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따뜻한 심리학
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11206
가격
₩ 16,000
ISBN
9791196861766
페이지
312 p.
판형
140 X 200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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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책 소개
가슴 깊은 곳에 오래 머물러 있던 자신의 체험과 소소한 일상을 드러낸다. 그럼으로써 독자들에게 속내를 고백하듯 우리네 각자의 마음속에 ‘박힌 못’과 그 자리에 심는 ‘아름다운 꽃’을 끄집어낸다. 그것은 그 경계에 있는 우리의 삶과 일상이다. 또한 고단한 삶의 여정에서 불쑥 찾아오는 슬픔이나 오로지 온몸으로 버텨야 하는 처연함의 반대편에서 손짓하는 역설, 즉 아픈 곳에서 다시 피어나는 아름다운 우리의 삶에 대한 소망 같은 것이기도 하다. 특히 이 책의 1장은 그리움으로 가득한 글들을 모았다. 김장김치를 맛보며 돌아가신 엄마의 부재를 떠올리고 피고 지는 꽃들을 지켜보며 그 계절감에 흠칫 놀라 고향에 대한 향수를 흩뿌리고 무심한 자신을 질책한다. 노래를 들으며 신화 속으로 떠난 이들을 추억하고 따뜻한 인연과의 잊지 못할 옛 기억을 소환한다. 저자는 자신이 60년대 중반에 태어난 경남 하동 출신의 86세대라며 ‘민증을 먼저 까고’ 독자들에게 묻는다. 여러분은 그 유명한 홍콩 영화 <화양연화>에 나오는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행복했던 시간’이 언제였냐고? 그러면서 각자 자신의 인생 봄날을 회고할 때 가득한 낭만과 추억이 있다면 현재의 우리 삶이 정겹고 훈훈해질 거라는 훈수를 곁들인다. 떠올릴 때마다 마냥 편하고 좋은 게 봄볕 같은 상상이다.
목차
여는글 여물어가는 계절 앞에 일상의 속내를 털어내며
1장 늘 그립다가 문득 사무치게 그리울 때도 있다
보고픈 엄마, 그리운 김장김치 - 김장의 심리학/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 모란꽃과 황혼의 심리학/ 눈물 젖은 빵 먹어 보셨나요? - 고 구두회 엘지그룹 창업고문과 부인의 낭만적인 사랑의 심리학/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 서울의 벚꽃을 보며 고향 하동을 그리워함/ 내 생애 봄날은 간다 - 신화 속으로 떠난 작가 이윤기와 추억의 심리학/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 법정 스님의 시래기와 무소유의 심리학/ 당신, 내 편이라서 고마워 - 부부관계의 심리학/ 지가 살아봤냐고? 학은 무슨 학, 닭이다 닭! - 정희성의 '시인본색'과 스턴버그의 '사랑의 삼각형’/ 하늘나라로 떠난 어머니를 그리며 - 죽음의 심리학/ 비 갠 푸른 언덕, 붉은 비처럼 떨어지는 복사꽃 - 정지상의 한시(漢詩)와 유토피아 심리학
2장 라면은 왜 ‘파송송 계란탁’ 해야 맛있나?
주인공은 왜 모두 집으로 가고 싶어 할까? - 오징어 게임’과 친족 보살핌 본능/ 서점 문지방을 넘어 멈춤의 세계로 들어가라 - 서점을 찾는 심리학/ 니들 이제 X됐어(You're f****d)! - 졸업의 심리학/ 우리는 왜 트로트에 열광하는가? - 트로트의 심리학/ 아들아, 우리 쓸모 있는 수컷이 되자! - 영화 <미나리>와 영웅의 심리학/ 사랑이 변하는 데 이유가 있나? - 최태원·노소영의 사랑과 이별의 진화심리학/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라고? -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와 불륜의 심리학/ 로버트 드 니로와 안성기의 공통점은 뭘까요? - 동안(童顔) 선호의 심리학과 주름살의 미학/ 시인의 부인은 왜 엄동설한 한밤중에 집을 나왔을까? - 배려(配慮)의 심리학/ 라면은 왜 ‘파송송 계란탁’ 해야 맛있나? - 라면의 사회심리학
3장 마음속에 박힌 못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피우며
낚시는 과연 손맛일까? - 낚시의 심리학/ 아파트 옥상에서 김훈과 루쉰을 생각함 - 이름을 짓는 것(naming)의 심리학/ 300년 명품고택과 소설 속 집 살려낸 사대부가 - 강릉 '선교장'과 하동 '최 참판 댁’의 멋과 향취/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꽃의 심리학/ 연필과 만년필로 글을 쓴다는 것-디지털 시대 글쓰기의 심리학/ 프라도미술관에서 사흘 연속 죽친 사연-몰입(flow)의 심리학/ 계란 프라이와 후배의 간짜장 –추억의 심리학/ 희망의 봄을 기다리며 - 영화 <호프 스프링즈>에 대한 단상/ 당신은 개를 좋아하시나요?-반려견의 심리학
4장 '김지영'이 걸었던 길을 우리 딸들에게도 걷게 할 참인가?
