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들어 봐, 우릴 위해 만든 노래야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11121
가격
₩ 18,000
ISBN
9788964373903
페이지
376 p.
판형
135 X 215 mm
커버
Book
책 소개
2020년 11월 21일 세상을 떠난 고(故) 이환희 출판편집자와 반려인 이지은 출판편집자의 에세이다. 고인의 1주기에 맞춰 출간된 이 책엔 이환희가 남긴 원고지 6661매에 달하는 생의 기록과 그가 떠난 후 100일 동안 매일 같은 시간 글을 쓴 이지은의 애도 일기가 교차 편집돼 있다. 생전에 ‘저자’의 꿈을 품기도 했던 이환희의 첫 책이자 아마도 마지막 책이 그 꿈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이지은에 의해, 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박힌 한권의 책이 되어 나왔다. 이지은은 이환희가 남긴 글들을 긁어모으고 탐독하면서 그가 좋아하던 노래를 듣거나 감응하던 영화를 보며 그의 생각과 꿈을 돌아본다. 이 과정에서 친구-연인-반려인으로 함께한 6년여와 뇌종양이 발병해 눈 감기까지 6개월여의 시간뿐 아니라, 서로 알지 못하는 과거와 혼자만 아는 시간에까지 다다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커다란 상실 속에서 떠난 이를 애써 잊으려거나 그의 부재를 부정하기보다 되레 깊이 알고자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이 애도의 과정은, 두 사람이 함께 사랑하고 노동하고 싸우고 성장하며 밀고나갔던 삶만큼이나 치열하고, 또 뭉클하다.
목차
프롤로그
1/ 사랑이라는 화사한 마음
시작할 때의 마음 | 꽃으로 고백하던 날 | 귀하게 대해 줄게요 | 첫 키스의 추억 | 말하지 말고 서로 사랑만 하자 | ‘아내’ ‘남편’이 아닌 ‘반려자’ |
사랑이라는 화사한 마음
2/ 지속 가능한 사랑
우리가 다시 만나려면 | 서로에게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 주려면 | 나에게 기대지 그랬어 | 울지 않고 고맙다고 말하기 | 너에게도 나는 고마운 기억일까 | 간병의 기억 | 시한부 인생에게 로또 | 기도하는 방법을 모르겠어 | 우리가 함께 들어앉은 감옥 | 서로를 위한 선택 | 당신의 빈자리를 채우는 법
3/ 조금만 덜 사랑했다면
같은 마음, 다른 행동 | 우리가 조금만 덜 사랑했다면 | 누구보다 많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 | 아버지라는 선물 | 홀로 단호했던 이유 | 슬픔을 경쟁하지 말라는 말 | 적일까 동지일까 | 부모는 자식을 절대 모른다 | 엄마의 파스 냄새 | 엄마에게 받은 옐로카드 | 당신은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다 | 불과 불의 만남 | 누나가 글을 쓴다 | 죽은 당신을 살리는 법 | 이별을 해피엔딩으로 가꾸려면 | 갈 곳 없는 명절
4/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끈으로 묶은 침대 | 살고 싶다는 소원 | 우리, 아기 가질까? | 존엄한 죽음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두 개의 이별 | 오늘은 안 돼요 | 내일 할 일: 이별하기
5/ 당신이라는 습관
안녕, 내 사랑 | 낯모르는 이들의 수많은 애도 | 언젠가 일어날 일이 지금 일어난 것뿐 | 당신이라는 습관 | 내가 만나지 못한 순간의 당신 | 이별 계획 | 힘내라는 말이 싫다 | 첫눈 오는 날 | 애도의 방법 | 그런 일을 겪고도 되게 밝으시네요 | 내 애도가 타인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 머릿속에 자라는 두려움 | 살고 싶은 날 | 당신 없는 새해 계획 | 제 남편 다시 태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 일상으로 복귀하다 | 도둑처럼 찾아드는 당신의 흔적 |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의 생일 | 고요한 소동 | 언제 가장 보고 싶냐는 질문 | 잠옷에 깃든 당신의 냄새 | 당신이 머물다 간 자리 | 위로를 가장한 무례함 | 나를 떠나간 당신에게 주는 선물 | 나를 지키는 천사 | 적확한 위로의 온기 | 첫 책 낸 거 축하해
에필로그
1/ 사랑이라는 화사한 마음
시작할 때의 마음 | 꽃으로 고백하던 날 | 귀하게 대해 줄게요 | 첫 키스의 추억 | 말하지 말고 서로 사랑만 하자 | ‘아내’ ‘남편’이 아닌 ‘반려자’ |
사랑이라는 화사한 마음
