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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tail Information
라면의 재발견 : 후루룩 맛보는 라면 연대기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10115
가격
₩ 15,000
ISBN
9788998439866
페이지
244 p.
판형
140 X 210 mm
커버
Book
책 소개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나 많이 있고, 그 음식들은 저마다 맛있는 냄새를 풍긴다. 하지만 그 어떤 음식 냄새도 라면 끓이는 냄새만큼 유혹적이지는 않다는 걸, 형제자매가 끓여 온 라면 냄비에 달라붙어 “한 젓가락만!”을 외쳐본 이들은 알 것이다.
비록 면을 직접 반죽하고 육수를 내 끓이는 ‘진짜’ 라멘이 있다지만, 또 인스턴트 라면은 일본의 발명품이라지만, 한국인의 소울푸드 목록에서 라면을 뺄 수는 없다. 이 라면이 한국에서 처음 나온 지 60년 가까이 흘렀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경제력과 위상, 한국인의 심성과 문화까지 무엇 하나 그때와 같은 것이 없지만, 라면 사랑만은 여전하다. <라면의 재발견 ― 후루룩 맛보는 라면 연대기>는 가난의 음식에서 취향의 음식으로 진화해온 라면을, 한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추적해본다.
비록 면을 직접 반죽하고 육수를 내 끓이는 ‘진짜’ 라멘이 있다지만, 또 인스턴트 라면은 일본의 발명품이라지만, 한국인의 소울푸드 목록에서 라면을 뺄 수는 없다. 이 라면이 한국에서 처음 나온 지 60년 가까이 흘렀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경제력과 위상, 한국인의 심성과 문화까지 무엇 하나 그때와 같은 것이 없지만, 라면 사랑만은 여전하다. <라면의 재발견 ― 후루룩 맛보는 라면 연대기>는 가난의 음식에서 취향의 음식으로 진화해온 라면을, 한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추적해본다.
목차
책을 내며 …5
| 1부 | 라면의 탄생
1장. 세상의 모든 국수, 라면
밀을 먹는 사람들, 빻고 빚다 …13 / 카이펑 시민, 국수에 빠지다 …16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세계로 …22 / 국수만큼 다양하고 간편한 음식이 있었던가 …23
2장. 인스턴트 라면이 등장하다
노동자의 국수, 라멘 …33 / 인스턴트 라면의 창시자 안도 모모후쿠 …36 / 오랜 역사와 현대 기술의 합작품 …42
스프 별첨 라면이라는 대혁신 …44
| 2부 | 대한민국 라면의 시작
3장. 라면, 바다를 건너다
잘나가던 보험 회사 사장님과 꿀꿀이죽 …51 / 대한민국 최초의 라면이 나오다 …57 / 안 팔리는 라면과 새로운 홍보 전략 …61 / 라면, 국민 식품이 되다 …65
4장. 라면은 어떻게 한국인의 소울푸드가 되었나
어디에도 없는, 한국 라면만의 맛 …73 / 라면 회사 흥망성쇠 …78 / 잘나가는 라면 업계의 명과 암 …82
너희는 라면에 계란 넣어 먹니? 우리는 라면에 소면 넣어 먹는다 …89 / 라면과 사재기 …91
5장. 라면 안에 사회를 담다
임춘애의 라면, 여의도광장의 라면 …101 / 커피 자판기보다 빠른 컵라면 자판기 …103
분식집에서 편의점으로 …107 / 라면, 소비자의 응용과 제품 개발의 변증법 …111 / 웰빙과 라면 …119
| 3부 | 라면의 새로운 시대
6장. 라면으로 놀다
라면으로 하나 되리 …125 / 쿡방은 라면에서부터 …127 / 소비자의 레시피, 라면이 되다 …132
7장. 라면 시장의 새로운 경향
라면, 도전과 응전 …141 / 라면은 얼마나 비쌀 수 있을까 …145 / 편의점에서 용기면을 …150
8장. 세계인과 함께 즐기다
Fire Noodles Challenge …163 / 한국 라면에 열광하는 외국인 …166 / 세계 라면 시장의 현황 …176
마치며 …186
