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죽음을 배우는 시간 :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00715
가격
₩ 20,000
ISBN
9788936465957
페이지
343 p.
판형
143 X 210 mm
커버
Book
책 소개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일어나는 최대의 사건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일생일대의 사건에 대해 새 자동차를 구입할 때보다도 준비를 덜 한다.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법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심지어 병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저자 김현아 교수(한림대학교 류마티스내과)는 관절염의 기초·임상연구에 다양한 업적을 남긴, 한국 류머티즘 연구를 대표하는 의학자다. 30년간 의료현장 일선에서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온 저자는 [죽음을 배우는 시간]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일과 죽음을 배우고 준비하는 일이, 좋은 삶이라는 목표를 위해 똑같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목차
책을 시작하며
프롤로그 어느 하루의 시작
1장 죽음의 장면
1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지 못한 의사
2 생사의 갈림길에서
√ 의료인문학 수업 I
2장 백세시대
3 왜 우리는 이렇게 죽게 되었을까?
4 노화에서 죽음으로
5 생로병사의 이유를 찾지 마세요
√ 의료인문학 수업 II
3장 죽음 비즈니스
6 왜 의사들은 죽음 앞에서 거짓말을 할까
7 연명의료결정법 사용설명서
8 중환자실에서 생기는 일
9 법률 서커스
√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준비하며
4장 좋은 죽음, 바람직한 죽음
10 죽음의 미래
11 어떤 죽음
12 집에서 죽고 싶어요
에필로그 나의 엔딩노트
프롤로그 어느 하루의 시작
1장 죽음의 장면
1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지 못한 의사
2 생사의 갈림길에서
√ 의료인문학 수업 I
2장 백세시대
3 왜 우리는 이렇게 죽게 되었을까?
4 노화에서 죽음으로
5 생로병사의 이유를 찾지 마세요
√ 의료인문학 수업 II
3장 죽음 비즈니스
6 왜 의사들은 죽음 앞에서 거짓말을 할까
7 연명의료결정법 사용설명서
8 중환자실에서 생기는 일
9 법률 서커스
√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준비하며
4장 좋은 죽음, 바람직한 죽음
10 죽음의 미래
11 어떤 죽음
12 집에서 죽고 싶어요
에필로그 나의 엔딩노트
본문발췌
P.6
자연은 싸워 이겨야 하는 상대가 아니다. 우리 삶의 어떤 순간에도 죽음은 찾아온다는 것, 그것이 <죽음을 배우는 시간>의 가장 첫 메시지다.
P.99
사회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게 되었는지, 예전 같았으면 죽었을 상황에서 얼마나 극적으로 생명을 건질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점점 죽음을 준비하지 못하게 된다. 부모가 돌아가실 때가 되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막연하게 ˝이러다가 나빠지면 병원에 모시고 가면 방법이 있겠지...˝ 이렇게 생각을 한다. 의사들의 사망진단서에는 더이상 노환이 사망 원인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임종 환자의 가래 끓는소리를 의학적으로 임종천명 death rattle이라고 한다. 임종천명은 신체기능이 쇠약해져 기관지에 고인 분비물을 뱉어내거나 삼킬수 없어지면서 기도 내에 분비물이 쌓여 발생한다. 임종을 맞는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임종 약 17~57시간 전에 들리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 증상이 일어날 때쯤이면 대체로 의식은 혼수상태이며,
환자는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를지켜보는 가족들에게는 임종의 모습이 트라우마로 남아 환자가 사망한 후에도 수년간 회상될 수 있다고 한다. 이 시점에 도저히 참지 못하고 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순간, 연명치료의 굴레에들어서게 된다.
밥을 못 먹는 단계를지나 물도 못 마시는 단계가 오면, 이제는 정말 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람이 물을 전혀먹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사나흘이다. 통념과 달리임종 환자는 탈수가 되었다고 해서 갈증을 호소하지 않는다. 음식과 수액을 거부한 호스피스 환자들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고한 연구에 의하면, 환자들은 의료진이 보기에 대체로 편안한 임종을 맞이했고, 허기나 갈증을 호소하지 않았다고 한다.
임종을 앞둔 환자와 완화의료 전문의 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바에 의하면 가장 평화로운 임종은 다음 세가지 조건을 충족한다.
①불안함에서 벗어날 것 ②혼자서 임종하지 않을 것 ③ 아이들과함께 있을 것. 모두 병원, 특히 중환자실 임종에서는 지켜지기 어려운 조건이다.