2/ 지속 가능한 사랑
우리가 다시 만나려면 | 서로에게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 주려면 | 나에게 기대지 그랬어 | 울지 않고 고맙다고 말하기 | 너에게도 나는 고마운 기억일까 | 간병의 기억 | 시한부 인생에게 로또 | 기도하는 방법을 모르겠어 | 우리가 함께 들어앉은 감옥 | 서로를 위한 선택 | 당신의 빈자리를 채우는 법
3/ 조금만 덜 사랑했다면
같은 마음, 다른 행동 | 우리가 조금만 덜 사랑했다면 | 누구보다 많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 | 아버지라는 선물 | 홀로 단호했던 이유 | 슬픔을 경쟁하지 말라는 말 | 적일까 동지일까 | 부모는 자식을 절대 모른다 | 엄마의 파스 냄새 | 엄마에게 받은 옐로카드 | 당신은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다 | 불과 불의 만남 | 누나가 글을 쓴다 | 죽은 당신을 살리는 법 | 이별을 해피엔딩으로 가꾸려면 | 갈 곳 없는 명절
4/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끈으로 묶은 침대 | 살고 싶다는 소원 | 우리, 아기 가질까? | 존엄한 죽음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두 개의 이별 | 오늘은 안 돼요 | 내일 할 일: 이별하기
5/ 당신이라는 습관
안녕, 내 사랑 | 낯모르는 이들의 수많은 애도 | 언젠가 일어날 일이 지금 일어난 것뿐 | 당신이라는 습관 | 내가 만나지 못한 순간의 당신 | 이별 계획 | 힘내라는 말이 싫다 | 첫눈 오는 날 | 애도의 방법 | 그런 일을 겪고도 되게 밝으시네요 | 내 애도가 타인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 머릿속에 자라는 두려움 | 살고 싶은 날 | 당신 없는 새해 계획 | 제 남편 다시 태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 일상으로 복귀하다 | 도둑처럼 찾아드는 당신의 흔적 |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의 생일 | 고요한 소동 | 언제 가장 보고 싶냐는 질문 | 잠옷에 깃든 당신의 냄새 | 당신이 머물다 간 자리 | 위로를 가장한 무례함 | 나를 떠나간 당신에게 주는 선물 | 나를 지키는 천사 | 적확한 위로의 온기 | 첫 책 낸 거 축하해
에필로그
본문발췌
P.16
[환희] 훌륭한 시간이었다. 자랑하고 싶을 만큼. 손과 손이 포개진 순간, 몸짓과 소리와 촉감이 몸을 섞어 공기 중으로 달게 녹아들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설탕기 어린 공기가 살갑게 기도를 스쳤다. 그러다 조금은 쑥스러운 시선이 닿는 어느 한 사람 이외의 모든 세계가 소멸하기도 했다. (2015.10.15.)
— 「시작할 때의 마음」
P.17
[지은] 당신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진짜 좋아 죽네, 죽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매번 세상을 시니컬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글 아니면 남을 웃기기 위한 각종 드립으로 난무하던 당신의 페이스북이 연애 이후 옅은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무엇을 써도 꿀 바른 글이어서 내 친구들 사이에서 당신은 ‘환희버터칩’이라고 불리었다. 한 친구는 “너 혹시라도 나중에 헤어지면 환희 씨 나한테 넘겨”라며 부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반면에 당신 친구들은 180도 변한 당신 모습에 재미있어 하며 ‘뭐 잘못 먹었냐’고 놀렸다.
— 「시작할 때의 마음」
P.29
[환희] 모든 것에 끝이 있듯이 결혼 생활에도 끝이 있다. 아내와 나의 결혼도 이혼이든 사별이든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끝날 것이다. 그러기 전에 내 덕을 키워 하루라도 더 일찍 균형을 맞추고, 돌아보았을 때 후회가 최소화될 결혼 생활을 이어 가기로.
— 「귀하게 대해 줄게요」
P.30
[지은]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카페에 값을 치르고 함께 문을 나서는데, ‘이대로 헤어지면 이 친구 성향상 다시는 고백 비슷한 말조차 내밀지 않겠지’ 싶었다. 슬며시 당신 손을 잡았다. 당신은 흠칫 놀라더니 가만히 손을 맡겼다. 이후 손끝으로 파르르 떨림이 느껴졌다. 오늘도 눈치 없는 나는 당신에게 “에? 추워요?”라고 물었다.
