복케 하는 신묘한 시간이다.
― 정현종, 「메와 개똥벌레」
P.142~143
황금은 불변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겠지만, 곧 져버리는 꽃, 그 꽃잎에 맺힌 이슬, 심지어 그 이슬의 그림자조차도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가치가 있다. 음악은 사라지는 것 중에서도 가장 순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음악에 몰입한다는 것은 ‘순간에 충실함’으로써 ‘순수한 시간을 지니게 되는 것,’ 베르그송이 말하는 모든 사물의 근원으로서의 ‘순수 지속’을 지니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황병기, 「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
P.153~154
그릇을 만들 때 우리는 그 소리들을 같이 만든다. 또는 우리가 그릇을 만드는 동안 그릇은 그 소리들을 만든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우리는 그것들을 그릇으로 사용하지만 그것들은 자신들이 악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릇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일이다. 악기의 삶을 사는 것은 그들의 일이다.
― 안규철, 「그릇들」
P.169
꽃 모양, 잎새 모양, 줄기 뻗은 꼴까지 이렇다 할 화려함도 없고 그럴듯한 품위나 아취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꽃에서 보기 드문 보랏빛이 있다는 탓인지, 꽃철이 아닌 이 계절에 유난스럽게 씩씩하게 피어나는 탓인지, 아무런 특색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버릴 수 없는 정취가 있고 애착을 주는 것이 이 꽃의 특색이다.
― 김용준, 「구와꽃」
탱자꽃이 지고 나면 꽃이 진 자리마다 녹색의 탱자 열매가 별처럼 수북하게 열렸다. 그 별들이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무슨 기적처럼, 작은 황금빛 태양이 되어 탱자나무 가지마다 가득 떠올랐다. 어느 누가 저렇게 많은 태양을 한꺼번에 떠올릴 수 있단 말인가?
― 오규원, 「탱자나무의 시절」
P.26~27
사과의 물리적 형태가 점점 눈앞에서 사라진다. 스미는 과즙에 몸이 환호한다. 우주와 내가 둘이 아님을 감지한다. 마침내 드러나는 두 개의 사과씨! 낙담도 회한도 고독도 단숨에 제압하는 핵! 이 씨앗이 사랑으로 미쳐 다시 한 번 사과로 환원되는 날이 올까……. 작은 생명을 오래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은 평화다. 신비다. 명백한 행복이다.
― 김서령, 「사과」
P.49~50
늦은 아침, 밥을 먹겠다고 부엌으로 다가가 문득 식탁을 허리띠만 한 리본으로 묶어놓고 있는 햇빛 자락을 보았습니다. 도화지 한 장으로도 다 가릴 수 있는 쪽창문 틈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 내 삶을 내내 묶는 한 아름다운 띠가 되리라는 예감이 듭니다.
― 장석남, 「아주 조그만 평화를 위하여」
P.64
내 눈이 더 많이 머무는 것은 기분 좋은 소리로 타들어가는 나뭇잎이나 연기보다, 신기해하는 빛으로 불꽃을 열심히 지켜보는 아이의 얼굴이다. (…) 아름다운 계절이 가고 있다. 누군들 다음 해의 가을 역시 이와 같으리라고 범연할 수 있을까.
― 오정희, 「낙엽을 태우며」
P.78
그날 찬밥이 차려진 밥상에는 기다림이 배어 있었다. 짠 된장국이 다디달아 자꾸 찍어 먹던 밤, 지붕 낮은 우리 집 마당에는 달빛이 곱게 내렸고, 세 식구가 앉아 있는 쪽마루에는 구절초 냄새와 더덕 향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 함민복, 「찬밥과 어머니」
P.90
너무 많아진 이삿짐도 실은 무대장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웃집 이삿짐 보따리를 볼 때마다 다시 확인하곤 한다. 이삿짐은 쓸쓸하고 적막해 보이지만 벌거벗은 삶의 진실을 손가락질해준다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꿈을 깨뜨리기도 하지만 우리를 헛된 오만으로부터, 부질없는 확신으로부터 해방시켜준다.
