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공유주택 은공1호 이야기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30210
가격
₩ 18,000
ISBN
9791197884313
페이지
356 p.
판형
150 X 210 mm
커버
Book
책 소개
이제 집은 의식주만을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관계 맺고 여가를 즐기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도봉산 자락에 위치한 공유주택 ‘은공1호’를 다양한 매체와 프로그램에서 취재했다. 2018년에는 TBS <공간사람> ‘47인의 공유공간, 은혜공동체 협동조합주택’, 2019년에는 ‘간헐적 가족’, ‘사회적 가족의 추석나기’ 등의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다. <한겨레> 기자 조현은 마을공동체 순례기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를 2018년에 펴내고 수많은 강연을 할 때면 ‘은공1호’를 만들어낸 은혜공동체, 즉 지금의 오늘공동체 이야기를 책에서처럼 첫머리에 꺼낸다. 공유주택 은공1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은공1호를 직접 방문하거나 체험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2019년 10월에는 방문객만 600명이 넘었다. 2023년 지금도 그 관심은 식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무엇이 사람들을 은공1호로 이끌었을까.
목차
머리말 : 공유주택 은공1호 여행
추천의 글 : 이들은 함께 살기로 했다
프롤로그 : 네가 있어 좋아. 오늘도 행복하자!
1부 경계를 허문 더 큰 가족
부족이라는 이름으로
1 같이 키우다
공동육아, 아이는 공동체가 키운다
혼자 키웠으면 어쩔 뻔
두 아이 엄마의 싱글 같은 삶
아빠는 육아휴직 중
2 같이 자라요
나에게는 엄마 아빠가 많다
친구 부자
방구석 탈출기
방에서 거실로, 가족에서 부족으로
3 함께라서 불편하냐고요? 따뜻하죠
1인 자취 VS 4인 셰어하우스
싱글맘 워킹맘
평범한 싱글의 특별한 싱글라이프
어느 휴일의 북적북적한 식사 시간
4 무료할 새 없이 활기찬 어울림
곳곳에 꽃꽂이
‘어른이’들의 놀이터
무기력이여 안녕
직장인 애 아빠가 TV와 이별하는 법
2부 공간은 함께 누릴 때 더 커진다
공유공간을 강조한 디자인 콘셉트
1 지하_약동하는 은공1호의 뿌리
씨앗홀 : 생명력이 움트는 곳
새싹방 : 밤낮으로 변신하는 공간(1)
새싹방 : 밤낮으로 변신하는 공간(2)
햇살식당 : 밥에 행복이 있다
바람소리실 : 음악 하는 집
도담실・아람실・모해실 : 나를 성장시키는 작은 방
2 1층_모두에게 열린 품 넓은 그루터기
공감카페 : 공감을 일구어가는 사람들
라곰 : 게스트하우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3 2층_성장과 성숙이 자라는 가지
새벽북카페 : 모두의 서재
새벽공부방 : 함께하는 공간 속 나만의 작업실
아침살롱 : 어른들의 시간
사이정원 : 시크릿 가든
4 3층_어울림의 열매가 그득한 곳
한낮의 여유 : 내 집에 몰디브
공용화장실 : 뷰티살롱
밤도깨비 : 안골 챔피언스리그
이루어GYM : 나의 꿈이 이루어짐
별빛책방 : 나눌 수 있었기에 더 커진 공간
별밤 : 밤하늘에 쏟아져 내리는 무수한 음악들
달빛다락 : 두통이 사라졌다
5 옥상_사계절을 품은 힐링캠프
옥상 : 삶을 누리는 풍요로움
프리야 : 은은함 속 다채로운 향을 지닌 홍차처럼
스파 : 도란도란 별밤을 가슴에
3부 슬기로운 공유주택 생활 비법
같이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1 조직하고 실험하기
대안학교와 대안유치원
카 셰어링
4부족의 게스트하우스 조식사업
1부족의 세탁대행사업
서울의 끝자락 도봉에서 텃밭 농사를
소모임 활동
바비큐 파티, 세계 식도락 여행
2 같이를 가치 있게 만드는 태도
섬김, 힘내서 집안일
일상의 혁명, 소소한 대화
비움이 주는 행복
4부 은공1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생각을 건축으로, 건축을 삶으로 채우다
1 건축과 살림살이
생활 팁 : 공동세탁과 공동수납 요령
경제 팁 : 공동생활비, 적게 내고 많이 누리다
2 입주자에게 묻다
인터뷰 1 : 당당한 혼자가 되는 새로운 길
인터뷰 2 : 사이좋은 부부로 거듭나는 법
인터뷰 3 : 부모도 아이도 윈윈하는 전략
인터뷰 4 : 더 큰 가족을 갖길 원한다면
속속들이 알고 싶은 공유주택에 관한 Q&A
추천의 글 : 이들은 함께 살기로 했다
프롤로그 : 네가 있어 좋아. 오늘도 행복하자!