사람들이 쉽게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CT촬영의방사선 피폭량은 자연 상태에서 노출되는 피폭량을 고려할 때 짧게는 3년, 조영제를 쓰는 경우 7년 동안 맞을 양을 한번에 맞는 것과 같다. 암 환자가 흔히 찍는 양전자방출 컴퓨터 단층촬영PET-CT은 8년 치를 한번에 맞는 수준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검사하다가 암에 걸릴 가능성은 잘 모르고, 조기 암 진단을 받을 수 있게정밀 촬영을 해달라고 한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정확히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수수방관 내지 조장을 해왔다. 지금도 의료수가 협상을 할 때 진찰료에대해서는 인상 절대 불가라는 경직되고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보건복지부 공무원들도 소위 신의료 딱지를 붙이고 들어오는 가치도알 수 없는 검사들의 수가를 만들어주는 데에는 터무니없이 관대하다. 이런 현실을 알아야 큰 그림을 볼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세울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건강검진은 대형병원들이 코스트 시프트를 할 수 있는 창구로 작용해왔고 여기에 걸려든 것 중의하나가 갑상선암이었던 것이다. 이런 의료행위를 하는 것으로 높은 연봉, 인력 충원, 풍부한 진료 지원을 해주는 시스템 속에서 의사 개개인에게만 손가락질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어느 시점에서는 더이상 병원을 가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뒤따라야 함에도불구하고 그것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정하지 않으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한낱 휴지조각밖에 안된다.
. ˝나는 지금까지 잘살았어요. 더이상 알고 싶지 않아. 이제 끝인 거지. 받아들여요.˝ 더이상 캐묻지 않고 맞이하는 죽음이 어떤 경우에는 확실함을 추구하는 것보다 낫다는 그녀의 확고한 신념은 의료진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P.58
물론 별문제 아닌 병도 무조건 더 큰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도 많다. 내가 병원 근무를 시작했을 때, 환자들이 병원을선택하는 이유의 90퍼센트 이상은 병원 때문이지 개별 의사 때문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놀랐던 적이 있는데 그런 현상이 나아질 조짐은 전혀 없어 보인다. 의료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닌 첨단 기계와 설비에 달린 일이라는 생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P.71
병원 중환자실은 일시적인 문제로 생명이 위독해진 환자들이 의학적인 시술의 도움으로 위험한 시기를 넘기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존재한다. 원칙은 그렇지만 현대의료에서는이런 원칙이 너무나 빈번히 깨져버린다. 누구도 ˝이제 그만˝이라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을 말하기 싫어하는 의사와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환자 가족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하에, 중환자실은 환자가 임종을 맞기 위한 장소로 급속히 변질되어가고있다. 그 결과 정말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입원하지 못하고 돌려보내지는 일이 발생한다.
P.99
옛날 같았다면 할아버지가 이제 돌아가시게 된다는 것을 옆에서다들 알고 준비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기술의 발달과 함께 마치 죽을 사람도 살려내는 것 같은 착시 효과가 생기면서 이제는 노화에 의한 자연사라는 만고의 진리가 무색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결국 쇠약해진 노인이 사망하는 맨 마지막 단계, 근력 약화에 의한활동력 저하-> 식이 섭취 부진→ 영양실조 및 탈수에 의한 장기기능 저하-> 인두근 약화에 의한 흡인과 폐렴→ 사망이라는 과정이 모두 처치가 가능한 질환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P.99
사회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게되었는지, 예전 같았으면 죽었을 상황에서 얼마나 극적으로 생명을 건질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점점 더 죽음을 준비하지 못하게 된다. 부모가 돌아가실 때가 되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막연하게 ˝이러다가 나빠지면 병원에 모시고 가면 방법이 있겠지...˝ 이렇게 생각을 한다.
P.251
생명윤리학자 존 해리스가 가치판단의 기준을 효용과 행복의 증진에 두고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실현을 윤리적 행위의 목적으로 본 공리주의자들의 모순을 드러내기 위해 설계한 유명한 생각 장치인 ‘생존 복권‘Survival lottery의 도입부다.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에도 소개된 바 있다.˝ 연명치료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도, 마지막 대목은 곱씹어볼 만하다. 죽을 거란 걸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않는 것은 정말 죽이는 것과 같은가?
_ 법률 서커스 중
P.276
삶의 마지막 순간에 바다와 하늘과 별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라.
지금 그들을 보러 가라.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인생 수업』
P.290
노마 할머니와 가족이 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선물은 ‘매순간의 소중함‘이었다. 할머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여행 중 어디가가장 좋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바로 이곳˝이라고 답했다.
_ 어떤 죽음 중
P.337
사랑하는 딸들아, 엄마의 뜻을 잘 이해하고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죽음이 있기에 삶도 있는 것이고 죽음은 삶과 결국 같은 것이란다.
