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패주 : 에밀졸라 장편소설
원서명
Debacle
총서명
세계문학전집{201}
저자
번역자
원저자
출판사
출판일
20210820
가격
₩ 18,500
ISBN
9788954681810
페이지
732 p.
판형
140 X 210 mm
커버
Book
책 소개
에밀 졸라의 담대한 문학적 쇄신을 입증하는 걸작. 자연주의 거장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총서 제19작 [패주](1892)는 프로이센-프랑스전쟁(보불전쟁)과 파리코뮌을 배경으로 파멸하는 한 시대와 인간들의 격동과 고통을 압도적 내러티브로 구현한 작품으로, 제2제정 시대의 총체적 벽화라 할 수 있는 루공마카르총서 최대의 장편이자 실질적 완결편이다. 전쟁에서의 잇따른 패배와 후퇴, 타락한 제정 사회의 붕괴, 굴욕적 강화와 수도 파리 포위, 코뮌 방화와 ‘피의 일주일’까지 역사적 사건들과 허구의 서사를 교직한 대작 [패주]는 프랑스인의 집단의식 한복판에 존재하는 상처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도 같으며, “완전하고 위대하고 영웅적인 우정, 한 세계의 종말, 한 국가에 닥칠 수 있는 가장 참혹한 재앙”을 통해 다시 태어나는 프랑스를 그린 “19세기 프랑스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상찬되었다.
목차
제1부 … 7
제2부 … 237
제3부 … 457
1870년 스당 전역도 … 707
해설| 시대의 증인 에밀 졸라의 현장 증언: 프로이센-프랑스전쟁과 파리코뮌 … 709
에밀 졸라 연보 … 723
제2부 … 237
제3부 … 457
1870년 스당 전역도 … 707
해설| 시대의 증인 에밀 졸라의 현장 증언: 프로이센-프랑스전쟁과 파리코뮌 … 709
에밀 졸라 연보 … 723
본문발췌
P.19
삶이란 매 순간 전쟁이 아닐까? 자연의 조건 그 자체가 지속적인 전투, 가장 강한 자의 승리, 행동으로 유지되고 쇄신되는 힘, 죽음에서 늘 새롭고 신선하게 부활하는 생명이 아닐까?
P.82
전설적인 승리를 구가하며 전 유럽을 제패했던 프랑스가 안중에도 없었던 약소국의 일격에 쓰러졌다는 게 사실일까? 반세기 만에 세상천지가 변했다. 뼈저린 패배감이 영원한 승자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P.82
더이상 노력하지 않는 나라에게 불행이 닥치고, 미래를 향해 가는 나라, 가장 합리적이고 건강하고 강고한 나라가 승리하는 게 당연하잖아!
P.147
아! 대패가 확실한데도 왕조의 안녕을 위해 사지로 급파되는 이 절망의 군대여, 이 파멸의 군대여! 진격하라, 진격하라, 뒤도 돌아보지 말고, 빗속으로, 진창 속으로, 전멸을 향해!
P.234
얼마나 피곤했으면 전투 전야에 장교들마저 저토록 깊이 잠들까. 어둠에 잠긴 거대한 캠프에서 들리는 것이라고는 잠에 빠진 병사들의 피로한 숨소리뿐이었다. 더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P.339
고삐 풀린 본능, 어리석은 분노, 무자비한 광기와 함께 인간이 인간을 삼키고 있었다.
P.410
부상자들이나 전사자들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땅에 쓰러진 전우들은 방치되었고, 잊혔다. 아무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의 운명이었다. 다음은 누구 차례일까!
P.672
승자들의 규칙은 패자들의 문제, 즉 승자들의 순정한 영광을 더럽힐 수 있는 패자들의 불결한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었다.
P.693
파괴를 위한 파괴였다. 새로운 사회가 원초적이고 신화적인 지상낙원으로서 행복하고 순수하게 거듭날 수 있도록, 부패하고 노회한 인류를 세계의 잿더미 속에 묻어버릴 것!