1부 경계를 허문 더 큰 가족
부족이라는 이름으로
1 같이 키우다
공동육아, 아이는 공동체가 키운다
혼자 키웠으면 어쩔 뻔
두 아이 엄마의 싱글 같은 삶
아빠는 육아휴직 중
2 같이 자라요
나에게는 엄마 아빠가 많다
친구 부자
방구석 탈출기
방에서 거실로, 가족에서 부족으로
3 함께라서 불편하냐고요? 따뜻하죠
1인 자취 VS 4인 셰어하우스
싱글맘 워킹맘
평범한 싱글의 특별한 싱글라이프
어느 휴일의 북적북적한 식사 시간
4 무료할 새 없이 활기찬 어울림
곳곳에 꽃꽂이
‘어른이’들의 놀이터
무기력이여 안녕
직장인 애 아빠가 TV와 이별하는 법
2부 공간은 함께 누릴 때 더 커진다
공유공간을 강조한 디자인 콘셉트
1 지하_약동하는 은공1호의 뿌리
씨앗홀 : 생명력이 움트는 곳
새싹방 : 밤낮으로 변신하는 공간(1)
새싹방 : 밤낮으로 변신하는 공간(2)
햇살식당 : 밥에 행복이 있다
바람소리실 : 음악 하는 집
도담실・아람실・모해실 : 나를 성장시키는 작은 방
2 1층_모두에게 열린 품 넓은 그루터기
공감카페 : 공감을 일구어가는 사람들
라곰 : 게스트하우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3 2층_성장과 성숙이 자라는 가지
새벽북카페 : 모두의 서재
새벽공부방 : 함께하는 공간 속 나만의 작업실
아침살롱 : 어른들의 시간
사이정원 : 시크릿 가든
4 3층_어울림의 열매가 그득한 곳
한낮의 여유 : 내 집에 몰디브
공용화장실 : 뷰티살롱
밤도깨비 : 안골 챔피언스리그
이루어GYM : 나의 꿈이 이루어짐
별빛책방 : 나눌 수 있었기에 더 커진 공간
별밤 : 밤하늘에 쏟아져 내리는 무수한 음악들
달빛다락 : 두통이 사라졌다
5 옥상_사계절을 품은 힐링캠프
옥상 : 삶을 누리는 풍요로움
프리야 : 은은함 속 다채로운 향을 지닌 홍차처럼
스파 : 도란도란 별밤을 가슴에
3부 슬기로운 공유주택 생활 비법
같이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1 조직하고 실험하기
대안학교와 대안유치원
카 셰어링
4부족의 게스트하우스 조식사업
1부족의 세탁대행사업
서울의 끝자락 도봉에서 텃밭 농사를
소모임 활동
바비큐 파티, 세계 식도락 여행
2 같이를 가치 있게 만드는 태도
섬김, 힘내서 집안일
일상의 혁명, 소소한 대화
비움이 주는 행복
4부 은공1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생각을 건축으로, 건축을 삶으로 채우다
1 건축과 살림살이
생활 팁 : 공동세탁과 공동수납 요령
경제 팁 : 공동생활비, 적게 내고 많이 누리다
2 입주자에게 묻다
인터뷰 1 : 당당한 혼자가 되는 새로운 길
인터뷰 2 : 사이좋은 부부로 거듭나는 법
인터뷰 3 : 부모도 아이도 윈윈하는 전략
인터뷰 4 : 더 큰 가족을 갖길 원한다면
속속들이 알고 싶은 공유주택에 관한 Q&A
저자소개
공유주택 ‘은공1호’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공유주택에서 혹은 공동체로 함께 살아가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엮었다.