_ 나의 엔딩노트 중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임종 환자의 가래 끓는소리를 의학적으로 임종천명. death rattle이라고 한다. 임종천명은 신체기능이 쇠약해져 기관지에 고인 분비물을 뱉어내거나 삼킬수 없어지면서 기도 내에 분비물이 쌓여 발생한다. 임종을 맞는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임종 약 17~57시간 전에 들리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 증상이 일어날 때쯤이면 대체로 의식은 혼수상태이며,
환자는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를지켜보는 가족들에게는 임종의 모습이 트라우마로 남아 환자가 사망한 후에도 수년간 회상될 수 있다고 한다.˝ 이 시점에 도저히 참지 못하고 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순간, 연명치료의 굴레에들어서게 된다.
˝그게 안 되니까 대법원까지 가서 판결을 받는 경우가 생기는 거지요. 인공호흡기는 달기는 쉬워도 떼기는 어려워요. 인공호흡기를 떼면 환자가 죽는데 달아두면 어쨌든 숨은 붙어 있으니까... 그대로 쭉 가는 거지요. 일종의 디폴트 세팅처럼요.˝
˝아이고 죽겠구먼... 그냥 심장이 딱 멈춰버리면 되는 거 아닌71?˝
˝그것도 바라시는 대로 되지 않아요. 중환자실에서 뇌기능을 전부상실한 환자들도 심장은 제일 마지막까지 뛰어요. 심장이 뛴다면 아무리 식물인간 상태여도 살아 있는 거지요.˝
˝그래도 결국 언젠가는 멈출 거 아닌가? 그 지경이 되었는데...˝
˝그 기간이 의외로 오래가요. 아무래도 여러 약물이 주입이 되고하다보면...˝
˝그러고보니 요즘은 심장이 멈추어도 살리는 기계가 있다고 하던데...˝
˝체외막형산소화장치, 에크모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래, 그래. 그거예요. 이건희 회장이 그걸로 소생했다고 하지?
그걸 달아놓으면 심장이 대신 뛰어주는 건가요? 그럼 그거야말로영생이 아닌가?˝
˝에크모는 엄밀히 말하면 심장과 폐 기능을 보조하는 장치예요.
심장과 폐가 몸에서 혈액을 돌리고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걸 못하게 되면 밖으로 혈액을 뽑아 산소를 채워서 다시 몸
P.72
병원 중환자실은 일시적인 문제로 생명이 위독해진 환자들이 의학적인 시술의 도움으로 위험한 시기를 넘기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존재한다. 원칙은 그렇지만 현대의료에서는 이런 원칙이 너무나 빈번히 깨져버린다. 누구도 ˝이제 그만˝이라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을 말하기 싫어하는 의사와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환자 가족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하에, 중환자실은 환자가 임종을 맞기 위한 장소로 급속히 변질되어가고 있다. 그 결과 정말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입원하지 못하고 돌려보내지는 일이 발생한다.
P.88
문제는 이런 급성 치료에 중점을 두어온 의료기술이 전혀 다른 문제인 만성 질환자의 치료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 부상병, 사고 부상자의 생명을 건지기 위해 개발된 기술들이 아무런 기준 없이 삶의 마지막 길을 걷고 있는 환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심한 경우 의료소송의 빌미까지 제공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환자와 가족에게는 고통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연장시키고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제한된 의료자원의 낭비를 초래한다. 또한 반드시 이런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의 기회를 박탈함과 동시에 의료비용의 천문학적인 증가를 가져왔다. 중환자실 자리가 없어서 병원을 전전하다가 사망하는 아이의 예는 상당히 많으며, 보건의료 통계로 보면 한 개인이 사망하기전 한달간 쓰는 의료비가 그 이전 평생에 걸쳐 쓴 의료비보다더 많다. 결국 선진국들에서는 이런 불행한 결과를 막기 위해 완화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죽음의 질 향상에 관한 논의가 일어나게 되었다. 또한 국가는 그 구성원의 삶을 개선하는 데 힘쓰는 만큼 죽음의 질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는 데에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인구 집단의 변화를 겪고 있다. 유사 이래 5세 이하 어린이의 수가 65세 이상 노인의 수보다 적었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이 현상은 역전되지 않고 더욱심화될 것이다.˝
자연은 싸워 이겨야 하는 상대가 아니다. 우리 삶의 어떤 순간에도 죽음은 찾아온다는 것, 그것이 <죽음을 배우는 시간>의 가장 첫 메시지다.