― 김화영, 「이삿짐과 진실」
P.100
우리 일생의 시공 중에서 어린 시절의 시공만큼 넘치는 시공이 없다는 거야 말할 것도 없는 노릇이지만, 어린 시절을 꿈꾸는 동안이란 다름 아니라 회생의 시간이며, 우리를 유례없는 서늘한 공간으로 풀어놓음으로써 생의 감각을 원천적으로 회복케 하는 신묘한 시간이다.
― 정현종, 「메와 개똥벌레」
P.142~143
황금은 불변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겠지만, 곧 져버리는 꽃, 그 꽃잎에 맺힌 이슬, 심지어 그 이슬의 그림자조차도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가치가 있다. 음악은 사라지는 것 중에서도 가장 순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음악에 몰입한다는 것은 ‘순간에 충실함’으로써 ‘순수한 시간을 지니게 되는 것,’ 베르그송이 말하는 모든 사물의 근원으로서의 ‘순수 지속’을 지니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황병기, 「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
P.153~154
그릇을 만들 때 우리는 그 소리들을 같이 만든다. 또는 우리가 그릇을 만드는 동안 그릇은 그 소리들을 만든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우리는 그것들을 그릇으로 사용하지만 그것들은 자신들이 악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릇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일이다. 악기의 삶을 사는 것은 그들의 일이다.
― 안규철, 「그릇들」
P.169
꽃 모양, 잎새 모양, 줄기 뻗은 꼴까지 이렇다 할 화려함도 없고 그럴듯한 품위나 아취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꽃에서 보기 드문 보랏빛이 있다는 탓인지, 꽃철이 아닌 이 계절에 유난스럽게 씩씩하게 피어나는 탓인지, 아무런 특색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버릴 수 없는 정취가 있고 애착을 주는 것이 이 꽃의 특색이다.
― 김용준, 「구와꽃」
저자소개
이름에 ‘자유’가 들어가는 것에 반해, 기업체 홍보실을 그만두고 자유기고가가 되었다. 여러 매체에 글을 쓰는 자유기고가로, 편집자로 오랫동안 일했다. 2016년 현재는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의 관장으로 전시기획을 포함한 류가헌의 살림을 관장하고 있다. 문화와 그 주변부에 관심을 두고, 일상 속에서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서평
근현대 산문 대가 22명의 깊고 깊은 산문 37편!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내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빼어나게 아름다운 향과 색과 촉을 지닌 글들을, 차마 혼자 알기 아까운 글들을, 오래 고르고 골랐습니다.”
그들은 강운구, 권정생, 김서령, 김영태, 김용준, 김지연, 김화영, 박완서, 백석, 법정, 신영복, 안규철, 오규원, 오정희, 유소림, 윤택수, 윤후명, 이상, 이태준, 장석남, 정현종, 함민복, 황병기 작가입니다.
*
시인 오규원, 소설가 윤후명, 시인 장석남, 소설가 오정희, 소설가 박완서, 시인 함민복, 시인 정현종, 시인 김영태, 소설가 이태준, 시인 백석, 시인 이상 등, 시인이라 불리는 이들, 소설가라 불리는 이들의 아주 깊은 산문을 한데 모았습니다. 자신의 시에, 자신의 소설에 결코 뒤지지 않는 그들의 산문. 그 모두는 꽤나 사소하고 특출나지 않은 일상, 사람, 사물을 다루되, 독자들 마음에 은근히, 그리고 오래 자리 잡습니다.
그 먼저, 글들을 읽고 고른 엮은이(박미경)를 전과 확연히 다른 존재로 바꾸어놓았습니다.
*
그리고 시인이라는 이름, 소설가라는 이름이 아니라, 그와는 꽤 다른 이름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온 이들―사진가 김지연, 농민 유소림, 학자 김화영, 스님 법정, 아동문학가 권정생, 사진가 강운구, 음악가 황병기, 학자 신영복, 미술가 안규철, 화가 김용준―의 산문 역시, 앞의 이름들에 뒤지지 않는 뚜렷한 향기와 색깔과 촉감으로 자기를 드러냅니다.
아, 그들만이 아닙니다. 작가로, 산문가로 충분히 기억되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난 사람―김서령과 윤택수―의 글도 다시 한번 소개합니다.
