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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항쟁과 새로운 민주공화국 : 민교협 정치시평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180702
가격
₩ 34,000
ISBN
9788946064973
페이지
443 p.
판형
152 X 223 mm
커버
Book
책 소개
촛불이 밝힌 길, 우리는 잘 가고 있을까 아직 먼 목적지에 닿기까지 기억해야 할 이야기들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때 모여 함께 꿈꾸던 세상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여전히 강고한 기득권의 힘에 막혀 적폐 청산은 갈 길이 멀고, 큰 기대를 안고 등장한 새 정부가 내세운 개혁 과제는 첫발을 내딛는 일조차 힘겨워 보인다. 우리는, 그리고 새로운 정권은 광장에서 꿈꾸던 목적지를 향해 잘 가고 있는 것일까? 기억에서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는 광장의 꿈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그래야 지난 세계의 혁명사가 보여준 퇴행의 길을 밟지 않는다는 절실한 뜻을 담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20명이 각자의 목소리를 담은 글 68개를 엮었다. 한국 교수 사회의 진보적 목소리를 대변해온 글쓴이들은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변화의 과정에 서 있는 대한민국을 향해, 광장의 시민들이 들었던 촛불을 다시금 빌려와 우리가 가야 할 새로운 민주공화국의 길을 비춘다.
목차
들어가는 말 : 촛불 시민과 함께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꿈꾸다
1부 세월호와 촛불항쟁
세월호 사건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 / 사회적 죽음들에 대한 사회적 연대의 정치학 / 망각의 흔적에서 길어 올린 새로운 생명 / 박근혜 퇴진 운동이 ‘3차 시민혁명’인 이유 / 탄핵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 촛불 혁명 / 포획된 국가, 그리고 포획된 민주주의 / 탄핵 촛불의 성과, 디지털 촛불의 한계 / 대구의 촛불 시위와 지역 의제 / 박근혜 탄핵, ‘대한민국 조율’ 첫걸음 / 세월호 1년, 다시 돌아가는 무책임 - 희생 시스템
2부 누구를 위한 협치인가?
협치, 그 뜻은 알고 말하는 걸까? / ‘보수 세력’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 그들이 ‘법카’로 룸살롱에 쏟은 돈, 1조 원 / 협치와 야합은 ‘한 끗’ 차이다 / 평화의 댐에 속고, 테러방지법에 또 속을까? / 4·13 총선 이후 무엇이 바뀌고 있나? / 탄핵 방아쇠가 ‘종편’이라는 걸 직시하자 / 결국 ‘성주 밖’ 사람들이 문제다 / 블랙리스트와 편 가르기
3부 누가 박근혜 정부를 만들었는가?
박근혜식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 / 박근혜와 김정은, 복지 철학은 닮았다 / 박근혜 정부, 복지도 ‘국정화’하려 하나? / 박근혜, ‘정치인’이 아닌 ‘종교인’? / 우리 모두는 박정희·박근혜의 ‘주술’에 걸려 있었다 / 아르카나 임페리 / 박근혜 정부의 의료 영리화를 바라보며 / 연금 개혁의 방향 / 친일파를 친일파라 부르지 말자 / 비선 정치와 배신 정치, 그 말로는?
4부 만인의 불평등 헬조선, 무엇이 우리를 개돼지로 만드는가?
일상의 사소함으로,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 관용이 아니라 불관용이 먼저다 /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나라 / 흡연자를 위한 변론 / ‘매드맥스’ 한국, 쿠오바디스! / 박근혜, 유신 정치의 그림자가 보인다 / 조계사, 한상균, 그리고 대학의 몰락 / 인공지능 시대, ‘소비 보장 제도’가 필요하다 / 무엇이 우리를 개돼지로 만드는가? / 좀비가 된 한국 정치 / ‘헬조선’의 30대가 추락하고 있다 / ‘메갈’에 분노하는 남성들, 스스로를 돌아보자
5부 대학 속의 사회, 사회 속의 대학
대학의 위기, 정부와 재벌만의 탓일까? / 교육부 장관님, 교육은 사고파는 상품이 아닙니다 / 부산대 비극, 진짜 쪽팔렸던 게 뭔 줄 알아? / 낮에는 영재 학교, 밤에는 윤락 업소 / 대학교수는 한국 사회 퇴행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 / 한국 교수는 왜 8·17을 기억해야 하는가? / 이화여대 사태 제대로 보기 / 청년 수당, 진짜로 효과를 보려면?
6부 거꾸로 가는 교육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
선도부, ‘선배 똑바로 쳐다보면 죄악’이라는데 / 지옥을 경험하는 고3 수험생들에게 / ‘10억 주면 감옥도 간다’는 학생들, 문제는…… / 대학생 스펙의 불편한 진실 / 신자유주의 교육과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7부 분단적 인식과 21세기 세계는
종북주의자들이여, 부정과 비리를 고발하는 종과 북을 울려라 / ‘종북’과 ‘대선 불복’이라는 상징조작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 국정원의 국익은 간첩 조작? / ‘빨갱이’ 외친 윤복희와 최태민, 박근혜 / ‘북풍’ 근절하는 최초의 정권이 탄생할까? / 쾰른의 택시 운전사가 부르는 고향의 노래 / 브렉시트, 신자유주의 재앙의 신호탄 / 트럼프의 미국, 달라진 것은 없다
8부 노동과 사회운동의 새로운 길을 찾다
노동자는 때려잡고, 조폭은 지켜주는 나라 / 故 백남기 씨에게 사망 선언한 레지던트 K님께 / 지식인의 사회적 연대 / 극우 광기의 시대, 민족주의 좌파 진영 운동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 한국 사회의 진보를 위한 사회주의체제·탈사회주의 사회 연구의 중요성
1부 세월호와 촛불항쟁
세월호 사건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 / 사회적 죽음들에 대한 사회적 연대의 정치학 / 망각의 흔적에서 길어 올린 새로운 생명 / 박근혜 퇴진 운동이 ‘3차 시민혁명’인 이유 / 탄핵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 촛불 혁명 / 포획된 국가, 그리고 포획된 민주주의 / 탄핵 촛불의 성과, 디지털 촛불의 한계 / 대구의 촛불 시위와 지역 의제 / 박근혜 탄핵, ‘대한민국 조율’ 첫걸음 / 세월호 1년, 다시 돌아가는 무책임 - 희생 시스템
2부 누구를 위한 협치인가?