공유주택에서 혹은 공동체로 함께 살아가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엮었다.
서평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2018), 서울특별시 건축상 최우수상(2018)에 빛나는
공유주택 은공1호. 과연 그곳에선 누가 어떻게 살아갈까.
나 혼자 사는 시대에 다 같이 사는 집!
삶이 곧 여행인 그곳을 들여다보다
이제 집은 의식주만을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관계 맺고 여가를 즐기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도봉산 자락에 위치한 공유주택 ‘은공1호’를 다양한 매체와 프로그램에서 취재했다. 2018년에는 TBS <공간사람> ‘47인의 공유공간, 은혜공동체 협동조합주택’, 2019년에는
은공1호에 거주하는 ‘은공1호사람들’은 5년 넘게 같이한 자신들의 삶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조현 기자가 처음 은공1호사람들을 마주한 인상과 같다. 그들은 어울림의 열매가 어떻게 열렸는지 제대로 소개하는 것이 자신들의 책무라고 생각했다. 방문객들에게 단순히 지하에서부터 옥상까지 공간을 소개하는 것 말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은공1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맛보고 싶은 것은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일 테니까. 입주 만 5년이 넘어가는 동안 초등학교 고학년생부터 싱글들, 한부모가정의 엄마, 아이 없는 부부와 맞벌이 부부 등 은공1호의 다양한 거주인들이 솔직하게 공유주택 생활기를 적었고, 이를 엮어 [공유주택 은공1호 이야기]가 탄생했다. 투박하지만 진심을 담은 이 책의 바람은 하나다. 새로운 주거 형태를 고민하는 사람, 행복한 삶을 찾는 사람, 가족 외 또 다른 인간관계를 원하는 사람에게 공유주택에서의 삶이 하나의 모델 혹은 아이디어로 다가가는 것이다.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니 진짜 가족이 찾아왔다
대여섯 명도 아니고 50명? 대체 어떻게 한집에 산다는 거지? 가족별로 방을 하나씩 주나? 그럼 혼자인 사람은 상대적으로 방이 넓은 거 아닌가? 아니, 인원에 따라 방 크기가 다른가? 인원에 맞춰 방 크기를 달리해 설계한다는 것이 너무 큰 수고 아닌가? 구성원 수만큼이나 터져 나오는 질문의 가짓수도 많아진다. 은공1호사람들은 여러 질문을 네 유형으로 나누고 유형별로 답하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했다. 1부 내면의 질서 유지 방식(50명이 조화롭게 지내는 시스템), 2부 공간 구성의 특성(은공1호 건물 층별 소개), 3부 함께 사는 사람들을 거주 메이트 이상으로 만든 동력, 4부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살림살이 팁과 몇몇 거주인 인터뷰, 이렇게 네 주제다. 은공1호를 방문한 분들에게 집을 소개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독자는 책으로 떠나는 집들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책장을 넘기면 된다.
40여 명의 은공1호사람들이 함께 사는 방식은 가족을 해체하는 데에 있다. 열두 명 내외를 한 단위로 해서 경제적 생활 공동체를 이루도록 했다. 이들은 열두어 명이 이루는 작은 공동체를 ‘부족’으로 칭하며, 전체 구성원을 네 부족으로 나누었다. 부족은 혈연관계가 기준이 되지 않고 정서적 교류를 할 수 있는 더 큰 가족의 의미이다. 예를 들어, ‘아빠/엄마/청소년 아들/일곱 살 딸’ 네 식구가 있는 혈연 가족이 있다고 하자. 이 네 명은 은공1호 내에서 아빠와 엄마와 딸은 1부족에 속하고, 청소년 아들은 3부족에 속해서 생활한다. 아이 있는 부부가 중심인 1부족, 아이 없는 부부와 청소년 이상이 모인 3부족이라는 각 부족의 특성에 맞게 가족 구성원을 분리한 선택이다.