P.99
사회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게 되었는지, 예전 같았으면 죽었을 상황에서 얼마나 극적으로 생명을 건질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점점 죽음을 준비하지 못하게 된다. 부모가 돌아가실 때가 되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막연하게 ˝이러다가 나빠지면 병원에 모시고 가면 방법이 있겠지...˝ 이렇게 생각을 한다. 의사들의 사망진단서에는 더이상 노환이 사망 원인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임종 환자의 가래 끓는소리를 의학적으로 임종천명 death rattle이라고 한다. 임종천명은 신체기능이 쇠약해져 기관지에 고인 분비물을 뱉어내거나 삼킬수 없어지면서 기도 내에 분비물이 쌓여 발생한다. 임종을 맞는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임종 약 17~57시간 전에 들리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 증상이 일어날 때쯤이면 대체로 의식은 혼수상태이며,
환자는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를지켜보는 가족들에게는 임종의 모습이 트라우마로 남아 환자가 사망한 후에도 수년간 회상될 수 있다고 한다. 이 시점에 도저히 참지 못하고 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순간, 연명치료의 굴레에들어서게 된다.
밥을 못 먹는 단계를지나 물도 못 마시는 단계가 오면, 이제는 정말 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람이 물을 전혀먹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사나흘이다. 통념과 달리임종 환자는 탈수가 되었다고 해서 갈증을 호소하지 않는다. 음식과 수액을 거부한 호스피스 환자들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고한 연구에 의하면, 환자들은 의료진이 보기에 대체로 편안한 임종을 맞이했고, 허기나 갈증을 호소하지 않았다고 한다.
임종을 앞둔 환자와 완화의료 전문의 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바에 의하면 가장 평화로운 임종은 다음 세가지 조건을 충족한다.
①불안함에서 벗어날 것 ②혼자서 임종하지 않을 것 ③ 아이들과함께 있을 것. 모두 병원, 특히 중환자실 임종에서는 지켜지기 어려운 조건이다.
사람들이 쉽게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CT촬영의방사선 피폭량은 자연 상태에서 노출되는 피폭량을 고려할 때 짧게는 3년, 조영제를 쓰는 경우 7년 동안 맞을 양을 한번에 맞는 것과 같다. 암 환자가 흔히 찍는 양전자방출 컴퓨터 단층촬영PET-CT은 8년 치를 한번에 맞는 수준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검사하다가 암에 걸릴 가능성은 잘 모르고, 조기 암 진단을 받을 수 있게정밀 촬영을 해달라고 한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정확히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수수방관 내지 조장을 해왔다. 지금도 의료수가 협상을 할 때 진찰료에대해서는 인상 절대 불가라는 경직되고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보건복지부 공무원들도 소위 신의료 딱지를 붙이고 들어오는 가치도알 수 없는 검사들의 수가를 만들어주는 데에는 터무니없이 관대하다. 이런 현실을 알아야 큰 그림을 볼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세울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건강검진은 대형병원들이 코스트 시프트를 할 수 있는 창구로 작용해왔고 여기에 걸려든 것 중의하나가 갑상선암이었던 것이다. 이런 의료행위를 하는 것으로 높은 연봉, 인력 충원, 풍부한 진료 지원을 해주는 시스템 속에서 의사 개개인에게만 손가락질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어느 시점에서는 더이상 병원을 가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뒤따라야 함에도불구하고 그것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정하지 않으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한낱 휴지조각밖에 안된다.
. ˝나는 지금까지 잘살았어요. 더이상 알고 싶지 않아. 이제 끝인 거지. 받아들여요.˝ 더이상 캐묻지 않고 맞이하는 죽음이 어떤 경우에는 확실함을 추구하는 것보다 낫다는 그녀의 확고한 신념은 의료진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P.58
물론 별문제 아닌 병도 무조건 더 큰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도 많다. 내가 병원 근무를 시작했을 때, 환자들이 병원을선택하는 이유의 90퍼센트 이상은 병원 때문이지 개별 의사 때문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놀랐던 적이 있는데 그런 현상이 나아질 조짐은 전혀 없어 보인다. 의료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닌 첨단 기계와 설비에 달린 일이라는 생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P.71
병원 중환자실은 일시적인 문제로 생명이 위독해진 환자들이 의학적인 시술의 도움으로 위험한 시기를 넘기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존재한다. 원칙은 그렇지만 현대의료에서는이런 원칙이 너무나 빈번히 깨져버린다. 누구도 ˝이제 그만˝이라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을 말하기 싫어하는 의사와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환자 가족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하에, 중환자실은 환자가 임종을 맞기 위한 장소로 급속히 변질되어가고있다. 그 결과 정말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입원하지 못하고 돌려보내지는 일이 발생한다.