—「귀하게 대해 줄게요」
P.49
[환희] 이 넓은 세상에서 이렇게 잘 맞는 사람끼리 만나는 건, 흔한 말로 ‘기적’일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우리가 함께하는 건 봄을 맞이하는 게 아니라 사계절을 비순차적으로 끊임없이 겪어 내는 것에 가까울 거야. 우리가 참 닮아 있기에 오히려 서로를 잘 안다고 방심하며 서로에게 무감각해질 여지도 클 테고, ‘또 하나의 내가 아닌 그저 타인에 불과했다’는 진실을 알아채는 순간마다 유독 실망할 수도 있겠지. 그런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당신과 나는 함께하는 동안 서로를 쉼 없이 민감하게 살피면서 삶의 방식을 조율해 나가야 할 분리된 사람이라는 걸, 또 각자가 미숙하고 불완전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인지하면서 나에게는 좀 더 엄격하고 당신에게는 좀 더 관대한 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2016.10.30.)
— 「사랑이라는 화사한 마음」
P.49
[지은] 횡단보도만 건너면 내 자취방이 나오는 길 한가운데에서 당신이 나를 불러 세웠다. 왜 그러냐고 묻는 나의 양쪽 어깨를 살포시 잡더니 두어 발자국 뒤로 물러나게끔 살짝 밀었다. 그 자리에는 벚꽃나무 대신 분홍색 꽃이 핀 목련나무가 있었다. 어리둥절한 내게 가만히 있어 보라고 말하더니 가방에서 주섬주섬 꽃다발과 갈색 케이스를 꺼냈다. 그제야 지금이 프러포즈하는 시간임을 알았다. 벚꽃 흐드러지게 핀 곳에서 반지를 주고 싶었는데 사람도 너무 많고 타이밍도 못 잡아서 여기까지 왔다고 속상해하는 당신이 너무 귀여웠다. 비록 아파트 단지 길 목련나무 앞이었지만 내게는 그 어느 장소보다 근사했다.
— 「사랑이라는 화사한 마음」
P.65
[환희] 병원 생활이 너무너무 지겨워서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너무 하고 싶은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아내와 고양이들과 좁은 침대에서 낮잠 자고 싶다. 아내와 드라마 보면서 밥 먹고 싶다. 거실에 이승환 무적 전설 라이브 틀어 놓고 따라 부르고 싶다. 이사 가기 전에 피규어 잘 포장해 두고 싶다. 맛있는 거 사 들고 회사에 놀러 가고 싶다. (2020.05.17.)
— 「나에게 기대지 그랬어」
P.67
[지은] 그 기록 안에는 내가 모르고 살던 환희 씨 당신의 약한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 일이 밀릴 때면 남에게 폐가 되는 스스로가 미워서, 출근 시간인 아침 아홉 시가 오는 게 두려워서 변기 위에 앉아 엉엉 울었다는 이야기, ‘정말 죽지 않을 정도로만 아팠으면 좋겠다’고 상상했던 나날 등. 당신은 시아빠에게 “아빠, 이건 어쩌면 내가 원했던 것일지도 몰라”라고 했다. 그 감정을 마음속에 담고 살았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당신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으면서도 정작 당신이 반드시 털어놓았어야 하는 나약함을 받아안아 주지 못했다. 나는 왜 당신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했을까. 당신은 왜 나를 힘들 때 기대도 되는 듬직한 존재로 느끼지 못했을까.
— 「나에게 기대지 그랬어」
P.74
[환희]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부분을 부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라니, 다시 생각해도 너무 고마운 사람이라서.
— 「너에게도 나는 고마운 기억일까」
P.77~78
[지은] 나도 당신에게 신청곡을 자주 청했다. 우리 결혼식 축가였던 이승환의 <화려하지 않은 고백>과 우리가 처음 사귀는 날을 떠올리게 하는 윤종신의 <환생>을 주로 요청했다. 당신은 내 신청곡을 거절한 적이 없었고, 매번 열창해 주었다. 심지어 꾸벅꾸벅 졸면서도 옆구리를 탁 치면 끊겼던 노래를 이어서 불렀다. 졸릴 때 건드리면 얼마나 짜증나는데, 그깟 노래 부르라고 깨웠는데도 당신은 짜증 한번 내지 않았다. (…) 곰곰 생각해 보았는데, 지금 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해도 나는 당신과 만났을 것 같다. 당신에게 내가 고마운 기억이었던 것처럼, 나도 마찬가지거든.
