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가해자들 : 정소현 소설
총서명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031}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01001
가격
₩ 13,000
ISBN
9791190885362
페이지
151 p.
판형
104 X 182 mm
커버
Book
책 소개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 서른한 번째 소설선. 2008년 「양장 제본서 전기」로 등단한 이후 치밀한 구성과 밀도 높은 문장 안에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낸 작가의 이번 신작은 2020년 [현대문학] 1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
어느 날부터 아파트 1112호에 사는 여자에게 들려오는 소음, 항의하듯 끊임없이 울려대는 위층 집 인터폰 소리, 응징을 위한 소음이 불러온 아래층과의 갈등, 결국 소음 전쟁이 되어버린 아파트 단지……. ‘층간소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고통을 내밀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어느 날부터 아파트 1112호에 사는 여자에게 들려오는 소음, 항의하듯 끊임없이 울려대는 위층 집 인터폰 소리, 응징을 위한 소음이 불러온 아래층과의 갈등, 결국 소음 전쟁이 되어버린 아파트 단지……. ‘층간소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고통을 내밀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목차
가해자들 009
작품해설 138
작가의 말 151
작품해설 138
작가의 말 151
본문발췌
실체 없는 얇은 벽 너머의 가해자들
소음과 요설을 지나 결국 자신이 이르고자 했던 것은 침묵이었다고 김수영은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소음은 처음부터 “외로움이 만들어낸 실체도 없는 소리”였다는 점에서, 그 타인의 무분별한 진동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욕망이 실은 타인이 없는 외로운 진공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그의 목표는 애초에 모순된 방향을 향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천장과 바닥과 벽을 타인과 공유하고 사는”(136쪽) 존재들의 공명을 그리고 있는 이 격자 구조의 소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명료한 구획선을 흩트려놓을 뿐만 아니라, 각자의 시공간에 맞닿고 있는 타인의 체적과 함께 진동할 수밖에 없는 나와 그들의 얇디얇은 경계선에 대해서도 둔중한 질문을 남긴다.
-조대한, 「작품해설」 중에서
[본문중에서]
* “아파트에서 소리 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집에만 있으니까 예민해지는 거라고. 종일 누워 놀지만 말고 나가서 운동을 좀 해봐. 이제 몸도 괜찮아졌잖아. 그러면 저런 소리 안 듣고 살 것 같은데?”
-14쪽
* 형님은 며느리에게 인색했다. 그 성격 좋고 성품 좋은 애한테 칭찬 한 번 한 적이 없고 만날 뒤에서 깔끔치 못하다, 덜렁거린다 타박만 했다. 게다가 뒤에서 윤서와 민서를 차별하는 것 같다며 도끼눈을 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환하게 웃던 며느리는 한 해 한 해 지날 때마다 웃음과 생기를 잃고 어두워졌다. 그런 며느리에게 ‘나는 너 안 믿는다’라는 말을 버릇처럼 해댔으니 병이 나는 것이 당연했고, 옆에서 지켜본 애들도 형님을 좋아할 수 없었을 것이다.
-38쪽
* “엄마가 오죽 괴로웠으면 그랬겠어요? 왜 엄마 입장에서 한 번도 생각을 안 하시는 거예요? 엄마 머리 위에서 울리는 게 위층 발소리뿐인 것 같으세요? 옛날에 엄마를 괴롭혔다는 위층 할머니네 소리까지 한꺼번에 몰려와서 머리를 밟아대는 것 같아 너무 괴롭대요.”
-69쪽
* 성빈이의 울음소리는 더 이상 달래야 할 것이 아니라 윗집을 공격하는 좋은 무기일 뿐이었다. 윗집과 내가 만들어내는 소음들은 성빈이를 불편하고 아프게 했다. (……) 거울에 비친 그 모습을 우연히 보고 경악을 했다. 눈물범벅이 된 새빨간 성빈이의 얼굴에 대비되는 밝게 웃는 얼굴의 나. 성빈이와 나를 해친 것은 갑자기 나타난 위층 여자가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이었다. 더 망가지기 전에 나는 아무래도 이사를 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90-91쪽
* 나는 집에 혼자 남았다. 이렇게 되고 보니 엄마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외로움이 만들어낸 실체도 없는 소리가 엄마의 삶을 잡아먹었다. 나도 머지않아 그것에 먹힐 거다. 옆집 아줌마는 무슨 소리를 듣는 건지 엄마처럼 계속 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112쪽
* 사람들은 이 일이 누가 중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둘 중의 하나가 떠나야 한다는 것을 모른다. 한 번 트인 귀는 막히지 않고 사람은 쉽사리 변하지 않으며 상한 마음과 망가진 관계는 고치기 힘들다. 얼른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당신들도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려다가 입을 틀어막았다
-137쪽
소음과 요설을 지나 결국 자신이 이르고자 했던 것은 침묵이었다고 김수영은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소음은 처음부터 “외로움이 만들어낸 실체도 없는 소리”였다는 점에서, 그 타인의 무분별한 진동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욕망이 실은 타인이 없는 외로운 진공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그의 목표는 애초에 모순된 방향을 향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천장과 바닥과 벽을 타인과 공유하고 사는”(136쪽) 존재들의 공명을 그리고 있는 이 격자 구조의 소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명료한 구획선을 흩트려놓을 뿐만 아니라, 각자의 시공간에 맞닿고 있는 타인의 체적과 함께 진동할 수밖에 없는 나와 그들의 얇디얇은 경계선에 대해서도 둔중한 질문을 남긴다.