협치, 그 뜻은 알고 말하는 걸까? / ‘보수 세력’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 그들이 ‘법카’로 룸살롱에 쏟은 돈, 1조 원 / 협치와 야합은 ‘한 끗’ 차이다 / 평화의 댐에 속고, 테러방지법에 또 속을까? / 4·13 총선 이후 무엇이 바뀌고 있나? / 탄핵 방아쇠가 ‘종편’이라는 걸 직시하자 / 결국 ‘성주 밖’ 사람들이 문제다 / 블랙리스트와 편 가르기
3부 누가 박근혜 정부를 만들었는가?
박근혜식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 / 박근혜와 김정은, 복지 철학은 닮았다 / 박근혜 정부, 복지도 ‘국정화’하려 하나? / 박근혜, ‘정치인’이 아닌 ‘종교인’? / 우리 모두는 박정희·박근혜의 ‘주술’에 걸려 있었다 / 아르카나 임페리 / 박근혜 정부의 의료 영리화를 바라보며 / 연금 개혁의 방향 / 친일파를 친일파라 부르지 말자 / 비선 정치와 배신 정치, 그 말로는?
4부 만인의 불평등 헬조선, 무엇이 우리를 개돼지로 만드는가?
일상의 사소함으로,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 관용이 아니라 불관용이 먼저다 /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나라 / 흡연자를 위한 변론 / ‘매드맥스’ 한국, 쿠오바디스! / 박근혜, 유신 정치의 그림자가 보인다 / 조계사, 한상균, 그리고 대학의 몰락 / 인공지능 시대, ‘소비 보장 제도’가 필요하다 / 무엇이 우리를 개돼지로 만드는가? / 좀비가 된 한국 정치 / ‘헬조선’의 30대가 추락하고 있다 / ‘메갈’에 분노하는 남성들, 스스로를 돌아보자
5부 대학 속의 사회, 사회 속의 대학
대학의 위기, 정부와 재벌만의 탓일까? / 교육부 장관님, 교육은 사고파는 상품이 아닙니다 / 부산대 비극, 진짜 쪽팔렸던 게 뭔 줄 알아? / 낮에는 영재 학교, 밤에는 윤락 업소 / 대학교수는 한국 사회 퇴행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 / 한국 교수는 왜 8·17을 기억해야 하는가? / 이화여대 사태 제대로 보기 / 청년 수당, 진짜로 효과를 보려면?
6부 거꾸로 가는 교육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
선도부, ‘선배 똑바로 쳐다보면 죄악’이라는데 / 지옥을 경험하는 고3 수험생들에게 / ‘10억 주면 감옥도 간다’는 학생들, 문제는…… / 대학생 스펙의 불편한 진실 / 신자유주의 교육과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7부 분단적 인식과 21세기 세계는
종북주의자들이여, 부정과 비리를 고발하는 종과 북을 울려라 / ‘종북’과 ‘대선 불복’이라는 상징조작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 국정원의 국익은 간첩 조작? / ‘빨갱이’ 외친 윤복희와 최태민, 박근혜 / ‘북풍’ 근절하는 최초의 정권이 탄생할까? / 쾰른의 택시 운전사가 부르는 고향의 노래 / 브렉시트, 신자유주의 재앙의 신호탄 / 트럼프의 미국, 달라진 것은 없다
8부 노동과 사회운동의 새로운 길을 찾다
노동자는 때려잡고, 조폭은 지켜주는 나라 / 故 백남기 씨에게 사망 선언한 레지던트 K님께 / 지식인의 사회적 연대 / 극우 광기의 시대, 민족주의 좌파 진영 운동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 한국 사회의 진보를 위한 사회주의체제·탈사회주의 사회 연구의 중요성
본문발췌
집권 정당 교체와 무관하게 이어지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지배 블록은 정당정치를 마비시키고 있다. 지배 블록의 범위는 언론과 각종 정치 엘리트, 관료들, 전문가들, 그리고 이들과 여러 인맥으로 얽혀 있는 각종 사회 기득권 집단으로까지 확장되었고, 국가는 이들에 의해 철저하게 포획되어왔다. 국가를 포획하고,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과두 지배 세력들 중 중요한 집단인 관료 지배 집단은 정당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기만 하면 정책이 잘 작동할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면서 자신들의 지배를 철저하게 위장한다. 특히 민주화 이후 국가의 공적 기능이 현저하게 약화되면서, 다양한 특권 집단들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도구로 전락했다. 이들은 이른바 민주 정부로 일컬어지는 정권 교체 메커니즘과는 상관없이 혹은 별도로 독자적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를 공고히 해왔다. _ 24쪽
이미 많은 사람이 “함께 살자!”, “더 이상 죽이지 말라!”라고 외쳤다.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이 “더 이상 죽이지 말라!”라고 외쳤다. 그러나 이 사회는 그 죽음을 막지 못했다. 이윤 추구 기계인 자본의 일방적인 폭주를 저지하기는커녕, 자본을 향한 규제를 다 풀면서 더욱더 위험하고 불안정한 사회가 되었다. 시장에서 자본의 감시자 노릇을 하면서 사회와 인민을 방어해야 할 국가는 그들의 직무를 방기했다. 그래서 이들 죽음의 원인은 똑같은 것이다. 또한 이들 죽음도 똑같은 것이다. 결국 이들 죽음 사이의 거리를 좁혀서 사회적 연대의 정치학을 새로이 쓸 때 우리는 반복되는 죽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_ 33~34쪽
4월 혁명은 학생들의 주도로 이승만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으나 혁명을 실천하는 데 미온적인 보수 정권을 낳았고 곧이어 군부 쿠데타로 그 이념 자체가 부정당했다. 6월 혁명은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문민정부 탄생의 기틀을 세웠으며 형식적 민주주의의 일정한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른바 ‘87년 체제’는 애초 군부 기득권 세력과의 타협을 통해 구축되었던 만큼 늘 불안 요소를 안고 있었다. 결국 분단 체제에 기생하는 세력이 연속 집권하기에 이르면서 민주주의는 퇴행을 겪고 기득권 구조는 더욱 공고해지는 결과를 빚은 것이다. _ 47~48쪽
재벌들의 약점을 잡아 돈을 뜯어내는 것을 보니 과연 박근혜는 힘이 센가? 하지만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은 비선 실세가 마구잡이로 사익을 챙기는 창구에 불과하다. 또 재벌들이 돈을 뜯긴 것처럼 보이지만 권력은 훨씬 더 큰 특혜로 재벌에 보답했다. 예컨대 박근혜-최순실이 얻은 것과 삼성물산 합병 등으로 3대 세습에 성공한 이재용이 얻은 것을 비교해보라. 이 검은 거래는 재벌이 입금하면 대통령이 친재벌 담화와 정책들로 응답하는 방식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사실 최대의 수혜자는 이재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화의 역설인데 권력이 시장으로, 아니 재벌로 넘어간 이래 국가권력은 진작에 재벌의 하수인 위치로 전락해갔다. _ 67쪽
