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 : 강남 성형외과 참여관찰기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21111
가격
₩ 15,000
ISBN
9791191438901
페이지
243 p.
판형
120 X 188 mm
커버
Book
책 소개
과학기술학 연구자가 강남 성형외과 코디로 3년간 일하면서 참여관찰을 하고, 직접 성형수술까지 받아 수술 당사자가 되었다.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는 성형수술을 연구하는 과학기술학자가 성형수술 대국인 한국의 강남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현장을 관찰하고 직접 성형수술을 경험함으로써, 여성의 ‘몸’의 변화 및 ‘살’의 조정과 과학기술의 개입을 여성 당사자를 위한 치유와 향상, 돌봄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저자 임소연은 성형수술에 대한 국내외의 이해가 수술 동기와 이유, 가부장제적 미의 규범에 대한 비판이 주류였다고 말하며, 이런 해석이 성형수술에 대한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정작 성형수술을 결심하고 실천한 여성 당사자의 경험과 ‘선택 이후의 삶’을 살피거나 그들의 삶을 돌보는 데는 무관심했다고 본다. 여성들이 자기 몸을 바꾸고자 하는 욕망과 경험을 ‘한국 성형산업의 문제’와 ‘외모를 중시하는 문화의 문제’라는 틀로써 국한할 수 없는 이유다.
목차
프롤로그―성형수술과 내가 얽혀버린 이야기
Ⅰ.
청담 성형외과에 들어가다
청담 성형외과 임 코디가 되다|강남여자가 되다|엉망진창의 성형외과 현장연구를 시작하다
예쁜 얼굴의 기준은 무엇인가
양악수술의 과학적 탄생|눈과 코에서 입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입 패러다임으로 개종하다
과학의 미, 미의 과학
당신은 못생기지 않았다, 예쁘지 않을 뿐|얼굴을 보는 과학적인 방법|과학의 미, 미의 과학의 핵심
수술실 스펙터클
수술은 ‘칼과 바늘’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사물, 수술실의 플라즈마|수술과 수술 사이, 간호사의 노동|수술실에서 떠올리는 실험실
누가 성형외과 의사를 욕하는가
환자를 두려워하는 의사|의사가 공격하는 의사|순수한 미용과의 거리두기|성형수술을 더 불순하게
코리안 스타일 vs. 강남 스타일
코리안 스타일 성형|코리안 스타일이 탄생하기까지|강남 스타일이 코리안 스타일과 다른 점|질문으로 답해야 할 질문
‘성형괴물’ 또는 한국의 오를랑
나의 오를랑을 소개합니다|성형미인의 다양한 이름들|‘괴물’과 ‘미인’을 가르는 얄팍한 기준|내가 한국의 오를랑을 좋아하는 이유
Ⅱ.
성형의 폭력
수술날|“치료는 폭력을 정당화한다”, 그렇다면 향상은?
사이보그가 되기 위해 현실적으로 생존하자
사이보그가 된 첫 일주일|사이보그, 꿈속에서 생존을 위해
성형 후 디스포리아
예뻐졌다고 여기지 않는 환자들|원하는 얼굴과 실제 얼굴의 불일치|원하는 얼굴과 실제 얼굴 사이, 얼굴 사진
어떤 나쁜 대상화
수술실에서 대상이 된다는 것|어떤 ‘얼평’의 불쾌함|나쁜 대상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자가 된 느낌
청담 성형외과에서 여자 되기|클럽에서 여자 되기|여자가 되는 방법들과 내가 택한 방법
Ⅲ.
성형수술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성형외과에는 미인도, 괴물도 없다|남이 예쁜 것과 내가 예쁜 것은 다르다|지금 성형수술을 고민하고 있다면
포스트휴먼 시대의 에티켓
당신의 친구가 ‘성괴’가 되어 나타난다면|인간 향상 기술은 향상된 인간만 만들지 않는다|오랫동안 휴먼의 문제였던 포스트휴먼의 문제
살 선언Flesh Manifesto
트릭스터 몸|몸의 이야기에서 살의 이야기로|다양한 몸을 연결하는 보편적인 살
에필로그―선택 이후의 삶
감사의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Ⅰ.