— 「너에게도 나는 고마운 기억일까」
P.102
[환희] 아내가 요양병원 이야기를 꺼낸다. 어제부터 힘겨워하는 아내를 느낀다. 서로를 위한 길이라면 선택해 보고 싶다.
— 「서로를 위한 선택」
P.104~105
[지은] 아파서 소리를 지르며 우는 당신을 보고 너무 놀라서 “아, 어떡해. 미안해, 미안해”를 연발하며 함께 주저앉아 울어 버렸다. 당신은 너무 아파서 옆구리를 제대로 펴고 앉지도 못하고 눈물을 찔끔거리면서도 우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아 나 안 아파, 괜찮아”를 반복했다. 그렇게 우리는 화장실에서 서로를 쓰다듬으며 한참 울었다.
— 「서로를 위한 선택」
P.160
[환희] 인물도 시원찮고, 그렇다고 능력이 좋은 것도 아닌 것 같고, 어디 하나 특출하게 마음에 드는 데 없는 사람이랑 귀한 딸 결혼시켰는데, 가족이 되었는데도 그다지 살갑지도 않고, 결혼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중병에 걸려서 비실대고 있는 걸 보고 계실 그 속이 얼마나 답답하실지 짐작조차 안 가네요. 그래도 아프기 전까지 지은 씨랑 둘이 행복하게
잘 살았고, 사람은 누구나 약해지고 병드는 게 순리니까. 제가 얼른 건강해져서 행여나 지은 씨나 어머님이 병들고 약해질 때 잘 돌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씀 대신 돌봐 주셔서 참 감사하다는 말씀만 드릴게요. (2020.07.07.)
— 「엄마의 파스 냄새」
P.163~164
[지은] 당신의 방사선치료와 항암 1차가 마무리되었을 때 비로소 엄마와의 첫 번째 동거를 끝마쳤다. 다 큰 딸이 주는
눈칫밥과 아픈 사위의 병간호로 고생한 엄마에게 홍삼 한 박스와 약간의 수고비, 당신이 직접 쓴 편지를 함께 전달했다. 그 선물들에 엄마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고, 엄마 앞에서만큼은 절대 울지 않는 나는 울음을 꾹 참아 냈다. 엄마는 ‘엄마니까 한 당연한 일’이라 말했지만, 그 어떤 돌봄 노동도 당연하지 않음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 「엄마의 파스 냄새」
P.234
[환희]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저희 집 리아가 질병의 고통에 오래 시달리다가 오늘 아침 세상을 떠났습니다.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너무 자주 해서 민망하고 죄송합니다만, 리아가 다른 세상에서는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잘 지낼 수 있게 빌어 주세요. (2020.09.06.)
— 「두 개의 이별」
P.236
[지은] 당신과 함께 떠나간 리아를 위해 기도할 때 “리아야, 형아 얼른 다 낫게 네가 조금만 도와주라, 형아 병 좀 가져가 주라”라고 빌었다. 당신은 그 말을 듣자마자 “리아야, 더는 여기 생각하지 말고, 여기서 아팠던 거, 힘들었던 거 다 잊고 너 편하게 지내”라고 기도를 정정해 버렸다. 그 모습을 보니 리아에게 그런 부탁을 한 내가 부끄러웠다. 리아가 지금 평안하다면 분명 당신 덕분이다.
— 「두 개의 이별」
P.252
[환희] 가끔 누군가가 나보다 더 내 일에 슬퍼해 주거나 분노해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본적으로 내가 희로애락에 대한 반응이 그리 크지 않은 사람이라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해도 그런 느낌을 받을 때마다 신기하고 고맙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완전히 공감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습관적인 말로 타인에 대한 이해를 쉽게 포기해 버리고는 했던 지난 시간들이 민망하다.
— 「안녕, 내 사랑」
P.254
[지은] 때로는 당신이 너무 밉기도 하다. 어떻게 이렇게 가버릴 수가 있니. 그런데 그 생각을 하면 이내 죄책감이 밀려온다. 당신이 얼마나 살고 싶어 했는지 아니까. 업무에 복귀할 날을 꿈꾸며 새벽 네 시마다 일어나 책을 읽던 당신이니까. 암이 재발할까 봐 머리를 쓰는 게 무섭다던 당신이니까. 한번은 내게 “당신을 보면 살고 싶어져”라고 말했지. 나는 무리한 요구인 줄 알면서도 “그럼 살아 줘, 나와 웅이를 위해 힘내 줘”라고 대답했다. 그때 당신 마음이 얼마나 서글펐을까.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람에게 더 힘을 내라니.