혹시 내가 안희정, 오거돈의 공범은 아닐까? - 아부의 심리학/ '김지영'이 걸었던 길을 우리 딸들에게도 걷게 할 참인가? -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씁쓸한 감상/ ‘갑질하는 뇌’가 따로 있다고? - 미투의 심리학/ 계획하지 않은 임신, 계획된 살인 - 낙태의 심리학/ 류호정의 원피스와 스티브 잡스의 청바지 - 의상의 심리학/ 혐오는 무조건 나쁜 감정일까? - 전염병과 혐오의 심리학/ 막장에서 스러진 이들을 위한 꽃과 노래 - 삼탄아트마인에서 옛날 광부들과 반 고흐를 생각하다/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 시선(視線)의 심리학/ 여성들은 수염 기른 남자를 좋아할까? - 수염의 심리학
1장 늘 그립다가 문득 사무치게 그리울 때도 있다
보고픈 엄마, 그리운 김장김치 - 김장의 심리학/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 모란꽃과 황혼의 심리학/ 눈물 젖은 빵 먹어 보셨나요? - 고 구두회 엘지그룹 창업고문과 부인의 낭만적인 사랑의 심리학/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 서울의 벚꽃을 보며 고향 하동을 그리워함/ 내 생애 봄날은 간다 - 신화 속으로 떠난 작가 이윤기와 추억의 심리학/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 법정 스님의 시래기와 무소유의 심리학/ 당신, 내 편이라서 고마워 - 부부관계의 심리학/ 지가 살아봤냐고? 학은 무슨 학, 닭이다 닭! - 정희성의 '시인본색'과 스턴버그의 '사랑의 삼각형’/ 하늘나라로 떠난 어머니를 그리며 - 죽음의 심리학/ 비 갠 푸른 언덕, 붉은 비처럼 떨어지는 복사꽃 - 정지상의 한시(漢詩)와 유토피아 심리학
2장 라면은 왜 ‘파송송 계란탁’ 해야 맛있나?
주인공은 왜 모두 집으로 가고 싶어 할까? - 오징어 게임’과 친족 보살핌 본능/ 서점 문지방을 넘어 멈춤의 세계로 들어가라 - 서점을 찾는 심리학/ 니들 이제 X됐어(You're f****d)! - 졸업의 심리학/ 우리는 왜 트로트에 열광하는가? - 트로트의 심리학/ 아들아, 우리 쓸모 있는 수컷이 되자! - 영화 <미나리>와 영웅의 심리학/ 사랑이 변하는 데 이유가 있나? - 최태원·노소영의 사랑과 이별의 진화심리학/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라고? -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와 불륜의 심리학/ 로버트 드 니로와 안성기의 공통점은 뭘까요? - 동안(童顔) 선호의 심리학과 주름살의 미학/ 시인의 부인은 왜 엄동설한 한밤중에 집을 나왔을까? - 배려(配慮)의 심리학/ 라면은 왜 ‘파송송 계란탁’ 해야 맛있나? - 라면의 사회심리학
3장 마음속에 박힌 못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피우며
낚시는 과연 손맛일까? - 낚시의 심리학/ 아파트 옥상에서 김훈과 루쉰을 생각함 - 이름을 짓는 것(naming)의 심리학/ 300년 명품고택과 소설 속 집 살려낸 사대부가 - 강릉 '선교장'과 하동 '최 참판 댁’의 멋과 향취/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꽃의 심리학/ 연필과 만년필로 글을 쓴다는 것-디지털 시대 글쓰기의 심리학/ 프라도미술관에서 사흘 연속 죽친 사연-몰입(flow)의 심리학/ 계란 프라이와 후배의 간짜장 –추억의 심리학/ 희망의 봄을 기다리며 - 영화 <호프 스프링즈>에 대한 단상/ 당신은 개를 좋아하시나요?-반려견의 심리학
4장 '김지영'이 걸었던 길을 우리 딸들에게도 걷게 할 참인가?