청담 성형외과에 들어가다
청담 성형외과 임 코디가 되다|강남여자가 되다|엉망진창의 성형외과 현장연구를 시작하다
예쁜 얼굴의 기준은 무엇인가
양악수술의 과학적 탄생|눈과 코에서 입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입 패러다임으로 개종하다
과학의 미, 미의 과학
당신은 못생기지 않았다, 예쁘지 않을 뿐|얼굴을 보는 과학적인 방법|과학의 미, 미의 과학의 핵심
수술실 스펙터클
수술은 ‘칼과 바늘’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사물, 수술실의 플라즈마|수술과 수술 사이, 간호사의 노동|수술실에서 떠올리는 실험실
누가 성형외과 의사를 욕하는가
환자를 두려워하는 의사|의사가 공격하는 의사|순수한 미용과의 거리두기|성형수술을 더 불순하게
코리안 스타일 vs. 강남 스타일
코리안 스타일 성형|코리안 스타일이 탄생하기까지|강남 스타일이 코리안 스타일과 다른 점|질문으로 답해야 할 질문
‘성형괴물’ 또는 한국의 오를랑
나의 오를랑을 소개합니다|성형미인의 다양한 이름들|‘괴물’과 ‘미인’을 가르는 얄팍한 기준|내가 한국의 오를랑을 좋아하는 이유
Ⅱ.
성형의 폭력
수술날|“치료는 폭력을 정당화한다”, 그렇다면 향상은?
사이보그가 되기 위해 현실적으로 생존하자
사이보그가 된 첫 일주일|사이보그, 꿈속에서 생존을 위해
성형 후 디스포리아
예뻐졌다고 여기지 않는 환자들|원하는 얼굴과 실제 얼굴의 불일치|원하는 얼굴과 실제 얼굴 사이, 얼굴 사진
어떤 나쁜 대상화
수술실에서 대상이 된다는 것|어떤 ‘얼평’의 불쾌함|나쁜 대상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자가 된 느낌
청담 성형외과에서 여자 되기|클럽에서 여자 되기|여자가 되는 방법들과 내가 택한 방법
Ⅲ.
성형수술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성형외과에는 미인도, 괴물도 없다|남이 예쁜 것과 내가 예쁜 것은 다르다|지금 성형수술을 고민하고 있다면
포스트휴먼 시대의 에티켓
당신의 친구가 ‘성괴’가 되어 나타난다면|인간 향상 기술은 향상된 인간만 만들지 않는다|오랫동안 휴먼의 문제였던 포스트휴먼의 문제
살 선언Flesh Manifesto
트릭스터 몸|몸의 이야기에서 살의 이야기로|다양한 몸을 연결하는 보편적인 살
에필로그―선택 이후의 삶
감사의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본문발췌
P.60
간호사의 업무 중 시간적, 체력적 소모가 가장 큰 일은 수술에 사용되는 기구들을 세척, 소독, 관리하는 일이다. 수술실을 비롯해 수술 준비실과 회복실을 정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술에 사용하거나 공기 중에 노출되었던 기구들을 세척하고 소독하는 일, 수술복과 환자복을 포함하여 트레이와 수술대, 환자의 몸 위에 겹겹이 덮었던 녹색포를 세탁해서 건조시키는 일, 다음 수술을 위해 수량이 부족하거나 교체해야 하는 물품을 외부 업체에 주문하는 일, 수술 시에 발생한 적출물만을 따로 모아서 전문 수거업체를 통해 반출하는 일 등 수술이 끝난 당일부터 그 다음 수술 전까지 해야 할 일들은 무궁무진하다.
P.58
숫자도 가늠할 수 없느 엄청난 양의 사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수술실이지만, 매 수술마다 자기 이름을 거는 자는 바로 의사다. 의사는 단연코 수술의 저자著者다. 그러나 일단 수술이 시작되면 의사도 환자와 같이 사라진다. 환자가 몸에 주렁주렁 튜브를 달고 녹색 수술포를 뒤집어 쓰고 있듯이, 의사 역시 녹색 수술복에 수술모를 쓰고 손, 머리, 발은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양악수술을 하는 박 원장의 손에는 전기 드릴이 들려 있고, 그의 머리에는 헤드라이트 밴드가 둘러져 있으며, 그의 발은 혈액을 빨아들여 시야를 확보하게 해주는 석션기의 페달 위에 놓여 있다.
이 기구들은 의사의 몸을 기능적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수술 기구들은 더욱 미세한 수준에서 의사의 신체기능을 확장해줄 뿐만 아니라, 수술 대상인 환자의 몸과 의사의 몸을 매개한다. 예를 들어, 드레싱용 거즈나 조직을 집는 ‘겸자‘forceps만 해도 미세한 형태적 차이에 따라 수십 가지 다른 종류가 있다.
P.59
기구들의 섬세함을 보고 있노라면 이 기구들의 의사를 보조한다기보다 의사의 몸을 확장한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하게 느껴진다.