소통과 협력이 이렇게까지 자주 언급되는 것은 그만큼 소통이 안 되고 힘의 논리만이 작동하고 있는 현실을 반증한다. 소통의 가장 기본인 경청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정치인들이 소통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말끝마다 협치를 갖다 붙이지만 그 말뜻을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한국, 특히 정치권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가 ‘경박함’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벤치마킹이라는 이름 아래 무수히 많은 개념과 제도를 들여오지만 그것들의 사회적·문화적 배경에는 관심이 없고, 그것을 어떻게 발전시켜 한국에서 실현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정치인들 스스로를 멋진 상품으로 포장해서 시장에 내다 팔 때 얼마만큼의 광고 효과를 가질 수 있는지를 고민할 뿐이다. _ 102쪽
서로의 머리와 발목을 잡고 있는 한국의 진보 좌파는 실질적으로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그들은 인식한다. 그럼에도 이들 세력들 중 일부가 가끔씩 제기하는 정책들이 한국의 보수 기득권 세력들의 탐욕을 확대시키는 데 실질적인 타격을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프레임을 더욱 노골적으로 한층 더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_ 111쪽
과거와 같이 카리스마를 지닌 정치인이 없다며 한탄하는 이들도 있다. 그 점에서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 등의 시대는 자의든 타의든 암묵적 감성으로 만들어지거나 선택된 지도자가 나라를 이끄는 시대였다. 하지만 21세기 건강한 한국 사회를 위해서라도 이번 국민 분노는 암묵적 이미지를 통해 형성되는 카리스마 있는 인물보다는, 이성과 상식이 있는 평범한 인물이야말로 좋은 정치인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필요가 있다. 1987년의 행동이 밖을 향했다면, 이번엔 우리 안을 향한 외침이 되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허구의 낡은 카리스마 시대는 끝나야 한다. _ 177~178쪽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거대한 담장도 작은 물구멍 하나로 무너진다는 점이다. 사회 변화를 위해 관념적인 구호와 주장을 하기보다는 각자의 위치에서 일상의 작은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어느 하나 가볍게 볼 수 없는 대형 사회 이슈에만 집중하면서 해법 없는 원론적인 주장 속에 스스로 지쳐 쓰러지기보다는, 커다란 의제를 기억하되 일상 속 행동과 연대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가권력의 횡포라는 시끄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너무 큰 것에만 시선을 돌리게 되고, 점차 일상 속의 작은 부당함에 대해 신경 쓰기는커녕 오히려 용납까지 하게 된다. _ 207쪽
지식은 현실에 대한 진단이며 현실에 대한 진단은 필연적으로 비판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비판이 ‘창의’의 밑거름이 된다. 비판 없이는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 그래서 대학은 우리 아동과 청소년들이 공감 능력과 소통 능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교육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최소한 승자 독식의 교육 제도에 짓눌려 창의적 잠재성이 손상된 학생들을 치유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_ 221쪽
다시 묻는다. 대학이 신성한 곳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비관적이다. 그나마 유일해 보이는 것은, 목소리 없는 이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일이다. 환대의 식탁은 경쟁과 승자 독식을 거절한다. 대학은 신성한 곳이어야 한다. 이건 의무이자 책임이다. 지금처럼 노동이 모욕당하는 시대에, 대학은 노동을 환대함으로써 신성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학문 공동체라는 말이 빈말이 되어버린 이곳에서 자기 공간을 내어주는 환대의 몸부림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환대가 없으면 신성한 공간도 없다. 환대는 의지다. 몸부림이다. 나를 안전하게 지키던 경계선을 지우고 문턱을 낮추고 타인의 공간을 허용하는 것이다. _ 242쪽
흙수저는 무늬만 수저일 뿐 밥을 떠먹을 수도 없고 자식에게 물려줄 수도 없다. 흙수저 자식이 금수저가 되었을 때 밥을 먹을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면, 한국 사회는 양극화 현상을 극복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미래조차 암울해질 것이다. _ 254쪽
현재 메갈리아 등의 투쟁 방식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내용적으로도 빈곤 계층이나 하층계급 남성들에 대한 비하 역시 단순히 하층계급에 대한 공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맥락상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는 위에서 비유한 것처럼 강한 억압적 지배와 폭력적 탄압에 맞서면서 과격해질 수밖에 없는 운동의 초기 모습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해 과격하거나 다듬어지지 않은 언사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어 과도한 비판을 가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최소한 진보적인 관점을 지닌 이들이라면 이 사태의 핵심과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정치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것은 책무이다. _ 268쪽
조금 부풀려 말해서 종북이라 불리면 어떤가? 어차피 짝퉁 종북인데도 불구하고 그리 염려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싸구려 종북 타령에 넘어가는 셈이다. 종북이라 불리더라도 잘못된 불륜을 밝혀 집안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진정한 종북주의자들에게 원래 약혼자인 국정원을 되돌려주는 것일 터인데 말이다. 짝퉁 종북론이 통하면서, 아니 겁에 질린 소심한 짝퉁 종북주의자들의 두려움이 작동하면서 저들의 달콤함은 지속된다. 일제시대 이후 구호의 무늬만 바꿔 상대방을 침묵시키면서 저들이 항상 누려왔던 바로 그 꿀맛이다. _ 360쪽