혹시 내가 안희정, 오거돈의 공범은 아닐까? - 아부의 심리학/ '김지영'이 걸었던 길을 우리 딸들에게도 걷게 할 참인가? -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씁쓸한 감상/ ‘갑질하는 뇌’가 따로 있다고? - 미투의 심리학/ 계획하지 않은 임신, 계획된 살인 - 낙태의 심리학/ 류호정의 원피스와 스티브 잡스의 청바지 - 의상의 심리학/ 혐오는 무조건 나쁜 감정일까? - 전염병과 혐오의 심리학/ 막장에서 스러진 이들을 위한 꽃과 노래 - 삼탄아트마인에서 옛날 광부들과 반 고흐를 생각하다/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 시선(視線)의 심리학/ 여성들은 수염 기른 남자를 좋아할까? - 수염의 심리학
본문발췌
P.21
김장에는 가족의 정이 가득하다. 나누는 정감은 물론 맛으로 함께하는 일체감. 김장이 있어 겨울은 따뜻하고 포근했다. 시골에서 엄마가 보낸 김치로 긴 겨울을 보냈던 수많은 아들딸들이 바로 우리다. 엄마가 떠나가고 없는 오늘밤에 떠오르는 김장은 이젠 그리움이다. 짙은 그리움이다.
P.28
융 심리학자인 안셀름 그륀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지나간 젊음을 슬퍼하는 사람이 진정한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현재의 삶을 즐기는 사람은 삶의 예술가라고 칭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지나간 젊음을 슬퍼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P.52
영화 <화양연화>에서는 주인공 리첸(장만옥 분)과 차우(양조위 분) 두 사람에게는 낭만적 사랑을 나누었던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그 시절이 화양연화였을 것이다. ‘나의 봄날은 언제가 될까.’ 이런 상상은 늘 아름답고 정겹다. 훗날 인생의 봄날을 회고할 때 더 아름다운 낭만과 추억이 충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P.64
베테랑 정신과 전문의답게 그는 내 상처를 대번에 알아본 것이다. 그는 내 상처를 논리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 그냥 안아줌으로써 그가 나의 아픔과 분노에 적극 공감한다는 것을 몸으로 말해 주었다. 코끝이 찡해졌다.
P.81
이론은 다 필요 없다. 실천이 중요하다. 지금이 부모님과의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른다. 엄마 손을 잡고 사랑한다고 고백하시라. 아버지를 안고 당신 아들이어서 좋다고 말씀드리시라. 언제까지 때만 기다릴 것인가. 이별은 도둑처럼 우리를 찾아온다. 마시면 젊어지는 샘물은 없다. 뒤늦은 오열과 뒤늦은 고백은 어리석음일 뿐이다.
P.92
데스 게임을 소재로 한 흔한 영화 중의 하나일 수도 있었던 오징어 게임이 흥행에 성공한 근본 원인으로 탁월한 심리 묘사를 빼놓을 수 없다. 오징어 게임은 앞에서 말한 인간의 여러 가지 본능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을 적절하게 선정해, 그들 간의 조화와 갈등 관계를 통해 인간의 심층 심리를 다이내믹하게 풀어낸다.
P.101~102
왜 우리는 종이책을 찾고, 서점을 찾아가는 것일까? 사람들은 책에서 나오는 냄새를 좋아한다. (중략) 신간이든 구간이든 서점에 가서 책의 향기를 맡으면서 손으로 책장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일상에서 탈출하여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진입한다.
P.181~183
비로소 왜 사람들이 바다낚시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중략) 낚시꾼들에게 왜 낚시를 하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손맛’을 이야기한다. 살아 있는 물고기가 목숨을 걸고 치는 몸부림은, 역시 살아 있는 유기체인 인간에게 가슴 뛰는 도전정신을 일으킨다. 그 반항의 몸짓은 엄청난 진동으로 인간에게 반사된다. 낚시꾼의 세포 하나하나를 흥분시키고 심장 박동을 촉진시킨다.(중략) 해양생물학자인 월리스 니콜스는 이런 말을 했다. “시간에 관계 없이 물 위, 혹은 물가에 있으면 스트레스와 불안이 줄고 행복감이 증가한다.” 그렇다. 우리는 푸른 바다와 교감하는 그 자체로 대자연에 동화되는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P.192
누군가에게 어떤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은 그가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 매우 중요한 상징성을 띠는 의미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데일 카네기는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사람의 이름은 그 사람에게 모든 언어에서 가장 감미롭고 중요한 소리라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P.200
우리는 너무 쉽게 ‘전통’과 ‘현대’를 이야기하고 이 두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너무 쉽게 세상을 재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300년 전통의 선교장과 20년 전 현대적 공간 위에 탄생한 최 참판 댁은 21세기를 관통하고 있는 오늘의 우리가 전통과 현대를 어떻게 보고 이 둘의 소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작은 단초가 아닐까 싶다.