P.705
장엄한 노을 속에서 파리가 불로써 소진되는 가운데, 파괴된 집과 건물로부터, 완전히 초토화된 거리로부터, 폐허와 고통으로 신음하는 동네로부터 뭇사람이 살아가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삶이란 매 순간 전쟁이 아닐까? 자연의 조건 그 자체가 지속적인 전투, 가장 강한 자의 승리, 행동으로 유지되고 쇄신되는 힘, 죽음에서 늘 새롭고 신선하게 부활하는 생명이 아닐까?
P.82
전설적인 승리를 구가하며 전 유럽을 제패했던 프랑스가 안중에도 없었던 약소국의 일격에 쓰러졌다는 게 사실일까? 반세기 만에 세상천지가 변했다. 뼈저린 패배감이 영원한 승자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P.82
더이상 노력하지 않는 나라에게 불행이 닥치고, 미래를 향해 가는 나라, 가장 합리적이고 건강하고 강고한 나라가 승리하는 게 당연하잖아!
P.147
아! 대패가 확실한데도 왕조의 안녕을 위해 사지로 급파되는 이 절망의 군대여, 이 파멸의 군대여! 진격하라, 진격하라, 뒤도 돌아보지 말고, 빗속으로, 진창 속으로, 전멸을 향해!
P.234
얼마나 피곤했으면 전투 전야에 장교들마저 저토록 깊이 잠들까. 어둠에 잠긴 거대한 캠프에서 들리는 것이라고는 잠에 빠진 병사들의 피로한 숨소리뿐이었다. 더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P.339
고삐 풀린 본능, 어리석은 분노, 무자비한 광기와 함께 인간이 인간을 삼키고 있었다.
P.410
부상자들이나 전사자들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땅에 쓰러진 전우들은 방치되었고, 잊혔다. 아무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의 운명이었다. 다음은 누구 차례일까!
P.672
승자들의 규칙은 패자들의 문제, 즉 승자들의 순정한 영광을 더럽힐 수 있는 패자들의 불결한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었다.
P.693
파괴를 위한 파괴였다. 새로운 사회가 원초적이고 신화적인 지상낙원으로서 행복하고 순수하게 거듭날 수 있도록, 부패하고 노회한 인류를 세계의 잿더미 속에 묻어버릴 것!
P.705
장엄한 노을 속에서 파리가 불로써 소진되는 가운데, 파괴된 집과 건물로부터, 완전히 초토화된 거리로부터, 폐허와 고통으로 신음하는 동네로부터 뭇사람이 살아가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저자소개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소설가. 이탈리아 출신인 아버지와 프랑스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1840년 4월 2일 파리에서 태어나 1862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다. 청소년 시절을 프랑스의 남부 엑상프로방스에서 보낸다. 그곳의 중학교에서 만난 세잔과는 남부의 산과 들판을 같이 쏘다니며 목가적 시를 암송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하면서 돈독한 우정을 가꾼다. 1847년 아버지의 죽음 이후 파리로 올라와서 궁핍한 시절을 겪지만, 대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접하면서 문학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키워나간다. 토목기사였던 아버지가 1847년 사망하자 홀어머니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간다. 대학교 입학 자격시험에 실패하고 나서 1862년부터 아셰트 출판사에서 일하며 여러 작가를 접한다. 1866년 아셰트 출판사를 사직하고 본격적인 글쓰기에 들어간다. 특히 아셰트 출판사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 진보적 사상가들과 문학계와 교류하게 되고, 신문에 글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기질을 통해 본 자연의 한 측면」이라는 글에서 자신의 예술관에 대해 밝힌다.
아셰트사를 떠나 전업 작가의 길을 택한 졸라는 여러 신문에 논평을 기고하는데, 특히 당시 마네와 조만간 인상주의자로 불릴 화가들을 옹호하면서 보수적인 아카데미 미술학파에 대항하는 젊은 논객으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졸라는 제2제정을 비판하는 공화파 신문들을 통해 점점 더 과격한 기사들을 발표하면서, 이 체제를 철저히 비판하는 『루공가의 운명』을 기점으로 『루 공 마카르 총서』의 연작을 시작한다. 20권으로 구성된 대하소설 ‘루공 마카르 총서’(1871~1893) 중 『목로주점』(1877)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경제적인 생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파리 근교 ‘메당’에 별장을 샀는데 그곳은 자연주의 소설가들의 아지트가 되었고 거기서 모임(메당의 저녁)을 가지면서 졸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자연주의 소설의 선두주자가 된다. 그의 소설과 논평들은 언제나 많은 스캔들을 동반하지만 다행히도 제2제정이 몰락하면서 법적인 제재를 모면하게 된다. 이후 졸라는 자연주의 문학파(위스망스, 모파상, 세아르 등)의 지도자로 인지되고, 1880년 이들과 함께 작업한 『메당의 야화』는 일종의 자연주의 선언서가 된다.
