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정보
Detail Information
교수는 무엇으로 판단하는가 : 동료평가를 통한 학문적 수월성의 발견과 구성
원서명
How Professors Think (2011)
저자
번역자
원저자
출판사
출판일
20110125
가격
₩ 19,000
ISBN
9788920003981
페이지
440 p.
판형
148 X 210 mm
커버
Book
책 소개
학계의 동료평가(peer review) 방식에 대한 체계적 분석
동료평가는 오늘날 우리 학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평가 방식이다. 신규 교수 채용부터 승진 심사, 연구비 신청 심사, 학회지 게재 논문 심사 등이 모두 동료평가 방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이러한 동료평가 과정에 참여해보면 그것이 완벽한 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동료평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은 거의 부재했던 것이 학계의 실상이다.
이 책은 연구비 신청 심사에서의 동료평가에 국한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음에도, 동료평가 기제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연구이다. 저자는 동료평가가 수월성, 즉 학문적 질의 발견을 목표로 하나 그 과정에는 숱한 난관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럼에도 이 체제의 의의에 대한 집합적인 믿음만이 순수한 질을 추구하는 분야로서 학계의 정당성을 유지하고 확산시키는 핵심 요소라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동료평가는 오늘날 우리 학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평가 방식이다. 신규 교수 채용부터 승진 심사, 연구비 신청 심사, 학회지 게재 논문 심사 등이 모두 동료평가 방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이러한 동료평가 과정에 참여해보면 그것이 완벽한 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동료평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은 거의 부재했던 것이 학계의 실상이다.
이 책은 연구비 신청 심사에서의 동료평가에 국한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음에도, 동료평가 기제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연구이다. 저자는 동료평가가 수월성, 즉 학문적 질의 발견을 목표로 하나 그 과정에는 숱한 난관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럼에도 이 체제의 의의에 대한 집합적인 믿음만이 순수한 질을 추구하는 분야로서 학계의 정당성을 유지하고 확산시키는 핵심 요소라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목차
옮긴이의 말
Chapter 01
동료평가의 블랙박스를 열며
Chapter 02
패널의 작동 방식
프로그램의 목적과 평가 기준
임용과 프로그램 관리자의 역할
평가위원의 선정
사전 선별자의 역할
평가위원의 작업
패널 심의의 역학
결 론
Chapter 03
분과문화에 대하여
해석적·경험적 분과학문
철학의 ‘난감한 사례’
영문학의 ‘정당성 위기’
역사학, 합의적 학문
인류학의 취약한 경계
정치학: 대립을 초래하는 합리적 선택
경제학: 수학적 형식주의에 의해 통합된 학문
결 론
Chapter 04
실용적 공정성: 심의의 관습적 규칙들
관습적 규범을 통한 정당성과 신뢰의 생산
훌륭한 평가위원을 만드는 것
심의의 핵심 규칙들
동맹, 전략적 투표, 그리고 거래
개인적 이해관계와 인맥 배제하기
괴팍스러운 취향과 자기 재생산을 넘어
방법론적 다원주의 권장하기
분과학문의 편견 제쳐 두기
정당성의 한계: 규칙 위반하기
패널 결과에 대한 외부의 영향
결 론
Chapter 05
수월성의 다양한 종류 인식하기
지원서의 요소들
수월성을 인지하는 6가지 기준
비공식적, ‘섬세한’ 평가 기준
지원자의 도덕적 자질
결 론
Chapter 06
학제성과 다양성에 대한 고려
학제적 평가의 보상과 도전
원만한 수행
그것을 잘 평가하기
다양성 기준 포함시키기
많은 다양성 촉진하기 -이유와 방법
수월성 대 다양성
다양성에 대한 관점: 유색인 평가위원들
젠더 편견의 인식
제도적인 긍정적 입법
연구 주제와 관련된 긍정적 입법
결 론
Chapter 07
미국과 외국에 대한 함의
미국의 평가 모델 외국에 수출하기
동료평가에 대한 훨씬 더 사회적인 관점을 향하여
다른 유형의 평가에 대한 함의