P.208
우리네 각자의 마음속에 박힌 못은 무엇일까? 고단한 삶의 여정에 불쑥 예고 없이 찾아오는 깊은 슬픔일까. 아니면 그 슬픔마저 오로지 가슴으로만 견뎌야 하는 처연함과 상실감일까. 그래서 시인은 얘기한다. 꽃이 인간의 눈물이라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냐고. 예기치 않는 일로 마음의 봄을 잃은 분들에게 이 시를 권한다. 또 그 경계에서 시인의 역설처럼 마음속 깊숙한 곳에 박힌 못 대신 그곳에서 피어나는 꽃처럼 아름다운 우리의 삶과 마주하기를 소망한다.
P.248
아부는 이러한 공동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를 교묘하게 비집고 들어온다. 어두운 동굴에 슬며시 들어와 똬리를 트는 뱀처럼 말이다. ‘불편한 진실’을 듣고 싶지 않은 윗사람과 ‘달콤한 거짓’으로 이익을 얻고 싶어 하는 아랫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협작하여 절묘한 ‘부당거래’의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P.259
정치경제적 상황이 많이 불안정하고 우리 미래가 험난할지라도 남녀는 선의의 ‘전략적 동반자’라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위적인 사실을 망각한다면 그 어떤 남녀문제의 논의도 허망한 탁상공론에 머무르고 말 것이다. 우리 할머니, 우리 엄마 그리고 우리가 걸어왔다고 우리의 누이, 우리의 딸, 우리의 손녀에게 82년생 김지영이 걸어간 길을 또다시 걷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P.301~302
’일방적인 내리사랑은 신적(神的)인 자비로움을 빼면 부모님의 사랑밖에 없다.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는 세상을 일방적, 독단적으로 그냥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갈등이 생기면 조정하고 타협하고 소통하는 쌍방향(雙方向)의 삶을 ‘살아내야’만 한다.
김장에는 가족의 정이 가득하다. 나누는 정감은 물론 맛으로 함께하는 일체감. 김장이 있어 겨울은 따뜻하고 포근했다. 시골에서 엄마가 보낸 김치로 긴 겨울을 보냈던 수많은 아들딸들이 바로 우리다. 엄마가 떠나가고 없는 오늘밤에 떠오르는 김장은 이젠 그리움이다. 짙은 그리움이다.
P.28
융 심리학자인 안셀름 그륀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지나간 젊음을 슬퍼하는 사람이 진정한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현재의 삶을 즐기는 사람은 삶의 예술가라고 칭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지나간 젊음을 슬퍼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P.52
영화 <화양연화>에서는 주인공 리첸(장만옥 분)과 차우(양조위 분) 두 사람에게는 낭만적 사랑을 나누었던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그 시절이 화양연화였을 것이다. ‘나의 봄날은 언제가 될까.’ 이런 상상은 늘 아름답고 정겹다. 훗날 인생의 봄날을 회고할 때 더 아름다운 낭만과 추억이 충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P.64
베테랑 정신과 전문의답게 그는 내 상처를 대번에 알아본 것이다. 그는 내 상처를 논리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 그냥 안아줌으로써 그가 나의 아픔과 분노에 적극 공감한다는 것을 몸으로 말해 주었다. 코끝이 찡해졌다.
P.81
이론은 다 필요 없다. 실천이 중요하다. 지금이 부모님과의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른다. 엄마 손을 잡고 사랑한다고 고백하시라. 아버지를 안고 당신 아들이어서 좋다고 말씀드리시라. 언제까지 때만 기다릴 것인가. 이별은 도둑처럼 우리를 찾아온다. 마시면 젊어지는 샘물은 없다. 뒤늦은 오열과 뒤늦은 고백은 어리석음일 뿐이다.
