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 : 해장 음식
총서명
띵 시리즈{}; 해장 음식{002}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00301
가격
₩ 12,000
ISBN
9791190403542
페이지
179 p.
판형
115 X 180 mm
커버
Book
책 소개
민음사 출판그룹의 만화.예술.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세미콜론'에서 새롭게 론칭하는 '띵' 시리즈는 한마디로 '음식 에세이'이다. 앞으로 각 권마다 하나의 음식이나 식재료, 혹은 여러 음식을 하나로 아우르는 데 모두가 납득할 만한 주제를 가급적 선명하게 선정해나갈 계획이다. 이때 기본 원칙은 각자의 애정을 바탕으로 할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싶은 마음"을 캐치프레이즈 삼아 이 시리즈는 꾸려질 예정이다.
시리즈의 문을 함께 여는 두 번째 책은 ‘해장 음식’을 주제로 다룬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이다. 웹툰 [술꾼도시처녀들] 연재 후 동명의 도서(총 3권)로도 출간한 바 있는, 미깡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전작과 이번에 출간하는 책은 제목에서부터 묘한 연결고리가 느껴진다.
하지만 웹툰이 가상 인물이 등장하는 만들어낸 이야기였다면, 이번 ‘해장 음식 에세이’는 전적으로 작가의 이야기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그림 위주의 ‘웹툰’과 그림 한 장 들어가지 않은 ‘전격 에세이’라는 형식의 차이도 있음은 물론이다.
이 책은 ‘해장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해장 음식’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이것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목차만 슬쩍 봐도 알 수 있다.
시리즈의 문을 함께 여는 두 번째 책은 ‘해장 음식’을 주제로 다룬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이다. 웹툰 [술꾼도시처녀들] 연재 후 동명의 도서(총 3권)로도 출간한 바 있는, 미깡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전작과 이번에 출간하는 책은 제목에서부터 묘한 연결고리가 느껴진다.
하지만 웹툰이 가상 인물이 등장하는 만들어낸 이야기였다면, 이번 ‘해장 음식 에세이’는 전적으로 작가의 이야기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그림 위주의 ‘웹툰’과 그림 한 장 들어가지 않은 ‘전격 에세이’라는 형식의 차이도 있음은 물론이다.
이 책은 ‘해장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해장 음식’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이것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목차만 슬쩍 봐도 알 수 있다.
목차
콩나물 시루에 물을 붓는 마음으로
약으로도 해장이 되나요?
나의 편애하는 평양냉면
국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전국~ 해장국 자랑! ♪
나 양평해장국세권에 산다!
원조 싸움에 술꾼 속 터지네
도전! 세계의 해장 음식
자학의 맛! 매운 음식으로 해장하기
평생 우왕좌왕할 만두
해장술은 특급열차야
해장은 언제 시작되는가
최악의 해장 음식을 대령하라
불멸의 해장 음식 삼대장
해장의 추억 by 술꾼도시처녀들
아빠와 나와 순댓국
위장 부부로 살아가기
에필로그 해장 안부를 묻는 사이
약으로도 해장이 되나요?
나의 편애하는 평양냉면
국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전국~ 해장국 자랑! ♪
나 양평해장국세권에 산다!
원조 싸움에 술꾼 속 터지네
도전! 세계의 해장 음식
자학의 맛! 매운 음식으로 해장하기
평생 우왕좌왕할 만두
해장술은 특급열차야
해장은 언제 시작되는가
최악의 해장 음식을 대령하라
불멸의 해장 음식 삼대장
해장의 추억 by 술꾼도시처녀들
아빠와 나와 순댓국
위장 부부로 살아가기
에필로그 해장 안부를 묻는 사이
본문발췌
내가 평양냉면을 사랑하는 이유는 해장으로 완벽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냉면 한 그릇을 비우는 전체 과정이 해장에 딱 최적화되어 있다. 먼저 메밀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면수를 홀짝거리며 냉면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메밀면을 삶은 면수는 숭늉처럼 구수하고 따뜻해 과음으로 뒤집힌 속을 살랑살랑 달래준다. 이윽고 냉면이 나오면 그릇을 두 손으로 단단히 받쳐 들고 국물부터 쭈우우욱 마신다. (나는 이때 거의 3분의 1을 마시기 때문에 얼음 없는 적당한 온도의 국물을 선호한다.) 입안에 맴도는 고기육수 맛과 동치미 맛을 천천히 음미한다. 시원한 국물은 위장으로 내려가 술의 화기를 가라앉혀준다.