| 부록 1 | 한국 라면의 아버지, 이건 전중윤 …191
| 부록 2 | 색다른 라면 레시피로의 초대 …225
참고문헌 …244
| 1부 | 라면의 탄생
1장. 세상의 모든 국수, 라면
밀을 먹는 사람들, 빻고 빚다 …13 / 카이펑 시민, 국수에 빠지다 …16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세계로 …22 / 국수만큼 다양하고 간편한 음식이 있었던가 …23
2장. 인스턴트 라면이 등장하다
노동자의 국수, 라멘 …33 / 인스턴트 라면의 창시자 안도 모모후쿠 …36 / 오랜 역사와 현대 기술의 합작품 …42
스프 별첨 라면이라는 대혁신 …44
| 2부 | 대한민국 라면의 시작
3장. 라면, 바다를 건너다
잘나가던 보험 회사 사장님과 꿀꿀이죽 …51 / 대한민국 최초의 라면이 나오다 …57 / 안 팔리는 라면과 새로운 홍보 전략 …61 / 라면, 국민 식품이 되다 …65
4장. 라면은 어떻게 한국인의 소울푸드가 되었나
어디에도 없는, 한국 라면만의 맛 …73 / 라면 회사 흥망성쇠 …78 / 잘나가는 라면 업계의 명과 암 …82
너희는 라면에 계란 넣어 먹니? 우리는 라면에 소면 넣어 먹는다 …89 / 라면과 사재기 …91
5장. 라면 안에 사회를 담다
임춘애의 라면, 여의도광장의 라면 …101 / 커피 자판기보다 빠른 컵라면 자판기 …103
분식집에서 편의점으로 …107 / 라면, 소비자의 응용과 제품 개발의 변증법 …111 / 웰빙과 라면 …119
| 3부 | 라면의 새로운 시대
6장. 라면으로 놀다
라면으로 하나 되리 …125 / 쿡방은 라면에서부터 …127 / 소비자의 레시피, 라면이 되다 …132
7장. 라면 시장의 새로운 경향
라면, 도전과 응전 …141 / 라면은 얼마나 비쌀 수 있을까 …145 / 편의점에서 용기면을 …150
8장. 세계인과 함께 즐기다
Fire Noodles Challenge …163 / 한국 라면에 열광하는 외국인 …166 / 세계 라면 시장의 현황 …176
마치며 …186
| 부록 1 | 한국 라면의 아버지, 이건 전중윤 …191
| 부록 2 | 색다른 라면 레시피로의 초대 …225
참고문헌 …244
본문발췌
P.41
긴 전통을 이어와 장인의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우동에 비해, 서민의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주카소바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에 더 적합하리라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결정적인 것은 면의 굵기였다. 긴 조리 시간이 필요치 않은 가는 면이야말로 안도가 추구한 ‘인스턴트’에 꼭 필요한 요소였다.
P.90
라면의 포장 단위는 1인분이다. 밥을 여러 반찬과 함께 먹는 한국의 식문화는 균형 잡힌 영양 섭취를 가능하게 했지만, 식사 준비의 번거로움이 뒤따랐다. 산업화?도시화에 진입하며 바빠진 일상을 꾸리는 핵가족 주부에게 라면은 구원이나 다름없었다. 엄마와 눈만 마주치면 배가 고프다고 외치는 성장기 아이에게, 밤늦게 야간자습을 마치고 돌아온 수험생 자녀에게 차려줄 수 있는 가장 간편한 간식이자 야식이 라면이었다.
P.104~106
컵라면이 기대만큼 시장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자, 삼양식품은 대담한 시도를 했다. 1976년 명동 코스모스백화점, 경희대 입구, 수송동 삼양식품 체인점, 그랜드제과, 이화여대 입구 등 서울 다섯 곳과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중심지에 ‘컵라면 자동판매기’를 설치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자판기는 지금 생각하는 것과 같이 라면에 끓는 물을 자동으로 부어 익힌 라면을 내주는 것이 아니었다.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제품을 선택한 뒤 물을 내리는 버튼, 젓가락을 떨구는 버튼 등을 차례로 누르는 식이었다.