P.92
데스 게임을 소재로 한 흔한 영화 중의 하나일 수도 있었던 오징어 게임이 흥행에 성공한 근본 원인으로 탁월한 심리 묘사를 빼놓을 수 없다. 오징어 게임은 앞에서 말한 인간의 여러 가지 본능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을 적절하게 선정해, 그들 간의 조화와 갈등 관계를 통해 인간의 심층 심리를 다이내믹하게 풀어낸다.
P.101~102
왜 우리는 종이책을 찾고, 서점을 찾아가는 것일까? 사람들은 책에서 나오는 냄새를 좋아한다. (중략) 신간이든 구간이든 서점에 가서 책의 향기를 맡으면서 손으로 책장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일상에서 탈출하여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진입한다.
P.181~183
비로소 왜 사람들이 바다낚시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중략) 낚시꾼들에게 왜 낚시를 하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손맛’을 이야기한다. 살아 있는 물고기가 목숨을 걸고 치는 몸부림은, 역시 살아 있는 유기체인 인간에게 가슴 뛰는 도전정신을 일으킨다. 그 반항의 몸짓은 엄청난 진동으로 인간에게 반사된다. 낚시꾼의 세포 하나하나를 흥분시키고 심장 박동을 촉진시킨다.(중략) 해양생물학자인 월리스 니콜스는 이런 말을 했다. “시간에 관계 없이 물 위, 혹은 물가에 있으면 스트레스와 불안이 줄고 행복감이 증가한다.” 그렇다. 우리는 푸른 바다와 교감하는 그 자체로 대자연에 동화되는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P.192
누군가에게 어떤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은 그가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 매우 중요한 상징성을 띠는 의미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데일 카네기는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사람의 이름은 그 사람에게 모든 언어에서 가장 감미롭고 중요한 소리라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P.200
우리는 너무 쉽게 ‘전통’과 ‘현대’를 이야기하고 이 두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너무 쉽게 세상을 재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300년 전통의 선교장과 20년 전 현대적 공간 위에 탄생한 최 참판 댁은 21세기를 관통하고 있는 오늘의 우리가 전통과 현대를 어떻게 보고 이 둘의 소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작은 단초가 아닐까 싶다.
P.208
우리네 각자의 마음속에 박힌 못은 무엇일까? 고단한 삶의 여정에 불쑥 예고 없이 찾아오는 깊은 슬픔일까. 아니면 그 슬픔마저 오로지 가슴으로만 견뎌야 하는 처연함과 상실감일까. 그래서 시인은 얘기한다. 꽃이 인간의 눈물이라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냐고. 예기치 않는 일로 마음의 봄을 잃은 분들에게 이 시를 권한다. 또 그 경계에서 시인의 역설처럼 마음속 깊숙한 곳에 박힌 못 대신 그곳에서 피어나는 꽃처럼 아름다운 우리의 삶과 마주하기를 소망한다.
P.248
아부는 이러한 공동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를 교묘하게 비집고 들어온다. 어두운 동굴에 슬며시 들어와 똬리를 트는 뱀처럼 말이다. ‘불편한 진실’을 듣고 싶지 않은 윗사람과 ‘달콤한 거짓’으로 이익을 얻고 싶어 하는 아랫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협작하여 절묘한 ‘부당거래’의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P.259
정치경제적 상황이 많이 불안정하고 우리 미래가 험난할지라도 남녀는 선의의 ‘전략적 동반자’라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위적인 사실을 망각한다면 그 어떤 남녀문제의 논의도 허망한 탁상공론에 머무르고 말 것이다. 우리 할머니, 우리 엄마 그리고 우리가 걸어왔다고 우리의 누이, 우리의 딸, 우리의 손녀에게 82년생 김지영이 걸어간 길을 또다시 걷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P.301~302
’일방적인 내리사랑은 신적(神的)인 자비로움을 빼면 부모님의 사랑밖에 없다.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는 세상을 일방적, 독단적으로 그냥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갈등이 생기면 조정하고 타협하고 소통하는 쌍방향(雙方向)의 삶을 ‘살아내야’만 한다.