-조대한, 「작품해설」 중에서
[본문중에서]
* “아파트에서 소리 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집에만 있으니까 예민해지는 거라고. 종일 누워 놀지만 말고 나가서 운동을 좀 해봐. 이제 몸도 괜찮아졌잖아. 그러면 저런 소리 안 듣고 살 것 같은데?”
-14쪽
* 형님은 며느리에게 인색했다. 그 성격 좋고 성품 좋은 애한테 칭찬 한 번 한 적이 없고 만날 뒤에서 깔끔치 못하다, 덜렁거린다 타박만 했다. 게다가 뒤에서 윤서와 민서를 차별하는 것 같다며 도끼눈을 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환하게 웃던 며느리는 한 해 한 해 지날 때마다 웃음과 생기를 잃고 어두워졌다. 그런 며느리에게 ‘나는 너 안 믿는다’라는 말을 버릇처럼 해댔으니 병이 나는 것이 당연했고, 옆에서 지켜본 애들도 형님을 좋아할 수 없었을 것이다.
-38쪽
* “엄마가 오죽 괴로웠으면 그랬겠어요? 왜 엄마 입장에서 한 번도 생각을 안 하시는 거예요? 엄마 머리 위에서 울리는 게 위층 발소리뿐인 것 같으세요? 옛날에 엄마를 괴롭혔다는 위층 할머니네 소리까지 한꺼번에 몰려와서 머리를 밟아대는 것 같아 너무 괴롭대요.”
-69쪽
* 성빈이의 울음소리는 더 이상 달래야 할 것이 아니라 윗집을 공격하는 좋은 무기일 뿐이었다. 윗집과 내가 만들어내는 소음들은 성빈이를 불편하고 아프게 했다. (……) 거울에 비친 그 모습을 우연히 보고 경악을 했다. 눈물범벅이 된 새빨간 성빈이의 얼굴에 대비되는 밝게 웃는 얼굴의 나. 성빈이와 나를 해친 것은 갑자기 나타난 위층 여자가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이었다. 더 망가지기 전에 나는 아무래도 이사를 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90-91쪽
* 나는 집에 혼자 남았다. 이렇게 되고 보니 엄마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외로움이 만들어낸 실체도 없는 소리가 엄마의 삶을 잡아먹었다. 나도 머지않아 그것에 먹힐 거다. 옆집 아줌마는 무슨 소리를 듣는 건지 엄마처럼 계속 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112쪽
* 사람들은 이 일이 누가 중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둘 중의 하나가 떠나야 한다는 것을 모른다. 한 번 트인 귀는 막히지 않고 사람은 쉽사리 변하지 않으며 상한 마음과 망가진 관계는 고치기 힘들다. 얼른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당신들도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려다가 입을 틀어막았다
-137쪽
저자소개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8년 [문화일보]로 등단했다. 소설집 [실수하는 인간], 장편소설 [품위 있는 삶]이 있다. <젊은 작가상> <김준성 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 : 2019년 한국일보문학상, 2013년 김준성문학상(21세기문학상, 이수문학상)
서평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서른한 번째 책 출간!
이 책에 대하여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서른한 번째 소설선, 정소현의 [가해자들]이 출간되었다. 2008년 「양장 제본서 전기」로 등단한 이후 치밀한 구성과 밀도 높은 문장 안에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낸 작가의 이번 신작은 2020년 [현대문학] 1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 어느 날부터 아파트 1112호에 사는 여자에게 들려오는 소음, 항의하듯 끊임없이 울려대는 위층 집 인터폰 소리, 응징을 위한 소음이 불러온 아래층과의 갈등, 결국 소음 전쟁이 되어버린 아파트 단지……. ‘층간소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고통을 내밀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고통인가?