*
이렇게, 엮은이 박미경([섬_ 멀어서, 그리운 것들 오롯하여라]의 지은이)의 안목과 취향에 의지해 고르고 고른 스물두명의 작가, 서른일곱 편의 산문이 여기 있습니다.
이 산문들은 예외없이, 어떤 소중한 것에 반응하는 우리의 감각을 일깨웁니다. 책의 제목처럼, '탱자'만이 낼 수 있는 향기와, 진초록 가시울 안에 매달린 샛노란 열매의 뚜렷한 보색, 다슬기의 꼬리 끝까지 딸려 나오게 하는 예각으로요.
이 산문들의 향연장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지은이
강운구(사진가), 권정생(아동문학가), 김서령(산문가), 김영태(시인), 김용준(화가), 김지연(사진가), 김화영(불문학자), 박완서(소설가), 백석(시인), 법정(스님), 신영복(학자), 안규철(개념미술가), 오규원(시인), 오정희(소설가), 유소림(농부), 윤택수(소설가), 윤후명(소설가), 이상(시인), 이태준(소설가), 장석남(시인), 정현종(시인), 함민복(시인), 황병기(음악가)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내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빼어나게 아름다운 향과 색과 촉을 지닌 글들을, 차마 혼자 알기 아까운 글들을, 오래 고르고 골랐습니다.”
그들은 강운구, 권정생, 김서령, 김영태, 김용준, 김지연, 김화영, 박완서, 백석, 법정, 신영복, 안규철, 오규원, 오정희, 유소림, 윤택수, 윤후명, 이상, 이태준, 장석남, 정현종, 함민복, 황병기 작가입니다.
*
시인 오규원, 소설가 윤후명, 시인 장석남, 소설가 오정희, 소설가 박완서, 시인 함민복, 시인 정현종, 시인 김영태, 소설가 이태준, 시인 백석, 시인 이상 등, 시인이라 불리는 이들, 소설가라 불리는 이들의 아주 깊은 산문을 한데 모았습니다. 자신의 시에, 자신의 소설에 결코 뒤지지 않는 그들의 산문. 그 모두는 꽤나 사소하고 특출나지 않은 일상, 사람, 사물을 다루되, 독자들 마음에 은근히, 그리고 오래 자리 잡습니다.
그 먼저, 글들을 읽고 고른 엮은이(박미경)를 전과 확연히 다른 존재로 바꾸어놓았습니다.
*
그리고 시인이라는 이름, 소설가라는 이름이 아니라, 그와는 꽤 다른 이름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온 이들―사진가 김지연, 농민 유소림, 학자 김화영, 스님 법정, 아동문학가 권정생, 사진가 강운구, 음악가 황병기, 학자 신영복, 미술가 안규철, 화가 김용준―의 산문 역시, 앞의 이름들에 뒤지지 않는 뚜렷한 향기와 색깔과 촉감으로 자기를 드러냅니다.
아, 그들만이 아닙니다. 작가로, 산문가로 충분히 기억되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난 사람―김서령과 윤택수―의 글도 다시 한번 소개합니다.
*
이렇게, 엮은이 박미경([섬_ 멀어서, 그리운 것들 오롯하여라]의 지은이)의 안목과 취향에 의지해 고르고 고른 스물두명의 작가, 서른일곱 편의 산문이 여기 있습니다.
이 산문들은 예외없이, 어떤 소중한 것에 반응하는 우리의 감각을 일깨웁니다. 책의 제목처럼, '탱자'만이 낼 수 있는 향기와, 진초록 가시울 안에 매달린 샛노란 열매의 뚜렷한 보색, 다슬기의 꼬리 끝까지 딸려 나오게 하는 예각으로요.
이 산문들의 향연장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지은이
강운구(사진가), 권정생(아동문학가), 김서령(산문가), 김영태(시인), 김용준(화가), 김지연(사진가), 김화영(불문학자), 박완서(소설가), 백석(시인), 법정(스님), 신영복(학자), 안규철(개념미술가), 오규원(시인), 오정희(소설가), 유소림(농부), 윤택수(소설가), 윤후명(소설가), 이상(시인), 이태준(소설가), 장석남(시인), 정현종(시인), 함민복(시인), 황병기(음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