저자소개
심리학자, 문화평론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실, 예술의 전당 내 국립예술단체연합회, 고려대학교 인문예술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 융합심리학연구소장으로 있다. 대학, 언론, 정부 부처, 공기업, 사기업 등에서 경력을 쌓으며 동서고금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한 복합적 콘텐츠 개발에 애쓰고 있다.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의 원고를 작성하거나 정관계나 학계 유명인사들의 스피치 라이터로 활동한 특이한 경력도 있다. 대학원 재학 중 심리학(마음)과 의학(몸)을 결합시킨 새로운 융복합 학문을 연구해 보겠다는 야심찬(결과적으로는 무모한) 계획을 꿈꾸며 유학을 떠났다가 좌절했다. 천재도 하기 힘든 일을 범재가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게 된 쓰라린 경험이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80년대 말 20대 후반에 시작된 지적 탐험은 계속되고 있다. 대학, 언론, 정부 부처, 공기업, 사기업 등에서 경력을 쌓으며 동서고금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한 복합적 콘텐츠 개발에 애쓰고 있다. 일반심리학, 진화심리학, 융심리학, 뇌과학, 신경의학, 신학, 미술사 등 다양한 전문 분야 및 관심사의 문화평론 담론들을 조선, 동아, 한경 등의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TV 패널이나 강연자로도 활동 중이다. 고려대학교 및 동 대학원을 비롯한 국내외 몇 개 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학부에서 심리학과 의학을, 대학원 석사과정에서는 임상심리학·문화심리학 그리고 의학을, 박사과정에서 대체의학을 전공했다. 저서로 [재벌총수는 왜 폐암에 잘 걸릴까?], [심리학으로 풀어보는 삼국지](근간) 등이 있다.
서평
바람 잘 날 없는 우리네 일상에 끼어든 심리학자의 오지랖
마음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며 건네는 소소한 얘기들과 따스한 시선
모란꽃이 지고 없는 어느 길목, 먼 산의 산새 우는 소리 들으며 시인은 까닭 모를 노래를 부른다. 세상은 바람이 불어 외롭고 고단하다고. 이 노랫말에 심리학자가 귀 기울인다. 왜 시인이 외로움과 고단함을 말하는지 그 이유를 살피기 위해서다. 시인의 깊은 속내까지야 알 길이 없겠지만 시상(詩想)이 고조될 즈음 심리학자는 그 마음의 밑바닥을 더듬어본다.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게 심리학자의 본업이기 때문일 터. 세상일 이것저것에 관심이 제법 많은 심리학자의 오지랖은 문학작품에만 머물지 않는다. 심리학자는 영화, 미술, 드라마, 음악 같은 문화예술 분야에도 교감의 촉수를 뻗는 등 바람 잘 날 없는 우리네 일상에 끼어든다.
이렇게 해서 최근 몇 년간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38개의 글을 모은 책 [따뜻한 심리학]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모란이 지고 없는 계절에 짙어진 시인의 감성으로 전하는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시구에 시선을 맞춘다. 다시 희망을 기다리는 삶의 자세를 말하기 위함이다. 절정의 모란꽃처럼 화려한 시절이 지나간 것에 대한 슬픔이 경과한 뒤의 ‘내 마음속 모란꽃’을 심는 긍정의 마음가짐이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깊은 속내다.
각자의 마음속에 ‘박힌 못’과 그 자리에 심는 ‘아름다운 꽃’!
현재의 우리 삶이 훈훈해질 거라는 정겨운 훈수를 곁들이는 심리학 에세이!!
이처럼 이 책 [따뜻한 심리학]은 가슴 깊은 곳에 오래 머물러 있던 자신의 체험과 소소한 일상을 드러낸다. 그럼으로써 독자들에게 속내를 고백하듯 우리네 각자의 마음속에 ‘박힌 못’과 그 자리에 심는 ‘아름다운 꽃’을 끄집어낸다. 그것은 그 경계에 있는 우리의 삶과 일상이다. 또한 고단한 삶의 여정에서 불쑥 찾아오는 슬픔이나 오로지 온몸으로 버텨야 하는 처연함의 반대편에서 손짓하는 역설, 즉 아픈 곳에서 다시 피어나는 아름다운 우리의 삶에 대한 소망 같은 것이기도 하다.
특히 이 책의 1장은 그리움으로 가득한 글들을 모았다. 김장김치를 맛보며 돌아가신 엄마의 부재를 떠올리고 피고 지는 꽃들을 지켜보며 그 계절감에 흠칫 놀라 고향에 대한 향수를 흩뿌리고 무심한 자신을 질책한다. 노래를 들으며 신화 속으로 떠난 이들을 추억하고 따뜻한 인연과의 잊지 못할 옛 기억을 소환한다. 저자는 자신이 60년대 중반에 태어난 경남 하동 출신의 86세대라며 ‘민증을 먼저 까고’ 독자들에게 묻는다. 여러분은 그 유명한 홍콩 영화 <화양연화>에 나오는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행복했던 시간’이 언제였냐고? 그러면서 각자 자신의 인생 봄날을 회고할 때 가득한 낭만과 추억이 있다면 현재의 우리 삶이 정겹고 훈훈해질 거라는 훈수를 곁들인다. 떠올릴 때마다 마냥 편하고 좋은 게 봄볕 같은 상상이다.