P.61
그리고 나는 곧 수술실에서 내가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존재를 알게 되었다. 바로 세균이다. 2009년 9월 부산 모 성형외과에서 수술 부작용으로 두 명이 죽고 한 명이 중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MBC TV의 《PD 수첩》보도에 따르면 사망의 원인은 세균이었다. 그것이 청결하지 않은 수술실의 문제인지 제약 업체로부터 구매한 주사액의 문제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P.101
프랑스의 행위예술가 오를랑은 성형수술 퍼포먼스로 잘 알려져 있다. 오를랑은 1990년부터 1993년까지 총 9회의 성형수술을 하고 그 과정을 행위예술과 미수작품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했다. 오를랑은 <성녀 오를랑의 환생>La Reincarnation de Sainte Orlan(1990~1993) 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서양 미술가의 옛 거장들이 그린 명화 속 여성 인물들의 신체를 모방한 얼굴을 만들고자 했다.
(중략)
오를랑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각각의 부위를 합성해서 서구 미의 전범이라고 할 만한 얼굴 모델을 만들어 냈고, 그것을 자신의 얼굴에 적용했다. 1993년 11월 21일 뉴욕에서 이루어진 일곱 번째 수술은 미국 CBS TV쇼인 《20/20》이 제작을 담당하고 위성을 통해 뉴욕, 파리, 토롤토의 미술관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몸은 뉴욕의 수술대 위에 있지만 그러한 몸의 이미지는 시차와 지역을 초월해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해서 <편재>Omnipresence(1993)라는
P.102
제목이 붙었다. 오를랑은 국소마취만 했기 때문에 수술을 하는 중에도 관람객이나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거나 텍스트를 낭독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었다. 이 퍼포먼스 당시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가 했던 표현을 패러디해 ˝이것은 내 몸이다. (…)이것은 내 소프트웨어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오를랑의 성형수술 퍼포먼스는 여성성, 외모, 주체성과 연관된 몸, 테크놀로지 등에 대해 다양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다(신책, 2002;이수안, 2017;조윤경, 2011;전혜숙, 2016)
P.182
흔히 여자는 외모로 평가된다고 하지만, 예쁜 여자라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다. 클럽의 예쁜 누나가 성형외과의 임 코디보다 더 우월한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세명 중 가장 마지막까지 테이블에 남아 있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세 명 중 가장 먼저 테이블을 떠나게 된다고 해서 그곳의 남자들보다 우월하거나 그들과 동등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그토록 찾에 헤매던 여자로서의 나의 집, 나의 안식처는 남자와 동등하게 경쟁하는 세계에서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음을 나는 끝까지 가보고 나서야, 성형수술의 세계에 얽혀 마침내 사회가 규정하는 여성성을 온전히 수행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P.195
몸은 여러 차원에서 존재하지만 보여지는 몸인 외모는 ‘단순히 예뻐지려는 것‘정도로 취급될 수 있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몸은 오로지 나와만 연결된 존재이기에, 몸의 문제만큼 나를 외롭게 하는 문제도 없다.
P.210
내 몸은 내 것이면서 또 내 것이 아니다. 성형수술의 과정 내내 내 몸은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내 것이기에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고 그 변화의 과정에서모든 감각과 고통, 불안, 그리고 책임이 나만의 것이라서 외로웠다. 그러나 내 몸을 온전히 내 뜻대로 움직이거나 나조차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그것은 내 것이 아니었다.
P.211
성형수술은 내가 수십 년 동안 내 몸과 맺어온 관계를 뒤흔드는 사건이었고, 나는 내 몸과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 수많은 협상을 해야 했다. 그 협상의 과정에서 내 몸은 내 뜻에 저항하기도 하고 내 뜻에 순순히 따라주기도 했다. 어떤 몸은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또 어떤 몸은 아무리 노력해도 꿈쩍하지 않다가 어느새 슬며시 사라지기도 했다. 마치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간호사의 업무 중 시간적, 체력적 소모가 가장 큰 일은 수술에 사용되는 기구들을 세척, 소독, 관리하는 일이다. 수술실을 비롯해 수술 준비실과 회복실을 정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술에 사용하거나 공기 중에 노출되었던 기구들을 세척하고 소독하는 일, 수술복과 환자복을 포함하여 트레이와 수술대, 환자의 몸 위에 겹겹이 덮었던 녹색포를 세탁해서 건조시키는 일, 다음 수술을 위해 수량이 부족하거나 교체해야 하는 물품을 외부 업체에 주문하는 일, 수술 시에 발생한 적출물만을 따로 모아서 전문 수거업체를 통해 반출하는 일 등 수술이 끝난 당일부터 그 다음 수술 전까지 해야 할 일들은 무궁무진하다.