- 부록
방법론과 자료 분석
감사의 글
주석
참고문헌
찾아보기
Chapter 01
동료평가의 블랙박스를 열며
Chapter 02
패널의 작동 방식
프로그램의 목적과 평가 기준
임용과 프로그램 관리자의 역할
평가위원의 선정
사전 선별자의 역할
평가위원의 작업
패널 심의의 역학
결 론
Chapter 03
분과문화에 대하여
해석적·경험적 분과학문
철학의 ‘난감한 사례’
영문학의 ‘정당성 위기’
역사학, 합의적 학문
인류학의 취약한 경계
정치학: 대립을 초래하는 합리적 선택
경제학: 수학적 형식주의에 의해 통합된 학문
결 론
Chapter 04
실용적 공정성: 심의의 관습적 규칙들
관습적 규범을 통한 정당성과 신뢰의 생산
훌륭한 평가위원을 만드는 것
심의의 핵심 규칙들
동맹, 전략적 투표, 그리고 거래
개인적 이해관계와 인맥 배제하기
괴팍스러운 취향과 자기 재생산을 넘어
방법론적 다원주의 권장하기
분과학문의 편견 제쳐 두기
정당성의 한계: 규칙 위반하기
패널 결과에 대한 외부의 영향
결 론
Chapter 05
수월성의 다양한 종류 인식하기
지원서의 요소들
수월성을 인지하는 6가지 기준
비공식적, ‘섬세한’ 평가 기준
지원자의 도덕적 자질
결 론
Chapter 06
학제성과 다양성에 대한 고려
학제적 평가의 보상과 도전
원만한 수행
그것을 잘 평가하기
다양성 기준 포함시키기
많은 다양성 촉진하기 -이유와 방법
수월성 대 다양성
다양성에 대한 관점: 유색인 평가위원들
젠더 편견의 인식
제도적인 긍정적 입법
연구 주제와 관련된 긍정적 입법
결 론
Chapter 07
미국과 외국에 대한 함의
미국의 평가 모델 외국에 수출하기
동료평가에 대한 훨씬 더 사회적인 관점을 향하여
다른 유형의 평가에 대한 함의
- 부록
방법론과 자료 분석
감사의 글
주석
참고문헌
찾아보기
본문발췌
P.16~17
학문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수월성excellence’이란 성배와도 같다. 학자들은 자신의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 연구 성과를 거두기 위해 분투한다. 대학들은 순위를 높이기 위해 경쟁하며, 학생들은 영감을 불러일으켜 줄 스승을 찾아 헤맨다. 그러나 연구의 세계에서 언제나 수월성이 논란의 대상이 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정의는 물론 어떤 방법으로 수월성을 획득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학문 분야 간의 합의도 거의 도출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영문학이나 인류학 분야에서 ‘정수精髓’라고 일컫는 것은 경제학에서 ‘최고로 뛰어남’으로 불리는 것과 거의 공통점이 없다. 이러한 부등식不等式은 학문적 기획이 빛바래거나 무의미해서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여러 학문분과가 저마다 다른 조명 아래 고유의 빛을 뽐내고, 그 구성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질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질과 수월성을 평가하는 여러 기준의 비중이 분과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그 자체가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이 지향하는 목표가 바로 표준과 그에 부여된 의미를 밝혀내는 것이다.
P.65
하지만 내가 연구한 한 경연에서는 평가위원이 사전 선별자가 써 놓은 주석을 보고 특정 유형의 지원서가 과도하게 가혹한 판정을 받았다고 확신한 사례도 있다. 결과적으로 패널은 배제된 지원서를 모두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그런 문제가 사전 선별자의 경험 부족 때문이라 보면서 한 역사학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스타일과 표준 모두에 대해 의문이 있었죠. 어떤 사람들은 그저 높은 [순위]를 매기는 데 머뭇거리죠. 그런데 중간 점수가 누구를 충분히 배제할 수 있는 경연에서 그것은 치명적일 수 있죠……. 다른 사람들은 특정 지원서에 대해 매우 강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우리가 동의하기 어려운 표준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그걸 보고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그것은 이 지원서를 배제할 이유가 아니군요.”라고 말했죠. 그리고 그들 표준들 중 하나는…… 상당히 자의적으로 보이더군요. 그것은 곧 연구를 위한 구체적인 시간계획의 결여에 대한 [하나의] 결정이었죠. 지원서를 선택하거나 탈락시킬 때 절대적인 기준이 [이것이 되어서는 안 되죠.]