당신도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비정상적인 부모, 상처 입고 자라나는 아이를 통해 가족이라는 불운의 근원을 들여다보고 고통을 감내하는 잘못된 예시를 과감하게 드러낸 첫 단편집 [실수하는 인간]. 죽은 화자, 폭발 사고 현장에서 친구를 잃고 살아남은 화자 등 다양한 죽음 앞에서 삶을 둘러싼 현실 세계를 생생하게 목도케 하는 [품위 있는 삶]. 등단 이후 꾸준히 삶의 어둡고 적나라한 민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친숙한 소재에 기발한 상상력을 입혀 사회와 인간의 문제를 통찰력 있게 풀어왔던 정소현이 신작 [가해자들]로 돌아왔다. 일상 속 익숙한 소재를 통해 개인의 내면에 담긴 그늘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를 담담하게 풀어내던 그녀는 이번 신작에서 대도시에 사는 현대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층간소음’이라는 키워드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냉철한 정소현의 시선으로 이웃 주민들이 가진 아픔과 예민한 고통을 아파트 단지를 넘어 현실 세계까지 점점 확장하고 있다.
증상-원인에 대해, 만약 타당한 대책을 제시함으로써 공존이라는 ‘목표’를 이룬다고 가정한다면, 문제는 해결되고 고통은 종결될 것인가. (……) 이 소설은 그보다 먼저, 모든 구성원들이 일정한 의무와 책임 속에서 서로 이해와 배려를 공정하게 주고받기로 합의하고 또 실천한다면 각자의 고통은 실로 사라질 것인가를 더 오래 생각한 것 같다. (……) 윤리적 책임으로 완수될 법한 해결책에는 공정과 균형이 필요하지만 공정과 균형으로 고통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고통은 편파적이고 고통은 부당한 것이다.
-백지은(문학평론가)
아파트라는 콘크리트 벽을 사이에 둔 주거 공간 속에서 현대인들의 고독한 외침이 전염병처럼 퍼져 나가, 층간 소음으로 발전된 세계에서 가해자이며 피해자인 여러 화자들이 정신적으로 파멸되어가는 섬뜩한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월간 [현대문학]이 펴내는 월간 <핀 소설>, 그 서른한 번째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선보이는 단행본들은 개별 작품임과 동시에 여섯 명이 ‘한 시리즈’로 큐레이션된 것이다. 현대문학은 이 시리즈의 진지함이 ‘핀’이라는 단어의 섬세한 경쾌함과 아이러니하게 결합되기를 바란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은 월간 [현대문학]이 매월 내놓는 월간 핀이기도 하다. 매월 25일 발간할 예정인 후속 편들은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작가들의 신작을 정해진 날짜에 만나볼 수 있게 기획되어 있다. 한국 출판 사상 최초로 도입되는 일종의 ‘샐러리북’ 개념이다.
001부터 006은 1971년에서 1973년 사이 출생하고, 1990년 후반부터 2000년 사이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의 든든한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렸고, 007부터 012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 출생하고, 2000년대 중후반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013부터 018은 지금의 한국 문학의 발전을 이끈 중추적인 역할을 한 1950년대 중후반부터 1960년대 사이 출생 작가,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려졌으며, 019부터 024까지는 새로운 한국 문학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패기 있는 1980년대생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진행되었다.
세대별로 진행되던 핀 소설은 025~030에 들어서서는 장르소설이라는 특징 아래 묶여 출간되었고, 031~036은 절정의 문학을 꽃피우고 있는 1970년대 중후반 출생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현대문학 × 아티스트 박민준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아티스트의 영혼이 깃든 표지 작업과 함께 하나의 특별한 예술작품으로 재구성된 독창적인 소설선, 즉 예술 선집이 되었다. 각 소설이 그 작품마다의 독특한 향기와 그윽한 예술적 매혹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소설과 예술, 이 두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낸 영혼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
박민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동 대학원 회화과 졸업, 동경예술대학교 대학원 재료기법학과 연구생 과정 수료. 서울시립미술관, 갤러리현대 등 국내외 다수의 기관 및 장소에서 전시. [라포르 서커스]를 집필한 소설가로서도 활동 중. 자신이 상상해낸 새로운 이야기에 신화적 이미지 혹은 역사적 일화를 얹음으로써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그러나 ‘완전히 낯설지만은 않은’ 독창적인 화면을 연출 중.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서른한 번째 책 출간!
이 책에 대하여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서른한 번째 소설선, 정소현의 [가해자들]이 출간되었다. 2008년 「양장 제본서 전기」로 등단한 이후 치밀한 구성과 밀도 높은 문장 안에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낸 작가의 이번 신작은 2020년 [현대문학] 1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 어느 날부터 아파트 1112호에 사는 여자에게 들려오는 소음, 항의하듯 끊임없이 울려대는 위층 집 인터폰 소리, 응징을 위한 소음이 불러온 아래층과의 갈등, 결국 소음 전쟁이 되어버린 아파트 단지……. ‘층간소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고통을 내밀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고통인가?