낭만주의 문학을 존중했지만 감정과 사실을 구별하며 당시 사회적 정치적 면모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사실주의 작가들을 칭찬하며 급기야 ‘자연주의 문학’의 이론을 정립하고 발전시킨다. 문학비평사에서 당시 작가들에게 금기시되던 요소인 돈, 섹스를 건드렸다고 평가된다. 첫 장편소설 『테레즈 라캥』(1867)이 출간부터 적나라한 묘사로 심한 비판을 듣자 소설 앞부분에 따로 서문을 보태기도 한다.
그러나 평론계의 격렬한 반발을 몰고 온 『대지』 이후 자연주의 문학가들의 해체적 글쓰기에 대립하는 새로운 저항의 글쓰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자연주의 시대는 끝을 향해 간다. 『파스칼 박사』를 끝으로 총 스무 권의 『루공 마카르 총서』 연작이 완성된다. 이 총서의 완성 후 졸라는 자신의 시대의 심각한 문제들을 다룬 새로운 소설 연작을 시작한다. 『루르드』와 『로마』에서는 가톨릭교회의 실패를 다뤘으며, 『파리』(는 과학에 대한 신념과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의 유토피아적인 원리들로 인한 장밋빛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적 시각을 드러낸다. 『파리』를 막 완성한 직후 1898년 1월 ‘나는 고발한다!’라는 장문의 글을 신문에 실어 당시 한창 시끄러웠던 드레퓌스 사건에 목소리를 싣는다. 군대, 정치, 법의 권력을 지속시키기 위해 드레퓌스가 희생되었다는 입장을 펼쳐서 모독죄로 1년 구형을 받게 돼 영국에서 1년 동안 망명 생활을 한다. 문학가로서 최고의 명예와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던 시점에서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것은 그의 모든 명예를 실추시킬 위험이 있었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드레퓌스 사건의 소송 재개를 위해 싸운다. 1899년 드레퓌스 사건은 재심에 회부되고 졸라는 프랑스로 돌아온다. 이 사건 동안 졸라는 조레스와 같은 사회주의자들과 접촉하게 되지만, 그의 마지막 작품들은 노동의 재구성과 부의 분배에 대한 푸리에의 순수한 무정부주의에 더 이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1888년부터 입문한 ‘사진’에 빠져서 현상까지 직접 했는데, 자화상 및 가족 친지들의 일상생활을 사진으로 남기고 1900년 프랑스 파리만국박람회에서 르포 형식의 사진을 많이 찍는다. 치밀한 자료 수집을 기반으로 집필 작업을 한 졸라의 성향과 부합되는 취미다.
『4복음서』는 새로운 혁명적 사회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풍요』, 『노동』, 『진실』이 출판되었으며, 후속 작품으로 『정의』가 쓰일 예정이었으나 1902년 9월 29일 막힌 굴뚝으로 인한 가스 중독으로 사망함으로써 그의 마지막 작품 『정의』는 미완성으로 남는다. 사고에 연루된 의문이 풀리지 않아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살해되었다는 추정이 여전히 남아 있다. 1908년 그의 공로를 인정받아 팡테옹으로 이장되어 현재 빅토르 위고, 알렉상드르 뒤마와 같은 공간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아셰트사를 떠나 전업 작가의 길을 택한 졸라는 여러 신문에 논평을 기고하는데, 특히 당시 마네와 조만간 인상주의자로 불릴 화가들을 옹호하면서 보수적인 아카데미 미술학파에 대항하는 젊은 논객으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졸라는 제2제정을 비판하는 공화파 신문들을 통해 점점 더 과격한 기사들을 발표하면서, 이 체제를 철저히 비판하는 『루공가의 운명』을 기점으로 『루 공 마카르 총서』의 연작을 시작한다. 20권으로 구성된 대하소설 ‘루공 마카르 총서’(1871~1893) 중 『목로주점』(1877)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경제적인 생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파리 근교 ‘메당’에 별장을 샀는데 그곳은 자연주의 소설가들의 아지트가 되었고 거기서 모임(메당의 저녁)을 가지면서 졸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자연주의 소설의 선두주자가 된다. 그의 소설과 논평들은 언제나 많은 스캔들을 동반하지만 다행히도 제2제정이 몰락하면서 법적인 제재를 모면하게 된다. 이후 졸라는 자연주의 문학파(위스망스, 모파상, 세아르 등)의 지도자로 인지되고, 1880년 이들과 함께 작업한 『메당의 야화』는 일종의 자연주의 선언서가 된다.