우회 없이 직선으로 날아드는, 일상 언어로 풀어쓴 심리학적 영화비평
무엇보다 인문학으로 만나는 즐거움과 그 여백을 담은 책!!
이 책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영화비평이 많다는 점이다. 저자가 심리학자 이전에 열렬한 영화 마니어인 데다가 영화나 미술작품에 대한 비평 글을 각종 매체에 기고하는 문화평론가 역할을 자임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와 드라마는 전체 글감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다. 저자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영화나 드라마 속의 설정이나 스토리 그리고 주요 인물 캐릭터에 대한 디테일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전문가답게 사람 내면에 자리한 심리구조와 인간 본연의 욕망과 인과관계 등을 분석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21년 하반기의 최고 히트상품이라 할 수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있고 현실성이나 개연성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일종의 성인용 ‘잔혹동화’라 평한다. 거기에 진화심리학자 더글러스 켄릭 등이 얘기하는 인간의 7~8 가지 본능이 작품 속 인물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고 분석을 보탠다. 즉 기훈(이정재 분)-상우(박해수 분)-일남으로 대표되는 협력본능, 경쟁본능, 자극추구본능의 전형적 인물들이 펼치는 극한의 데스게임을 통해 벼랑 끝에 선 인물의 헛된 꿈과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120분 내외의 짧은 시간 안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나 그 구조 등을 요란하게 관통하거나 예리한 칼날로 단면을 찍어내곤 한다. 그런 이유로 영화는 인간의 숨은 욕망과 수수께끼 같은 심연 그리고 그 상호작용을 압축적으로 반영하는 서사가 되곤 한다. 당연히 심리학자의 이목을 잡아당기는 함축적인 소재다. 저자 역시 비평을 통해 ‘오징어 데스게임’의 가혹한 현실 외에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집단인 가족과 집의 의미를 인간의 본능과 대비해 설명하려 한다.
저자의 관심사 혹은 오지랖이 이어진 곳이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라 그윽한 향취가 있는 시와 소설, 미술작품, 서점, 산과 들 그리고 바다가 있는 공간, 자연 등으로 포물선을 그리듯 이어지는 것은 이 책을 읽는 큰 즐거움이다. 우회 없이 직선으로 날아드는 심리학적 분석 외에 인문학적 침잠이나 호기심이 짙게 묻어 있는 대목을 찾아가는 것 역시 이 책의 관전 포인트라 여겨진다. 맹목의 관심이나 천진스레 소통하려는 손짓의 다른 이름이 곧 마음을 열어가는 심리학일 수 있음도 이 책의 여백이고 희망이다.
마음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며 건네는 소소한 얘기들과 따스한 시선
모란꽃이 지고 없는 어느 길목, 먼 산의 산새 우는 소리 들으며 시인은 까닭 모를 노래를 부른다. 세상은 바람이 불어 외롭고 고단하다고. 이 노랫말에 심리학자가 귀 기울인다. 왜 시인이 외로움과 고단함을 말하는지 그 이유를 살피기 위해서다. 시인의 깊은 속내까지야 알 길이 없겠지만 시상(詩想)이 고조될 즈음 심리학자는 그 마음의 밑바닥을 더듬어본다.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게 심리학자의 본업이기 때문일 터. 세상일 이것저것에 관심이 제법 많은 심리학자의 오지랖은 문학작품에만 머물지 않는다. 심리학자는 영화, 미술, 드라마, 음악 같은 문화예술 분야에도 교감의 촉수를 뻗는 등 바람 잘 날 없는 우리네 일상에 끼어든다.
이렇게 해서 최근 몇 년간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38개의 글을 모은 책 [따뜻한 심리학]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모란이 지고 없는 계절에 짙어진 시인의 감성으로 전하는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시구에 시선을 맞춘다. 다시 희망을 기다리는 삶의 자세를 말하기 위함이다. 절정의 모란꽃처럼 화려한 시절이 지나간 것에 대한 슬픔이 경과한 뒤의 ‘내 마음속 모란꽃’을 심는 긍정의 마음가짐이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깊은 속내다.
각자의 마음속에 ‘박힌 못’과 그 자리에 심는 ‘아름다운 꽃’!