이미 많은 사람이 “함께 살자!”, “더 이상 죽이지 말라!”라고 외쳤다.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이 “더 이상 죽이지 말라!”라고 외쳤다. 그러나 이 사회는 그 죽음을 막지 못했다. 이윤 추구 기계인 자본의 일방적인 폭주를 저지하기는커녕, 자본을 향한 규제를 다 풀면서 더욱더 위험하고 불안정한 사회가 되었다. 시장에서 자본의 감시자 노릇을 하면서 사회와 인민을 방어해야 할 국가는 그들의 직무를 방기했다. 그래서 이들 죽음의 원인은 똑같은 것이다. 또한 이들 죽음도 똑같은 것이다. 결국 이들 죽음 사이의 거리를 좁혀서 사회적 연대의 정치학을 새로이 쓸 때 우리는 반복되는 죽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_ 33~34쪽
4월 혁명은 학생들의 주도로 이승만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으나 혁명을 실천하는 데 미온적인 보수 정권을 낳았고 곧이어 군부 쿠데타로 그 이념 자체가 부정당했다. 6월 혁명은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문민정부 탄생의 기틀을 세웠으며 형식적 민주주의의 일정한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른바 ‘87년 체제’는 애초 군부 기득권 세력과의 타협을 통해 구축되었던 만큼 늘 불안 요소를 안고 있었다. 결국 분단 체제에 기생하는 세력이 연속 집권하기에 이르면서 민주주의는 퇴행을 겪고 기득권 구조는 더욱 공고해지는 결과를 빚은 것이다. _ 47~48쪽
재벌들의 약점을 잡아 돈을 뜯어내는 것을 보니 과연 박근혜는 힘이 센가? 하지만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은 비선 실세가 마구잡이로 사익을 챙기는 창구에 불과하다. 또 재벌들이 돈을 뜯긴 것처럼 보이지만 권력은 훨씬 더 큰 특혜로 재벌에 보답했다. 예컨대 박근혜-최순실이 얻은 것과 삼성물산 합병 등으로 3대 세습에 성공한 이재용이 얻은 것을 비교해보라. 이 검은 거래는 재벌이 입금하면 대통령이 친재벌 담화와 정책들로 응답하는 방식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사실 최대의 수혜자는 이재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화의 역설인데 권력이 시장으로, 아니 재벌로 넘어간 이래 국가권력은 진작에 재벌의 하수인 위치로 전락해갔다. _ 67쪽
소통과 협력이 이렇게까지 자주 언급되는 것은 그만큼 소통이 안 되고 힘의 논리만이 작동하고 있는 현실을 반증한다. 소통의 가장 기본인 경청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정치인들이 소통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말끝마다 협치를 갖다 붙이지만 그 말뜻을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한국, 특히 정치권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가 ‘경박함’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벤치마킹이라는 이름 아래 무수히 많은 개념과 제도를 들여오지만 그것들의 사회적·문화적 배경에는 관심이 없고, 그것을 어떻게 발전시켜 한국에서 실현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정치인들 스스로를 멋진 상품으로 포장해서 시장에 내다 팔 때 얼마만큼의 광고 효과를 가질 수 있는지를 고민할 뿐이다. _ 102쪽
서로의 머리와 발목을 잡고 있는 한국의 진보 좌파는 실질적으로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그들은 인식한다. 그럼에도 이들 세력들 중 일부가 가끔씩 제기하는 정책들이 한국의 보수 기득권 세력들의 탐욕을 확대시키는 데 실질적인 타격을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프레임을 더욱 노골적으로 한층 더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_ 111쪽
과거와 같이 카리스마를 지닌 정치인이 없다며 한탄하는 이들도 있다. 그 점에서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 등의 시대는 자의든 타의든 암묵적 감성으로 만들어지거나 선택된 지도자가 나라를 이끄는 시대였다. 하지만 21세기 건강한 한국 사회를 위해서라도 이번 국민 분노는 암묵적 이미지를 통해 형성되는 카리스마 있는 인물보다는, 이성과 상식이 있는 평범한 인물이야말로 좋은 정치인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필요가 있다. 1987년의 행동이 밖을 향했다면, 이번엔 우리 안을 향한 외침이 되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허구의 낡은 카리스마 시대는 끝나야 한다. _ 177~178쪽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거대한 담장도 작은 물구멍 하나로 무너진다는 점이다. 사회 변화를 위해 관념적인 구호와 주장을 하기보다는 각자의 위치에서 일상의 작은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어느 하나 가볍게 볼 수 없는 대형 사회 이슈에만 집중하면서 해법 없는 원론적인 주장 속에 스스로 지쳐 쓰러지기보다는, 커다란 의제를 기억하되 일상 속 행동과 연대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가권력의 횡포라는 시끄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너무 큰 것에만 시선을 돌리게 되고, 점차 일상 속의 작은 부당함에 대해 신경 쓰기는커녕 오히려 용납까지 하게 된다. _ 207쪽
지식은 현실에 대한 진단이며 현실에 대한 진단은 필연적으로 비판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비판이 ‘창의’의 밑거름이 된다. 비판 없이는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 그래서 대학은 우리 아동과 청소년들이 공감 능력과 소통 능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교육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최소한 승자 독식의 교육 제도에 짓눌려 창의적 잠재성이 손상된 학생들을 치유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_ 221쪽