낭만주의 문학을 존중했지만 감정과 사실을 구별하며 당시 사회적 정치적 면모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사실주의 작가들을 칭찬하며 급기야 ‘자연주의 문학’의 이론을 정립하고 발전시킨다. 문학비평사에서 당시 작가들에게 금기시되던 요소인 돈, 섹스를 건드렸다고 평가된다. 첫 장편소설 『테레즈 라캥』(1867)이 출간부터 적나라한 묘사로 심한 비판을 듣자 소설 앞부분에 따로 서문을 보태기도 한다.
그러나 평론계의 격렬한 반발을 몰고 온 『대지』 이후 자연주의 문학가들의 해체적 글쓰기에 대립하는 새로운 저항의 글쓰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자연주의 시대는 끝을 향해 간다. 『파스칼 박사』를 끝으로 총 스무 권의 『루공 마카르 총서』 연작이 완성된다. 이 총서의 완성 후 졸라는 자신의 시대의 심각한 문제들을 다룬 새로운 소설 연작을 시작한다. 『루르드』와 『로마』에서는 가톨릭교회의 실패를 다뤘으며, 『파리』(는 과학에 대한 신념과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의 유토피아적인 원리들로 인한 장밋빛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적 시각을 드러낸다. 『파리』를 막 완성한 직후 1898년 1월 ‘나는 고발한다!’라는 장문의 글을 신문에 실어 당시 한창 시끄러웠던 드레퓌스 사건에 목소리를 싣는다. 군대, 정치, 법의 권력을 지속시키기 위해 드레퓌스가 희생되었다는 입장을 펼쳐서 모독죄로 1년 구형을 받게 돼 영국에서 1년 동안 망명 생활을 한다. 문학가로서 최고의 명예와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던 시점에서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것은 그의 모든 명예를 실추시킬 위험이 있었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드레퓌스 사건의 소송 재개를 위해 싸운다. 1899년 드레퓌스 사건은 재심에 회부되고 졸라는 프랑스로 돌아온다. 이 사건 동안 졸라는 조레스와 같은 사회주의자들과 접촉하게 되지만, 그의 마지막 작품들은 노동의 재구성과 부의 분배에 대한 푸리에의 순수한 무정부주의에 더 이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1888년부터 입문한 ‘사진’에 빠져서 현상까지 직접 했는데, 자화상 및 가족 친지들의 일상생활을 사진으로 남기고 1900년 프랑스 파리만국박람회에서 르포 형식의 사진을 많이 찍는다. 치밀한 자료 수집을 기반으로 집필 작업을 한 졸라의 성향과 부합되는 취미다.
『4복음서』는 새로운 혁명적 사회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풍요』, 『노동』, 『진실』이 출판되었으며, 후속 작품으로 『정의』가 쓰일 예정이었으나 1902년 9월 29일 막힌 굴뚝으로 인한 가스 중독으로 사망함으로써 그의 마지막 작품 『정의』는 미완성으로 남는다. 사고에 연루된 의문이 풀리지 않아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살해되었다는 추정이 여전히 남아 있다. 1908년 그의 공로를 인정받아 팡테옹으로 이장되어 현재 빅토르 위고, 알렉상드르 뒤마와 같은 공간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역자소개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를 졸업하고, 파리 8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조르주 바타이유』,『프랑스 지식인들과 한국전쟁』(공저),『알베르 카뮈』,『노동소설 혁명의 요람인가 예술의 무덤인가』,『에밀 졸라』가 있고, 옮긴 책으로는 외젠 다비의 『북 호텔』, 에밀 졸라의『나는 고발한다』와『실험소설 외』, 조르주 바타유의『에로스의 눈물』, 롤랑 바르트의『문학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등이 있다.