— 「안녕, 내 사랑」
P.256
[환희] 한 번도 크게 위태롭지 않았던 이의 사치일 수 있겠으나, 쓸모 있는 인간이 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누군가를 실망시키는 인간 역시 되고 싶지 않으며, 타인을 감동시키는 일에는 꽤 관심 있다. 오늘 하루도 괜히 쓸모 있는 사람으로 비치지 않게, 남에게 폐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일하도록 합니다. (2015.07.01.)
— 「낯모르는 이들의 수많은 애도」
P.259
[지은] 당신은 흔히 말하는 표준 남성성 바깥에 있는 사람이었고, 스스로 남성 사이에서 “1.5등급 시민권을 부여받은 것 같다”고 느끼곤 했다. 즉 스스로가 비주류임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런 소수자 감성이 다른 소수자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시켰던 게 아닌가 싶다. 당신은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을 후원하고, 마지막으로 구매한 책이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였다. 많은 이들이 당신을 아까워하는 이유는, 자신의 결핍을 들여다보고 타인의 결핍을 채워 주려 노력했던 당신의 마음을 발견했기 때문 아닐까.
— 「낯모르는 이들의 수많은 애도」
[환희] 훌륭한 시간이었다. 자랑하고 싶을 만큼. 손과 손이 포개진 순간, 몸짓과 소리와 촉감이 몸을 섞어 공기 중으로 달게 녹아들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설탕기 어린 공기가 살갑게 기도를 스쳤다. 그러다 조금은 쑥스러운 시선이 닿는 어느 한 사람 이외의 모든 세계가 소멸하기도 했다. (2015.10.15.)
— 「시작할 때의 마음」
P.17
[지은] 당신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진짜 좋아 죽네, 죽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매번 세상을 시니컬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글 아니면 남을 웃기기 위한 각종 드립으로 난무하던 당신의 페이스북이 연애 이후 옅은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무엇을 써도 꿀 바른 글이어서 내 친구들 사이에서 당신은 ‘환희버터칩’이라고 불리었다. 한 친구는 “너 혹시라도 나중에 헤어지면 환희 씨 나한테 넘겨”라며 부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반면에 당신 친구들은 180도 변한 당신 모습에 재미있어 하며 ‘뭐 잘못 먹었냐’고 놀렸다.
— 「시작할 때의 마음」
P.29
[환희] 모든 것에 끝이 있듯이 결혼 생활에도 끝이 있다. 아내와 나의 결혼도 이혼이든 사별이든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끝날 것이다. 그러기 전에 내 덕을 키워 하루라도 더 일찍 균형을 맞추고, 돌아보았을 때 후회가 최소화될 결혼 생활을 이어 가기로.
— 「귀하게 대해 줄게요」
P.30
[지은]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카페에 값을 치르고 함께 문을 나서는데, ‘이대로 헤어지면 이 친구 성향상 다시는 고백 비슷한 말조차 내밀지 않겠지’ 싶었다. 슬며시 당신 손을 잡았다. 당신은 흠칫 놀라더니 가만히 손을 맡겼다. 이후 손끝으로 파르르 떨림이 느껴졌다. 오늘도 눈치 없는 나는 당신에게 “에? 추워요?”라고 물었다.
—「귀하게 대해 줄게요」
P.49
[환희] 이 넓은 세상에서 이렇게 잘 맞는 사람끼리 만나는 건, 흔한 말로 ‘기적’일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우리가 함께하는 건 봄을 맞이하는 게 아니라 사계절을 비순차적으로 끊임없이 겪어 내는 것에 가까울 거야. 우리가 참 닮아 있기에 오히려 서로를 잘 안다고 방심하며 서로에게 무감각해질 여지도 클 테고, ‘또 하나의 내가 아닌 그저 타인에 불과했다’는 진실을 알아채는 순간마다 유독 실망할 수도 있겠지. 그런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당신과 나는 함께하는 동안 서로를 쉼 없이 민감하게 살피면서 삶의 방식을 조율해 나가야 할 분리된 사람이라는 걸, 또 각자가 미숙하고 불완전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인지하면서 나에게는 좀 더 엄격하고 당신에게는 좀 더 관대한 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2016.10.30.)