다시 묻는다. 대학이 신성한 곳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비관적이다. 그나마 유일해 보이는 것은, 목소리 없는 이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일이다. 환대의 식탁은 경쟁과 승자 독식을 거절한다. 대학은 신성한 곳이어야 한다. 이건 의무이자 책임이다. 지금처럼 노동이 모욕당하는 시대에, 대학은 노동을 환대함으로써 신성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학문 공동체라는 말이 빈말이 되어버린 이곳에서 자기 공간을 내어주는 환대의 몸부림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환대가 없으면 신성한 공간도 없다. 환대는 의지다. 몸부림이다. 나를 안전하게 지키던 경계선을 지우고 문턱을 낮추고 타인의 공간을 허용하는 것이다. _ 242쪽
흙수저는 무늬만 수저일 뿐 밥을 떠먹을 수도 없고 자식에게 물려줄 수도 없다. 흙수저 자식이 금수저가 되었을 때 밥을 먹을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면, 한국 사회는 양극화 현상을 극복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미래조차 암울해질 것이다. _ 254쪽
현재 메갈리아 등의 투쟁 방식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내용적으로도 빈곤 계층이나 하층계급 남성들에 대한 비하 역시 단순히 하층계급에 대한 공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맥락상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는 위에서 비유한 것처럼 강한 억압적 지배와 폭력적 탄압에 맞서면서 과격해질 수밖에 없는 운동의 초기 모습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해 과격하거나 다듬어지지 않은 언사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어 과도한 비판을 가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최소한 진보적인 관점을 지닌 이들이라면 이 사태의 핵심과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정치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것은 책무이다. _ 268쪽
조금 부풀려 말해서 종북이라 불리면 어떤가? 어차피 짝퉁 종북인데도 불구하고 그리 염려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싸구려 종북 타령에 넘어가는 셈이다. 종북이라 불리더라도 잘못된 불륜을 밝혀 집안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진정한 종북주의자들에게 원래 약혼자인 국정원을 되돌려주는 것일 터인데 말이다. 짝퉁 종북론이 통하면서, 아니 겁에 질린 소심한 짝퉁 종북주의자들의 두려움이 작동하면서 저들의 달콤함은 지속된다. 일제시대 이후 구호의 무늬만 바꿔 상대방을 침묵시키면서 저들이 항상 누려왔던 바로 그 꿀맛이다. _ 360쪽
저자소개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 저자에 관한 상세 정보는 책에 수록)
곽차섭 | 부산대학교 사학과 교수
권영숙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원
김귀옥 | 한성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김규종 | 경북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
김서중 |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진해 |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김태만 | 한국해양대학교 국제대학 동아시아학과 교수
백도명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서영표 |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부교수
신승환 | 가톨릭대학교 철학과 교수
안현효 | 대구대학교 사범대학 일반사회교육학과 교수
우희종 |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학장
윤지관 | 덕성여자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윤찬영 | 전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도흠 |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동진 |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병천 | 강원대학교 경제무역학부 교수
이항우 |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호중 |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재원 | 국민대학교 글로벌 인문지역대학 유라시아학과 교수
김귀옥 (엮음)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하여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와 여성연구소 상근연구원, 한국정신문화연구원과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초빙연구원,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객원교수, 성공회대학교 사회문화연구원 연구교수 등을 거쳐 현재 한성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사회학)와 한성대학교 전쟁과평화연구소 소장, 한국구술사학회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분단과 전쟁이 사람과 사회에 미친 영향에 주목하고 통일과 평화의 길을 찾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 외에도 이산가족과 여성, 분단을 넘는 사람들, 디아스포라(diaspora) 공동체, 노동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현지 조사(fieldwork research)와 구술사 방법론을 통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묻혀 있는 기록을 발굴하고 정리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군대와 성폭력: 한반도의 20세기(선인, 2012, 공저), 동아시아의 전쟁과 사회?(한울, 2009, 공저), ?朝鮮半島の分斷と離散家族?(明石書店, 2008), ?전쟁의 기억 냉전의 구술(선인, 2008, 공저), 이산가족, ‘반공전사’도 ‘빨갱이’도 아닌…: 이산가족 문제를 보는 새로운 시각(역사비평사, 2004,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북한여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당대, 2000, 공저), ?월남민의 생활경험과 정체성: 밑으로부터의 월남민 연구(서울대학교출판부, 1999,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등이 있다.