P.126
‘라면 사도신경’은 이를 패러디한 것으로, ‘라면교도’라면 누구나 믿어야 할 기본적인 교의라 하겠다. 그러니 물론, 라면교가 먼저다. 라면교 안에서는 ‘면발과 국물과 김치의 삼위일체를 부정하는’ 짜장 라면이나 비빔면, ‘끓는 기름의 고난을 부정하는’ 생면 등을 라면으로 인정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이단 논쟁을 벌이고 있다.
P.157~158
편의점은 용기면을 주로 구입하는 공간일 뿐 아니라 용기면을 먹는 주된 공간 중 하나다. 편의점에는 끓는 물과 꼬마 김치, 라면 양이 부족할 때 같이 먹을 수 있는 삼각김밥이 있다. 어차피 혼자 먹는데다 설거지도 귀찮아 용기면을 먹는다면, 편의점이 집보다 못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P.163~164
한국산 매운 라면을 ‘먹어내는’ 도전은 하나의 문화현상이 되었는데, 2020년 6월 기준으로 ‘Fire Noodle’로 유튜브를 검색하면 120만 개가 넘는 동영상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생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매운맛. 그 매운맛을 극대화한 불닭볶음면(2012년 4월 출시)이 일으킨 현상이었다.
긴 전통을 이어와 장인의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우동에 비해, 서민의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주카소바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에 더 적합하리라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결정적인 것은 면의 굵기였다. 긴 조리 시간이 필요치 않은 가는 면이야말로 안도가 추구한 ‘인스턴트’에 꼭 필요한 요소였다.
P.90
라면의 포장 단위는 1인분이다. 밥을 여러 반찬과 함께 먹는 한국의 식문화는 균형 잡힌 영양 섭취를 가능하게 했지만, 식사 준비의 번거로움이 뒤따랐다. 산업화?도시화에 진입하며 바빠진 일상을 꾸리는 핵가족 주부에게 라면은 구원이나 다름없었다. 엄마와 눈만 마주치면 배가 고프다고 외치는 성장기 아이에게, 밤늦게 야간자습을 마치고 돌아온 수험생 자녀에게 차려줄 수 있는 가장 간편한 간식이자 야식이 라면이었다.
P.104~106
컵라면이 기대만큼 시장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자, 삼양식품은 대담한 시도를 했다. 1976년 명동 코스모스백화점, 경희대 입구, 수송동 삼양식품 체인점, 그랜드제과, 이화여대 입구 등 서울 다섯 곳과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중심지에 ‘컵라면 자동판매기’를 설치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자판기는 지금 생각하는 것과 같이 라면에 끓는 물을 자동으로 부어 익힌 라면을 내주는 것이 아니었다.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제품을 선택한 뒤 물을 내리는 버튼, 젓가락을 떨구는 버튼 등을 차례로 누르는 식이었다.
P.126
‘라면 사도신경’은 이를 패러디한 것으로, ‘라면교도’라면 누구나 믿어야 할 기본적인 교의라 하겠다. 그러니 물론, 라면교가 먼저다. 라면교 안에서는 ‘면발과 국물과 김치의 삼위일체를 부정하는’ 짜장 라면이나 비빔면, ‘끓는 기름의 고난을 부정하는’ 생면 등을 라면으로 인정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이단 논쟁을 벌이고 있다.
P.157~158
편의점은 용기면을 주로 구입하는 공간일 뿐 아니라 용기면을 먹는 주된 공간 중 하나다. 편의점에는 끓는 물과 꼬마 김치, 라면 양이 부족할 때 같이 먹을 수 있는 삼각김밥이 있다. 어차피 혼자 먹는데다 설거지도 귀찮아 용기면을 먹는다면, 편의점이 집보다 못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P.163~164
한국산 매운 라면을 ‘먹어내는’ 도전은 하나의 문화현상이 되었는데, 2020년 6월 기준으로 ‘Fire Noodle’로 유튜브를 검색하면 120만 개가 넘는 동영상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생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매운맛. 그 매운맛을 극대화한 불닭볶음면(2012년 4월 출시)이 일으킨 현상이었다.