- 34쪽 ‘나의 편애하는 평양냉면’ 중에서
이윽고 거무죽죽한 선지 덩어리와 음침하게 생긴 내장들, 그 사이를 마구 휘감고 있는 우거지와 콩나물, 피처럼 붉은 고추기름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 마치 지옥탕의 미니어처 같은 것이 한 그릇 내 앞에 놓였다. 마른침을 한번 삼켰다. 한창 마실 나이 서른 살이었고 자타공인 이 구역의 미친 술꾼이었지만, 해장국 앞에서만은 ‘쪼렙’이었다. 선지도 내장도 못 먹었기 때문이다. 바싹 구운 소곱창이나 진한 양념에 볶은 돼지곱창 정도는 몇 점씩 먹었지만 물에 빠진 내장들은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렸다.
- 58쪽 ‘나 양평해장국세권에 산다!’ 중에서
해장은 ‘기분’의 지분이 90% 이상인 것 아닐까? 속이 풀린 것 같은 ‘기분’, 머리가 맑아진 것 같은 ‘기분’. 그걸 느끼게 해주는, 자기에게 잘 맞는 음식과 방법이라면 콜라를 끓여 마시든 피클 국물을 마시든 남이 뭐라고 할 순 없는 거다. 그러니 무릇 훌륭한 술꾼이라면 ‘이색적’이니 ‘엽기적’이니 하는 포인트 에만 꽂힐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해장법을 엿보고 참고하면서 자기만의 해장법을 찾아 끝없이 정진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 맛있고 참신한 해장 음식을 먹기 위해 나는 오늘도 거나하게 술을 마신다. (응?)
- 87-88쪽 ‘도전! 세계의 해장 음식’ 중에서
통증 받고 통증 더! 어제의 과음으로 생긴 통증에 오늘의 통증을 새로 덮어쓰면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함은 아닐까? 울렁거렸던 속은 이제 울렁거리지 않는다. 쓰라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통으로 깨질 것 같던 머리는 이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설사가 시작되어 똥꼬가 맴맴해졌기 때문이다. 가히 통증의 돌려 막기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일종의 자학적 쾌감도 동반되는 게 아닌가 싶은데… 과학적인 분석은 이렇다. 매운맛이 입안의 통각세포를 자극하면 대뇌에서는 ‘아픔’으로 인지하여 그 대응책으로 천연 진통제인 엔도르핀을 분비한다는 것이다. 엔도르핀이 나오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 효과 때문에 매운맛을 자꾸 찾게 된다는 것.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 94-95쪽 ‘자학의 맛! 매운 음식으로 해장하기’ 중에서
어불성설 같지만, 숙취는 꼭 필요하고 소중하다. 너무 많은 독성을 해독하느라 혹사당한 장기들이 보내는 강력한 경고 사인. 그러니 숙취가 오셨다 하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참고 견뎌야 한다. 최선을 다해 해장을 하고, 그것조차 힘들면 잠,물, 똥 3원칙이라도 충실히 따라야 한다.