(※ 저자에 관한 상세 정보는 책에 수록)
곽차섭 | 부산대학교 사학과 교수
권영숙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원
김귀옥 | 한성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김규종 | 경북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
김서중 |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진해 |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김태만 | 한국해양대학교 국제대학 동아시아학과 교수
백도명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서영표 |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부교수
신승환 | 가톨릭대학교 철학과 교수
안현효 | 대구대학교 사범대학 일반사회교육학과 교수
우희종 |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학장
윤지관 | 덕성여자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윤찬영 | 전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도흠 |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동진 |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병천 | 강원대학교 경제무역학부 교수
이항우 |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호중 |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재원 | 국민대학교 글로벌 인문지역대학 유라시아학과 교수
김귀옥 (엮음)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하여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와 여성연구소 상근연구원, 한국정신문화연구원과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초빙연구원,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객원교수, 성공회대학교 사회문화연구원 연구교수 등을 거쳐 현재 한성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사회학)와 한성대학교 전쟁과평화연구소 소장, 한국구술사학회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분단과 전쟁이 사람과 사회에 미친 영향에 주목하고 통일과 평화의 길을 찾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 외에도 이산가족과 여성, 분단을 넘는 사람들, 디아스포라(diaspora) 공동체, 노동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현지 조사(fieldwork research)와 구술사 방법론을 통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묻혀 있는 기록을 발굴하고 정리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군대와 성폭력: 한반도의 20세기(선인, 2012, 공저), 동아시아의 전쟁과 사회?(한울, 2009, 공저), ?朝鮮半島の分斷と離散家族?(明石書店, 2008), ?전쟁의 기억 냉전의 구술(선인, 2008, 공저), 이산가족, ‘반공전사’도 ‘빨갱이’도 아닌…: 이산가족 문제를 보는 새로운 시각(역사비평사, 2004,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북한여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당대, 2000, 공저), ?월남민의 생활경험과 정체성: 밑으로부터의 월남민 연구(서울대학교출판부, 1999,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등이 있다.
서평
20명의 교수들이 기록한 새로운 민주공화국의 꿈
촛불의 외침을 실현하기 위해 꼭 기억해야 할 68가지 이야기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 소속 교수 스무 명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다룬 짧은 글 예순여덟 꼭지를 엮어 『촛불항쟁과 새로운 민주공화국』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세월호 침몰, 사드 배치, 블랙리스트, 대학 교육, 전교조 법외노조화, 종북·빨갱이 논란, 백남기 농민 사망, 국정 농단, 대통령 탄핵 등 최근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을 총망라한다.
소속과 전공이 다양한 글쓴이들은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염원하면서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분노와 희망을 되새김질해 아직 갈 길이 먼 개혁을 재촉한다.
먼저 1부 ‘세월호와 촛불항쟁’에서는 이 책의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의식을 담는다. 서두에서 엮은이 김귀옥 교수는 세월호 사건에 대해 “필자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자행된 국가 폭력의 희생, 학살 사건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세월호 사건의 기억이야말로 탄핵의 촛불을 밝힌 가장 강력한 불쏘시개였다는 점에서 글쓴이들은 여러 꼭지에 걸쳐 당시 희생자를 방임 또는 방치한 눈먼 국가를 강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심지어 박근혜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 경북에서도 피어오른 촛불의 성격과 과제를 논한다.
2부 ‘누구를 위한 협치인가?’에서는 참여정부가 운을 뗐던 협치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어떻게 왜곡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글쓴이는 참여정부가 직접민주주의의 한 방식으로 도입했던 협치민주주의가 오히려 보수정부에 의해 지배 집단과 특권 세력을 강화하고, 노동자·민중의 목소리를 억압하며, 불통을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협치의 구체적 구성물인 블랙리스트는 원래 협치 개념과는 상반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노동자, 민중을 배제하며 지배 집단을 강화하는 방식의 하나가 되었다는 점을 밝힌다.
3부 ‘누가 박근혜 정부를 만들었는가?’에서는 박근혜의 통치 방식, 국정 농단의 실태를 역사적 성찰에서부터 정치학적 접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비판한다. 박근혜식 비밀주의, 비선, 주술, 선거의 정치학, 지방자치제를 허물고 중앙정부화, 또는 박근혜 중심화, 가속화되는 신자유주의의 정책으로서의 의료 영리화, 연금 개악 문제와 ‘부일파’에 의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등을 짚는다.