언뜻 들으면 이상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은공1호가 갖는 주거 철학에 비추면 아주 자연스럽다. 은공1호는 네 부족으로 나뉜 생활 공동체를 염두에 두고 거실을 중심으로 한 부족 공간 네 개를 두었다. 하지만 공간이 부족별로 폐쇄되어 있지 않고, 서로 개방되도록 했고 모든 공간을 한 집처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부족별로 거실과 냉장고가 따로 있지만, 그것을 함께 사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부족으로 나눈 이유가 생활 효율성을 위해서지 우리와 그들로 구분 짓기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을 벗어나 폭넓은 부족 생활을 하는 이들은 새로운 가족이 생겨서 든든하고 따뜻하다고 말한다.
1부에서는 은공1호사람들이 삶의 방식으로 택한 부족 생활이 개개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에피소드 형식으로 그려진다. 청소년기에 은공1호에 들어와 대학생이 된 윤구는 들어오고 나서 많은 것이 변했다며 이렇게 말한다.
“더 이상 나는 방에 머물지 않는다. 방은 가장 편안한 장소에서 단순히 잠자러 가는 곳으로 변했다. 방보다는 이모 삼촌 그리고 동생들이 있는 거실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들은 잔소리하는 대신 내 말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준다. 가족으로 살았을 때는 집은 쉬러 간다기보다는 갈 데 없으니까 가는 곳이었는데 지금의 집은 나를 기다리는 사람, 보고 싶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학교를 마치면 설렘을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본문 69쪽)
은공1호에 들어와 매일 파티를 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는 선애는 이렇게 고백한다.
“은공1호에 살면서 아이들 양육 환경은 더욱 좋아졌다. 큰아이는 고3이라 독립된 방을 배정받았다가 1년 뒤 남자 청소년들이 있는 다른 부족으로 옮겼고, 작은딸은 다른 가정의 언니와 한방을 썼다. 아이들은 더 많은 언니 오빠 이모 삼촌과 친해지면서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엄마로부터 독립해 나갔다. 그러면서 신기하게 관계도 좋아졌다. 내 성격상으로도 그렇고 싱글맘이 되면서는 아이를 더 잘 키워야 한다는 불안감에 잔소리를 많이 했는데, 아이 문제에 있어 함께 사는 사람들이 도움과 조언을 주니 조바심이 덜 났다. 자연히 아이들을 만나도 지적이 섞인 잔소리보다 근황을 묻거나 관심사에 대한 지지를 보내게 되었고, 엄마로서의 짐을 많이 내려놓은 채 나의 삶을 찾아갈 수 있었다.” (본문 82쪽)
갑자기 닥친 건강 이상으로 남편과 아이에 대해 걱정이 컸던 혜영은 은공1호사람들 덕택에 위기를 넘기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린 같이 혹은 따로여도 안정감 있는 가족이 되었다. 나와 남편은 아이 걱정 없이 각자의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아이가 분명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아이 또한 엄마 아빠와 떨어져 있어도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신나게 논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챙겨주기 때문이다. 혼자 키웠다면, 아이에게 이런 경험은 어떤 방식으로도 안겨주기 어려웠을 것이다.” (본문 41~42쪽)
거주인들의 속 깊은 내면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들이 꼭 내 가족처럼 한집에서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 부족 생활을 토대로 함께 아이를 키우고, 함께 자라고, 서로를 다독이고, 같이 청소하고 밥 먹는 일상이 1부에서 잘 드러난다. 은공1호에 이사 와 자신의 일상과 생각이 어떻게 변하고 성장했는지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나’의 내면과 ‘관계’의 질이 깊어지는 공유공간