서평
광기어린 전쟁과 혼돈의 패주 끝에 파멸한
한 시대와 인간들의 슬픔으로 그린 피의 벽화
에밀 졸라의 담대한 문학적 쇄신을 입증하는 걸작
자연주의 거장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총서 제19작 [패주](1892)는 프로이센-프랑스전쟁(보불전쟁)과 파리코뮌을 배경으로 파멸하는 한 시대와 인간들의 격동과 고통을 압도적 내러티브로 구현한 작품으로, 제2제정 시대의 총체적 벽화라 할 수 있는 루공마카르총서 최대의 장편이자 실질적 완결편이다. 전쟁에서의 잇따른 패배와 후퇴, 타락한 제정 사회의 붕괴, 굴욕적 강화와 수도 파리 포위, 코뮌 방화와 ‘피의 일주일’까지 역사적 사건들과 허구의 서사를 교직한 대작 [패주]는 프랑스인의 집단의식 한복판에 존재하는 상처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도 같으며, “완전하고 위대하고 영웅적인 우정, 한 세계의 종말, 한 국가에 닥칠 수 있는 가장 참혹한 재앙”을 통해 다시 태어나는 프랑스를 그린 “19세기 프랑스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상찬되었다.
민중의 공포와 슬픔이 어린 서정적 사실주의 전쟁소설
국내에서 처음 번역 소개되는 [패주]는 제2제정 시기 아델라이드 푸크라는 여성의 후손 다섯 세대의 이야기를 통해 프랑스 사회와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기록한 기념비적 시리즈 루공마카르총서 중 하나로, 1870년 8월 6일 프뢰슈빌러 전투에서 1871년 5월 28일 파리코뮌이 진압된 ‘피의 일주일’까지를 시간 배경으로 한다.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 에밀 졸라는 “유전과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는 창작 개념 아래 환경결정론적 시각에서 세계와 인간의 생태를 그린 작가였고, [마담 보바리]에서 시작된 이 흐름을 후에 ‘저널리즘 소설’로 발전시켰다.
프로이센-프랑스전쟁 패배, 제2제정 몰락, 코뮌 참극이라는 실제 사건에 특유의 현실적 서사와 강렬한 문학적 묘사로 쌓아올린 전쟁문학의 백미 [패주]를 쓰기 위해 졸라는 참혹했던 스당 전투 현장을 답사하고 생존자들의 육성과 노트 기록을 모아 후에 “현대 프랑스 정신사 연구에서 빠뜨릴 수 없는 특권적 자료”로도 회자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소설을 완성했고,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 같은 걸출한 작가들이 활동한 19세기, 이른바 ‘소설의 시대’ 대미를 장식하는 위용을 드러냈다.
시대의 증인 에밀 졸라의 현장 증언
프로이센-프랑스전쟁과 파리코뮌
“고삐 풀린 본능, 어리석은 분노,
무자비한 광기와 함께 인간이 인간을 삼키고 있었다.”