P.99
옛날 같았다면 할아버지가 이제 돌아가시게 된다는 것을 옆에서다들 알고 준비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기술의 발달과 함께 마치 죽을 사람도 살려내는 것 같은 착시 효과가 생기면서 이제는 노화에 의한 자연사라는 만고의 진리가 무색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결국 쇠약해진 노인이 사망하는 맨 마지막 단계, 근력 약화에 의한활동력 저하-> 식이 섭취 부진→ 영양실조 및 탈수에 의한 장기기능 저하-> 인두근 약화에 의한 흡인과 폐렴→ 사망이라는 과정이 모두 처치가 가능한 질환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P.99
사회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게되었는지, 예전 같았으면 죽었을 상황에서 얼마나 극적으로 생명을 건질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점점 더 죽음을 준비하지 못하게 된다. 부모가 돌아가실 때가 되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막연하게 ˝이러다가 나빠지면 병원에 모시고 가면 방법이 있겠지...˝ 이렇게 생각을 한다.
P.251
생명윤리학자 존 해리스가 가치판단의 기준을 효용과 행복의 증진에 두고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실현을 윤리적 행위의 목적으로 본 공리주의자들의 모순을 드러내기 위해 설계한 유명한 생각 장치인 ‘생존 복권‘Survival lottery의 도입부다.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에도 소개된 바 있다.˝ 연명치료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도, 마지막 대목은 곱씹어볼 만하다. 죽을 거란 걸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않는 것은 정말 죽이는 것과 같은가?
_ 법률 서커스 중
P.276
삶의 마지막 순간에 바다와 하늘과 별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라.
지금 그들을 보러 가라.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인생 수업』
P.290
노마 할머니와 가족이 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선물은 ‘매순간의 소중함‘이었다. 할머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여행 중 어디가가장 좋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바로 이곳˝이라고 답했다.
_ 어떤 죽음 중
P.337
사랑하는 딸들아, 엄마의 뜻을 잘 이해하고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죽음이 있기에 삶도 있는 것이고 죽음은 삶과 결국 같은 것이란다.
_ 나의 엔딩노트 중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임종 환자의 가래 끓는소리를 의학적으로 임종천명. death rattle이라고 한다. 임종천명은 신체기능이 쇠약해져 기관지에 고인 분비물을 뱉어내거나 삼킬수 없어지면서 기도 내에 분비물이 쌓여 발생한다. 임종을 맞는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임종 약 17~57시간 전에 들리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 증상이 일어날 때쯤이면 대체로 의식은 혼수상태이며,
환자는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를지켜보는 가족들에게는 임종의 모습이 트라우마로 남아 환자가 사망한 후에도 수년간 회상될 수 있다고 한다.˝ 이 시점에 도저히 참지 못하고 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순간, 연명치료의 굴레에들어서게 된다.
˝그게 안 되니까 대법원까지 가서 판결을 받는 경우가 생기는 거지요. 인공호흡기는 달기는 쉬워도 떼기는 어려워요. 인공호흡기를 떼면 환자가 죽는데 달아두면 어쨌든 숨은 붙어 있으니까... 그대로 쭉 가는 거지요. 일종의 디폴트 세팅처럼요.˝
˝아이고 죽겠구먼... 그냥 심장이 딱 멈춰버리면 되는 거 아닌71?˝
˝그것도 바라시는 대로 되지 않아요. 중환자실에서 뇌기능을 전부상실한 환자들도 심장은 제일 마지막까지 뛰어요. 심장이 뛴다면 아무리 식물인간 상태여도 살아 있는 거지요.˝
˝그래도 결국 언젠가는 멈출 거 아닌가? 그 지경이 되었는데...˝
˝그 기간이 의외로 오래가요. 아무래도 여러 약물이 주입이 되고하다보면...˝
˝그러고보니 요즘은 심장이 멈추어도 살리는 기계가 있다고 하던데...˝
˝체외막형산소화장치, 에크모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래, 그래. 그거예요. 이건희 회장이 그걸로 소생했다고 하지?
그걸 달아놓으면 심장이 대신 뛰어주는 건가요? 그럼 그거야말로영생이 아닌가?˝
˝에크모는 엄밀히 말하면 심장과 폐 기능을 보조하는 장치예요.
심장과 폐가 몸에서 혈액을 돌리고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걸 못하게 되면 밖으로 혈액을 뽑아 산소를 채워서 다시 몸
P.72
병원 중환자실은 일시적인 문제로 생명이 위독해진 환자들이 의학적인 시술의 도움으로 위험한 시기를 넘기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존재한다. 원칙은 그렇지만 현대의료에서는 이런 원칙이 너무나 빈번히 깨져버린다. 누구도 ˝이제 그만˝이라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을 말하기 싫어하는 의사와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환자 가족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하에, 중환자실은 환자가 임종을 맞기 위한 장소로 급속히 변질되어가고 있다. 그 결과 정말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입원하지 못하고 돌려보내지는 일이 발생한다.