- 111쪽 ‘해장술은 특급열차야’ 중에서
밖에서 사 먹을 때는 토렴식, 즉 뚝배기에 밥과 콩나물을 담은 뒤 육수를 부어 내는 방식의 국밥을 주문한다. 온도가 적당해서 위에 부담이 덜하고 입천장이 홀랑 까지는 일도 없다. 이 토렴식 국밥을 남부시장식이라고도 한다. 가끔 전주에 가면 남부시장 안에 있는 ‘현대옥’에 반드시 들르는데, 그 전날은 또한 반드시 엄청나게 과음을 하고 만다. 왜일까? 다음 날 현대옥 콩나물국밥이 나를 살려낼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일까? 한마디로 든든한 ‘빽’이 있어서? 정답: 전주에는 맛있는 술과 안주가 너무 많아서 과음을 할 수밖에 없다. (50점) 나는 언제 어디서나 과음을 한다. (100점)
- 139쪽 ‘불멸의 해장 음식 삼대장’ 중에서
아무튼 그날 나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곧 있으면 삼십대니까 이미 어른이 맞는데도, 내가 찾아낸 허름한 노포에서 아빠와 마주 앉아 술국에 소주를 마시고 있으니 이제야 진짜 어엿한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앞으로 여기 술값은 내가 계산할 거라고 큰소리도 빵빵 쳤다. 고기는 또 어쩜 그렇게 맛있는지. 아빠도 기분이 좋으셨다. 엄마가 옆에 있다면 하지 않았을 옛날 이야기도 술술 들려주셨다. 우리는 그 뒤로도 몇 차례 햇빛촌 순댓국집에 갔다. 모둠고기, 술국, 소주 두 병이면 딱 좋았다. 아빠 젊었을 적 이야기도 하고, 같이 엄마 흉도 봤다. 그런 날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주전부리를 사서 들어갔다. 다른 가족들과는 햇빛촌에 가지 않았다. 그곳은 온전히 아빠와 나만의 장소였다.
- 162쪽 ‘아빠와 나와 순댓국’ 중에서
- 34쪽 ‘나의 편애하는 평양냉면’ 중에서
이윽고 거무죽죽한 선지 덩어리와 음침하게 생긴 내장들, 그 사이를 마구 휘감고 있는 우거지와 콩나물, 피처럼 붉은 고추기름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 마치 지옥탕의 미니어처 같은 것이 한 그릇 내 앞에 놓였다. 마른침을 한번 삼켰다. 한창 마실 나이 서른 살이었고 자타공인 이 구역의 미친 술꾼이었지만, 해장국 앞에서만은 ‘쪼렙’이었다. 선지도 내장도 못 먹었기 때문이다. 바싹 구운 소곱창이나 진한 양념에 볶은 돼지곱창 정도는 몇 점씩 먹었지만 물에 빠진 내장들은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렸다.
- 58쪽 ‘나 양평해장국세권에 산다!’ 중에서
해장은 ‘기분’의 지분이 90% 이상인 것 아닐까? 속이 풀린 것 같은 ‘기분’, 머리가 맑아진 것 같은 ‘기분’. 그걸 느끼게 해주는, 자기에게 잘 맞는 음식과 방법이라면 콜라를 끓여 마시든 피클 국물을 마시든 남이 뭐라고 할 순 없는 거다. 그러니 무릇 훌륭한 술꾼이라면 ‘이색적’이니 ‘엽기적’이니 하는 포인트 에만 꽂힐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해장법을 엿보고 참고하면서 자기만의 해장법을 찾아 끝없이 정진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 맛있고 참신한 해장 음식을 먹기 위해 나는 오늘도 거나하게 술을 마신다. (응?)