P.110
그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문학 지원서가 역사 지원서에 밀리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당신이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의 뭉치가 있는 것입니다. 해석을 할 때에는 특정 종류의 검증에 종속되는 자료를 참고합니다. 문학적 해석에서도 일부는 미묘함을 다루고 훈련을 해야 하며 이론적 입지점이 어디이고 얼마나 이론적이기를 원하는지, 당신의 지향이 얼마나 형식적인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확신을 주는 사례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실제적이고 규범화된 합의가 없다 보니 중요성도 창의성도 주장하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P.154~155
그것은 매우 실용적입니다. 12명의 상당히 똑똑한 사람들을 [어떤 도시의] 창 하나 없는 방에 이틀 동안 밀어 넣고 맨 정신으로 남아 있기를 기대하죠. 그들은 꽤 전문가여서 최선을 다합니다. 그들은 아주 다른 취향을 지니고 있어 갈등의 소지가 매우 많습니다. 그들은 차가운 머리를 유지하며 분과학문의 큰 차이를 넘어 무엇이 훌륭한 지원서를 구성하는가에 대해 합의하는 이 영웅적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그에 대해 아주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고…… 동시에 이 지원서에 집중하는 사람들도아주 많습니다……. 올해는 특히 움직임이 많았습니다. [모임 이전에] 비교적 높은 순위를 차지했지만 약점이 논의되면서 옹호했던 사람이 [기금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게 되는 사례가 많았죠. 반대로 상당히 낮은 [순위의] 것이 논의하면 할수록 재고의 필요가 있다, 미래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고요……. 크림이 위로 솟아오른다고 말하는 것, 우리가 정확히 제대로 된 것을 뽑았다고 얘기하는 것은 일종의 자찬입니다. 나는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가 더 나은 지원서들을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 경제학자
학문적 수월성요? 보면 압니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하는 선택과 충고는 모두 정직한 것이 아니겠죠. 심지어 나는 내 자신의 판단에 큰 자부심을 지니고 있고 모순은 나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어떤 면에서 상대적이지만 나는 진정한 질이 있고 내가 그것을 발견하고 있으며 그것은 상당히 연관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위로 솟아오르는 것은 크림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크림이 솟아오른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갖가지 이유로 가장 좋은 대학원에 가지 못한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을 우려합니다. 내가 보기에 우리는 언제나 상당한 수준의 합의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강한 주변적 의견을 억압하거나 어쩌면 절차가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간략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그것을 표현할 겁니다. - 역사학자
P.237
명확성은 평가위원들이 알곡과 쭉정이를 가리는 방법을 묘사할 때 흔히 첫 번째로 언급하는 특성이기도 하다. 사회과학자보다는 역사학자와 인문과학자들이 명확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지만, 집합적으로 보면 61%의 평가위원들이 수월성을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을 들어 달라고 했을 때 명확성을 언급했다. 그들이 정의한 명확성은 발광성luminescence, 투명성, 정확성, 분석적 명확성, 산뜻함crispness, 짜임새tightness 등으로 다양하다.
더 많은 평가자들이 명시적으로 그것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것이 수월성의 필수조건으로서 얼마나 당연시되고 있는가를 보여 준다. 특히 지원서와 관련하여 형식은 질료만큼 중요하다. 그것은 경주를 뛰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평가위원들이 지원서 더미를 충분히 살펴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음악학자는 평가위원들의 [보수가 매우 적습니다.]라고 지적한다.
“그들에게는 자료가 산더미만큼 제시되는데 그걸 힘들여 읽고 평가해야 합니다……. 그들이 기본적으로 하는 일은 정말 기금을 주고 싶은 것을 찾는다기보다 배제deselect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누군가 글을 잘못 썼거나 하품 나는 글을 썼다면 아마 발탁되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마찬가지로 한 정치학자는 “최상의 지원서는 내가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지원서죠.”라고 말한다.