P.88
문제는 이런 급성 치료에 중점을 두어온 의료기술이 전혀 다른 문제인 만성 질환자의 치료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 부상병, 사고 부상자의 생명을 건지기 위해 개발된 기술들이 아무런 기준 없이 삶의 마지막 길을 걷고 있는 환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심한 경우 의료소송의 빌미까지 제공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환자와 가족에게는 고통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연장시키고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제한된 의료자원의 낭비를 초래한다. 또한 반드시 이런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의 기회를 박탈함과 동시에 의료비용의 천문학적인 증가를 가져왔다. 중환자실 자리가 없어서 병원을 전전하다가 사망하는 아이의 예는 상당히 많으며, 보건의료 통계로 보면 한 개인이 사망하기전 한달간 쓰는 의료비가 그 이전 평생에 걸쳐 쓴 의료비보다더 많다. 결국 선진국들에서는 이런 불행한 결과를 막기 위해 완화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죽음의 질 향상에 관한 논의가 일어나게 되었다. 또한 국가는 그 구성원의 삶을 개선하는 데 힘쓰는 만큼 죽음의 질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는 데에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인구 집단의 변화를 겪고 있다. 유사 이래 5세 이하 어린이의 수가 65세 이상 노인의 수보다 적었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이 현상은 역전되지 않고 더욱심화될 것이다.˝
저자소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병원 내과에서 전문의·전임의를 수료했다. 현재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로 있으며, 관절염 분야에서 여러 논문을 발표하고 영향력 있는 연구 업적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의학회 분쉬의학상, 일본류마티스학회 젊은의학자상 등 다수의 국내·국제 학회에서 수상했고, 다양한 강연을 해왔다. 10년간 대한류마티스학회 보험이사, 대한내과학회 정책단 업무를 수행하면서 의료 정책에 관한 논문도 다수 출판했다. 현대 의료가 다루는 죽음에 강한 의문을 가지고 집필한 [죽음을 배우는 시간]이 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다. 이외 저서로 [의료 비즈니스의 시대] [의사외전](공저) 등이 있다.
7년 전, 둘째 딸이 양극성 장애를 진단받으며 이전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인생의 궤도에 들어섰다. 정신질환을 앓는 가족을 이해하는 것은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갖춘 부모에게도 쉽지 않은 일임을 느끼고 환자들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정신질환 환자와 가족 모두가 삶의 질곡에서 괴로움을 떨치고 서로의 손을 놓지 않기를 바라며, 세상을 한 걸음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은 보통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와 용기임을 말하고자 한다.
7년 전, 둘째 딸이 양극성 장애를 진단받으며 이전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인생의 궤도에 들어섰다. 정신질환을 앓는 가족을 이해하는 것은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갖춘 부모에게도 쉽지 않은 일임을 느끼고 환자들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정신질환 환자와 가족 모두가 삶의 질곡에서 괴로움을 떨치고 서로의 손을 놓지 않기를 바라며, 세상을 한 걸음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은 보통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와 용기임을 말하고자 한다.
서평
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현대의학의 ‘죽음 비즈니스’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죽음을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일어나는 최대의 사건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일생일대의 사건에 대해 새 자동차를 구입할 때보다도 준비를 덜 한다.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법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심지어 병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저자 김현아 교수(한림대학교 류마티스내과)는 관절염의 기초·임상연구에 다양한 업적을 남긴, 한국 류머티즘 연구를 대표하는 의학자다. 30년간 의료현장 일선에서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온 저자는 [죽음을 배우는 시간]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일과 죽음을 배우고 준비하는 일이, 좋은 삶이라는 목표를 위해 똑같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는 현대의학이 늙음과 죽음을 치료해야 할 질병처럼 호도하면서 오히려 죽음을 덜 준비하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며 의학이 죽음을 더욱 외면하는 역설적인 시대에 살게 된 우리가 알아야 할 노화와 죽음의 의미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법까지 ‘죽음 공부’의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았다. 병원의 ‘죽음 비즈니스’에 속지 않고 원하는 방식으로 생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일종의 매뉴얼로 읽어도 좋을 책이다.
자연사도 치료합니다
몸이 쇠할 대로 쇠해져서 스스로 팔다리도 못 움직이고 밥도 누가 도와줘야 먹는 지경이 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중년 이후 이 무서운 상상을 머릿속에 떠올려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개 오래 생각하지 않고 마치 재수 없는 상상이라도 한 듯 바로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기 일쑤다. 어떤 죽음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무수히 다양한 생각이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집에서 평온하게 눈감는 것을 최선으로 여기지만, 그런 행운은 극소수에게만 주어진다.