저자소개
김정현
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다.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으로 학사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아넨버그스쿨에서 커뮤니케이션 석사학위를, 서울대학교 대학원 언론정보학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SBS 서울방송 기획실, 금강기획 마케팅전략 연구소 책임연구원,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노동부 및 건설교통부 정책홍보 자문위원, 한국언론학회, 한국광고홍보학회, 한국PR학회 이사를 역임하였다. 저서로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와 활용](2015)이 있고, 역서로는 [미디어 방정식](2001), [서구민주주의와 정치광고](1997)가 있다.
한종수
서울에서 태어나 마포고등학교,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롯데관광과 한국토지공사(현 LH) 세종본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세종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사업지원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대중 역사책을 쓰는 작가로서 거창한 역사 담론보다는 일상의 공간과 보통 사람의 소중한 흔적을 찾아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작업을 해왔다. 지은 책으로는 화제작 [강남의 탄생](공저)을 비롯해, [2차 대전의 마이너리그] [제갈량과 한니발, 두 남자 이야기] [세상을 만든 여행자들]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영락제: 화이질서의 완성] [환관 이야기] [제국은 어떻게 망가지는가] [세계 군가전집](공역)이 있다.
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다.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으로 학사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아넨버그스쿨에서 커뮤니케이션 석사학위를, 서울대학교 대학원 언론정보학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SBS 서울방송 기획실, 금강기획 마케팅전략 연구소 책임연구원,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노동부 및 건설교통부 정책홍보 자문위원, 한국언론학회, 한국광고홍보학회, 한국PR학회 이사를 역임하였다. 저서로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와 활용](2015)이 있고, 역서로는 [미디어 방정식](2001), [서구민주주의와 정치광고](1997)가 있다.
한종수
서울에서 태어나 마포고등학교,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롯데관광과 한국토지공사(현 LH) 세종본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세종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사업지원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대중 역사책을 쓰는 작가로서 거창한 역사 담론보다는 일상의 공간과 보통 사람의 소중한 흔적을 찾아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작업을 해왔다. 지은 책으로는 화제작 [강남의 탄생](공저)을 비롯해, [2차 대전의 마이너리그] [제갈량과 한니발, 두 남자 이야기] [세상을 만든 여행자들]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영락제: 화이질서의 완성] [환관 이야기] [제국은 어떻게 망가지는가] [세계 군가전집](공역)이 있다.
서평
모자라는 쌀밥 대신 먹었던 가난의 음식에서
취향 따라 골라 먹는 즐거움의 음식으로
라면 한 그릇으로 웃고 울었던 60년을 돌아보다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나 많이 있고, 그 음식들은 저마다 맛있는 냄새를 풍긴다. 하지만 그 어떤 음식 냄새도 라면 끓이는 냄새만큼 유혹적이지는 않다는 걸, 형제자매가 끓여 온 라면 냄비에 달라붙어 “한 젓가락만!”을 외쳐본 이들은 알 것이다.
비록 면을 직접 반죽하고 육수를 내 끓이는 ‘진짜’ 라멘이 있다지만, 또 인스턴트 라면은 일본의 발명품이라지만, 한국인의 소울푸드 목록에서 라면을 뺄 수는 없다. 이 라면이 한국에서 처음 나온 지 60년 가까이 흘렀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경제력과 위상, 한국인의 심성과 문화까지 무엇 하나 그때와 같은 것이 없지만, 라면 사랑만은 여전하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라면의 재발견 ― 후루룩 맛보는 라면 연대기]는 가난의 음식에서 취향의 음식으로 진화해온 라면을, 한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추적해본다.
라면은 왜 그렇게 애틋한가
잘 알려진 대로, 인스턴트 라면은 일본인 안도 모모후쿠가 1958년에 처음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지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라면과 달리, 스프가 따로 없고 면발에 양념을 입혀 그릇에 담아 뜨거운 물을 부으면 면이 풀어지면서 면에 스며 있던 양념이 우러나와 국물이 되는 형태였다. 그로부터 5년 후, 한국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 ‘삼양라면’이 출시되었다.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싸게 공급하는 음식이라는 점은 일본에서와 마찬가지였지만, 한국의 인스턴트 라면은 일본과는 다른 맛과 다른 소비 방식으로 우리 삶 속으로 파고들었다.