- 87-88쪽 ‘도전! 세계의 해장 음식’ 중에서
통증 받고 통증 더! 어제의 과음으로 생긴 통증에 오늘의 통증을 새로 덮어쓰면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함은 아닐까? 울렁거렸던 속은 이제 울렁거리지 않는다. 쓰라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통으로 깨질 것 같던 머리는 이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설사가 시작되어 똥꼬가 맴맴해졌기 때문이다. 가히 통증의 돌려 막기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일종의 자학적 쾌감도 동반되는 게 아닌가 싶은데… 과학적인 분석은 이렇다. 매운맛이 입안의 통각세포를 자극하면 대뇌에서는 ‘아픔’으로 인지하여 그 대응책으로 천연 진통제인 엔도르핀을 분비한다는 것이다. 엔도르핀이 나오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 효과 때문에 매운맛을 자꾸 찾게 된다는 것.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 94-95쪽 ‘자학의 맛! 매운 음식으로 해장하기’ 중에서
어불성설 같지만, 숙취는 꼭 필요하고 소중하다. 너무 많은 독성을 해독하느라 혹사당한 장기들이 보내는 강력한 경고 사인. 그러니 숙취가 오셨다 하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참고 견뎌야 한다. 최선을 다해 해장을 하고, 그것조차 힘들면 잠,물, 똥 3원칙이라도 충실히 따라야 한다.
- 111쪽 ‘해장술은 특급열차야’ 중에서
밖에서 사 먹을 때는 토렴식, 즉 뚝배기에 밥과 콩나물을 담은 뒤 육수를 부어 내는 방식의 국밥을 주문한다. 온도가 적당해서 위에 부담이 덜하고 입천장이 홀랑 까지는 일도 없다. 이 토렴식 국밥을 남부시장식이라고도 한다. 가끔 전주에 가면 남부시장 안에 있는 ‘현대옥’에 반드시 들르는데, 그 전날은 또한 반드시 엄청나게 과음을 하고 만다. 왜일까? 다음 날 현대옥 콩나물국밥이 나를 살려낼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일까? 한마디로 든든한 ‘빽’이 있어서? 정답: 전주에는 맛있는 술과 안주가 너무 많아서 과음을 할 수밖에 없다. (50점) 나는 언제 어디서나 과음을 한다. (100점)
- 139쪽 ‘불멸의 해장 음식 삼대장’ 중에서
아무튼 그날 나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곧 있으면 삼십대니까 이미 어른이 맞는데도, 내가 찾아낸 허름한 노포에서 아빠와 마주 앉아 술국에 소주를 마시고 있으니 이제야 진짜 어엿한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앞으로 여기 술값은 내가 계산할 거라고 큰소리도 빵빵 쳤다. 고기는 또 어쩜 그렇게 맛있는지. 아빠도 기분이 좋으셨다. 엄마가 옆에 있다면 하지 않았을 옛날 이야기도 술술 들려주셨다. 우리는 그 뒤로도 몇 차례 햇빛촌 순댓국집에 갔다. 모둠고기, 술국, 소주 두 병이면 딱 좋았다. 아빠 젊었을 적 이야기도 하고, 같이 엄마 흉도 봤다. 그런 날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주전부리를 사서 들어갔다. 다른 가족들과는 햇빛촌에 가지 않았다. 그곳은 온전히 아빠와 나만의 장소였다.
- 162쪽 ‘아빠와 나와 순댓국’ 중에서
저자소개
1980년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글 쓰는 일을 하다가 문득 만화를 그리기 시작,
Daum 웹툰에 [술꾼도시처녀들](2014~2017), [하면 좋습니까?](2018)를 연재했다.
글 쓰는 일을 하다가 문득 만화를 그리기 시작,
Daum 웹툰에 [술꾼도시처녀들](2014~2017), [하면 좋습니까?](2018)를 연재했다.
서평
세미콜론 X 에세이 X 시리즈 론칭!
여기 동그란 식탁이 있습니다. 혼자 식사를 할 때도, 둘 혹은 셋,
그리고 그 이상이 모여도 어색한 빈자리가 생기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마음속에 품어온, 보물 같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습니다.
인생의 모든 ‘띵’ 하는 순간,
식탁 위에서 만나는 나만의 작은 세상
민음사 출판그룹의 만화.예술.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세미콜론’에서 새롭게 론칭하는 ‘띵’ 시리즈는 한마디로 ‘음식 에세이’이다. 앞으로 각 권마다 하나의 음식이나 식재료, 혹은 여러 음식을 하나로 아우르는 데 모두가 납득할 만한 주제를 가급적 선명하게 선정해나갈 계획이다. 이때 기본 원칙은 각자의 애정을 바탕으로 할 것.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 더욱 할 말이 많아지고 마음이 분주해지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싶은 마음”을 캐치프레이즈 삼아 이 시리즈는 꾸려질 예정이다.