전체 3부로 구성된 [패주]의 중심인물은 루공마카르총서 제15작 [대지]의 주인공인 무학의 농민 장 마카르, 파리에서 변호사자격을 취득했으나 방탕했던 자기 삶에 대한 회의와 함께 전쟁에 대한 동경과 이상을 품고 자원입대한 이십대 지식인 청년 모리스 르바쇠르다. 졸라는 두 대조적인 인물과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과 혁명이 야기한 물질적, 정신적 붕괴를 긴 호흡으로 그려낸다. 소설은 중년의 장 마카르 하사가 이끌고 모리스를 비롯해 총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분대가 속한 106연대가 이동만 거듭하면서 적을 만나지도 못하고 총도 한 방 제대로 쏴보지 못한 채 알자스지방 한 도시에서 후퇴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병사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특히 메츠로 퇴각할 때는 최고 수뇌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다. 모리스는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는 노련함으로 언제나 대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하사 장에 대한 멸시를 거두고 점차 그에게 강한 형제애를 느낀다. 병사들은 참모부를 거느리고 유령처럼 창백한 얼굴로 전장을 떠도는 나폴레옹 3세의 무기력한 모습에 낙담하고 분노하면서, 엄청난 병력과 치밀한 작전으로 압박해오는 독일군에 쫓겨 프랑스와 벨기에 국경의 도시 스당으로 이동한다. 가중되는 공포와 혼란, 지휘체계 상실, 식량과 무기 부족, 아무것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프랑스군은 깊은 패배의식에 빠진 채 허기와 굴욕에 시달린다.
2부에서는 스당 전투의 이십사 시간을 상세히 묘사한다. 프랑스 군대는 스당 북쪽 고지대로 쫓기며 포위되고, 결국 황제와 전군全軍이 스당에 갇힌 채 천지를 울리는 포격과 맹화 아래서 수많은 전사자가 속출하며 도시는 함락된다. 나폴레옹 3세가 항복을 선언하고, 이후 강화 협상이 개시된다.
3부 전반은 항복 이후 스당과 그 주변의 전쟁 여파, 포로가 된 병사들의 고난을 그린다. 악몽 같은 한 주 동안 10만 명 이상의 포로가 음식도 물도 거의 없는 이주반도에 갇혀 풀과 나무껍질, 심지어 시체와 사체가 떠다니는 강의 물을 마실 수밖에 없는 극도의 비참한 상황에 내몰린다. 3부 후반은 격동하는 파리, 피비린내 나는 정쟁이 벌어진 코뮌, 그리고 수많은 고비를 함께 넘긴 장과 모리스의 운명적이고도 불행한 마지막 충격적 에피소드를 그린다. 포로로 잡힌 병사들과 함께 이주반도에 수용된 장과 모리스는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하지만, 이 과정에서 장이 큰 부상을 입는다. 독일군이 파리로 진군하고, 파리에서는 불평등한 강화조건에 반발한 파리 시민들이 들고일어나 코뮌이 선포된다. 모리스는 조국애에 불타 파리로 돌아가 코뮌에 가담하고, 부상에서 회복한 장은 군에 복귀해 코뮌을 진압하는 베르사유 정부군에 배속된다. 장은 거리의 바리케이드에서 마지막 항전을 치르던 모리스를 알아보지 못하고 총검으로 그를 찌르는 형제의 비극을 저지르고, 결국 모리스는 타오르는 불길이 자신이 사랑하는 파리를 불로써 정화해주길 바라며 눈을 감는다. 장은 낡은 세계의 묵시록적 파멸 속에서 새로운 세계의 부활과 나은 미래를 꿈꾸며 자신이 있어야 할 땅으로 돌아간다.
한 세계의 최종적 해체와 새로운 피의 상승
시대의 정신사를 기록한 또하나의 위대한 서사시
전쟁을 통해 모든 인간, 모든 삶을 조망한 [전쟁과 평화]와 달리, [패주]는 인간과 삶을 통해 전쟁과 시대를, 그것의 움직임과 변화를 조망한 소설이다. 졸라는 [패주]를 통해 하나의 왕조의 몰락, 하나의 시대의 붕괴를 그리고자 했고, 이러한 점에서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은 장과 모리스 등 수많은 개인이 아니라 프랑스 군대 전체이며, 이야기에 사실감을 불어넣는 것은 개인적 에피소드라기보다 스당과 파리에서 벌어진 패전과 코뮌의 실제적 참상이다. 요컨대 그가 보여주려 한 것은 개인의 영웅담이 아니라 전쟁의 현실이었다.
전쟁과 정권 붕괴, 시대의 종말을 그린 [패주]는 졸라 생전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강력한 묘사와 비극적 내러티브로 독자를 처참했던 전장의 한가운데로, 공포로 가득했던 역사의 현장으로 이끈다. 거대하고 덤불 같은 이 소설을 읽어갈수록 자욱한 피냄새와 여기저기서 터지는 끊임없는 신음소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며, 인간의 야망과 희망이 뿌리뽑히고 프랑스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한 시대의 고통을, 그러나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쇄신에의 희망, 새로운 사회를 꿈꾸며 다시 뛰는 맥박을 생생히 느끼게 될 것이다.