저자들은 먼저 라면이 ‘제2의 쌀’이었던 시절부터 살펴본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초토화된 한반도에서 쌀은 늘 모자랐다. 이때 미국의 원조 밀가루와 공장에서의 대량 생산의 결합품인 라면은 효과적으로 쌀 소비량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삼양라면이 “연간 라면 700만 개를 생산해 쌀 30만 석을 절약”했다는 이유로 1967년 제1회 식품전시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을 정도다. 정부가 밀어붙인 혼분식 정책도 라면이 자리를 잡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쌀이 모자란다는 이유만으로 라면이 한국인의 밥상에서 이 정도로 자리를 잡을 수는 없다.
라면이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자리를 잡는 데에는 어디에도 없는 한국 라면만의 맛이 있었다. 빨간 국물의 매운맛 라면은 한국 라면의 대세이자 베스트셀러다. 라면 스프의 가장 중요한 성분은 (고깃국물 엑기스를 제외하면) 고추, 마늘 등이고, 라면 이름 또한 辛라면, 열라면 등 매운맛을 강조하며 짓곤 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인만의 라면 먹는 법이 있다. 1960~70년대의 그리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는 라면 하나를 끓이면서 소면, 칼국수 등을 넣어 양을 늘렸고 김칫국물이나 고추장을 풀어 간을 맞췄다. 라면 하나라도 넉넉히 먹고 싶다는 욕심은 한국 경제의 발전과 함께 해소되었다. 그래도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해서 엄마가 끓여준 라면을 야식으로 먹으며 수험생 시절을 버텼고, 김치밖에 없는 자취방에서 라면으로 허기를 때웠다. 기성세대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이 집단기억 덕분인가. 라면은 뭔가 ‘애틋한’ 음식이다.
가난의 음식에서 취향의 음식으로
1980년대는 한국 경제의 급성장과 함께 새로운 문화가 꽃피기도 했다. 86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을 서울로 유치하기도 했고, 전국 곳곳에 고속도로가 깔리면서 관광?레저가 발달했다. 그와 함께 라면도 새로워졌다. 여의도광장에서 자전거나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청소년들, 전국 각지로 낚시나 등산을 가던 사람들이 용기면을 먹게 된 것이다. 사실 한국의 첫 용기면은 대중의 상식보다 월씬 이른, 1972년에 출시됐다. 삼양식품은 용기면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컵라면 자판기를 설치하기까지 했다. 물론 봉지면에 비해 비싼 용기면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주머니가 조금은 두둑해지는 1980년대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말이다.
절대빈곤을 벗어나 고도 성장기를 달렸고, 외환 위기까지 이겨내며 한국 사회는 끊임없이 변해왔다. 저자들은 이에 따라 달라진 라면에 대한 선호도, 그리고 라면 먹는 법을 살펴본다. 빨간 국물 매운맛 라면을 여전히 가장 많이 먹지만, 추세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라면은 ‘모디슈머’(modify+consumer)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전부터 소비자들이 응용하고 개발하던 음식이자 제품이었다. 뿌셔뿌셔, 뽀글이, 짜파구리 같은 이름은 제품명이기 전에 소비자들이 라면을 입맛대로 변형하고 즐기면서 붙인 이름이기도 했다.
라면이 ‘제2의 쌀’이던 시절의 라면 먹는 법이 양을 불리고 밥을 마는 것이었다면, 21세기의 라면 먹는 법은 서로 다른 종류의 라면을 섞어 새로운 라면을 창조하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새로운 라면의 대세는 국물 없는 라면, 그중에서도 ‘볶음면’이다. 볶음면 열풍은 한국을 벗어나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데, ‘Fire Noodle’로 유튜브를 검색하면 한국산 매운 볶음면에 도전하는 전 세계 인구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라면은 그저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문화가 된 것이다.