P.343~344
평가과정에 내재적인 요소들이 그 절차를 오염시키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평가에서 주관성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것은 실패가 불을 보듯 확실한데, 이는 평가 과정이 상호주관적이기 때문이다. 평가위원들이 지니고 있는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감각은 보편주의와 전문가주의라는 광범위한 규범만큼이나 그들 스스로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명문화되지 않은 관습적 규칙에 연결되어 있다.
동료평가에 관한 문헌은 이미 알려져 있는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 이중 익명성(또는 이중맹검) 같은 요법을 제안한다. 하지만 평가가 맥락적이다 보니 이런 전략이 편견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할 것이다. 불완전한 보호수단도 여전히 가치를 지닐 수 있지만 평가위원들에게 동료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더 유용할 것이다.
특히 동류애의 위험과 그것이 넓은 범위의 재능을 찾아내는 것을 어떻게 가로막는가를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 책의 내용과 그것이 낳을 대화를 통해 평가자들이 스스로의 개인적 ‘취향’이 미치는 영향력을 더 많이 인식하고 특히 그들 자신의 괴팍한 판단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
학문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수월성excellence’이란 성배와도 같다. 학자들은 자신의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 연구 성과를 거두기 위해 분투한다. 대학들은 순위를 높이기 위해 경쟁하며, 학생들은 영감을 불러일으켜 줄 스승을 찾아 헤맨다. 그러나 연구의 세계에서 언제나 수월성이 논란의 대상이 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정의는 물론 어떤 방법으로 수월성을 획득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학문 분야 간의 합의도 거의 도출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영문학이나 인류학 분야에서 ‘정수精髓’라고 일컫는 것은 경제학에서 ‘최고로 뛰어남’으로 불리는 것과 거의 공통점이 없다. 이러한 부등식不等式은 학문적 기획이 빛바래거나 무의미해서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여러 학문분과가 저마다 다른 조명 아래 고유의 빛을 뽐내고, 그 구성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질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질과 수월성을 평가하는 여러 기준의 비중이 분과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그 자체가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이 지향하는 목표가 바로 표준과 그에 부여된 의미를 밝혀내는 것이다.
P.65
하지만 내가 연구한 한 경연에서는 평가위원이 사전 선별자가 써 놓은 주석을 보고 특정 유형의 지원서가 과도하게 가혹한 판정을 받았다고 확신한 사례도 있다. 결과적으로 패널은 배제된 지원서를 모두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그런 문제가 사전 선별자의 경험 부족 때문이라 보면서 한 역사학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스타일과 표준 모두에 대해 의문이 있었죠. 어떤 사람들은 그저 높은 [순위]를 매기는 데 머뭇거리죠. 그런데 중간 점수가 누구를 충분히 배제할 수 있는 경연에서 그것은 치명적일 수 있죠……. 다른 사람들은 특정 지원서에 대해 매우 강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우리가 동의하기 어려운 표준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그걸 보고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그것은 이 지원서를 배제할 이유가 아니군요.”라고 말했죠. 그리고 그들 표준들 중 하나는…… 상당히 자의적으로 보이더군요. 그것은 곧 연구를 위한 구체적인 시간계획의 결여에 대한 [하나의] 결정이었죠. 지원서를 선택하거나 탈락시킬 때 절대적인 기준이 [이것이 되어서는 안 되죠.]