한 시대와 인간들의 슬픔으로 그린 피의 벽화
에밀 졸라의 담대한 문학적 쇄신을 입증하는 걸작
자연주의 거장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총서 제19작 [패주](1892)는 프로이센-프랑스전쟁(보불전쟁)과 파리코뮌을 배경으로 파멸하는 한 시대와 인간들의 격동과 고통을 압도적 내러티브로 구현한 작품으로, 제2제정 시대의 총체적 벽화라 할 수 있는 루공마카르총서 최대의 장편이자 실질적 완결편이다. 전쟁에서의 잇따른 패배와 후퇴, 타락한 제정 사회의 붕괴, 굴욕적 강화와 수도 파리 포위, 코뮌 방화와 ‘피의 일주일’까지 역사적 사건들과 허구의 서사를 교직한 대작 [패주]는 프랑스인의 집단의식 한복판에 존재하는 상처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도 같으며, “완전하고 위대하고 영웅적인 우정, 한 세계의 종말, 한 국가에 닥칠 수 있는 가장 참혹한 재앙”을 통해 다시 태어나는 프랑스를 그린 “19세기 프랑스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상찬되었다.
민중의 공포와 슬픔이 어린 서정적 사실주의 전쟁소설
국내에서 처음 번역 소개되는 [패주]는 제2제정 시기 아델라이드 푸크라는 여성의 후손 다섯 세대의 이야기를 통해 프랑스 사회와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기록한 기념비적 시리즈 루공마카르총서 중 하나로, 1870년 8월 6일 프뢰슈빌러 전투에서 1871년 5월 28일 파리코뮌이 진압된 ‘피의 일주일’까지를 시간 배경으로 한다.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 에밀 졸라는 “유전과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는 창작 개념 아래 환경결정론적 시각에서 세계와 인간의 생태를 그린 작가였고, [마담 보바리]에서 시작된 이 흐름을 후에 ‘저널리즘 소설’로 발전시켰다.
프로이센-프랑스전쟁 패배, 제2제정 몰락, 코뮌 참극이라는 실제 사건에 특유의 현실적 서사와 강렬한 문학적 묘사로 쌓아올린 전쟁문학의 백미 [패주]를 쓰기 위해 졸라는 참혹했던 스당 전투 현장을 답사하고 생존자들의 육성과 노트 기록을 모아 후에 “현대 프랑스 정신사 연구에서 빠뜨릴 수 없는 특권적 자료”로도 회자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소설을 완성했고,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 같은 걸출한 작가들이 활동한 19세기, 이른바 ‘소설의 시대’ 대미를 장식하는 위용을 드러냈다.
시대의 증인 에밀 졸라의 현장 증언
프로이센-프랑스전쟁과 파리코뮌
“고삐 풀린 본능, 어리석은 분노,
무자비한 광기와 함께 인간이 인간을 삼키고 있었다.”
전체 3부로 구성된 [패주]의 중심인물은 루공마카르총서 제15작 [대지]의 주인공인 무학의 농민 장 마카르, 파리에서 변호사자격을 취득했으나 방탕했던 자기 삶에 대한 회의와 함께 전쟁에 대한 동경과 이상을 품고 자원입대한 이십대 지식인 청년 모리스 르바쇠르다. 졸라는 두 대조적인 인물과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과 혁명이 야기한 물질적, 정신적 붕괴를 긴 호흡으로 그려낸다. 소설은 중년의 장 마카르 하사가 이끌고 모리스를 비롯해 총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분대가 속한 106연대가 이동만 거듭하면서 적을 만나지도 못하고 총도 한 방 제대로 쏴보지 못한 채 알자스지방 한 도시에서 후퇴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병사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특히 메츠로 퇴각할 때는 최고 수뇌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다. 모리스는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는 노련함으로 언제나 대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하사 장에 대한 멸시를 거두고 점차 그에게 강한 형제애를 느낀다. 병사들은 참모부를 거느리고 유령처럼 창백한 얼굴로 전장을 떠도는 나폴레옹 3세의 무기력한 모습에 낙담하고 분노하면서, 엄청난 병력과 치밀한 작전으로 압박해오는 독일군에 쫓겨 프랑스와 벨기에 국경의 도시 스당으로 이동한다. 가중되는 공포와 혼란, 지휘체계 상실, 식량과 무기 부족, 아무것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프랑스군은 깊은 패배의식에 빠진 채 허기와 굴욕에 시달린다.