저자들은 이렇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라면 회사들의 경쟁과 함께, 라면 시장도 변화도 기술하고 있다. 핵가족 시대에는 집에서 혹은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었다면 1인 가구가 급증하는 현재 라면이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은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그저 라면을 판매하는 곳일 뿐 아니라 라면을 먹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시대에 반짝 집에서 먹는 봉지면의 양이 늘어났다. 라면을 어디에서 먹는가 또한 한국 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국수, 라면
빨간 국물 라면에서 하얀 국물 라면까지, 비빔 라면에서 볶음 라면까지, 사실 라면은 한국인이 즐기는 거의 모든 국수 요리를 망라하고 있다. 이제 라면은 그저 면 요리뿐 아니라 ‘한식’을 망라하고 있다. 순대볶음면, 미역국라면, 부대찌개라면 등이 속속 나오며 끼니로, 간식으로, 술안주로 소비되고 있다.
그렇다면 라면은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까? 라면은 우주로 진출하기도 했지만 재난의 현장에 구호품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며, 꽃게니 채끝등심 넣은 고급 라면도 끓여 먹을 수 있지만 가장 싼 라면의 냄새에도 여전히 젓가락을 저절로 들게 된다. 라면이 어디까지 진화하든, 라면의 유혹은 계속될 것이다.
취향 따라 골라 먹는 즐거움의 음식으로
라면 한 그릇으로 웃고 울었던 60년을 돌아보다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나 많이 있고, 그 음식들은 저마다 맛있는 냄새를 풍긴다. 하지만 그 어떤 음식 냄새도 라면 끓이는 냄새만큼 유혹적이지는 않다는 걸, 형제자매가 끓여 온 라면 냄비에 달라붙어 “한 젓가락만!”을 외쳐본 이들은 알 것이다.
비록 면을 직접 반죽하고 육수를 내 끓이는 ‘진짜’ 라멘이 있다지만, 또 인스턴트 라면은 일본의 발명품이라지만, 한국인의 소울푸드 목록에서 라면을 뺄 수는 없다. 이 라면이 한국에서 처음 나온 지 60년 가까이 흘렀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경제력과 위상, 한국인의 심성과 문화까지 무엇 하나 그때와 같은 것이 없지만, 라면 사랑만은 여전하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라면의 재발견 ― 후루룩 맛보는 라면 연대기]는 가난의 음식에서 취향의 음식으로 진화해온 라면을, 한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추적해본다.
라면은 왜 그렇게 애틋한가
잘 알려진 대로, 인스턴트 라면은 일본인 안도 모모후쿠가 1958년에 처음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지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라면과 달리, 스프가 따로 없고 면발에 양념을 입혀 그릇에 담아 뜨거운 물을 부으면 면이 풀어지면서 면에 스며 있던 양념이 우러나와 국물이 되는 형태였다. 그로부터 5년 후, 한국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 ‘삼양라면’이 출시되었다.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싸게 공급하는 음식이라는 점은 일본에서와 마찬가지였지만, 한국의 인스턴트 라면은 일본과는 다른 맛과 다른 소비 방식으로 우리 삶 속으로 파고들었다.
저자들은 먼저 라면이 ‘제2의 쌀’이었던 시절부터 살펴본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초토화된 한반도에서 쌀은 늘 모자랐다. 이때 미국의 원조 밀가루와 공장에서의 대량 생산의 결합품인 라면은 효과적으로 쌀 소비량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삼양라면이 “연간 라면 700만 개를 생산해 쌀 30만 석을 절약”했다는 이유로 1967년 제1회 식품전시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을 정도다. 정부가 밀어붙인 혼분식 정책도 라면이 자리를 잡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쌀이 모자란다는 이유만으로 라면이 한국인의 밥상에서 이 정도로 자리를 잡을 수는 없다.