P.110
그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문학 지원서가 역사 지원서에 밀리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당신이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의 뭉치가 있는 것입니다. 해석을 할 때에는 특정 종류의 검증에 종속되는 자료를 참고합니다. 문학적 해석에서도 일부는 미묘함을 다루고 훈련을 해야 하며 이론적 입지점이 어디이고 얼마나 이론적이기를 원하는지, 당신의 지향이 얼마나 형식적인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확신을 주는 사례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실제적이고 규범화된 합의가 없다 보니 중요성도 창의성도 주장하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P.154~155
그것은 매우 실용적입니다. 12명의 상당히 똑똑한 사람들을 [어떤 도시의] 창 하나 없는 방에 이틀 동안 밀어 넣고 맨 정신으로 남아 있기를 기대하죠. 그들은 꽤 전문가여서 최선을 다합니다. 그들은 아주 다른 취향을 지니고 있어 갈등의 소지가 매우 많습니다. 그들은 차가운 머리를 유지하며 분과학문의 큰 차이를 넘어 무엇이 훌륭한 지원서를 구성하는가에 대해 합의하는 이 영웅적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그에 대해 아주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고…… 동시에 이 지원서에 집중하는 사람들도아주 많습니다……. 올해는 특히 움직임이 많았습니다. [모임 이전에] 비교적 높은 순위를 차지했지만 약점이 논의되면서 옹호했던 사람이 [기금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게 되는 사례가 많았죠. 반대로 상당히 낮은 [순위의] 것이 논의하면 할수록 재고의 필요가 있다, 미래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고요……. 크림이 위로 솟아오른다고 말하는 것, 우리가 정확히 제대로 된 것을 뽑았다고 얘기하는 것은 일종의 자찬입니다. 나는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가 더 나은 지원서들을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 경제학자
학문적 수월성요? 보면 압니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하는 선택과 충고는 모두 정직한 것이 아니겠죠. 심지어 나는 내 자신의 판단에 큰 자부심을 지니고 있고 모순은 나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어떤 면에서 상대적이지만 나는 진정한 질이 있고 내가 그것을 발견하고 있으며 그것은 상당히 연관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위로 솟아오르는 것은 크림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크림이 솟아오른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갖가지 이유로 가장 좋은 대학원에 가지 못한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을 우려합니다. 내가 보기에 우리는 언제나 상당한 수준의 합의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강한 주변적 의견을 억압하거나 어쩌면 절차가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간략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그것을 표현할 겁니다. - 역사학자
P.237
명확성은 평가위원들이 알곡과 쭉정이를 가리는 방법을 묘사할 때 흔히 첫 번째로 언급하는 특성이기도 하다. 사회과학자보다는 역사학자와 인문과학자들이 명확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지만, 집합적으로 보면 61%의 평가위원들이 수월성을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을 들어 달라고 했을 때 명확성을 언급했다. 그들이 정의한 명확성은 발광성luminescence, 투명성, 정확성, 분석적 명확성, 산뜻함crispness, 짜임새tightness 등으로 다양하다.
더 많은 평가자들이 명시적으로 그것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것이 수월성의 필수조건으로서 얼마나 당연시되고 있는가를 보여 준다. 특히 지원서와 관련하여 형식은 질료만큼 중요하다. 그것은 경주를 뛰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평가위원들이 지원서 더미를 충분히 살펴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음악학자는 평가위원들의 [보수가 매우 적습니다.]라고 지적한다.
“그들에게는 자료가 산더미만큼 제시되는데 그걸 힘들여 읽고 평가해야 합니다……. 그들이 기본적으로 하는 일은 정말 기금을 주고 싶은 것을 찾는다기보다 배제deselect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누군가 글을 잘못 썼거나 하품 나는 글을 썼다면 아마 발탁되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마찬가지로 한 정치학자는 “최상의 지원서는 내가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지원서죠.”라고 말한다.
P.343~344
평가과정에 내재적인 요소들이 그 절차를 오염시키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평가에서 주관성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것은 실패가 불을 보듯 확실한데, 이는 평가 과정이 상호주관적이기 때문이다. 평가위원들이 지니고 있는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감각은 보편주의와 전문가주의라는 광범위한 규범만큼이나 그들 스스로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명문화되지 않은 관습적 규칙에 연결되어 있다.
동료평가에 관한 문헌은 이미 알려져 있는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 이중 익명성(또는 이중맹검) 같은 요법을 제안한다. 하지만 평가가 맥락적이다 보니 이런 전략이 편견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할 것이다. 불완전한 보호수단도 여전히 가치를 지닐 수 있지만 평가위원들에게 동료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더 유용할 것이다.