100년 전만 해도 마흔살 남짓했던 인류의 평균 수명은 최근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인체의 기능은 거의 그대로인데, 사용 기간만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저자는 현대의학이 인간의 수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말기 질환에 시달리던 환자가 결국 병원에서 숨을 거두게 되는 경우 의료인은 남은 가족과 슬픔을 나누고 이들을 위로하는 것이 인도적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 의료 시스템 속에서 의료진은 환자의 삶의 질과 죽음의 질을 최우선으로 하기보다는 보호자에게 질책을 피하기 위한 선택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더 나아가 병원의 정기적인 사망집담회에서 비난받을 일은 없는지 살피고, 심지어는 병원 평가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지까지 따져야 한다. 이런 시스템은 점점 더 의사들이 죽음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사망의 전 과정을 온갖 진단명으로 세분화하고, 그때그때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데 급급해지는 것이다. 밥을 잘 먹지 못하면 억지로 영양을 공급하고, 숨을 잘 쉬지 못하면 기도삽관을 한다. 인간 사망의 자연스러운 단계가 모두 처치 가능한 질환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러한 ‘죽음의 의료화’(medicalization of death)는 환자와 가족에게는 고통의 연장과 경제적 손실을,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제한된 의료자원의 낭비를 안긴다.
연명의료결정법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한국에서 완화의료나 임종의료에 관한 논의는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저자는 이러한 의료 시스템 속에서 일단 위급한 상황에 닥쳐 병원에 입원하면 당사자나 보호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연명치료의 굴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2009년 보라매병원 김 할머니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환자와 가족들이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한 것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웰다잉 논의가 본격화되었고, 2016년 마침내 연명의료결정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안의 세부 내용이 미진한 탓에 오히려 무의미한 임종 과정의 연장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실제로 2019년까지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33만여건 중 그에 따라 생을 마감한 사례는 725건에 불과하다. 평소에 환자와 보호자가 충분히 합의해두지 않으면 아직까지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응급상황에서 휴지조각이 되기 십상이다. 위급한 상황에 닥쳐서는 병원과 보호자에게 생사결정권을 넘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보호자들에게 밝히고, 평소에 충분한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연명치료를 포기했을 때 죄책감에 시달릴 가족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은 가족의 입장에서도 언제부터 마음을 정리하고 죽음에 관해 대화해야 할지, 행정적으로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외에도 인체의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능 저하와 대처법, 노인장기요양보험 이용법과 임종장소 선택에 고려할 점 등 죽음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망라되어 있다.
당신의 엔딩노트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는 수없이 고민하면서도 죽음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떠올려보는 데 그치거나 미뤄두기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에서 제공하는 실용적인 정보와 매뉴얼들은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각자의 대답이 준비되었을 때 가장 쓸모 있을 것이다. 천편일률적으로 반복해 병원 신세를 지다가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하고 마는 한국 현실에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오랜 고민과 준비가 필수적이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은 암 진단을 받고 가족과 함께 긴 여행을 떠난 91세 할머니의 사례, 입원 권유를 거부하고 호스피스 치료로 가족과 함께 편안한 죽음을 맞이한 예, 안락사를 택하고 스위스에서 세상을 떠난 구달 박사 등 국내외의 다양한 웰다잉 사례를 소개한다. 다양한 죽음들은 ‘과연 나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묻게 한다. 저자는 딸들에게 남기는 ‘엔딩노트’로 책을 끝맺는다. “집에서 죽을 수 있을 정도의 준비는 다 해두었어. 아픈 건 싫으니까 진통제나 실컷 맞을 거야”라며 버킷리스트를 나열하는 유쾌한 편지를 읽다보면, 독자 역시 나의 엔딩노트에는 무슨 내용을 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좋은 삶과 좋은 죽음은 결국 같은 말이라는 것, [죽음을 배우는 시간]이 남기는 메시지다.
현대의학의 ‘죽음 비즈니스’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죽음을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일어나는 최대의 사건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일생일대의 사건에 대해 새 자동차를 구입할 때보다도 준비를 덜 한다.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법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심지어 병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저자 김현아 교수(한림대학교 류마티스내과)는 관절염의 기초·임상연구에 다양한 업적을 남긴, 한국 류머티즘 연구를 대표하는 의학자다. 30년간 의료현장 일선에서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온 저자는 [죽음을 배우는 시간]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일과 죽음을 배우고 준비하는 일이, 좋은 삶이라는 목표를 위해 똑같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는 현대의학이 늙음과 죽음을 치료해야 할 질병처럼 호도하면서 오히려 죽음을 덜 준비하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며 의학이 죽음을 더욱 외면하는 역설적인 시대에 살게 된 우리가 알아야 할 노화와 죽음의 의미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법까지 ‘죽음 공부’의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았다. 병원의 ‘죽음 비즈니스’에 속지 않고 원하는 방식으로 생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일종의 매뉴얼로 읽어도 좋을 책이다.