— 「사랑이라는 화사한 마음」
P.49
[지은] 횡단보도만 건너면 내 자취방이 나오는 길 한가운데에서 당신이 나를 불러 세웠다. 왜 그러냐고 묻는 나의 양쪽 어깨를 살포시 잡더니 두어 발자국 뒤로 물러나게끔 살짝 밀었다. 그 자리에는 벚꽃나무 대신 분홍색 꽃이 핀 목련나무가 있었다. 어리둥절한 내게 가만히 있어 보라고 말하더니 가방에서 주섬주섬 꽃다발과 갈색 케이스를 꺼냈다. 그제야 지금이 프러포즈하는 시간임을 알았다. 벚꽃 흐드러지게 핀 곳에서 반지를 주고 싶었는데 사람도 너무 많고 타이밍도 못 잡아서 여기까지 왔다고 속상해하는 당신이 너무 귀여웠다. 비록 아파트 단지 길 목련나무 앞이었지만 내게는 그 어느 장소보다 근사했다.
— 「사랑이라는 화사한 마음」
P.65
[환희] 병원 생활이 너무너무 지겨워서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너무 하고 싶은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아내와 고양이들과 좁은 침대에서 낮잠 자고 싶다. 아내와 드라마 보면서 밥 먹고 싶다. 거실에 이승환 무적 전설 라이브 틀어 놓고 따라 부르고 싶다. 이사 가기 전에 피규어 잘 포장해 두고 싶다. 맛있는 거 사 들고 회사에 놀러 가고 싶다. (2020.05.17.)
— 「나에게 기대지 그랬어」
P.67
[지은] 그 기록 안에는 내가 모르고 살던 환희 씨 당신의 약한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 일이 밀릴 때면 남에게 폐가 되는 스스로가 미워서, 출근 시간인 아침 아홉 시가 오는 게 두려워서 변기 위에 앉아 엉엉 울었다는 이야기, ‘정말 죽지 않을 정도로만 아팠으면 좋겠다’고 상상했던 나날 등. 당신은 시아빠에게 “아빠, 이건 어쩌면 내가 원했던 것일지도 몰라”라고 했다. 그 감정을 마음속에 담고 살았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당신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으면서도 정작 당신이 반드시 털어놓았어야 하는 나약함을 받아안아 주지 못했다. 나는 왜 당신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했을까. 당신은 왜 나를 힘들 때 기대도 되는 듬직한 존재로 느끼지 못했을까.
— 「나에게 기대지 그랬어」
P.74
[환희]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부분을 부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라니, 다시 생각해도 너무 고마운 사람이라서.
— 「너에게도 나는 고마운 기억일까」
P.77~78
[지은] 나도 당신에게 신청곡을 자주 청했다. 우리 결혼식 축가였던 이승환의 <화려하지 않은 고백>과 우리가 처음 사귀는 날을 떠올리게 하는 윤종신의 <환생>을 주로 요청했다. 당신은 내 신청곡을 거절한 적이 없었고, 매번 열창해 주었다. 심지어 꾸벅꾸벅 졸면서도 옆구리를 탁 치면 끊겼던 노래를 이어서 불렀다. 졸릴 때 건드리면 얼마나 짜증나는데, 그깟 노래 부르라고 깨웠는데도 당신은 짜증 한번 내지 않았다. (…) 곰곰 생각해 보았는데, 지금 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해도 나는 당신과 만났을 것 같다. 당신에게 내가 고마운 기억이었던 것처럼, 나도 마찬가지거든.
— 「너에게도 나는 고마운 기억일까」
P.102
[환희] 아내가 요양병원 이야기를 꺼낸다. 어제부터 힘겨워하는 아내를 느낀다. 서로를 위한 길이라면 선택해 보고 싶다.
— 「서로를 위한 선택」
P.104~105
[지은] 아파서 소리를 지르며 우는 당신을 보고 너무 놀라서 “아, 어떡해. 미안해, 미안해”를 연발하며 함께 주저앉아 울어 버렸다. 당신은 너무 아파서 옆구리를 제대로 펴고 앉지도 못하고 눈물을 찔끔거리면서도 우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아 나 안 아파, 괜찮아”를 반복했다. 그렇게 우리는 화장실에서 서로를 쓰다듬으며 한참 울었다.
— 「서로를 위한 선택」
P.160
[환희] 인물도 시원찮고, 그렇다고 능력이 좋은 것도 아닌 것 같고, 어디 하나 특출하게 마음에 드는 데 없는 사람이랑 귀한 딸 결혼시켰는데, 가족이 되었는데도 그다지 살갑지도 않고, 결혼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중병에 걸려서 비실대고 있는 걸 보고 계실 그 속이 얼마나 답답하실지 짐작조차 안 가네요. 그래도 아프기 전까지 지은 씨랑 둘이 행복하게
잘 살았고, 사람은 누구나 약해지고 병드는 게 순리니까. 제가 얼른 건강해져서 행여나 지은 씨나 어머님이 병들고 약해질 때 잘 돌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씀 대신 돌봐 주셔서 참 감사하다는 말씀만 드릴게요. (2020.07.07.)