2부는 지하-1층-2층-3층-옥상으로 이뤄진 집의 구조를 차례로 소개하는 장이다. 소개는 공유공간에 집중되어 있다. 은공1호는 설계부터 인테리어까지 ‘관계’와 ‘소통’의 실현에 목표를 두었다. 다섯 명이든 오십 명이든, 한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물고 우리와 그들의 구분을 무너뜨리는 관계를 형성하고, 좋은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소통이 가능하도록 집을 지었다. 그 결과 개별 방은 잠을 자는 용도로만 설계하고 나머지는 턱이 없고 용도가 다양한 공용공간으로 만들었다. 학교 안에 교실 이외에도 전교생이 모일 수 있는 강당, 뛰놀 수 있는 야외 운동장, 체육시설을 갖춘 체육관, 급식을 먹는 식당, 배고프거나 목마를 때 찾는 매점, 책을 빌리거나 읽는 도서관, 삼삼오오 모여 취미활동을 하는 동아리방, 혼자 쉬거나 조용한 대화를 나누는 휴게실이 있는 것처럼 ‘은공1호’는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책은 각각의 공유공간이 어떤 모습으로 무슨 기능을 하는지에 대한 단순 소개를 하는 데 관심이 없다. 거주인 각각에게 공유공간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개인의 말로 진솔하게 풀어낸다. 필라테스 강사 다진은 낮 시간에 유치원으로 쓰이는 새싹방을 춤 연습실로 사용한다. 주 1회 그곳에서 몇몇이 춤 연습을 함께하는데, “일찍 온 사람은 둘러앉아 발도 한번 주물러보고, 다리도 한번 찢어보며 하하호호 수다를 떤다. 수다를 떨다 시간이 많이 가기도 하지만 그래도 몸을 일으켜 무언가 해보자며, 업무에 일과에 지친 몸을 이끌고 춤이라는 또 다른 과업을 향해 에너지를 내본다.”(본문 141쪽) 미정은 주거인들의 공유식당인 지하 햇살식당에서 “식사를 담당하면서 엄마 같은 마음을 표현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상이지만 특별하게 맞이하는 식사, 식구들을 위해 한결같았던 정성 가득한 음식 말이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공동체 식구들이 맛있게 먹어주면 그 자체로 감동이 된다.”며 흐뭇해한다.(본문 145~146쪽) 상담사이자 몇몇 은공1호 주거인들의 멘토 역할을 하는 신영은 은공1호 안에 있는 상담방에서 “부끄러운 자신을 보게 되고, 그런 자신을 미워하기도 하고, 새로운 진실을 무척이나 아리게 깨닫기도 하고, 자신보다 자신을 더 이해하고 수용하는 대상을 경험하기도 하고, 그 대상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때로는 자신과 직면하는 호된 시간을 가지며 휘청거리기도 한다. 이 공간에서 진지한 마음으로 소통하는 시간이 쌓여 자신과 타인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고백한다.(본문 157쪽) 은공1호 카페지기로 봉사를 하는 미애는 “커피를 배우니 좋다. 공동체원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에서 배움으로 행복이 배가 되는 것 같다.”고(본문 164쪽), 공유공부방을 이용하는 지연은 “공부방에서 밝게 건네는 인사와 서로에게 보내는 응원은 각자의 시간을 활력 있게 만드는 요소이자,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고(본문 180쪽) 밝게 말한다.
2층 두 부족의 연결 통로를 활용한 사이정원의 지킴이 자애의 말을 옮겨본다.
“4부족과 2부족을 연결하는 정원에 있으면 두 부족 공간이 양쪽으로 훤히 들여다보인다. 물을 주거나 청소를 할 때면 유리창문 너머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정원에 있는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들, 왁자지껄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 책을 읽으며 사색에 잠긴 사람들…. 사이정원은 두 부족을 연결해주기도 하지만 사람들과 이어지기도 하는 공간이다.” (본문 189쪽)
은공1호 공유공간은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소통의 다리다. 공유공간을 많이 두었다는 것은 그만큼 소통의 기회가 많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을 알아간다. 각자 성숙해지며 서로 고양된다. 2부에서는 함께하는 공간을 통해 나와 우리의 관계가 성숙해 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공유주택을 직접 지으려는 사람들에게나 기존 공간을 어떻게 재구성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가이드가 된다.
슬기로운 공유주택 생활 비법
누군가는 말한다. 원래부터 친한 사람들이 모여서 사니 모여 사는 게 수월한 게 아니냐고. 집이 그렇게 좋은데 화낼 일이 뭐가 있겠냐고.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조차도 잘 알고 있듯 아무리 친해도 계속 붙어 있으면 웃을 일보다 싸울 일이 많아진다. 은공1호사람들의 행복살이 비법은 무엇일까? 셰어하우스든 공유주택이든 함께 살고 싶어도 좋았던 관계마저 깨질까 봐 두려워서 선뜻 택하지 못하는 함께 살기. 은공1호사람들의 비책이 이 책의 3부에 녹아 있다.