세미콜론은 이 시리즈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가는 데 1년에 가까운 시간을 집중했다. 각 권마다 주제가 바뀐다는 점에서 잡지 같기도 하고, 한 사람(혹은 두 사람)의 에세이로 온전히 채워진다는 점에서 일반 단행본 같기도 한, 무크지의 경계선에 이 책들이 놓여도 좋겠다. 그러면서도 시리즈의 고정된 포맷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제각기 자유로운 디자인과 내용 구성을 통해 작가의 개성을 충분히 담아내고자 하였다. 판형은 아담한 사이즈의 문고본 형태로 제작되었으며, 언제 어디서나 휴대가 용이해 부담 없이 일상에 자리하기를 바란다.
책의 모두(冒頭)에는 담당 편집자의 ‘Editor's Letter’를 싣는다. 이것은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식이기도 하지만, 단행본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 독자에게 건네고 싶은 ‘말 그대로’ 편지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비하인드 편집 스토리를 소개하거나 짧게나마 책을 안내하는 문장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이것은 편집자의 목소리를 통해 조금 더 가까이 독자와 소통하고 싶은 출판사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먼저 묶인 두 권을 세상에 내놓는다.
해장은 ‘기분’의 지분이 90% 이상인 것 아닐까?
속이 풀린 것 같은 ‘기분’, 머리가 맑아진 것 같은 ‘기분’…
시리즈의 문을 함께 여는 두 번째 책은 ‘해장 음식’을 주제로 다룬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이다. 웹툰 [술꾼도시처녀들] 연재 후 동명의 도서(총 3권)로도 출간한 바 있는, 미깡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전작과 이번에 출간하는 책은 제목에서부터 묘한 연결고리가 느껴진다. 하지만 웹툰이 가상 인물이 등장하는 만들어낸 이야기였다면, 이번 ‘해장 음식 에세이’는 전적으로 작가의 이야기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그림 위주의 ‘웹툰’과 그림 한 장 들어가지 않은 ‘전격 에세이’라는 형식의 차이도 있음은 물론이다.
이 책은 ‘해장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해장 음식’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이것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목차만 슬쩍 봐도 알 수 있다. 냉면, 국수, 양평해장국, 매운 음식, 만두, 순댓국… 그리고 제목으로 거론되지 않은 수많은 해장 음식들은 또 어떤가. 전국 팔도에 포진한 각종 음식들, 그러니까 곰칫국, 다슬기해장국, 고사리육개장, 각재기국, 설렁탕, 낙지칼국수, 콩나물국, 베트남 쌀국수, 라면, 심지어 커피와 햄버거까지. 어떤가. 한국인이 사랑하는 모든 것, 맞지 않나.
그렇다고 해서 ‘해장 음식’에 대한 보고서 등으로 이 책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아무튼, 술]의 저자 김혼비 작가 추천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책은 “평소 성실하고 철저한 과음으로 최적의 숙취 상태를 유지해온 미깡 작가의 해장 임상실험기”이다. 이 문장 이상으로 이 책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문장은 없을 것 같다.
평소 웹툰 기반의 창작 활동을 해온 미깡 작가의 숨겨진 글솜씨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몰입할 수밖에 없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 여기에 글맛도 뛰어나 흡입력이 대단하다. 심지어 상상력마저 풍부해서 <최악의 해장 음식을 대령하라>에서는 터지는 폭소를 참을 수 없고, <해장은 언제 시작되는가>에서는 가히 혀를 내두를 만한 서스펜스급 반전이 이어진다.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에 이런 수식이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그만큼 필력도 훌륭하지만 우리가 이 이야기에 울고 웃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이유는, 음주생활과 해장생활이 반복되는 그저 평범한 우리의 삶 자체와 밀접하게 연계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도 유려하거나 추상적인 말들이 아닌, 지극히 생활과 밀착된 언어로.