라면이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자리를 잡는 데에는 어디에도 없는 한국 라면만의 맛이 있었다. 빨간 국물의 매운맛 라면은 한국 라면의 대세이자 베스트셀러다. 라면 스프의 가장 중요한 성분은 (고깃국물 엑기스를 제외하면) 고추, 마늘 등이고, 라면 이름 또한 辛라면, 열라면 등 매운맛을 강조하며 짓곤 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인만의 라면 먹는 법이 있다. 1960~70년대의 그리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는 라면 하나를 끓이면서 소면, 칼국수 등을 넣어 양을 늘렸고 김칫국물이나 고추장을 풀어 간을 맞췄다. 라면 하나라도 넉넉히 먹고 싶다는 욕심은 한국 경제의 발전과 함께 해소되었다. 그래도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해서 엄마가 끓여준 라면을 야식으로 먹으며 수험생 시절을 버텼고, 김치밖에 없는 자취방에서 라면으로 허기를 때웠다. 기성세대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이 집단기억 덕분인가. 라면은 뭔가 ‘애틋한’ 음식이다.
가난의 음식에서 취향의 음식으로
1980년대는 한국 경제의 급성장과 함께 새로운 문화가 꽃피기도 했다. 86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을 서울로 유치하기도 했고, 전국 곳곳에 고속도로가 깔리면서 관광?레저가 발달했다. 그와 함께 라면도 새로워졌다. 여의도광장에서 자전거나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청소년들, 전국 각지로 낚시나 등산을 가던 사람들이 용기면을 먹게 된 것이다. 사실 한국의 첫 용기면은 대중의 상식보다 월씬 이른, 1972년에 출시됐다. 삼양식품은 용기면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컵라면 자판기를 설치하기까지 했다. 물론 봉지면에 비해 비싼 용기면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주머니가 조금은 두둑해지는 1980년대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말이다.
절대빈곤을 벗어나 고도 성장기를 달렸고, 외환 위기까지 이겨내며 한국 사회는 끊임없이 변해왔다. 저자들은 이에 따라 달라진 라면에 대한 선호도, 그리고 라면 먹는 법을 살펴본다. 빨간 국물 매운맛 라면을 여전히 가장 많이 먹지만, 추세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라면은 ‘모디슈머’(modify+consumer)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전부터 소비자들이 응용하고 개발하던 음식이자 제품이었다. 뿌셔뿌셔, 뽀글이, 짜파구리 같은 이름은 제품명이기 전에 소비자들이 라면을 입맛대로 변형하고 즐기면서 붙인 이름이기도 했다.
라면이 ‘제2의 쌀’이던 시절의 라면 먹는 법이 양을 불리고 밥을 마는 것이었다면, 21세기의 라면 먹는 법은 서로 다른 종류의 라면을 섞어 새로운 라면을 창조하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새로운 라면의 대세는 국물 없는 라면, 그중에서도 ‘볶음면’이다. 볶음면 열풍은 한국을 벗어나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데, ‘Fire Noodle’로 유튜브를 검색하면 한국산 매운 볶음면에 도전하는 전 세계 인구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라면은 그저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문화가 된 것이다.
저자들은 이렇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라면 회사들의 경쟁과 함께, 라면 시장도 변화도 기술하고 있다. 핵가족 시대에는 집에서 혹은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었다면 1인 가구가 급증하는 현재 라면이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은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그저 라면을 판매하는 곳일 뿐 아니라 라면을 먹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시대에 반짝 집에서 먹는 봉지면의 양이 늘어났다. 라면을 어디에서 먹는가 또한 한국 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국수, 라면
빨간 국물 라면에서 하얀 국물 라면까지, 비빔 라면에서 볶음 라면까지, 사실 라면은 한국인이 즐기는 거의 모든 국수 요리를 망라하고 있다. 이제 라면은 그저 면 요리뿐 아니라 ‘한식’을 망라하고 있다. 순대볶음면, 미역국라면, 부대찌개라면 등이 속속 나오며 끼니로, 간식으로, 술안주로 소비되고 있다.
그렇다면 라면은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까? 라면은 우주로 진출하기도 했지만 재난의 현장에 구호품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며, 꽃게니 채끝등심 넣은 고급 라면도 끓여 먹을 수 있지만 가장 싼 라면의 냄새에도 여전히 젓가락을 저절로 들게 된다. 라면이 어디까지 진화하든, 라면의 유혹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