특히 동류애의 위험과 그것이 넓은 범위의 재능을 찾아내는 것을 어떻게 가로막는가를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 책의 내용과 그것이 낳을 대화를 통해 평가자들이 스스로의 개인적 ‘취향’이 미치는 영향력을 더 많이 인식하고 특히 그들 자신의 괴팍한 판단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
저자소개
1957년 토론토 출신으로 오타와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를 취득하였다. 그 후 스탠퍼드대학교, 프린스턴대학교를 거쳐 2006년 하버드대학교에서 유럽학 Robert I. Goldman 석좌교수직에 올랐다. 그리고 하버드대학교 사회학과 아프리카학, 아프리카계미국학 교수로 재직하며 Faculty Development and Diversity의 선임 자문위원, 문리대(FAS) 담당교수직도 겸하고 있다. 저서로는 [Reconsidering Culture and Poverty], [Successful Societies: How Institutions and Culture Matter for Health], [The Dignity of Working Men], [Money, Morals, and Manners] 등이 있다.
역자소개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대중음악의 사회학적 일연구>로 석사학위를, <조선후기 신분변동과 청자존대법 체계의 변화>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0년대 사회 변혁기를 대학에서 보내며 문화가 사회의 변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에 자연스럽게 관심 갖게 되었다. 결국 문화는 사회 변화를 안정화시키는 요소이자 새로운 변화의 싹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또 문화가 그 역할을 수행하는 데는 광범위한 대중들에게 하나의 문화 형태를 널리 확산시킬 수 있는 대중 매체가 관건이 되리라 판단했다. 1990년대를 거치며 문화 형태에 대한 실제 비평을 통해 그 변화의 구체적 양상들을 점검해보고자 노력했다. 현재는 스포츠의 여러 측면들 중 특정 스포츠가 특정한 사회 집단들과 친화력을 갖게 되는 기제와 그 과정에서 대중 매체가 수행하는 역할 등을 밝히는 데 힘쓰고 있다. 저서로 [만화 보기와 만화 읽기], [시청에서 비평으로, 텔레비전보기], [열광하는 스포츠 은폐된 이데올로기], 역서로 [사이버 에로스: 탈산업시대의 육체와 욕망], [스포츠, 그 열광의 사회학] 등이 있다.
서평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교수사회는 과연 공정한가?
최근 ‘정의’와 ‘공정’이라는 단어가 화두로 떠올랐다. 세계화라든가 산업 고도화 등의 여파로 사회가 다원화되어 가는 데에 따른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가 우리의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정의나 개인적 도덕관 같은 거시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문가 집단에서 특히 오피니언 리더 집단에서 벌어지는 세부적 가치 판단의 기준을 살펴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결정적인 선택들이 그것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나름의 기준과 관행에 따라 최선과 차선,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려내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공정하고 합당한 것이지, 기득권 세력의 독주는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정의’나 ‘공정’에 대한 논의의 심화과정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미셸 라몽의 <교수는 무엇으로 판단하는가>는 미국학계의 인문과학과 사회과학 분야에서 실제 시행되고 있는 연구비 지원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학문적 평가인 ‘동료평가’(peer review)에 관한 책이다. 교수사회의 평가기준에 대한 최초의 연구서인 이 책은, 우리가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놀라운 사실들을 심층 인터뷰를 통해 파헤치고 흥미로운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수월성, 독창성, 지성에 대한 은밀한 심사기준들
학계에 몸담은 사람들은 누구나 우수성(quality)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확히 그게 무엇이고, 교수들은 과연 그것을 어떻게 정의내리는가?
인류학자, 정치학자, 문학자, 경제학자, 역사학자, 철학자들은 같은 기준을 사용하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수학적 모델을 선호하고, 역사학자들은 다른 종류의 증거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철학자들은 다른 철학자들이 자기를 이해하기만 한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동료평가를 하게 된다면 교수들은 자기들의 기준을 설명하고, 각자의 전문 분야를 존중하며, 자기들이 하는 일과 비슷한 성격의 일에 더 큰 점수를 주려는 성향을 경계한다.