— 「엄마의 파스 냄새」
P.163~164
[지은] 당신의 방사선치료와 항암 1차가 마무리되었을 때 비로소 엄마와의 첫 번째 동거를 끝마쳤다. 다 큰 딸이 주는
눈칫밥과 아픈 사위의 병간호로 고생한 엄마에게 홍삼 한 박스와 약간의 수고비, 당신이 직접 쓴 편지를 함께 전달했다. 그 선물들에 엄마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고, 엄마 앞에서만큼은 절대 울지 않는 나는 울음을 꾹 참아 냈다. 엄마는 ‘엄마니까 한 당연한 일’이라 말했지만, 그 어떤 돌봄 노동도 당연하지 않음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 「엄마의 파스 냄새」
P.234
[환희]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저희 집 리아가 질병의 고통에 오래 시달리다가 오늘 아침 세상을 떠났습니다.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너무 자주 해서 민망하고 죄송합니다만, 리아가 다른 세상에서는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잘 지낼 수 있게 빌어 주세요. (2020.09.06.)
— 「두 개의 이별」
P.236
[지은] 당신과 함께 떠나간 리아를 위해 기도할 때 “리아야, 형아 얼른 다 낫게 네가 조금만 도와주라, 형아 병 좀 가져가 주라”라고 빌었다. 당신은 그 말을 듣자마자 “리아야, 더는 여기 생각하지 말고, 여기서 아팠던 거, 힘들었던 거 다 잊고 너 편하게 지내”라고 기도를 정정해 버렸다. 그 모습을 보니 리아에게 그런 부탁을 한 내가 부끄러웠다. 리아가 지금 평안하다면 분명 당신 덕분이다.
— 「두 개의 이별」
P.252
[환희] 가끔 누군가가 나보다 더 내 일에 슬퍼해 주거나 분노해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본적으로 내가 희로애락에 대한 반응이 그리 크지 않은 사람이라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해도 그런 느낌을 받을 때마다 신기하고 고맙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완전히 공감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습관적인 말로 타인에 대한 이해를 쉽게 포기해 버리고는 했던 지난 시간들이 민망하다.
— 「안녕, 내 사랑」
P.254
[지은] 때로는 당신이 너무 밉기도 하다. 어떻게 이렇게 가버릴 수가 있니. 그런데 그 생각을 하면 이내 죄책감이 밀려온다. 당신이 얼마나 살고 싶어 했는지 아니까. 업무에 복귀할 날을 꿈꾸며 새벽 네 시마다 일어나 책을 읽던 당신이니까. 암이 재발할까 봐 머리를 쓰는 게 무섭다던 당신이니까. 한번은 내게 “당신을 보면 살고 싶어져”라고 말했지. 나는 무리한 요구인 줄 알면서도 “그럼 살아 줘, 나와 웅이를 위해 힘내 줘”라고 대답했다. 그때 당신 마음이 얼마나 서글펐을까.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람에게 더 힘을 내라니.
— 「안녕, 내 사랑」
P.256
[환희] 한 번도 크게 위태롭지 않았던 이의 사치일 수 있겠으나, 쓸모 있는 인간이 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누군가를 실망시키는 인간 역시 되고 싶지 않으며, 타인을 감동시키는 일에는 꽤 관심 있다. 오늘 하루도 괜히 쓸모 있는 사람으로 비치지 않게, 남에게 폐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일하도록 합니다. (2015.07.01.)
— 「낯모르는 이들의 수많은 애도」
P.259
[지은] 당신은 흔히 말하는 표준 남성성 바깥에 있는 사람이었고, 스스로 남성 사이에서 “1.5등급 시민권을 부여받은 것 같다”고 느끼곤 했다. 즉 스스로가 비주류임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런 소수자 감성이 다른 소수자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시켰던 게 아닌가 싶다. 당신은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을 후원하고, 마지막으로 구매한 책이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였다. 많은 이들이 당신을 아까워하는 이유는, 자신의 결핍을 들여다보고 타인의 결핍을 채워 주려 노력했던 당신의 마음을 발견했기 때문 아닐까.