4부 ‘만인의 불평등 헬조선, 무엇이 우리를 개돼지로 만드는가?’에서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벌어진 국정 농단의 결과를 살펴본다. 국정 농단의 결과는 유신정권으로의 회귀이고, 사회적 약자라 할 수 있는 세월호 유족들이나 생존자들, 아동, 노동자, 비정규직, 청년 세대들이 살고 있는 한국 사회는 사실상 헬조선의 좀비와 같은 존재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이보다 구체적으로 세월호 사태나 메르스 사태의 공통점으로 박근혜 정부는 국민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하며, 대다수 국민을 개돼지로 만들고자 했다는 점을 꼬집는다.
5부 ‘대학 속의 사회, 사회 속의 대학’에서는 이 책의 글쓴이들이 존재적 기반을 두고 있는 대학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 상황을 고발한다. 특히 고등교육 정책의 오랜 부제와, 공교육으로서 대학의 취약한 위상, 이에 더해 ‘이명박근혜’ 정부의 그릇된 정책과 재벌의 개입으로 황폐해진 대학의 교육·연구 환경에 대해 신랄한 ‘내부고발’과 ‘자기반성’이 이어진다. 2015년 부산대 고현철 교수의 자살 사건과 2016년 7월 본격화된 이화여대 사태를 통해,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대학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를 짚는다.
6부 ‘거꾸로 가는 교육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교육 부재의 교육계 상황을 몇 가지 징후로 짚어본다. ‘선도’가 폭력으로 작동해온 교육, 학생들 간의 폭력이 결국 교육과 사회구조 속의 폭력과 맞닿아 있었고, 그 단면으로서 대학 입시로 인생이 결정되는 폭력적 구조 속에서 협력이 사라진 교육 현장을 발견한다. 최근 불거진 대법원과 청와대의 재판 거래 의혹 파동의 한 축이기도 한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사건을 살펴봄으로써,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비뚤어진 교육·사회 정책의 문제점을 되짚어본다.
7부 ‘분단적 인식과 21세기 세계는’에서는 유신시대로 역행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유신시대 ‘빨갱이’와 ‘간첩’을 만들던 방식과 유사하게 부정과 비리를 고발하려는 사람들을 ‘종북 좌파’로 낙인찍어온 사건과 내용을 다룬다.
여기서 글쓴이는 종북이라는 딱지를 남발하던 당시 정권은 물론, 그 앞에 알아서 몸을 낮추던 당시 야당의 모습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8부 ‘노동과 사회운동의 새로운 길을 찾다’에서는 적폐를 넘어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찾는 길을 모색한다. 노동자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정부 만들기를 제안하며, 새로운 대안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극우의 광기를 버려야 하지만 좌파 운동에서도 마찬가지로 대전환이 필요하며, 한국 사회 나름의 제3의 길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 길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진보적 지식인의 숙명적 과제인 1987년의 정치적 진보를 넘어 민중 속에서 사회적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꽤 두꺼운 책 속에는 지난 6년간의 한국 사회 모습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아마도 이제 그만 잊고 싶어 할 이야기들일 것이다. 하지만 노란 리본에 담아 몇 년이고 간직해온 세월호 참사의 참혹한 기억이 촛불혁명의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규모 시민혁명이 부패한 권력에 맞서 승리한 역사는 최근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있어왔다. 하지만 그러한 승리 이후 시민들이 맞이한 세상은 애써 부르짖던 혁명의 구호와는 결코 어울리지 않았다.
아랍의 봄 이후 사회적 갈등과 분쟁이 빚어지고 있는 아랍·아프리카 국가들이 그러하고, 우리 역시 4·19 이후 군사정권의 등장으로 오랫동안 민주주의의 후퇴를 경험해야 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누구였는지 기억하지 않는가?
2016년 대한민국 광장에서 벌어진 촛불혁명은 세계 각국 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내고 정권 교체까지 이뤄냈다. 하지만 촛불을 든 시민들이 꿈꾼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 탄핵조차 받지 않는 우리 사회 숨은 권력들에 막혀 새 정부의 개혁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돌이켜볼 때, 촛불이 가리킨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서 우리는 겨우 몇 발자국 나아갔을 뿐이다. 그때의 분노와 흥분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지금, 우리의 혁명도 역사의 징크스를 따를 것인가? 이번에는 정말 다를 것인가?
그 결과는 우리가 분노했던 문제, 바라던 사회의 모습을 얼마나 기억하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촛불항쟁과 새로운 민주공화국』 같은 책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 역시 거기에 있다.
촛불의 외침을 실현하기 위해 꼭 기억해야 할 68가지 이야기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 소속 교수 스무 명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다룬 짧은 글 예순여덟 꼭지를 엮어 『촛불항쟁과 새로운 민주공화국』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세월호 침몰, 사드 배치, 블랙리스트, 대학 교육, 전교조 법외노조화, 종북·빨갱이 논란, 백남기 농민 사망, 국정 농단, 대통령 탄핵 등 최근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을 총망라한다.
소속과 전공이 다양한 글쓴이들은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염원하면서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분노와 희망을 되새김질해 아직 갈 길이 먼 개혁을 재촉한다.
먼저 1부 ‘세월호와 촛불항쟁’에서는 이 책의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의식을 담는다. 서두에서 엮은이 김귀옥 교수는 세월호 사건에 대해 “필자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자행된 국가 폭력의 희생, 학살 사건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세월호 사건의 기억이야말로 탄핵의 촛불을 밝힌 가장 강력한 불쏘시개였다는 점에서 글쓴이들은 여러 꼭지에 걸쳐 당시 희생자를 방임 또는 방치한 눈먼 국가를 강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심지어 박근혜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 경북에서도 피어오른 촛불의 성격과 과제를 논한다.