한국 대학의 미래는 공정한 경쟁 풍토 조성에 달려 있다
교수들은 이 연구가 독창적이고 중요한 것인지, 대담한지 아니면 말로만 그럴듯한 것인지, 시의적절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트렌드를 쫓는 것인지,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학제적인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우수성을 판단하는 일이 로봇처럼 언제나 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는 감정과 인식, 사회로부터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교수들의 자중심(自重心)은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탁월함(excellence, 수월성)’에 대한 가장 공정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복잡성을 분석하고 우수함을 인식하는 그들의 능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 미셸 라몽은 평가라는 비밀스러운 과정을 밝히고 학계의 보루로서 당사자들이 자기 책임감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실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미셸 라몽의 <교수는 무엇으로 판단하는가>는 옮긴이 정준영 교수의 말대로 ‘우리 학계의 동료평가 체제, 나아가 우리 사회의 평가문화 전반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각종 학술논문이나 연구계획서 심사에 참여하고 있는 중견 학자와 대학의 보직교수, 자기의 평가 순위를 걱정하고 있는 교수, 연구비 신청을 앞두고 있는 연구자들, 논문을 평가받아야 하는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에게 아주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최근 ‘정의’와 ‘공정’이라는 단어가 화두로 떠올랐다. 세계화라든가 산업 고도화 등의 여파로 사회가 다원화되어 가는 데에 따른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가 우리의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정의나 개인적 도덕관 같은 거시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문가 집단에서 특히 오피니언 리더 집단에서 벌어지는 세부적 가치 판단의 기준을 살펴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결정적인 선택들이 그것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나름의 기준과 관행에 따라 최선과 차선,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려내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공정하고 합당한 것이지, 기득권 세력의 독주는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정의’나 ‘공정’에 대한 논의의 심화과정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미셸 라몽의 <교수는 무엇으로 판단하는가>는 미국학계의 인문과학과 사회과학 분야에서 실제 시행되고 있는 연구비 지원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학문적 평가인 ‘동료평가’(peer review)에 관한 책이다. 교수사회의 평가기준에 대한 최초의 연구서인 이 책은, 우리가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놀라운 사실들을 심층 인터뷰를 통해 파헤치고 흥미로운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수월성, 독창성, 지성에 대한 은밀한 심사기준들
학계에 몸담은 사람들은 누구나 우수성(quality)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확히 그게 무엇이고, 교수들은 과연 그것을 어떻게 정의내리는가?
인류학자, 정치학자, 문학자, 경제학자, 역사학자, 철학자들은 같은 기준을 사용하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수학적 모델을 선호하고, 역사학자들은 다른 종류의 증거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철학자들은 다른 철학자들이 자기를 이해하기만 한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동료평가를 하게 된다면 교수들은 자기들의 기준을 설명하고, 각자의 전문 분야를 존중하며, 자기들이 하는 일과 비슷한 성격의 일에 더 큰 점수를 주려는 성향을 경계한다.
한국 대학의 미래는 공정한 경쟁 풍토 조성에 달려 있다
교수들은 이 연구가 독창적이고 중요한 것인지, 대담한지 아니면 말로만 그럴듯한 것인지, 시의적절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트렌드를 쫓는 것인지,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학제적인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우수성을 판단하는 일이 로봇처럼 언제나 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는 감정과 인식, 사회로부터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교수들의 자중심(自重心)은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탁월함(excellence, 수월성)’에 대한 가장 공정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복잡성을 분석하고 우수함을 인식하는 그들의 능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 미셸 라몽은 평가라는 비밀스러운 과정을 밝히고 학계의 보루로서 당사자들이 자기 책임감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실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미셸 라몽의 <교수는 무엇으로 판단하는가>는 옮긴이 정준영 교수의 말대로 ‘우리 학계의 동료평가 체제, 나아가 우리 사회의 평가문화 전반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각종 학술논문이나 연구계획서 심사에 참여하고 있는 중견 학자와 대학의 보직교수, 자기의 평가 순위를 걱정하고 있는 교수, 연구비 신청을 앞두고 있는 연구자들, 논문을 평가받아야 하는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에게 아주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