P.58
숫자도 가늠할 수 없느 엄청난 양의 사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수술실이지만, 매 수술마다 자기 이름을 거는 자는 바로 의사다. 의사는 단연코 수술의 저자著者다. 그러나 일단 수술이 시작되면 의사도 환자와 같이 사라진다. 환자가 몸에 주렁주렁 튜브를 달고 녹색 수술포를 뒤집어 쓰고 있듯이, 의사 역시 녹색 수술복에 수술모를 쓰고 손, 머리, 발은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양악수술을 하는 박 원장의 손에는 전기 드릴이 들려 있고, 그의 머리에는 헤드라이트 밴드가 둘러져 있으며, 그의 발은 혈액을 빨아들여 시야를 확보하게 해주는 석션기의 페달 위에 놓여 있다.
이 기구들은 의사의 몸을 기능적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수술 기구들은 더욱 미세한 수준에서 의사의 신체기능을 확장해줄 뿐만 아니라, 수술 대상인 환자의 몸과 의사의 몸을 매개한다. 예를 들어, 드레싱용 거즈나 조직을 집는 ‘겸자‘forceps만 해도 미세한 형태적 차이에 따라 수십 가지 다른 종류가 있다.
P.59
기구들의 섬세함을 보고 있노라면 이 기구들의 의사를 보조한다기보다 의사의 몸을 확장한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하게 느껴진다.
P.61
그리고 나는 곧 수술실에서 내가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존재를 알게 되었다. 바로 세균이다. 2009년 9월 부산 모 성형외과에서 수술 부작용으로 두 명이 죽고 한 명이 중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MBC TV의 《PD 수첩》보도에 따르면 사망의 원인은 세균이었다. 그것이 청결하지 않은 수술실의 문제인지 제약 업체로부터 구매한 주사액의 문제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P.101
프랑스의 행위예술가 오를랑은 성형수술 퍼포먼스로 잘 알려져 있다. 오를랑은 1990년부터 1993년까지 총 9회의 성형수술을 하고 그 과정을 행위예술과 미수작품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했다. 오를랑은 <성녀 오를랑의 환생>La Reincarnation de Sainte Orlan(1990~1993) 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서양 미술가의 옛 거장들이 그린 명화 속 여성 인물들의 신체를 모방한 얼굴을 만들고자 했다.
(중략)
오를랑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각각의 부위를 합성해서 서구 미의 전범이라고 할 만한 얼굴 모델을 만들어 냈고, 그것을 자신의 얼굴에 적용했다. 1993년 11월 21일 뉴욕에서 이루어진 일곱 번째 수술은 미국 CBS TV쇼인 《20/20》이 제작을 담당하고 위성을 통해 뉴욕, 파리, 토롤토의 미술관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몸은 뉴욕의 수술대 위에 있지만 그러한 몸의 이미지는 시차와 지역을 초월해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해서 <편재>Omnipresence(1993)라는
P.102
제목이 붙었다. 오를랑은 국소마취만 했기 때문에 수술을 하는 중에도 관람객이나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거나 텍스트를 낭독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었다. 이 퍼포먼스 당시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가 했던 표현을 패러디해 ˝이것은 내 몸이다. (…)이것은 내 소프트웨어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오를랑의 성형수술 퍼포먼스는 여성성, 외모, 주체성과 연관된 몸, 테크놀로지 등에 대해 다양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다(신책, 2002;이수안, 2017;조윤경, 2011;전혜숙, 2016)
P.182
흔히 여자는 외모로 평가된다고 하지만, 예쁜 여자라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다. 클럽의 예쁜 누나가 성형외과의 임 코디보다 더 우월한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세명 중 가장 마지막까지 테이블에 남아 있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세 명 중 가장 먼저 테이블을 떠나게 된다고 해서 그곳의 남자들보다 우월하거나 그들과 동등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그토록 찾에 헤매던 여자로서의 나의 집, 나의 안식처는 남자와 동등하게 경쟁하는 세계에서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음을 나는 끝까지 가보고 나서야, 성형수술의 세계에 얽혀 마침내 사회가 규정하는 여성성을 온전히 수행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P.195
몸은 여러 차원에서 존재하지만 보여지는 몸인 외모는 ‘단순히 예뻐지려는 것‘정도로 취급될 수 있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몸은 오로지 나와만 연결된 존재이기에, 몸의 문제만큼 나를 외롭게 하는 문제도 없다.
P.210
내 몸은 내 것이면서 또 내 것이 아니다. 성형수술의 과정 내내 내 몸은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내 것이기에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고 그 변화의 과정에서모든 감각과 고통, 불안, 그리고 책임이 나만의 것이라서 외로웠다. 그러나 내 몸을 온전히 내 뜻대로 움직이거나 나조차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그것은 내 것이 아니었다.