2부에서는 스당 전투의 이십사 시간을 상세히 묘사한다. 프랑스 군대는 스당 북쪽 고지대로 쫓기며 포위되고, 결국 황제와 전군全軍이 스당에 갇힌 채 천지를 울리는 포격과 맹화 아래서 수많은 전사자가 속출하며 도시는 함락된다. 나폴레옹 3세가 항복을 선언하고, 이후 강화 협상이 개시된다.
3부 전반은 항복 이후 스당과 그 주변의 전쟁 여파, 포로가 된 병사들의 고난을 그린다. 악몽 같은 한 주 동안 10만 명 이상의 포로가 음식도 물도 거의 없는 이주반도에 갇혀 풀과 나무껍질, 심지어 시체와 사체가 떠다니는 강의 물을 마실 수밖에 없는 극도의 비참한 상황에 내몰린다. 3부 후반은 격동하는 파리, 피비린내 나는 정쟁이 벌어진 코뮌, 그리고 수많은 고비를 함께 넘긴 장과 모리스의 운명적이고도 불행한 마지막 충격적 에피소드를 그린다. 포로로 잡힌 병사들과 함께 이주반도에 수용된 장과 모리스는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하지만, 이 과정에서 장이 큰 부상을 입는다. 독일군이 파리로 진군하고, 파리에서는 불평등한 강화조건에 반발한 파리 시민들이 들고일어나 코뮌이 선포된다. 모리스는 조국애에 불타 파리로 돌아가 코뮌에 가담하고, 부상에서 회복한 장은 군에 복귀해 코뮌을 진압하는 베르사유 정부군에 배속된다. 장은 거리의 바리케이드에서 마지막 항전을 치르던 모리스를 알아보지 못하고 총검으로 그를 찌르는 형제의 비극을 저지르고, 결국 모리스는 타오르는 불길이 자신이 사랑하는 파리를 불로써 정화해주길 바라며 눈을 감는다. 장은 낡은 세계의 묵시록적 파멸 속에서 새로운 세계의 부활과 나은 미래를 꿈꾸며 자신이 있어야 할 땅으로 돌아간다.
한 세계의 최종적 해체와 새로운 피의 상승
시대의 정신사를 기록한 또하나의 위대한 서사시
전쟁을 통해 모든 인간, 모든 삶을 조망한 [전쟁과 평화]와 달리, [패주]는 인간과 삶을 통해 전쟁과 시대를, 그것의 움직임과 변화를 조망한 소설이다. 졸라는 [패주]를 통해 하나의 왕조의 몰락, 하나의 시대의 붕괴를 그리고자 했고, 이러한 점에서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은 장과 모리스 등 수많은 개인이 아니라 프랑스 군대 전체이며, 이야기에 사실감을 불어넣는 것은 개인적 에피소드라기보다 스당과 파리에서 벌어진 패전과 코뮌의 실제적 참상이다. 요컨대 그가 보여주려 한 것은 개인의 영웅담이 아니라 전쟁의 현실이었다.
전쟁과 정권 붕괴, 시대의 종말을 그린 [패주]는 졸라 생전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강력한 묘사와 비극적 내러티브로 독자를 처참했던 전장의 한가운데로, 공포로 가득했던 역사의 현장으로 이끈다. 거대하고 덤불 같은 이 소설을 읽어갈수록 자욱한 피냄새와 여기저기서 터지는 끊임없는 신음소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며, 인간의 야망과 희망이 뿌리뽑히고 프랑스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한 시대의 고통을, 그러나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쇄신에의 희망, 새로운 사회를 꿈꾸며 다시 뛰는 맥박을 생생히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