당신도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비정상적인 부모, 상처 입고 자라나는 아이를 통해 가족이라는 불운의 근원을 들여다보고 고통을 감내하는 잘못된 예시를 과감하게 드러낸 첫 단편집 [실수하는 인간]. 죽은 화자, 폭발 사고 현장에서 친구를 잃고 살아남은 화자 등 다양한 죽음 앞에서 삶을 둘러싼 현실 세계를 생생하게 목도케 하는 [품위 있는 삶]. 등단 이후 꾸준히 삶의 어둡고 적나라한 민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친숙한 소재에 기발한 상상력을 입혀 사회와 인간의 문제를 통찰력 있게 풀어왔던 정소현이 신작 [가해자들]로 돌아왔다. 일상 속 익숙한 소재를 통해 개인의 내면에 담긴 그늘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를 담담하게 풀어내던 그녀는 이번 신작에서 대도시에 사는 현대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층간소음’이라는 키워드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냉철한 정소현의 시선으로 이웃 주민들이 가진 아픔과 예민한 고통을 아파트 단지를 넘어 현실 세계까지 점점 확장하고 있다.
증상-원인에 대해, 만약 타당한 대책을 제시함으로써 공존이라는 ‘목표’를 이룬다고 가정한다면, 문제는 해결되고 고통은 종결될 것인가. (……) 이 소설은 그보다 먼저, 모든 구성원들이 일정한 의무와 책임 속에서 서로 이해와 배려를 공정하게 주고받기로 합의하고 또 실천한다면 각자의 고통은 실로 사라질 것인가를 더 오래 생각한 것 같다. (……) 윤리적 책임으로 완수될 법한 해결책에는 공정과 균형이 필요하지만 공정과 균형으로 고통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고통은 편파적이고 고통은 부당한 것이다.
-백지은(문학평론가)
아파트라는 콘크리트 벽을 사이에 둔 주거 공간 속에서 현대인들의 고독한 외침이 전염병처럼 퍼져 나가, 층간 소음으로 발전된 세계에서 가해자이며 피해자인 여러 화자들이 정신적으로 파멸되어가는 섬뜩한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월간 [현대문학]이 펴내는 월간 <핀 소설>, 그 서른한 번째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선보이는 단행본들은 개별 작품임과 동시에 여섯 명이 ‘한 시리즈’로 큐레이션된 것이다. 현대문학은 이 시리즈의 진지함이 ‘핀’이라는 단어의 섬세한 경쾌함과 아이러니하게 결합되기를 바란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은 월간 [현대문학]이 매월 내놓는 월간 핀이기도 하다. 매월 25일 발간할 예정인 후속 편들은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작가들의 신작을 정해진 날짜에 만나볼 수 있게 기획되어 있다. 한국 출판 사상 최초로 도입되는 일종의 ‘샐러리북’ 개념이다.
001부터 006은 1971년에서 1973년 사이 출생하고, 1990년 후반부터 2000년 사이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의 든든한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렸고, 007부터 012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 출생하고, 2000년대 중후반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013부터 018은 지금의 한국 문학의 발전을 이끈 중추적인 역할을 한 1950년대 중후반부터 1960년대 사이 출생 작가,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려졌으며, 019부터 024까지는 새로운 한국 문학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패기 있는 1980년대생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진행되었다.
세대별로 진행되던 핀 소설은 025~030에 들어서서는 장르소설이라는 특징 아래 묶여 출간되었고, 031~036은 절정의 문학을 꽃피우고 있는 1970년대 중후반 출생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현대문학 × 아티스트 박민준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아티스트의 영혼이 깃든 표지 작업과 함께 하나의 특별한 예술작품으로 재구성된 독창적인 소설선, 즉 예술 선집이 되었다. 각 소설이 그 작품마다의 독특한 향기와 그윽한 예술적 매혹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소설과 예술, 이 두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낸 영혼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
박민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동 대학원 회화과 졸업, 동경예술대학교 대학원 재료기법학과 연구생 과정 수료. 서울시립미술관, 갤러리현대 등 국내외 다수의 기관 및 장소에서 전시. [라포르 서커스]를 집필한 소설가로서도 활동 중. 자신이 상상해낸 새로운 이야기에 신화적 이미지 혹은 역사적 일화를 얹음으로써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그러나 ‘완전히 낯설지만은 않은’ 독창적인 화면을 연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