여기에 오랜 작가 생활로 다져진 철저한 취재, 현장감 있는 체험형 스토리가 이 책을 한층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 예를 들면, 세계 각국의 다양한 해장 방법을 몸소 체험해보고자, 독일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롤몹스에서 착안한 청어절임 샐러드를 도전해본다거나,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빈속에 에스프레소 두 잔을 연거푸 마셔본다거나, 폴란드 사람이 해장하는 방식처럼 피클 국물을 들이켜본다거나, 프랑스 사람들이 즐겨 먹는 양파 수프로 속을 달래보기도 하고, 중국을 자주 방문한 남편의 제안에 따라 오이계란탕을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하는 식이다. 그것도 완벽한 숙취 상태에서의 정확한 ‘임상실험’을 위해 전날 미리 과음해두는 것은 그의 기본 자세였다.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너무 웃어서 맺혀 있던 눈물이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린다. 철부지 막내딸이 아버지와 함께 순댓국을 먹던 추억을 회상하거나 나날이 커가는 딸아이와 남편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며 소소하게 기뻐하며 사는 삶에 대한 풍경이 잔잔히 흘러가기도 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독자들이 갑자기 해장이 하고 싶어 집에 술이 없는지 냉장고 문을 슬쩍 열어본다면 일차적으로 기쁘겠고, 더불어 함께 마시고 싶은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한번씩 떠올리며 그들의 ‘해장 안부’가 궁금해진다면 이 책의 소임은 다한 것이 아닐까 싶다.
여기 동그란 식탁이 있습니다. 혼자 식사를 할 때도, 둘 혹은 셋,
그리고 그 이상이 모여도 어색한 빈자리가 생기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마음속에 품어온, 보물 같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습니다.
인생의 모든 ‘띵’ 하는 순간,
식탁 위에서 만나는 나만의 작은 세상
민음사 출판그룹의 만화.예술.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세미콜론’에서 새롭게 론칭하는 ‘띵’ 시리즈는 한마디로 ‘음식 에세이’이다. 앞으로 각 권마다 하나의 음식이나 식재료, 혹은 여러 음식을 하나로 아우르는 데 모두가 납득할 만한 주제를 가급적 선명하게 선정해나갈 계획이다. 이때 기본 원칙은 각자의 애정을 바탕으로 할 것.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 더욱 할 말이 많아지고 마음이 분주해지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싶은 마음”을 캐치프레이즈 삼아 이 시리즈는 꾸려질 예정이다.
세미콜론은 이 시리즈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가는 데 1년에 가까운 시간을 집중했다. 각 권마다 주제가 바뀐다는 점에서 잡지 같기도 하고, 한 사람(혹은 두 사람)의 에세이로 온전히 채워진다는 점에서 일반 단행본 같기도 한, 무크지의 경계선에 이 책들이 놓여도 좋겠다. 그러면서도 시리즈의 고정된 포맷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제각기 자유로운 디자인과 내용 구성을 통해 작가의 개성을 충분히 담아내고자 하였다. 판형은 아담한 사이즈의 문고본 형태로 제작되었으며, 언제 어디서나 휴대가 용이해 부담 없이 일상에 자리하기를 바란다.
책의 모두(冒頭)에는 담당 편집자의 ‘Editor's Letter’를 싣는다. 이것은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식이기도 하지만, 단행본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 독자에게 건네고 싶은 ‘말 그대로’ 편지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비하인드 편집 스토리를 소개하거나 짧게나마 책을 안내하는 문장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이것은 편집자의 목소리를 통해 조금 더 가까이 독자와 소통하고 싶은 출판사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먼저 묶인 두 권을 세상에 내놓는다.
해장은 ‘기분’의 지분이 90% 이상인 것 아닐까?