— 「낯모르는 이들의 수많은 애도」
저자소개
이환희
7년 차 출판편집자, 정치적 삶을 실천하려 노력했던 생활정치인, 윤종신 공식 팬클럽 ‘공존’에서 10여 년간 활동한 ‘종신총무’, 두 마리 고양이의 집사, 그리고 같은 직업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지은의 반려인. 작은 몸에 큰 이상을 담고 살던 그는 만 35세에 발병한 뇌종양으로 반년간 투병하다, 2020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상에 남긴 글 조각은 A4 2094쪽, 원고지로 6661매에 달한다.
이지은
13년 차 출판편집자, 작은 것에 애정을 기울이는 에코페미니스트, [편집자의 마음]이라는 책을 쓴 작가, 두 마리 고양이의 집사, 그리고 같은 직업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환희의 반려인. 2020년 반려인 이환희와 고양이 리아가 동시에 암을 앓고 같은 해 세상을 떠나자, 이별과 애도의 과정을 담아 글을 썼다. 이 글들은 브런치 누적 조회 수 30만을 기록하는 등 많은 이의 공감을 받았다.
7년 차 출판편집자, 정치적 삶을 실천하려 노력했던 생활정치인, 윤종신 공식 팬클럽 ‘공존’에서 10여 년간 활동한 ‘종신총무’, 두 마리 고양이의 집사, 그리고 같은 직업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지은의 반려인. 작은 몸에 큰 이상을 담고 살던 그는 만 35세에 발병한 뇌종양으로 반년간 투병하다, 2020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상에 남긴 글 조각은 A4 2094쪽, 원고지로 6661매에 달한다.
이지은
13년 차 출판편집자, 작은 것에 애정을 기울이는 에코페미니스트, [편집자의 마음]이라는 책을 쓴 작가, 두 마리 고양이의 집사, 그리고 같은 직업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환희의 반려인. 2020년 반려인 이환희와 고양이 리아가 동시에 암을 앓고 같은 해 세상을 떠나자, 이별과 애도의 과정을 담아 글을 썼다. 이 글들은 브런치 누적 조회 수 30만을 기록하는 등 많은 이의 공감을 받았다.
서평
2020년 11월 21일 세상을 떠난 고(故) 이환희 출판편집자와 반려인 이지은 출판편집자의 에세이 [들어 봐, 우릴 위해 만든 노래야]가 출간됐다. 고인의 1주기에 맞춰 출간된 이 책엔 이환희가 남긴 원고지 6661매에 달하는 생의 기록과 그가 떠난 후 100일 동안 매일 같은 시간 글을 쓴 이지은의 애도 일기가 교차 편집돼 있다. 생전에 ‘저자’의 꿈을 품기도 했던 이환희의 첫 책이자 아마도 마지막 책이 그 꿈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이지은에 의해, 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박힌 한권의 책이 되어 나왔다.
이지은은 이환희가 남긴 글들을 긁어모으고 탐독하면서 그가 좋아하던 노래를 듣거나 감응하던 영화를 보며 그의 생각과 꿈을 돌아본다. 이 과정에서 친구-연인-반려인으로 함께한 6년여와 뇌종양이 발병해 눈 감기까지 6개월여의 시간뿐 아니라, 서로 알지 못하는 과거와 혼자만 아는 시간에까지 다다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커다란 상실 속에서 떠난 이를 애써 잊으려거나 그의 부재를 부정하기보다 되레 깊이 알고자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이 애도의 과정은, 두 사람이 함께 사랑하고 노동하고 싸우고 성장하며 밀고나갔던 삶만큼이나 치열하고, 또 뭉클하다.
과거의 이환희와 현재의 이지은이 나누는, 그들에게 주어진 생의 시간을 초월하고야 마는 이 대화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이지은은 이환희가 남긴 글들을 긁어모으고 탐독하면서 그가 좋아하던 노래를 듣거나 감응하던 영화를 보며 그의 생각과 꿈을 돌아본다. 이 과정에서 친구-연인-반려인으로 함께한 6년여와 뇌종양이 발병해 눈 감기까지 6개월여의 시간뿐 아니라, 서로 알지 못하는 과거와 혼자만 아는 시간에까지 다다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커다란 상실 속에서 떠난 이를 애써 잊으려거나 그의 부재를 부정하기보다 되레 깊이 알고자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이 애도의 과정은, 두 사람이 함께 사랑하고 노동하고 싸우고 성장하며 밀고나갔던 삶만큼이나 치열하고, 또 뭉클하다.
과거의 이환희와 현재의 이지은이 나누는, 그들에게 주어진 생의 시간을 초월하고야 마는 이 대화에 독자들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