자연사도 치료합니다
몸이 쇠할 대로 쇠해져서 스스로 팔다리도 못 움직이고 밥도 누가 도와줘야 먹는 지경이 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중년 이후 이 무서운 상상을 머릿속에 떠올려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개 오래 생각하지 않고 마치 재수 없는 상상이라도 한 듯 바로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기 일쑤다. 어떤 죽음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무수히 다양한 생각이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집에서 평온하게 눈감는 것을 최선으로 여기지만, 그런 행운은 극소수에게만 주어진다.
100년 전만 해도 마흔살 남짓했던 인류의 평균 수명은 최근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인체의 기능은 거의 그대로인데, 사용 기간만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저자는 현대의학이 인간의 수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말기 질환에 시달리던 환자가 결국 병원에서 숨을 거두게 되는 경우 의료인은 남은 가족과 슬픔을 나누고 이들을 위로하는 것이 인도적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 의료 시스템 속에서 의료진은 환자의 삶의 질과 죽음의 질을 최우선으로 하기보다는 보호자에게 질책을 피하기 위한 선택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더 나아가 병원의 정기적인 사망집담회에서 비난받을 일은 없는지 살피고, 심지어는 병원 평가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지까지 따져야 한다. 이런 시스템은 점점 더 의사들이 죽음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사망의 전 과정을 온갖 진단명으로 세분화하고, 그때그때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데 급급해지는 것이다. 밥을 잘 먹지 못하면 억지로 영양을 공급하고, 숨을 잘 쉬지 못하면 기도삽관을 한다. 인간 사망의 자연스러운 단계가 모두 처치 가능한 질환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러한 ‘죽음의 의료화’(medicalization of death)는 환자와 가족에게는 고통의 연장과 경제적 손실을,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제한된 의료자원의 낭비를 안긴다.
연명의료결정법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한국에서 완화의료나 임종의료에 관한 논의는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저자는 이러한 의료 시스템 속에서 일단 위급한 상황에 닥쳐 병원에 입원하면 당사자나 보호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연명치료의 굴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2009년 보라매병원 김 할머니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환자와 가족들이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한 것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웰다잉 논의가 본격화되었고, 2016년 마침내 연명의료결정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안의 세부 내용이 미진한 탓에 오히려 무의미한 임종 과정의 연장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실제로 2019년까지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33만여건 중 그에 따라 생을 마감한 사례는 725건에 불과하다. 평소에 환자와 보호자가 충분히 합의해두지 않으면 아직까지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응급상황에서 휴지조각이 되기 십상이다. 위급한 상황에 닥쳐서는 병원과 보호자에게 생사결정권을 넘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보호자들에게 밝히고, 평소에 충분한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연명치료를 포기했을 때 죄책감에 시달릴 가족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은 가족의 입장에서도 언제부터 마음을 정리하고 죽음에 관해 대화해야 할지, 행정적으로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외에도 인체의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능 저하와 대처법, 노인장기요양보험 이용법과 임종장소 선택에 고려할 점 등 죽음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망라되어 있다.
당신의 엔딩노트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는 수없이 고민하면서도 죽음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떠올려보는 데 그치거나 미뤄두기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에서 제공하는 실용적인 정보와 매뉴얼들은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각자의 대답이 준비되었을 때 가장 쓸모 있을 것이다. 천편일률적으로 반복해 병원 신세를 지다가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하고 마는 한국 현실에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오랜 고민과 준비가 필수적이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은 암 진단을 받고 가족과 함께 긴 여행을 떠난 91세 할머니의 사례, 입원 권유를 거부하고 호스피스 치료로 가족과 함께 편안한 죽음을 맞이한 예, 안락사를 택하고 스위스에서 세상을 떠난 구달 박사 등 국내외의 다양한 웰다잉 사례를 소개한다. 다양한 죽음들은 ‘과연 나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묻게 한다. 저자는 딸들에게 남기는 ‘엔딩노트’로 책을 끝맺는다. “집에서 죽을 수 있을 정도의 준비는 다 해두었어. 아픈 건 싫으니까 진통제나 실컷 맞을 거야”라며 버킷리스트를 나열하는 유쾌한 편지를 읽다보면, 독자 역시 나의 엔딩노트에는 무슨 내용을 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좋은 삶과 좋은 죽음은 결국 같은 말이라는 것, [죽음을 배우는 시간]이 남기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