속이 풀린 것 같은 ‘기분’, 머리가 맑아진 것 같은 ‘기분’…
시리즈의 문을 함께 여는 두 번째 책은 ‘해장 음식’을 주제로 다룬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이다. 웹툰 [술꾼도시처녀들] 연재 후 동명의 도서(총 3권)로도 출간한 바 있는, 미깡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전작과 이번에 출간하는 책은 제목에서부터 묘한 연결고리가 느껴진다. 하지만 웹툰이 가상 인물이 등장하는 만들어낸 이야기였다면, 이번 ‘해장 음식 에세이’는 전적으로 작가의 이야기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그림 위주의 ‘웹툰’과 그림 한 장 들어가지 않은 ‘전격 에세이’라는 형식의 차이도 있음은 물론이다.
이 책은 ‘해장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해장 음식’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이것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목차만 슬쩍 봐도 알 수 있다. 냉면, 국수, 양평해장국, 매운 음식, 만두, 순댓국… 그리고 제목으로 거론되지 않은 수많은 해장 음식들은 또 어떤가. 전국 팔도에 포진한 각종 음식들, 그러니까 곰칫국, 다슬기해장국, 고사리육개장, 각재기국, 설렁탕, 낙지칼국수, 콩나물국, 베트남 쌀국수, 라면, 심지어 커피와 햄버거까지. 어떤가. 한국인이 사랑하는 모든 것, 맞지 않나.
그렇다고 해서 ‘해장 음식’에 대한 보고서 등으로 이 책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아무튼, 술]의 저자 김혼비 작가 추천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책은 “평소 성실하고 철저한 과음으로 최적의 숙취 상태를 유지해온 미깡 작가의 해장 임상실험기”이다. 이 문장 이상으로 이 책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문장은 없을 것 같다.
평소 웹툰 기반의 창작 활동을 해온 미깡 작가의 숨겨진 글솜씨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몰입할 수밖에 없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 여기에 글맛도 뛰어나 흡입력이 대단하다. 심지어 상상력마저 풍부해서 <최악의 해장 음식을 대령하라>에서는 터지는 폭소를 참을 수 없고, <해장은 언제 시작되는가>에서는 가히 혀를 내두를 만한 서스펜스급 반전이 이어진다.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에 이런 수식이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그만큼 필력도 훌륭하지만 우리가 이 이야기에 울고 웃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이유는, 음주생활과 해장생활이 반복되는 그저 평범한 우리의 삶 자체와 밀접하게 연계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도 유려하거나 추상적인 말들이 아닌, 지극히 생활과 밀착된 언어로.
여기에 오랜 작가 생활로 다져진 철저한 취재, 현장감 있는 체험형 스토리가 이 책을 한층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 예를 들면, 세계 각국의 다양한 해장 방법을 몸소 체험해보고자, 독일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롤몹스에서 착안한 청어절임 샐러드를 도전해본다거나,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빈속에 에스프레소 두 잔을 연거푸 마셔본다거나, 폴란드 사람이 해장하는 방식처럼 피클 국물을 들이켜본다거나, 프랑스 사람들이 즐겨 먹는 양파 수프로 속을 달래보기도 하고, 중국을 자주 방문한 남편의 제안에 따라 오이계란탕을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하는 식이다. 그것도 완벽한 숙취 상태에서의 정확한 ‘임상실험’을 위해 전날 미리 과음해두는 것은 그의 기본 자세였다.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너무 웃어서 맺혀 있던 눈물이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린다. 철부지 막내딸이 아버지와 함께 순댓국을 먹던 추억을 회상하거나 나날이 커가는 딸아이와 남편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며 소소하게 기뻐하며 사는 삶에 대한 풍경이 잔잔히 흘러가기도 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독자들이 갑자기 해장이 하고 싶어 집에 술이 없는지 냉장고 문을 슬쩍 열어본다면 일차적으로 기쁘겠고, 더불어 함께 마시고 싶은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한번씩 떠올리며 그들의 ‘해장 안부’가 궁금해진다면 이 책의 소임은 다한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