P.211
성형수술은 내가 수십 년 동안 내 몸과 맺어온 관계를 뒤흔드는 사건이었고, 나는 내 몸과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 수많은 협상을 해야 했다. 그 협상의 과정에서 내 몸은 내 뜻에 저항하기도 하고 내 뜻에 순순히 따라주기도 했다. 어떤 몸은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또 어떤 몸은 아무리 노력해도 꿈쩍하지 않다가 어느새 슬며시 사라지기도 했다. 마치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저자소개
과학기술학 연구자. 서울대 자연과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공대에서 박물관학 석사학위를,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과학기술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테크놀로지와 몸, 과학기술과 젠더, 신유물론 페미니즘, 현장연구 방법론 등을 주로 연구한다. 지은 책으로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2022)과 [겸손한 목격자들](2021, 공저) 등이 있으며, 한국 여성의 몸과 관련된 기술과 의학, 문화를 분석한 여러 논문을 [Social Studies of Science], [Medical Anthropology], [Ethnic and Racial Studies], [East Asian 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등에 실었다. 현재 동아대학교 기초교양대학에 재직 중이다.
서평
성형에 대한 편견, 외모와 젠더 신화를 넘어
여성과 당사자를 위한 치유와 향상 그리고 돌봄의 서사
성형수술 연구자이자 당사자가 ‘성형’과 ‘자기 경험’에 대하여
삶과 연구의 모호한 경계 위에서 적어 내려간 필드노트
여성(그리고 다양하고 수많은 당사자들)의 몸과 살의 변화,
자기 경험을 보편적인 연대의 이야기로 만들다!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제멋대로인 몸과 살,
그 변화로 인한 불안과 두려움, 우울함과 외로움으로
고통받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과 실천은 무엇인가?”
과학기술학 연구자가 강남 성형외과 코디로 3년간 일하면서 참여관찰을 하고, 직접 성형수술까지 받아 수술 당사자가 되었다.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는 성형수술을 연구하는 과학기술학자가 성형수술 대국인 한국의 강남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현장을 관찰하고 직접 성형수술을 경험함으로써, 여성의 ‘몸’의 변화 및 ‘살’의 조정과 과학기술의 개입을 여성 당사자를 위한 치유와 향상, 돌봄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저자 임소연은 성형수술에 대한 국내외의 이해가 수술 동기와 이유, 가부장제적 미의 규범에 대한 비판이 주류였다고 말하며, 이런 해석이 성형수술에 대한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정작 성형수술을 결심하고 실천한 여성 당사자의 경험과 ‘선택 이후의 삶’을 살피거나 그들의 삶을 돌보는 데는 무관심했다고 본다. 여성들이 자기 몸을 바꾸고자 하는 욕망과 경험을 ‘한국 성형산업의 문제’와 ‘외모를 중시하는 문화의 문제’라는 틀로써 국한할 수 없는 이유다.
여성과 당사자를 위한 치유와 향상 그리고 돌봄의 서사
성형수술 연구자이자 당사자가 ‘성형’과 ‘자기 경험’에 대하여
삶과 연구의 모호한 경계 위에서 적어 내려간 필드노트
여성(그리고 다양하고 수많은 당사자들)의 몸과 살의 변화,
자기 경험을 보편적인 연대의 이야기로 만들다!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제멋대로인 몸과 살,
그 변화로 인한 불안과 두려움, 우울함과 외로움으로
고통받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과 실천은 무엇인가?”
과학기술학 연구자가 강남 성형외과 코디로 3년간 일하면서 참여관찰을 하고, 직접 성형수술까지 받아 수술 당사자가 되었다.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는 성형수술을 연구하는 과학기술학자가 성형수술 대국인 한국의 강남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현장을 관찰하고 직접 성형수술을 경험함으로써, 여성의 ‘몸’의 변화 및 ‘살’의 조정과 과학기술의 개입을 여성 당사자를 위한 치유와 향상, 돌봄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저자 임소연은 성형수술에 대한 국내외의 이해가 수술 동기와 이유, 가부장제적 미의 규범에 대한 비판이 주류였다고 말하며, 이런 해석이 성형수술에 대한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정작 성형수술을 결심하고 실천한 여성 당사자의 경험과 ‘선택 이후의 삶’을 살피거나 그들의 삶을 돌보는 데는 무관심했다고 본다. 여성들이 자기 몸을 바꾸고자 하는 욕망과 경험을 ‘한국 성형산업의 문제’와 ‘외모를 중시하는 문화의 문제’라는 틀로써 국한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