2부 ‘누구를 위한 협치인가?’에서는 참여정부가 운을 뗐던 협치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어떻게 왜곡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글쓴이는 참여정부가 직접민주주의의 한 방식으로 도입했던 협치민주주의가 오히려 보수정부에 의해 지배 집단과 특권 세력을 강화하고, 노동자·민중의 목소리를 억압하며, 불통을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협치의 구체적 구성물인 블랙리스트는 원래 협치 개념과는 상반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노동자, 민중을 배제하며 지배 집단을 강화하는 방식의 하나가 되었다는 점을 밝힌다.
3부 ‘누가 박근혜 정부를 만들었는가?’에서는 박근혜의 통치 방식, 국정 농단의 실태를 역사적 성찰에서부터 정치학적 접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비판한다. 박근혜식 비밀주의, 비선, 주술, 선거의 정치학, 지방자치제를 허물고 중앙정부화, 또는 박근혜 중심화, 가속화되는 신자유주의의 정책으로서의 의료 영리화, 연금 개악 문제와 ‘부일파’에 의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등을 짚는다.
4부 ‘만인의 불평등 헬조선, 무엇이 우리를 개돼지로 만드는가?’에서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벌어진 국정 농단의 결과를 살펴본다. 국정 농단의 결과는 유신정권으로의 회귀이고, 사회적 약자라 할 수 있는 세월호 유족들이나 생존자들, 아동, 노동자, 비정규직, 청년 세대들이 살고 있는 한국 사회는 사실상 헬조선의 좀비와 같은 존재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이보다 구체적으로 세월호 사태나 메르스 사태의 공통점으로 박근혜 정부는 국민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하며, 대다수 국민을 개돼지로 만들고자 했다는 점을 꼬집는다.
5부 ‘대학 속의 사회, 사회 속의 대학’에서는 이 책의 글쓴이들이 존재적 기반을 두고 있는 대학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 상황을 고발한다. 특히 고등교육 정책의 오랜 부제와, 공교육으로서 대학의 취약한 위상, 이에 더해 ‘이명박근혜’ 정부의 그릇된 정책과 재벌의 개입으로 황폐해진 대학의 교육·연구 환경에 대해 신랄한 ‘내부고발’과 ‘자기반성’이 이어진다. 2015년 부산대 고현철 교수의 자살 사건과 2016년 7월 본격화된 이화여대 사태를 통해,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대학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를 짚는다.
6부 ‘거꾸로 가는 교육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교육 부재의 교육계 상황을 몇 가지 징후로 짚어본다. ‘선도’가 폭력으로 작동해온 교육, 학생들 간의 폭력이 결국 교육과 사회구조 속의 폭력과 맞닿아 있었고, 그 단면으로서 대학 입시로 인생이 결정되는 폭력적 구조 속에서 협력이 사라진 교육 현장을 발견한다. 최근 불거진 대법원과 청와대의 재판 거래 의혹 파동의 한 축이기도 한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사건을 살펴봄으로써,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비뚤어진 교육·사회 정책의 문제점을 되짚어본다.
7부 ‘분단적 인식과 21세기 세계는’에서는 유신시대로 역행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유신시대 ‘빨갱이’와 ‘간첩’을 만들던 방식과 유사하게 부정과 비리를 고발하려는 사람들을 ‘종북 좌파’로 낙인찍어온 사건과 내용을 다룬다.
여기서 글쓴이는 종북이라는 딱지를 남발하던 당시 정권은 물론, 그 앞에 알아서 몸을 낮추던 당시 야당의 모습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8부 ‘노동과 사회운동의 새로운 길을 찾다’에서는 적폐를 넘어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찾는 길을 모색한다. 노동자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정부 만들기를 제안하며, 새로운 대안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극우의 광기를 버려야 하지만 좌파 운동에서도 마찬가지로 대전환이 필요하며, 한국 사회 나름의 제3의 길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 길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진보적 지식인의 숙명적 과제인 1987년의 정치적 진보를 넘어 민중 속에서 사회적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꽤 두꺼운 책 속에는 지난 6년간의 한국 사회 모습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아마도 이제 그만 잊고 싶어 할 이야기들일 것이다. 하지만 노란 리본에 담아 몇 년이고 간직해온 세월호 참사의 참혹한 기억이 촛불혁명의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규모 시민혁명이 부패한 권력에 맞서 승리한 역사는 최근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있어왔다. 하지만 그러한 승리 이후 시민들이 맞이한 세상은 애써 부르짖던 혁명의 구호와는 결코 어울리지 않았다.
아랍의 봄 이후 사회적 갈등과 분쟁이 빚어지고 있는 아랍·아프리카 국가들이 그러하고, 우리 역시 4·19 이후 군사정권의 등장으로 오랫동안 민주주의의 후퇴를 경험해야 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누구였는지 기억하지 않는가?
2016년 대한민국 광장에서 벌어진 촛불혁명은 세계 각국 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내고 정권 교체까지 이뤄냈다. 하지만 촛불을 든 시민들이 꿈꾼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 탄핵조차 받지 않는 우리 사회 숨은 권력들에 막혀 새 정부의 개혁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돌이켜볼 때, 촛불이 가리킨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서 우리는 겨우 몇 발자국 나아갔을 뿐이다. 그때의 분노와 흥분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지금, 우리의 혁명도 역사의 징크스를 따를 것인가? 이번에는 정말 다를 것인가?
그 결과는 우리가 분노했던 문제, 바라던 사회의 모습을 얼마나 기억하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촛불항쟁과 새로운 민주공화국』 같은 책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 역시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