현재의 우리 삶이 훈훈해질 거라는 정겨운 훈수를 곁들이는 심리학 에세이!!
이처럼 이 책 [따뜻한 심리학]은 가슴 깊은 곳에 오래 머물러 있던 자신의 체험과 소소한 일상을 드러낸다. 그럼으로써 독자들에게 속내를 고백하듯 우리네 각자의 마음속에 ‘박힌 못’과 그 자리에 심는 ‘아름다운 꽃’을 끄집어낸다. 그것은 그 경계에 있는 우리의 삶과 일상이다. 또한 고단한 삶의 여정에서 불쑥 찾아오는 슬픔이나 오로지 온몸으로 버텨야 하는 처연함의 반대편에서 손짓하는 역설, 즉 아픈 곳에서 다시 피어나는 아름다운 우리의 삶에 대한 소망 같은 것이기도 하다.
특히 이 책의 1장은 그리움으로 가득한 글들을 모았다. 김장김치를 맛보며 돌아가신 엄마의 부재를 떠올리고 피고 지는 꽃들을 지켜보며 그 계절감에 흠칫 놀라 고향에 대한 향수를 흩뿌리고 무심한 자신을 질책한다. 노래를 들으며 신화 속으로 떠난 이들을 추억하고 따뜻한 인연과의 잊지 못할 옛 기억을 소환한다. 저자는 자신이 60년대 중반에 태어난 경남 하동 출신의 86세대라며 ‘민증을 먼저 까고’ 독자들에게 묻는다. 여러분은 그 유명한 홍콩 영화 <화양연화>에 나오는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행복했던 시간’이 언제였냐고? 그러면서 각자 자신의 인생 봄날을 회고할 때 가득한 낭만과 추억이 있다면 현재의 우리 삶이 정겹고 훈훈해질 거라는 훈수를 곁들인다. 떠올릴 때마다 마냥 편하고 좋은 게 봄볕 같은 상상이다.
우회 없이 직선으로 날아드는, 일상 언어로 풀어쓴 심리학적 영화비평
무엇보다 인문학으로 만나는 즐거움과 그 여백을 담은 책!!
이 책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영화비평이 많다는 점이다. 저자가 심리학자 이전에 열렬한 영화 마니어인 데다가 영화나 미술작품에 대한 비평 글을 각종 매체에 기고하는 문화평론가 역할을 자임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와 드라마는 전체 글감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다. 저자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영화나 드라마 속의 설정이나 스토리 그리고 주요 인물 캐릭터에 대한 디테일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전문가답게 사람 내면에 자리한 심리구조와 인간 본연의 욕망과 인과관계 등을 분석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21년 하반기의 최고 히트상품이라 할 수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있고 현실성이나 개연성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일종의 성인용 ‘잔혹동화’라 평한다. 거기에 진화심리학자 더글러스 켄릭 등이 얘기하는 인간의 7~8 가지 본능이 작품 속 인물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고 분석을 보탠다. 즉 기훈(이정재 분)-상우(박해수 분)-일남으로 대표되는 협력본능, 경쟁본능, 자극추구본능의 전형적 인물들이 펼치는 극한의 데스게임을 통해 벼랑 끝에 선 인물의 헛된 꿈과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120분 내외의 짧은 시간 안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나 그 구조 등을 요란하게 관통하거나 예리한 칼날로 단면을 찍어내곤 한다. 그런 이유로 영화는 인간의 숨은 욕망과 수수께끼 같은 심연 그리고 그 상호작용을 압축적으로 반영하는 서사가 되곤 한다. 당연히 심리학자의 이목을 잡아당기는 함축적인 소재다. 저자 역시 비평을 통해 ‘오징어 데스게임’의 가혹한 현실 외에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집단인 가족과 집의 의미를 인간의 본능과 대비해 설명하려 한다.
저자의 관심사 혹은 오지랖이 이어진 곳이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라 그윽한 향취가 있는 시와 소설, 미술작품, 서점, 산과 들 그리고 바다가 있는 공간, 자연 등으로 포물선을 그리듯 이어지는 것은 이 책을 읽는 큰 즐거움이다. 우회 없이 직선으로 날아드는 심리학적 분석 외에 인문학적 침잠이나 호기심이 짙게 묻어 있는 대목을 찾아가는 것 역시 이 책의 관전 포인트라 여겨진다. 맹목의 관심이나 천진스레 소통하려는 손짓의 다른 이름이 곧 마음을 열어가는 심리학일 수 있음도 이 책의 여백이고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