이들은 첫 번째 비법으로 조직하고 실험하라고 제안한다. 은공1호에서는 먼저 자녀들 교육을 위해 대안유치원과 대안학교를 운영했다. 자발적으로 내부 카 셰어링을 시작했고,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손님들을 위해 팀을 이뤄 체계적으로 조식을 운영하는 사업, 거주인들의 필요를 파악해 세탁을 대행하는 사업도 일궜다. 텃밭에서 함께 농사도 짓고 수확물로 음식도 해먹으며, 운동․댄스․독서․여행 등 각종 취미활동과 배움의 장도 열었다. 이런 외적 활동 뒤에는 섬김과 대화, 비움의 지혜가 탄탄하게 자리해야 한다는 것 또한 넌지시 일러준다.
4부에서는 숨어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대단히 중요한 디테일에 대한 팁이다. 세탁과 건조, 화장실, 수납과 창고에 대한 이들의 남다른 노하우는 1인 가구 이상 공동주거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속 시원한 묘책이 된다. 전월세 및 생활비를 가장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회계 방식도 공개한다. 조금 더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답한다. 혼자 먹고 싶을 땐 어떻게 하는지, 영상 볼 때 채널 결정권은 누가 갖는지, 내부 연애는 가능한지, 사고 싶은 게 있을 때 공금으로 하는지 개인 돈으로 하는지, 싸우면 해결 시스템은 있는지, 진상은 없는지, 청소는 누가 하는지, 층간소음 대책은 무언지, 친구나 가족이 놀러 와도 되는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어떻게 하는지 등 생활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한 유용한 해결책이 제시되어 있으니 꼼꼼하게 읽기를 추천한다.
성공을 제시하다
50명 남짓의 사람이 한집에 사는 결정을 하고, 집터를 보고, 집을 설계하고, 집을 짓고, 집을 꾸몄다. 2년여가 걸렸다. 마침내 2017년 7월, 완공된 새집에 입주했다.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우리는 성공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성공이란 무엇일까. 퇴근 후 다시 육아 출근을 해야 했던 엄마 아빠들의 삶은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으로 바뀌었다. 독박육아를 하던 주부는 취미생활을 누리고 있다. 아이를 다 키운 엄마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배움의 시간을 갖고 있다. 학생들은 경쟁과 줄서기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꿈을 키우고 스스로를 지도한다. 또래 친구들 이외에도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과 속 깊은 우정을 나눈다. 오늘, 나와 우리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는 것,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타인과 마주 보며 가식 없이 웃는 것, 나를 사랑하는 만큼 상대를 배려하는 것, 그들이 정의한 성공이다.
성공을 위해 그들이 겪은 시행착오, 논쟁과 토론, 합의와 수정, 웃음과 눈물, 고민과 애환은 우리에게 어떤 가치가 있을까. 편하게 혼자 살면 그만인데 꼭 그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삶으로 답하는 이들의 말을 들어보자. 가장 단순하고 명확한 이유는 경제적으로 이익이다. 돈 몇 푼이 중요한가, 마음 편한 게 최고지, 나는 그냥 돈 더 주고 혼자 살래, 하는 반문에 이들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크나큰 이익들을 제시한다. 아이를 함께 키워 아이들도 즐겁고 부모도 여유롭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집 안에서 배움도 취미생활도 가능하다. 도서관과 스터디카페와 음악 감상실과 음악 연습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집 안에 카페도 정원도 스파도 바비큐장도 다 있다. 이런 이익들이 함께 사는 이유의 전부냐 물으면 이들은 고개를 젓는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불편하지만 따뜻하고, 번잡하지만 활기차다. 어제보다 오늘 한 뼘 더 자란 내가 있고, 옆에는 그렇게 성숙해진 사람들이 있다. 각각의 나무들이 숲을 이룬다. 숲이 있기에 나무가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나무가 숲을 이루었지만, 숲은 나무의 터전이 되었다. 이미 구분이 무의미한 합일의 경지다.
우리는 묻는다. 성공이 무어냐고. [공유주택 은공1호 이야기]는 답한다. 우리는 숲에서 살고 있다고. 각자도생에 지치고 우울한 우리의 일상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는 은공1호사람들의 이야기에 오늘 귀 기울여 보기를 권한다. 다른 삶의 방식에 도전해보라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